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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41화 (41/175)

041 부산 갈매기 (2)

3.

6월 20일 새벽 2시.

“끄으으…….”

김상규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어깨를 짓누르는 묵직한 무게감에 신음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이제 일어나시는구만.”

살짝 나른해져 있던 육체는, 그러나 그의 귀를 때리는 냉소적인 젊은 남자의 음성에 순식간에 바짝 긴장한 채 굳어버렸다.

“니, 니 뭐고?”

김상규는 창가에서 열린 창 밖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는 젊은 남자, 강철을 향해 물었다.

“내가 누구냐 묻기 전에,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닌가?”

강철의 말에 김상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 사무실?’

그는 곧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하곤, 더 당황했다.

“느, 느그들 뭐고?”

김상규는 소파에 앉아 하품하는 두 남자와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창가에서 담배를 태우며 자신을 시니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강철을 번갈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느그들 내 눈지 아나? 뒷감당 할 수 있나?”

강철은 김상규를 그랑마인호텔 최상층에 자리한 그의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이곳에 온 목적 자체가 김상규를 묻어버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서 대산 지분을 매입하려는 것이었던 만큼, 당연한 결정이었다.

“뒷감당은 우리가 아니라, 그쪽이 할 일이지.”

강철은 담배를 창밖에 집어 던지고, 천천히 김상규에게 다가왔다.

소파 상석에서, 양팔이 팔걸이에 묶인 채 김상규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마! 내가 김상규야! 어데 어린노무 새끼가 반말 찍찍 내뱉고 지랄이고!”

그러자 그의 우측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남자, 최병천 변호사와 그의 좌측에 앉아 서로 떠들고 있던 두 남자, 김명길과 서용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김상규를 바라봤다.

“약이 목청을 키워주는 약인가?”

강철은 그대로 김상규의 뒤로 가 그의 어깨를 양손으로 눌렀다.

“근데 말이야. 조민석 대행하고 비교하면, 보이스 자체가 좋지가 않아. 그래서 고함쳐봤자, 딱히 위압감은 안 느껴져.”

강철의 입에서 조민석의 이름이 나오자 김상규의 눈이 살짝 떨렸다.

“조민석이가 보냈나?”

김상규의 물음에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아아악-!”

대신, 손가락을 구부려 그대로 김상규의 양 쇄골을 누를 뿐이었다.

김상규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5초 정도 그렇게 힘을 준 후, 강철은 다시 손가락을 펴고는 김상규의 귓가에다가 대고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조심해. 회장 대행한테, 조민석이라니. 아무리 근본 없는 깡패라지만, 선을 넘잖아.”

“이 개 같은 노무 새끼…… 조민석이가 시키드나?”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꽈악-!]

“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두 차례 더 고통이 가해진 뒤에야, 김상규의 언행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조 대행이 시킨 거냐고 묻는다 아이가!”

일단, 강철은 더는 호칭 가지고 그를 고문하진 않았다.

“이건 조 대행하곤 무관한, 우리의 사업 계획이야.”

강철은 어깨에서 손을 놓았다.

그리곤 최병천에게 말했다.

“시작하십시다, 변호사 양반.”

“아, 네.”

최병천은 김상규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주식양수도계약서입니다.”

그는 김상규에게 그가 보유한 대산 지분을 액면가에 주식회사 상해탄 천호본점으로 넘길 것을 차분한 어조로 요청했다.

“이 문디 새끼들이…… 이랄라꼬 조민석 대행이 보내드나? 어? 우리가 좆으로 보이나? 어!”

김상규는 눈에 불을 켜고 화를 토해냈다.

“빨리 끝내자고. 서로 피곤하지 않게. 응?”

[꽈악-!]

“끄아아아아아악-!”

그 뒤로 30분 동안, 강철은 김상규의 쇄골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 강도는 점차 강해져서, 마지막 4번은 손가락 끝에 살짝 오거닉 메탈까지 둘러서 고문을 자행했다.

그리고 결국, 김상규는 굴복하고 말았다.

“마, 마, 다 가져가소. 주식도 넘기고, 다 넘길 테니까, 다 가져가소.”

“진즉에 이렇게 나왔어야지. 새벽 2시 30분이 넘었는데 이게 뭐야, 어?”

강철은 가볍게 김상규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신이 부순 금고에서 꺼낸 김상규의 인감증명서와 도장을 들고 왔다.

그리곤 김상규의 오른손을 풀어줬다.

“자, 직접 찍어.”

김상규는 아무 말 없이 최병천이 건넨 서류에 인감도장과 지장을 기계적으로 찍었다.

“다 됐습니다.”

마침내, 최병천이 서류를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철은 김상규에게 말했다.

“그래도 원금은 지켜냈잖아? 요즘 같은 때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돈은 일주일 내로 입금될 거야.”

그렇게 강철은 김상규의 왼팔을 마저 풀어준 후, 세 사람을 이끌고 사무실을 나섰다.

“허!”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강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를 막고 있는 10명의 건달이었다.

“구태여 피를 봐야 하나?”

강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점마들 잡아! 잡으라고!”

뒤에서 김상규가 고함을 질렀고,

“마 점마 재끼라!”

앞에서 건달들이 강철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두 바닥에 누웠다.

“어이, 김상규.”

순식간에 건달들을 제압한 강철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김상규에게 다가갔다.

“쿨하지 못하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리고, 그의 쇄골을 5분간 더 마사지해주곤, 그대로 해운대 그랑마인호텔을 떠났다.

4.

