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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46화 (46/175)

046 두 여자 (3)

“선배, 나 너무 힘들어. 선배, 보고 싶어. 선배랑 갔던 모텔 지나갔는데 선배 생각나서 젖었어.”

담담하게 강철은 선병호에게 보낸 백유진의 메시지를 상당히 큰 목소리로 읽어갔다.

뒤로 갈수록, 메시지는 마치 한 편의 야설 수준으로 그 수위가 높아졌다.

그리고 높은 수위의 사적인 문장 속에는 강철이 원하던 정보도 몇 가지 섞여 있었다.

메시지를 모두 읽고서 강철은 백유진을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한 편의 문학을 보는 것 같았어, 백유진 경위. 덕분에 윗선한테 손절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강철은 선병호의 폰을 백유진에게 던졌다.

백유진은 그걸 받지 못했고, 폰은 바닥에 떨어지며 배터리가 본체와 분리되었다.

“선병호가 살아 있다고 믿고 싶겠지.”

강철은 천천히 백유진에게 다가갔다.

“근데 어쩌나? 선병호는 이 손에 죽었는데 말이야.”

강철은 오른손을 들어서 흔들었다.

“2010년 5월 29일 토요일 밤 11시에, 이미 선병호는 죽었어. 바로 내 손에 말이야.”

“이 개새끼야!”

백유진은 고함을 질렀다.

강철은 발걸음을 멈췄다.

“사랑하는 사람이 적지에 들어가 있으니 불안했겠지. 그러니, 그 사람을 케어해 줄 생각으로, 조민석 조카의 동창이자 레즈비언 바 죽순이였던 유아영에게 접근했던 거고.”

“…… 진짜로 죽은 거야?”

“그리고 사랑하는 선배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조민석이 주변에 웬 이상한 놈 하나가 새로 나타나 어슬렁거리니, 유아영한테 한번 유혹해보라 한 거고. 맞지?”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병호 선배가 진짜 죽은 거냐고!”

강철은 입을 다물었다.

백유진은 눈을 부릅뜬 채 강철에게 다가갔다.

“편안하게…… 한 번에 대가리에 총 맞고 죽고 싶으면 대답해. 병호 선배…… 어떻게 됐어? 진짜 죽은 거야? 진짜?”

백유진은 강철 앞에서 섰다.

그리곤 총구를 그의 미간에 바짝 붙인 채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대답해!”

[휙-! 탁-!]

그 순간, 강철은 빠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총구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그는 왼손으로 백유진의 오른쪽 팔꿈치를 잡아 누르고, 오거닉 메탈을 두른 오른손으론 총을 붙잡았다.

“아악-!”

가혹한 통증에 백유진은 그만 총을 쥔 손에서 힘을 풀고 말았다.

덕분에 권총은 아주 부드럽게 강철의 손으로 넘어왔다.

[짝-!]

그대로 강철은 백유진의 뺨을 때렸다.

백유진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휘익-!]

그대로 그녀는 몸을 한 바퀴 돌리며 강철의 안면에 돌려차기를 날렸다.

좋은 시도였고, 평범한 깡패였다면 충분히 당할 기습적인 발차기였지만, 강철에게는 어설픈 공격에 불과했다.

그대로 강철은 왼손에 오거닉 메탈을 두른 채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곤 그녀를 들어서 집어 던졌다.

[쿠웅-!]

백유진은 그대로 5m가량을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쿨럭-!”

떨어질 때 낙법을 펼쳐 충격을 완화하긴 했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기침하며, 한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강철은 총을 든 채 천천히 백유진에게 다가갔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강철의 물음에 백유진은 그저 그를 노려보며 기습 기회만 엿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유아영이 어떻게 됐는지는 걱정도 안 되나?”

그러면서 강철은 일부러 빈틈을 드러냈다.

그 순간, 백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강철의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까앙-!]

그러나, 그녀가 때린 것은 강철의 살이 아닌, 오거닉 메탈을 두른 금속 덩어리였다.

“아악-!”

주먹이 뭉개지는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뻥-!]

그대로 강철은 백유진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찼다.

백유진은 뒤로 다섯 바퀴를 구르다가 대자로 뻗어버렸다.

강철은 그녀에게 다가가 총구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유아영이한테 날 유혹하라고 지시했다는 거. 그걸 내가 어떻게 알고 있을 것 같아? 유아영이 과연 어떤 꼴이 됐는지 궁금하지도 않나?”

강철의 말에 백유진은 고통에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상태에서, 빼액 고함을 질렀다.

“그 변태 레즈년 내가 알빠야! 병호 선배 어쨌냐고 이 개새끼야!”

백유진의 입에서 ‘그 변태 레즈년’이란 단어가 나오는 순간, 강철의 입꼬리가 살짝 승천했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변태 레즈년이라.”

강철은 백유진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크윽-!”

백유진은 옆으로 한 차례 굴렀다.

“쿨럭-!”

기침을 하자 피가 침과 섞여서 튀어나왔다.

“2년이야. 2년 동안 입 맞추고, 끌어안고, 같이 잠을 자면서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았단 말인가? 최소한, 사랑하는 감정은 안 생겨도 소위 떡정이라는 건 생기지 않나?”

[뻐엉-!]

그대로 강철은 백유진의 허벅지를 발로 찼다.

백유진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아무리 그래도 변태 레즈년이라고 하는 건 좀 아니잖아? 그럼 넌 뭐가 되는 건데?”

“씨…… 발…… 내가 좋아서 한 줄 알아? 나도 싫었어. 개같았다고! 근데 씨발 윗선에서 시키잖아! 그년 꼬셔서 조민석이 마킹하게 하라고!”

강철의 광대가 꿈틀거렸다.

