051 연금술사 (3)
서영은을 죽임으로써 강철은 양쪽 팔 전체와 어깨, 양쪽 다리 전체와 하복부까지를 오거닉 메탈로 두른 채 5분 연속 활동할 만큼의 에너지를 얻었다.
그랬기에 강철은, 처음부터 초강공으로 나갔다.
양쪽 하반신 전체를 두른 오거닉 메탈에서 뿜어낸 추진력으로, 순간 시속 80km로 강철은 전방에 자리한 건달에게 돌진했다.
이론상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순간 시속보다 20km나 더 빠른 속도였기에, 맨 처음 강철을 상대하게 된 불운한 건달은 미처 대비조차 하지 못했다.
엄청난 추진력을 기반으로, 강철은 그대로 건달의 가슴팍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꽈앙-!]
마치 자동차가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며, 건달은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건달이 선 장소가, 딱 김명길이 매달린 채 빠졌던 욕조를 등진 곳이었기에, 그는 그대로 욕조와 부딪혔다.
[와장창-!]
욕조는 그대로 박살 났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언제 갈았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구정물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강철은 그 장면을 확인하지 않았다.
첫 상대를 어깨로 날려버리자마자, 강철은 그대로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리곤 허공에서 다리를 쫙 찢어 좌우에 서 있던 건달의 관자놀이를 걷어찼다.
두 사람은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대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저 새끼 잡아!”
강철이 허공에서 바닥으로 착지하자, 그제야 건달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의 배후를 점하고 있던 건달 하나가 그를 뒤에서 잡으려고 했다.
강철은 그대로 팔꿈치를 이용해 건달의 광대를 갈겼고, 건달이 반쯤 정신줄을 놓았을 때, 왼쪽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때려 그를 완전히 리타이어시켰다.
[까앙-!]
순식간에 4자루의 칼이 강철의 허벅지를 4개 방향에서 사선으로 찔러왔다.
훌륭한 협동 공격이었지만, 불운하게도 그들이 찌른 건 인간의 살이 아닌 오거닉 메탈이었다.
칼날은 그대로 부러져버렸고, 강철을 찌른 줄 알고 잠시 좋아했던 건달들은 순식간에 날아드는 발차기에 턱을 맞고는 바닥을 몇 차례 뒹굴다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조직적인 공격은 대산 쪽 애들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오거닉 메탈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대한 빨리 건달들을 제거해나가면서도, 강철은 내심 감탄했다.
‘내가 서영은을 잡지 않아서 에너지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 칼질에 분명 당했을지도…….’
눈앞에서 한 사람이 쓰러지는데도 흔들림 없이 단체로 정교하게, 칼이 들어오는 타이밍까지 딱 맞춰서 공격해오는 그 조직력.
분명 감탄할 만한 것이었다.
‘이 조직, 흡수한다.’
그리고 강철은, 조직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굳히며, 최대한 건달들이 죽지 않도록, 다치더라도 적어도 4주 내에는 완치가 될 정도로 힘을 조절하며 그렇게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렇게 3분이 지났고, 마침내 건달 50명 중 49명이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지게 됐다.
“아니 워째 이렇게 잘 치는 양반이 건달 노릇을 한디유? 운동이나 허지? 태권도를 했으면 금메달을 쓸었겠구만유.”
건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충청도 방언을 쓰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칼을 바닥에 버렸다.
“지는 여기서 그만 두것슈.”
그 모습을 보며 강철은 씩 웃었다.
“그래, 이기지 못할 싸움에선 물러날 줄도 알아야지.”
그리고 강철은 시선을 황금태에게로 돌렸다.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황금태는 어느새 김명길을 바닥으로 끌어 내려 도르래에서 푼 뒤 그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목에다가 칼을 들이밀고는 인질극을 할 준비를 끝마쳐 놓았다.
“김명길 씨를 위해서 이 새벽에 서울에서 아산까지 오신 걸 보면 분명 이 사람을 굉장히 아낀다는 거겠죠?”