과연 예상대로, 김상규는 박규찬에게 강철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6월 20일 일요일 저녁 7시에 강철은 연제구 나이트클럽 ‘대끼리’ 스테이지에서 신나게 술 취한 유부녀와 부비부비하고 있던 박규찬을 미남교차로에 자리한 그의 사무실로 납치할 수 있었다.

“마, 마, 마, 다, 다 가져가소. 내, 내는 마 대산에 별 미련 없으니까.”

김상규와의 차이점이라면, 납치 과정에서 박규찬이 상당한 저항을 했다는 점과 나이트클럽 복도에서부터 주차장까지 그를 따르는 건달들이 덤벼들었다는 점 그리고 미남교차로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한바탕 큰 싸움이 났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점 덕분에, 강철의 무력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한 박규찬은 김상규처럼 무식하게 버티거나 하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음으로써 고문을 피할 수 있었다.

“고문님.”

저녁 9시.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명길은 강철에게 물었다.

“내일은 우예 좀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어째 저라도 거들가예?”

김명길의 물음에 강철은 피식 웃었다.

“대표가 나서서 주먹질을 하면 쓰나? 그건 내가 할 일이니까, 김 대표는 그냥 가만히 주식이나 양도받을 준비 하고 있어.”

“마…… 알겠십니다.”

김명길이 입을 다물자, 이번에는 서용태가 입을 열었다.

“근데 저 부산 조폭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가만 안 있겠지.”

“아니 뭐…… 솔직히 그…… 고문님이 지지는 않겠지만, 다른 게 아니라 저 양반들이 조민석 대행한테 이 일을 다 말해버리면…….”

“말해버리면, 조민석이가 뭐 날 어떻게 할까 봐?”

“아니…… 그건…….”

서용태가 말을 못 하고 우물거리자 강철은 뒷좌석에 앉은 최병천 변호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봐, 변호사 양반. 우리가 김상규하고 박규찬이랑 맺은 계약서에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물음에 최병천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인감도장을 찍었고, 인감증명서 사본까지 첨부돼 있습니다. 거기다 자필서명에, 지장까지 찍혀있는, 법적으로 아무런 흠결이 없는 계약서입니다.”

그 말에 강철은 서용태를 바라보며 대답이 됐느냐? 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용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변호사 양반이 아주 깡이 좋으시네.’

강철은 백미러로 최병천을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자칫 자신도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병천은 항상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이사회 개편할 때, 사외이사로 부르거나 아니면 아예 법무이사 자리를 하나 만들어서 우리 전속으로 만들어도 되겠어.’

그 기개가 마음에 들었기에, 강철은 이사회에 넣을 자기 사람 명부에 그를 기입했다.

한편,

같은 시각, 서울 잠실 펜트하우스에서, 조민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와인을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상해탄 천호본점이 지방 주주들 지분을 흡수하고 다닌다라…….’

어제 그리고 오늘 조금 전, 조민석은 부산의 두 주주, 김상규와 박규찬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들은 강철과 조민석을 싸잡아 욕하며, 앞으로 낙동강 넘기만 하면 그 즉시 발목을 잘라버리겠다느니, 여름에 해운대 놀러 오면 그대로 바다에 처박아 버리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강대산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조민석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조민석은 그들을 달래었고, 그들로부터 주식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라는 요구를 받은 후, 일단 통화를 끝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조민석은 와인 잔을 내려놓고, 폰을 꺼냈다.

그러나, 강철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 그는 망설임 끝에 다시 폰을 내려놓고 말았다.

“후우…….”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

그리고 그 모습을 안방 문틈 사이로 바라보던 유아영은, 조심스럽게 안방 문을 닫고 백유진에게 조민석의 상태에 관한 문자를 보냈다.

5.

6월 21일 오전 9시.

부산 사하구 감천항.

발전소와 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강철은 차에서 내려 냉동창고를 향해 걸어갔다.

“어이, 해커 양반.”

차에는 김명길과 최병천을 남겨둔 채, 강철은 서용태를 이끌고 가며 그에게 물었다.

“이거 말이야. 위치추적기.”

“네.”

“정확한 거 맞지?”

“아, 네. 맞습니다. 오차가 100m 이내라서, 아주 정확합니다.”

“근데 이거 폰이 켜져 있어야 추적 가능한 거 아닌가?”

“아, 네. 맞습니다.”

“꺼져 있으면 추적은 불가능하고?”

“꺼지기 직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렇구만.”

“그…… 왜 그러십니까?”

“여수나 목포 정도 가면…… 잠수탄 놈을 잡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둘은 창고 입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흔한 경비원도 안 보인다라…….’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공기에, 강철은 피식 웃으며 문을 발로 찼다.

[꽝-!]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강철의 눈에, 입김을 내뿜으며 대기 중인 25명의 건달이 들어왔다.

“따까리들을 동태로 만들 생각인가?”

강철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건달들 뒤편, 겹겹이 쌓아 올린 생선 상자 위에 앉아 아침부터 소주를 빠는 대머리 장년 남성에게 말했다.

“마, 여름이라 동태 안 되니까, 걱정 마소.”

장년 남성, 조준규는 그렇게 말한 후, 강철을 보며 물었다.

“박 사장 말로는 조민석이는 모르는 일이라 카던데, 당신 뭐요?”

그 물음에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3분 안에 끝내고, 마저 대화 나누지.”

대신, 그 말만 남기곤, 그대로 입김을 내뿜는 건달들을 향해, 양다리에 오거닉 메탈을 두른 채 돌격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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