“병호 선배…… 병호 선배 어디있어! 병호 선배 어딨냐고! 빨리 말해! 빨리 그거나 말하라고!”

이성을 잃고서 광기를 토해내는 그녀의 모습에 결국 강철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강철은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곤 전방의 어둠 속을 바라보며 외쳤다.

“어이, 나와 봐.”

강철의 말에, 백유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병호 선배?’

백유진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터벅, 터벅]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어둠을 뚫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그 사람의 실루엣이 드러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 모습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그리고, 그 사람을 본 순간, 백유진의 얼굴은 더 이상 하얘질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다.

“아…… 아영아…….”

달빛 아래에서, 모자를 쓴 유아영이 눈물을 흘리며, 멍한 표정으로 백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6.

유아영을 자신의 프락치로 확실하게 써먹기 위해선, 그녀와 경찰 사이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릴 필요가 있었다.

이미 윗선에서 작전 자체를 엎어버렸고, 선병호의 데이터를 모두 지웠다는 사실을 백유진의 문자를 통해 알았기에, 딱 그것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유아영과 경찰의 관계는, 단순한 프락치와 배후의 관계가 아닌, 사랑으로 이어진 특수한 관계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끊기 위해선, 유아영이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랬기에 강철은 그녀에게 나오라고 하기 전까진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모습도 드러내지 말고 기척도 내지 말라 명령하고서, 백유진이 진실을 말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아, 아영아…… 그, 그게 아니라……”

“그랬구나…….”

유아영은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멍하니 백유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웃기 시작했다.

“난 언니한테 그냥 변태 레즈년이었구나.”

“그, 그게……”

“안 젖는 이유가 원래 건조해서라더니 그냥 내가 싫었던 거구나. 그랬구나.”

“아, 아영아…….”

“그랬구나…… 그랬어…… 씨발…….”

유아영은 다시 울먹이더니, 고개를 푹 떨궜다.

그런 유아영에게 강철은 다가갔다.

그리곤 그녀에게 권총을 건네주었다.

유아영은 떨리는 눈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강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아영은 권총을 건네받았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백유진에게로 돌렸다.

“아, 아영아…… 그, 그러지 마…… 응? 다, 다 오해야.”

“……”

“우, 우리 좋았잖아? 그치?”

“……”

“그러니까 그 총 바닥에 내려놓고…… 오, 오해를 풀자. 응?”

“오해라고?”

“그, 그래. 저, 저 인간이…… 저 인간이 조작한 거야. 내, 내가 왜 널 싫어하겠니? 나 너 사랑해. 진심이야.”

“……”

유아영의 눈동자에는 혼돈이 그득하게 담겼다.

백유진은 안간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두 손을 든 채 유아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그녀를 달랬다.

“저…… 저 인간이 날 화나게 해서…… 그래서…… 그래서 순간적으로 말이 막 나왔던 거야.”

총구는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백유진은 안도하기 시작했다.

“네가 총만 나한테 주면 내가 저 인간 쏴 버릴게. 그리고…… 그리고 조민석도 쏴 버리는 거야. 그러면…… 그러면 다 끝나는 거야.”

백유진은 유아영에게 바짝 다가갔다.

여전히 총이 그녀의 손에 있었기에, 백유진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유아영을 끌어안았다.

“다 쏴 버리고 우리 같이 살자. 응? 어, 언젠가 한국법이 우리 관계를 인정해주는 날이 오면 그땐 혼인신고도 하는 거야.”

유아영은 양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오른손에 들린 권총은 금방이라도 땅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하는구만.’

어둠 속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 순간,

[탕-!]

총구가 불을 뿜었다.

실탄은 백유진의 왼쪽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 오른쪽 옆구리로 빠져나갔다.

유아영은 백유진을 밀어냈다.

백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유아영을 바라봤다.

“아, 아영……”

[타앙-!]

두 번째 실탄은 백유진의 심장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그대로 백유진은 그 자리에서 뒤로 자빠져버렸고, 눈을 뜬 채 즉사했다.

[타앙-!]

유아영은 그런 백유진의 머리통에 마저 총을 갈겼다.

“흐윽…….”

그대로 유아영은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렸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오열했다.

‘의외로 강단이 있단 말이야.’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강철은 씩 웃었다.

7.

백유진의 시체는 강철이 미리 송파구 거여동 근처 PC방에 박아 두었던 김명길과 서용태에 의해 하남 대마 농장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그녀는 선병호가 갈린 기계에서 잘게 갈려 그가 뿌려졌던 흙 위에 골고루 뿌려졌다.

그 모든 과정을 전화상으로 지시하고 전해 들은 강철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유아영을 뒤에 태운 채 오토바이를 몰고 잠실 펜트하우스까지 갔다.

“백유진은 너의 인생을 이용해 조민석을, 더 나아가 너 자신을 망치려고 했어.”

지하주차장에 유아영을 내려준 강철은 오토바이 위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널 이용할 거야. 그게 네가 살 유일한 길이니까.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마. 네가 날 잘 따르면, 넌 조민석과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그 양반이 나이가 들어 죽으면 모든 유산을 물려받게 될 거니까.”

유아영은 힘없이 강철을 바라봤다.

“내가 너한테 줄 건 그거야. 거짓된 사랑보다는 낫잖아.”

그 말에 유아영은 울컥했다.

강철은 그대로 오토바이를 몰고 지하주차장을 떠났다.

“흐으으윽…….”

혼자 남은 유아영은, 그렇게 1시간 동안 주차장 구석에서 흐느끼고, 오열하고, 슬퍼하며 마음에 쌓인 시커먼 독을 쏟아냈다.

그 모든 것을 쏟아낸 후,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먼저 조민석의 몸을 탐했고, 새벽이 될 때까지 그를 재우지 않았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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