황금태는 씩 웃었다.
그와는 반대로 강철의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자, 대답하시죠. 왜 서 상무를 죽였습니까?”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황금태와 김명길을 향해 다가갔다.
“오지 마십시오. 저는 죽인다면 죽이는 놈입니다.”
황금태는 살짝 당황하면서 김명길의 목에 칼을 바짝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 제가 못 죽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황금태는 뭔가 더 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칼끝으로 살짝 김명길의 목을 그었다.
면도칼에 베인 수준의 상처가 나며 피가 살짝 흘렀다.
김명길은 바짝 얼어붙었고, 그와 동시에 강철도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모습에 황금태는 씩 웃었다.
“저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니까요.”
황금태는 다시 물었다.
“제 질문에 대답하세요. 서 상무, 왜 죽인 겁니까?”
그러나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제자리에 서서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인 채 마치 다트를 던지는 것처럼 허공에서 손목을 까딱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거리를 재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뭐, 손가락에 바늘이라도 있으세요? 아니면, 거기에 담배 끼워서 던져보시려고요?”
황금태는 강철을 비웃었다.
강철은 그런 비웃음에 전혀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뭔가 아리송한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명길에게 말했다.
“살짝 뜨거울 수도 있으니까, 마음에 준비를 좀 하고 있어, 김 대표.”
그다음 순간, 강철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서 소주잔만 한 불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강철은 그 불꽃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황금태의 왼쪽 눈을 향해 집어 던졌다.
[휘익-!]
[화르륵-!]
불꽃은 그대로, 황금태의 왼쪽 눈썹 부위에 적중했다.
“끄아아악-!”
황금태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김명길과 칼 모두를 놓쳤다.
강철은 그대로 달려가 팔로는 김명길을 안고, 발로는 황금태의 배를 걷어찼다.
[쿠웅-!]
황금태는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벽에 뒤통수를 부딪쳤지만, 눈썹과 그 주변 살을 태우는 화상의 통증이 더 컸기에, 황금태는 황급히 바닥에 퍼진 물에다가 상처 부위를 빠뜨렸다.
“어이, 김 대표. 괜찮나?”
강철은 김명길을 바라보며 물었다.
입에, 자기 팬티로 만든 재갈을 문 채 김명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감동받았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잠깐 누워 있어.”
강철은 김명길을 바닥에 눕히곤 그대로 황금태에게 다가갔다.
[뻐억-!]
그는 발로 황금태의 머리를 차서 벽에다가 밀쳤다.
그리곤 발을 떼지 않고, 그의 머리를 짓밟은 채 가만히 그를 내려다봤다.
‘잠시만…….’
그 순간, 강철의 뇌리로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지나갔다.
‘연금술사도 어쨌건 초능력자잖아?’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강철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황금태를 내려다봤다.
황금태는 고통 속에서, 화상을 입지도 않고, 강철의 발에 눌리지도 않은 오른쪽 눈으로 그 눈빛을 확인했다.
‘아, 안 돼……’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할 때 나타나는, 살기.
그것이 강철의 눈빛에 가득함을 확인한 황금태는 입을 열려고 했다.
“저, 저기…… 하, 항……”
그러나 그의 입에서, ‘항복’이라는 단어는 완성되지 않았다.
[콱-!]
강철은 그대로 그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곤 타버린 그의 왼쪽 눈 아래 흉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흉터, 쓸데없이 공손한 태도, 그러면서도 잔혹한 심성까지…… 다 비슷해. 근데…… 아닐 수도 있잖아?”
“케엑…… 고, 고문님……”
“만약에 살려서 대구에다가 박아 뒀는데, 2023년에 각성을 안 하면? 알고 보니, 그냥 닮은 사람이었다면? 그럼 난 그냥 삽질한 것밖에 더 돼?”
“사, 살려……”
“어차피 선은 넘었고, 한 번 나한테 개긴 놈은 또 개길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럼 죽여야 할 조건은 충족이 된 거네?”
