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이이제이 (1)
1.
[타앙-!]
총성이 울리고, 최창만의 왼쪽 가슴에 구멍이 나며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창만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죽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것은 대한민국 검사는 결코 깡패의 손에 죽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풀썩-!]
최창만은 눈을 뜬 채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 어…… 어……!”
김형만은 당황했다.
그는 그저 강철로부터 조선족 조직 흑룡방의 간부급 조직원 한 명과 함께 최창만에게 찾아가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최창만에 대해 강철이 뭔가 일을 꾸민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설마 살해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김형만은 강철이 최창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겠거니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김형만은 마치 자기가 총에 맞은 것처럼 당황해했다.
그런 김형만에게 강철은 말했다.
“어이, TMI.”
“네, 네!”
“뭐 하고 있어? 계속 거기 있을 거야? 그쪽이 범인 할래?”
“네, 네?”
강철은 김형만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가볍게 그의 뺨을 손으로 톡톡 친 후 리볼버 권총을 바닥에 누워 있는 흑룡방 부두목 장석산의 손에 올려놓았다.
“차에 올라타. 3분 내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김형만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았다.
강철은 최창만의 차로 가 블랙박스 유무를 확인했다.
‘없구만.’
최창만의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었다.
강철은 피식 웃고는 김형만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출발해.”
“어, 어디로 말입니까?”
“조민석이 집으로.”
“아, 알겠습니다.”
차는 곧 현장을 떠났다.
현장에는 기절한 장석산과 죽은 최창만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끄으으…….”
장석산이 깨어났다.
“뭐, 뭐이야 이거?”
깨어나자마자 장석산은 자신의 손에 들린 묵직한 쇳덩어리의 감촉에 화들짝 놀랐다.
‘총?’
그리고 그는 곧 피 웅덩이 위에 누워 있는 최창만을 발견했다.
‘뭐, 뭐이야 이거!’
그는 당황했다.
“아즈바이! 아즈바이 어데있소!”
그는 김형만을 불렀다.
당연히 대답이 되돌아올 리가 없었다.
“이런 썅! 개새끼가!”
장석산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자각했다.
그는 도낏자루로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했다.
‘이 개새끼 잡히면 가마이 아이 놔둔다. 봉오기를 잘라다가……’
그렇게 김형만을 저주하고 있을 때,
[철컥-!]
또 다른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바짝 붙었다.
“무기 버리고 손들어.”
백유진이었다.
2.
정보국장의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2년간 대산그룹 사찰을 지휘하던 한동수 총경으로부터, 작전의 폐기와 선병호의 기록 말살을 전해 받고서, 백유진은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경찰 조직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그녀를 감쌌다.
과연, 내가 죽었을 때, 조직은 내 복수를 해줄까?
그런 의문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때, 그녀는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앞뒤 전달사항도 없이 주소 하나와 날짜, 시간만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문제는 발신자가 선병호라는 것이었다.
‘병호 선배. 살아 있는 거야? 살아 있는 거라면…… 살아 있는 거라면…….’
6월 12일 토요일 밤 8시 35분.
백유진은 송파구 거여동에 자리한 대산그룹 시멘트 공장 부지에 도착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2011년 하반기부터 가동이 시작될 공장은 겉에서 보면 영락없는 폐허였다.
그런 곳으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잠입했다.
그러나 잠입이라 표현하기에는, 보안도 없었고 그 흔한 경비원도 보이지 않았기에, 다소 김이 빠지는 모양새긴 했다.
하지만 백유진에게는, 깡패로 바글거리는 대산그룹 소굴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긴장되는 일이었다.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공장 부지에 들어선 후 백유진은 선병호의 경찰용 폰으로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그러나 전화기는 계속해서 꺼져있는 상태였다.
‘영장만 받으면…… 그러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발신지를 추적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그리고 계속되는 선병호의 연락에 갑갑함을 느끼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녀가 숨소리마저 죽인 채 내부를 탐색하고 있을 때,
[타앙-!]
한 발의 총성이 반대편 건물에서 울려 퍼졌다.
‘총?’
그녀는 곧장 권총을 꺼냈다.
그리곤 최대한 몸을 숨긴 채 총성이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잠시 후, 그녀는 그곳을 떠나는 차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 뭐야?’
그녀는 곧장 차를 뒤쫓았다.
그러나 당연히 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번호…… 번호가…… 7로 시작했는데…… 아 씨!’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이내 차를 쫓는 걸 포기하곤 총성이 들린 건물로 달려갔다.
거기서, 그녀는 볼 수 있었다.
한 손에는 도끼를, 다른 손에는 권총을 쥔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대머리 남자 한 명과 그 남자의 맞은편에서 피 웅덩이 위에 누워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백유진은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곤 대머리 남자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거리가 완벽하게 좁혀져서, 대머리 남자에게서 풍기는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를 때쯤, 권총으로 그의 머리를 겨누었다.
“무기 버리고 손들어.”
그녀의 명령에 장석산은 순순히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겨, 경찰이오?”
“무기 버리고 손들어.”
“아, 알겠소. 알겠으니까, 총 쏘지 마시오. 나도 피해자요.”
장석산은 먼저 권총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도끼를 내려놓기 위해 살짝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장석산은 도끼를 내려놓지 않았다.
[휘익-!]
대신 빠르게 몸을 돌려 도끼로 백유진의 복부를 베어나갔다.
백유진은 재빨리 그것을 피한 후 총구를 장석산의 도끼날에 겨누었다.
