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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42화 (42/175)

042 서영은 (1)

1.

6월 21일 월요일 정오.

[이따구로 할끼가? 조민석이 니 회장 대행인가 지랄인가 되드만 마 눈깔에 뵈는 게 없나?]

“김 사장님. 그게 아니라.”

[그게 아이면 뭐, 우리가 개호구로 뵈드나? 마, 긴말 할 거 읎다. 당장 우리 주식 내놔라. 안 그라면, 내 부산에서 애들 끌고 가가지고 니 모가지 따삐릴기다!]

거칠게 전화를 끊는 부산 김상규의 태도에 조민석은 굳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바로 어제, 김상규와 박규찬의 주식이 강철에 의해 상해탄 천호본점으로 매각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제는 부산의 3대 주주 가운데 하나인 조규찬의 것마저 그렇게 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주들은, 자기들을 적대할 게 아니라면, 당장 주식을 내놓으라며 발광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 거지?’

조민석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가만히 고민했다.

‘설득을 한다는 게…… 지분을 강탈한다는 걸 의미했나? 아니, 그건 그렇고, 액면가라고 해도 주주들 지분 매입하려면 10억 정도는 필요한데 상해탄에 그 정도 돈이 있나?’

부산 주주의 협박이 두렵진 않았다.

그들이 부산에서야 잘나가는 건달일진 몰라도, 서울에 오면 그냥 돈 많은 영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강대산이 살아 있을 적에는, 주주였음에도 크게 강대산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조민석 입장에선 겁날 건 없었다.

그가 우려하는 건, 지금 강철이 하고 다니는 행동의 의미와 결과였다.

‘상해탄은 김명길이 대표로 있지. 그리고 김명길은 강철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고. 지금이야 내가 임의로 김명길을 해임할 수 있겠지만 만약 상해탄이 지분 35%를 먹어서 순환출자구조를 이루면…… 함부로 해임하기도 힘들어지는데…….’

강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조민석은 담배를 입에 문 채 폰을 들었다.

그러나 강철의 연락처를 찾기만 했을 뿐, 통화 버튼까지 누르지는 못했다.

‘아니야. 어쨌건 이 인간은 내가 있어야 자기의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어. 그래, 서울로 오면…… 그때 대면해서 확인하면 되겠지.’

일단, 조민석은 한 발 빼기로 했다.

‘상해탄이 35% 지분을 갖게 되면 박경채가 나대지도 못하겠지.’

그런 식으로 자기에게 유리할 대로 해석을 하면서까지,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2.

“가져가.”

6월 21일 오후 5시.

여수 중앙어시장 대표실.

강철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배금태를 바라보았다.

깡마른 체구의 장년 남성 배금태는 담배를 피워대며 강철에게 말했다.

“이걸 원한 거 아니었어?”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원했지.”

“아까 낮에 준규한테 연락이 왔더라고. 서울에서 온, 어른한테 느자구없이 반말 찍찍 내뱉는 어린놈 하나가 주식 뺏어갔다고.”

“자기가 직접 건네주면 뺏긴 게 아니라 그냥 준 게 된다는 건가?”

“뭐, 그런 것도 있고, 사실 필요가 없거든, 나한테는.”

“필요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강철은 일단 배금태로부터 받은 주식양수도계약서와 첨부 문서를 최병천에게 건넸다.

최병천은 강철의 곁에서 문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는 짓은 영락없는 깡패인데 외견상으로는 합법의 탈을 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배금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딱 대산 다운 모습이야, 암.”

배금태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강철에게 말했다.

“애초에 친한 동생이 사업에 필요하다길래 빌려줄 생각으로 냈던 10억이야. 그걸 꾸역꾸역 주식으로 챙겨준다는 거, 다섯 번을 사양해도 주길래 받아놨던 건데, 뭐 딱히 내가 필요로 할 거라 생각하나?”

강철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배금태를 바라봤다.

‘무슨 속셈이지?’

그런 강철의 눈빛을 읽은 배금태는 새 담배를 꺼내 피우며 말했다.

“속셈 같은 거 없으니까, 너무 경계하지 마. 원 싸가지만 없는 줄 알았는데 이 여유도 없네.”

때마침, 서류 검토를 끝낸 최병천이 강철에게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문제 없습니다.”

그 말에 강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 여수까지 온 거, 밤바다 보면서 술이라도 한잔 같이하는 게 어때?”

배금태는 그런 강철에게 술을 권했다.

강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랑 술 마실 기분은 아니야.”

여수에 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강철은 또 한바탕 싸울 각오를 했었다.

감천항에서 25명의 건달을 박살 내고, 조준규를 잡아다가 냉동고에 1분 정도 가둬둔 끝에 지분을 챙겼을 때, 그는 여수에서는 얼마나 큰 저항에 부딪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민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를 태운 렌터카가 여수에 진입하자마자, 배금태는 부하를 보내 그를 어시장까지 안내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배금태는 강철에게 미리 준비해둔 주식 매도 관련 서류를 건넸다.

“난 여수가 좋아.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40년 넘게 살다 보니, 내 고향 같거든.”

배금태는 강철을 어시장 주차장까지 배웅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딱히 서울에서 무슨 일이 있든, 신경 안 써. 그냥 내 일에 방해만 안 되면 그만이다, 생각할 뿐이야.”

“대산 주식이 방해가 됐나?”

“주총이다 지랄이다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서울로 부르는 게 방해라면 방해였지. 이제 그런 것도 없을 거니까, 속이 시원해.”