“뭐, 뭐든지 하, 할 테니까…… 사, 살려만 주시……”
“만약 진짜라면, 연금술 능력에다가 초능력 에너지 사이즈까지 커지는 걸 기대할 수 있잖아? 아니라면, 겁 없이 덤빈 놈 하나 죽이는 거고.”
정당화의 혼잣말을 끝내고서, 강철은 씩 웃었다.
황금태의 목을 잡은 그의 오른손이 순식간에 오거닉 메탈로 뒤덮이며 사람 살가죽의 색과 질감이 아닌, 금속의 색과 질감으로 변했다.
[우드득-!]
그대로 강철은 손에 힘을 줬고, 황금태의 목은 그의 손아귀에서 손쉽게 찌그러지고 부러져버렸다.
성대가 뭉개지고 목뼈가 으스러지자 황금태는 당연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죽음의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그는 오른쪽 눈을 부릅뜬 채 한동안 강철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뜬 채 죽고 말았다.
[화아아악-!]
그리고 그가 죽는 순간, 강철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심장에 자리한 초능력 에너지의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그리고 새로운 초능력이 들어오는 것을.
‘맞네. 맞았어.’
그것을 느끼며, 강철은 눈을 감은 채 희열했다.
6.
연금술사가 일으키는 불꽃은, 여타의 화염을 다루는 초능력자들이 일으키는 불꽃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단적으로, 오길동의 화염은 그저 온도의 차이에 따른 색상의 구분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라이터나 가스레인지에서 일어나는 불과 다르지 않았다.
[화르륵-!]
그러나 지금, 강철의 오른손에서 피어오른 불꽃은, 형상부터가 달랐다.
은은한 푸른색과 주황색 그리고 흰색이 어우러진 불꽃의 형상은 마치 아지랑이와도 같았다.
얼핏 보면 강철의 손에서 세 가지 색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바로 연금술사의 불꽃이었다.
“이봐, 충청도 양반.”
강철의 부름에, 묵묵히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질서정연하게 모아 눕히며 창고 내부를 정리하던, 충청도 말투를 쓰던 나이든 건달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부르셨어유?”
“혹시 금목걸이나 금반지 있나? 금팔찌나? 순금으로?”
“순금말여유?”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근처에 누워 있던 부하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는 그걸 그대로 뜯어내 강철에게 건네주었다.
“근데 그건 뭐하실라구 찾으셨데유? 깽값으로 받아가실려구유?”
그러면서 그는 김명길을 슬쩍 바라봤다.
강철이 팔다리를 묶어둔 줄을 풀어줬기에 자유로워진 김명길은 주섬주섬, 자기 옷을 챙겨입고 있었다.
강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오른손으로 목걸이를 쥐었다.
그 상태로 강철은 오른손 아래에 왼손을 좍 펼쳐놓은 후 오른손에 연금술사의 불꽃을 피워냈다.
옷을 갈아입던 김명길도, 일찍 항복한 나이든 건달도 신기한 눈으로 그걸 바라보았다.
[주르륵-!]
잠시 후, 강철의 오른손에 쥐어졌던 금목걸이가 모두 녹았다.
그리고 주먹 틈새에서 영롱한 빛을 내뿜는 반투명한 액체가 한 방울 흘러나와 강철의 왼손 위에 떨어졌다.
“손으로 쿠퍼액을 흘린 거유?”
나이든 건달의 개소리는 강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엘릭서!’
반투명한 액체, 엘릭서 한 방울을 바라보는 강철의 눈빛은 흥분과 환희로 심히 떨리고 있었다.
강철은 곧장 그걸 쪽 빨아 먹었다.
그 순간, 굉장히 미약한 수준의, 말 그대로 바다에 소금 한 스푼 탄 수준이긴 했지만, 확실하게 초능력 에너지의 사이즈가 커짐을 강철은 느꼈다.
강철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