“야이 개보대같은 년아 공포탄 가지고 쇼하지 말……”
[타앙-!]
[까앙-!]
백유진의 총구에서는 실탄이 발사됐다.
탄환은 그대로 도끼날을 강타했다.
장석산은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그만 도끼를 놓치고 말았다.
‘시, 실탄?’
장석산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는 그대로 손을 앞으로 내밀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백유진은 그런 장석산에게 다가가 수갑 채운 후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피 웅덩이 위에 누운 시체를 확인했다.
‘잠시만…… 설마…… 최창만?’
곧 그녀는, 죽은 시체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강대산만큼이나 자주 사진으로 봐온 인물이 최창만이었으니까.
‘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장석산이 들고 있던 권총을 확인했다.
‘S&W M60……. 잠시만 설마…….’
백유진은 장석산의 멱살을 잡고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저 권총…… 저거 어디서 났어?”
장석산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변호사 불러주시오. 변호사 없인 말 안 할 거요.”
“이 개새끼야! 지랄하지 말고 빨리 말해! 저 권총 어디서 났어!”
장석산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때맞춰, 총성이 울렸다는 익명의 신고를 받은 송파경찰서 소속 순찰차 2대가 백유진이 있는 곳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백유진은 순찰차에서 내린 송파경찰서 경찰관의 제지에 그만 장석산의 멱살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3.
조민석의 아파트 주변에 배치돼 있던 강대산 측 감시 인원은 모두 인천으로 간 상태였다.
그랬기에 김형만은 강철을 모시고 아주 편안하게 단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저기…… 회장님한테 계속 전화가 옵니다.”
김형만의 말에 강철은 짧게 대답했다.
“무시해.”
그리고 그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저, 저는 어떻게 합니까?”
김형만의 물음에 강철은 마찬가지로 짧게 대답했다.
“기다려.”
그대로 강철은 펜트하우스 층까지 올라갔다.
문을 열고 강철을 반겨준 것은 유아영이 아닌 조민석이었다.
“어, 어떻게 됐소?”
강철은 다급해 보이는 조민석을 한 차례 바라보고, 그 뒤에서 마찬가지로 초조해하는 유아영을 한 차례 바라본 후 말했다.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그대로 강철은 조민석과 함께 안방 거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됐소?”
조민석의 물음에 우선 강철은 그에게 소파에 앉으라 손짓했다.
그리고 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어 불을 붙였다.
“말 좀 해 보시오. 도대체 어떻게 됐소!”
강철의 그러한 여유로운 모습에 조민석은 바짝 약이 올랐다.
그런 조민석에게 강철은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최창만이 부조금 준비나 해.”
조민석은 눈을 부릅떴다.
“저, 정말로? 정말로 최 검사를?”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니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그런 짓을 벌인 거요!”
“강대산이가 알아서 감당하겠지.”
“강 회장이?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이오?”
강철은 그제야 자신의 작전을 모두 조민석에게 알려주었다.
“흑룡방이라고 대림동 조선족 조직 하나가 강대산이하고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는 관계라더라고.”
“그, 그렇게 알고 있소, 나도.”
“그래서 흑룡방 부두목을 김형만이더러 최 검사한테 떡값 건네는 현장에 불러오라고 했어.”
“그, 그래서?”
“부두목을 기절시키고, 최창만이한테 총을 쐈지.”
“초, 총을?”
“그리고 부두목 손에 총을 건네주고 빠져나왔어.”
강철은 씩 웃으며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조민석은 잠시 인상을 찌푸린 채 흔들리는 눈빛으로 강철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가볍게 탄성을 내지르더니 강철에게 말했다.
“이 모든 걸…… 강 회장한테 뒤집어씌우겠다, 그거요?”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 잘못하면, 하나라도 삐끗했으면, 실패했을 작전이었소.”
“그래서 하나라도 삐끗 안 하게 내가 다 판을 짰잖아.”
“김형만이가 그쪽을 배신했더라면, 역으로 당할 수 있는 작전이었소.”
“그 인간은 날 배신할 수 없어.”
“어떻게 장담하신 거요?”
“배신하지 못할 만큼 큰 공포를 심어줬거든.”
조민석은 대충 어떤 건지를 알겠단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에게 강철은 말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조선족 부두목은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을 거야. 우리가 떠나고 나서 바로 경찰이 올 수 있게 내가 또 세팅해뒀거든.”
조민석은 더는 탄성을 내뱉지도, 한숨을 내쉬지도 않았다.
“…… 내 차를 이용해 강 회장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상태에서…… 흑룡방을 이용해 최 검사의 죽음이 강 회장의 짓인 것처럼 꾸민다…… 하!”
조민석은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리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연기를 코로 내뿜으며 가만히 강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열아홉 고삐리 대가리에서 나올 작전이라고? 아니 그래…… 고삐리라도 이 정도 생각은 할 수 있겠지. 근데…… 이런 무모한 짓을 실행할 담력이 과연 열아홉 고삐리의 것일 수 있을까?’
조민석은 생각했다.
‘용수가 이번엔 실수를 한 모양이야.’
그리고 또 생각했다.
‘아니면 용수마저도 저 인간의 손에 놀아난 걸 수도 있고.’
조민석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런 조민석을 향해 강철은 말했다.
“이젠 그쪽이 준비를 좀 해줘야 할 차례야.”
그 말에 조민석은 다시 눈을 뜨고 강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준비?”
“강대산이를 파묻어버릴 준비.”
강철은 씩 웃었다.
강철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