배금태는 여수 어시장에서 황제로 군림하는 자신의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아들 보는 것 같아 내 충고 하나 해 주자면, 사람은 만족을 알아야 해. 만족을 모르고, 계속 위로 올라가려고 하다 보면, 언젠간 떨어지게 돼 있거든. 그리고 높은 곳에 올라가 있을수록, 떨어질 때의 충격은 큰 법이고.”

강철은 피식 웃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강대산이가 그래서 이렇게 된 거 아니겠나? 믿었던 동생한테 인수분해나 당하고 말이야.”

조수석 문을 닫아준 배금태를 향해, 강철은 열린 창을 통해 말했다.

“12년만 열심히 일하고, 그 뒤로는 만족하면서 살 생각이야. 너무 걱정하진 마.”

강철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배금태는 껄껄 웃었다.

“좋아. 그렇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지. 암.”

그렇게 강철을 태운 차는 여수 중앙어시장을 떠났다.

“여수 배씨가 사람이 보통내기가 아이라 카드만, 확실히 통이 크네예.”

김명길의 말에 강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통이 큰 건진 모르겠고, 사람이 현명하긴 하네.”

“마, 똑똑하니까 저 자리까지 간 거 아이겠십니까?”

강철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김명길이 그렇게 말하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서용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쓸데없이 애들 모아서 싸움이라도 벌였다가는, 애들 치료비에 재수 없으면 어시장 기물 파손에 자기는 고문까지 당할 걸 알았으니까 그냥 10억 받고 주식 넘겼다, 뭐 이런 뜻으로 고문님이 말씀하신 거잖아.”

그러면서 서용태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개처럼 강철을 바라보았다.

강철은 피식 웃으며 서용태에게 말했다.

“전방주시나 똑바로 해.”

“아…… 네.”

“이대로 목포까지 가자. 가서 한숨자고, 그렇게 움직이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차는 목포로 향했다.

3.

대모.

그것은 그녀의 밑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며, 그녀로부터 보호를 받던 여인들이 그녀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유령.

그것은 그녀와 적대했던, 그리고 적대하는 이들이, 그녀의 은신술을 보고서 붙여줬던 별명이었다.

빨통마녀.

그것은, 오길동이 그녀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자기는 날 뭐라고 불렀어?』

강철의 손에 목이 잡힌 채, 죽어가면서, 그녀는 그렇게 물었다.

강철은 그런 그녀의 물음에 아주 짧게 대답했다.

『창녀.』

그리고 그녀는, 강철의 손에 목이 꺾여서 죽었다.

강철이 그녀를 죽인 것은, 그녀가 선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을 넘은 행위 자체가, 강철에게 사적인 원한을 사는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야, 넌 그걸 그렇게 그냥 죽이면 어쩌냐?』

뒤늦게 강철을 쫓아온 오길동은, 그녀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렇게 탄식했다.

『아이 씨, 빨통마녀 한 번 따먹었어야 하는 건데. 씨벌. 넌 진짜…….』

그러면서 오길동은, 그녀의 왼쪽 턱에 난, 조그만 사마귀를 손가락으로 집어 당겨보았다.

『어떤 놈은 이 사마귀 때문에 빨통마녀 얼굴에 도화살이 조금 묻혔다고 하던데. 어떤 것 같냐? 한번 뜯어서 확인해 볼까?』

장난스럽게, 망자의 시체를 능욕하려던 오길동을 뒤로하고, 강철은 그 자리를 떠났다.

“헉-!”

강철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잤음에도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씨발…….’

강철은 그대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몸이 편해졌나…… 쓸데없는 악몽이나 꾸네.’

강철이 현재로서 가장 필요로 하는 능력.

그것은 은신술이다.

그리고 강철이 아는 사람 중, 최강의 은실술사는 대모, 유령, 빨통마녀 그리고 창녀로 불리었던 그녀다.

‘정리하는 대로 대산 정보력이랑 백두산이 정보력 동원해서 한번 찾아봐야겠어. 큰 가슴에 왼쪽 턱에 조그만 사마귀를 단 여자.’

정확한 이름도, 나이도 몰랐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단서는 있었다.

‘나이는 대충 나보다 10살 정도 많았으니까, 지금 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일 거고, 원래부터 직업이 창녀라고 했으니까, 어떻게 운이 닿으면 찾을 수도 있겠지.’

강철은, 일단 꿈에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 관한 상념을 잠시 밀어냈다.

‘우기태가 잠수를 탔어.’

지금 당장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휘하 조직원 전체와 함께 잠수를 탄 목포의 주주 우기태를 찾는 것이었다.

‘저항에 부딪힐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부딪힐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어디 한번 찾아봐라! 는 식으로 아예 조직과 함께 통으로 우기태가 잠적했다는 것을, 강철은 목포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을 무렵 탐문 수색 끝에 확인할 수 있었다.

‘폰도 꺼놔서, 추적기로는 지금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고 말이야.’

강철은 폰을 켰다.

6월 23일 밤 11시 34분이라는 시간을 먼저 확인한 후, 강철은 서용태가 설치해준 핸드폰 위치추적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우기태의 번호를 입력해서, 다시 위치를 추적해 봤지만, 폰이 꺼지기 직전의 위치만이 뜰 뿐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이미 강철이 탐색한 뒤였다.

‘도로 한복판에서 어디에 숨어 있겠어?’

강철은 마음이 갑갑했다.

‘산책이라도 나가야지. 운동도 며칠 못 했는데.’

강철은 슬리퍼를 신고 호텔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서, 가만히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부산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야.’

그런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강철이 막 번화가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응?’

말 그대로, 눈앞에 한 여인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 평소였다면 무시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꾼 꿈이, 강철로 하여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왕가슴…… 사마귀…… 설마?’

강철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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