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역습 (2)
건달들은 조 내에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었다.
대열의 중앙에 서 있는 인간이 몸빵이었고, 좌우 첫 라인에 있는 인간들이 교란꾼이었으며, 맨 마지막 라인에 있는 두 사람이 공격수였다.
그랬기에 강철이 처음 상대한 사람은, 살과 근육의 비율이 얼추 비슷해 보이는 덩치였다.
[휙-!]
강철은 양쪽 다리를 무릎 아래까지 오거닉 메탈로 덮은 상태에서, 그 자리에서 도약해 정면의 덩어리를 공격했다.
강철의 공격이 향한 곳은 덩어리의 가슴팍이었다.
[퍼억-!]
엄청나게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헉-!”
그리고 동시에 덩어리는 뒤로 다섯 바퀴나 밀려나다가 두 차례 구른 후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뻗은 상태로 덩어리는 입에서 피 섞인 게거품을 뿜어댔다.
그 강한 일격에, 좌우 첫 라인에 있던 교란꾼들이 당황했다.
[빠박-!]
강철은 양쪽 다리를 쫙 찢어 두 교란꾼의 좌우 관자놀이를 발뒤꿈치로 가격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필름이 끊기듯, 휘청이다가 쓰러져버렸다.
“에잇-!”
그와 동시에 공격수들이 빠르게 칼로 강철의 허벅지를 노렸다.
그 순간, 강철은 다리의 오거닉 메탈을 풀고 양손으로 위치를 바꾼 채 허공에서 칼을 잡았다.
“어?! 어?!”
그리고 강철은 허공에서 칼을 잡은 채 땅으로 착지한 후 두 건달을 들어 올렸다.
칼자루를 놓지 않고 있던 두 건달은 강철의 힘에 딸려 올라갔다.
그들이 허공에서 당황하고 있을 때, 강철은 둘을 허공에서 충돌시켰다.
[쿵-!]
“커헉-!”
“크억-!”
그 충격에, 둘은 그만 칼자루를 놓았다.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둘을 강철은 주먹으로 쳤고, 허공에서 강철의 주먹에 턱과 인중을 맞은 두 건달은 그대로 의식을 잃은 채 바닥과 키스하고 말았다.
“쫄지마, 새끼들아!”
순식간에 한 조가 제압당하자 건달들 사이에 파문이 일었다.
그 파문을, 건달 중 유일하게 무기를 들지 않은 남자가 목청껏 소리 지르며 가라앉혔다.
건달들은 살짝 흥분한 상태에서, 강철을 조여왔다.
“느려.”
강철은 그들의 움직임에 간단한 평을 남기곤, 그들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칼 두 자루가 강철의 귀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강철은 그걸 잡아 날을 부러뜨리곤, 날을 잡은 상태로 주먹을 쥐어서 그대로 칼 주인들의 안면을 뭉개버렸다.
교란꾼의 칼질을 그렇게 막고 나면, 몸빵 역할을 하는 놈이 강철을 끌어안으려고 달려들었다.
강철은 이마에 오거닉 메탈을 두른 채 몸빵의 면상에 박치기를 날렸고, 몸빵의 코가 주저앉고 앞니가 피와 함께 허공에 날아오를 때, 양쪽 허벅지로 오거닉 메탈을 돌렸다.
[까강-!]
그러면 거의 동시에 강철의 허벅지를 공격수들의 칼 두 자루가 찔렀고, 스파크와 함께 칼날의 이가 빠지거나, 아예 칼날 자체가 부러지기도 했다.
그 모습에 두 공격수가 당황해서 한동안 멈칫하고 있으면, 곧장 그들에게 강한 뒤차기가 날아들었다.
말의 발길질보다 더 강한 발차기에 정통으로 턱을 맞은 공격수들은 그대로 턱이 부러진 채 의식을 잃었다.
그러면 강철은 그 상태에서 한 바퀴 돌아 착지한 후 다음 타깃을 찾아 돌격했다.
싸움은 그것의 단순한 반복에 불과했다.
처음에, 건달들의 조직적인 모습에 살짝 기대했던 강철은, 그러나 이내 너무도 쉽게 제압당하고 와해되는 모습에 살짝 실망했다.
그리고 그 실망감 속에서, 강철은 기계적으로 건달들을 하나하나 제압해 나갔다.
[빠악-!]
[풀썩-!]
마침내, 일곱 개 조 중 여섯 개가 와해됐다.
그때쯤, 강철의 입에 물린 담배는 3분의 2 정도가 타올라 있었다.
강철은 마지막 남은 조를 바라봤다.
“뭐, 뭐해 이 새끼들아! 저 새끼 잡아!”
건달들 사이에 일어난 파문을 샤우팅 한 방에 가라앉힌 주인공은, 자신의 양 라인에 선 네 명의 건달에게 돌격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사기 진작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씨발…….”
네 명의 건달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눈을 질끈 감은 채 강철에게 돌진했다.
한 놈이 칼을 얼굴에 휘두르면, 다른 놈은 가슴에, 또 다른 놈은 등에, 마지막 놈은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으려 했다.
상당히 조직적이었지만, 엉성했다.
강철은 그들의 칼질을 일일이 피한 후 가볍게 잽으로 놈들의 턱을 건드려 주었다.
이내 네 명의 건달도 제압당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담배는 거의 꽁초가 다 돼 가고 있었다.
강철은 마지막 남은 놈을 바라봤다.
“…… 씨발…….”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욕지기를 내뱉는 놈에게 강철이 물었다.
“강대산이 직속인가? 아니면, 강대산이를 인천에서 따르는 추종 세력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강대산이가 인천에서 생활하는 어중이떠중이들 불러 모은 건가?”
그것은 대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었다.
“실망이야.”
강철은 놈에게 다가갔다.
“이 새끼가!”
놈은 주먹을 꽉 쥔 채 특이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철은 발걸음을 멈췄다.
“허.”
그리곤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 스텝…….’
놈이 밟는 스텝은, 강철의 눈에 굉장히 익숙한 것이었다.
강철은 꽁초가 다 돼 가는 담배를 바닥에 뱉었다.
그리곤 가볍게 몸을 푼 후 자신도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 스텝은, 놈의 스텝과 상당히 유사했다.
그걸 확인한 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야…… 너…… 설마?”
그 물음에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타탓-!]
[휘익-!]
대신 빠르게 스텝을 밟아 놈에게 가까이 다가간 후, 그대로 돌려차기를 놈에게 날렸다.
[빠악-!]
정확하게 강철의 뒤꿈치가 놈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놈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그 자리에서 휘청인 후 쓰러졌다.
‘김천식 사범 대학 후배인가?’
쓰러진 놈의 스텝은 회귀 전, 강철에게 천식류 태권도를 가르쳐준 초능력자 김천식 사범의 시그니처 무브였다.
『태권도뿐만이 아니야. 복싱도 그렇고, 거의 모든 타격 무술은 스텝이 중요해. 스텝만 잘 밟아도, 그래플링에 안 당할 수 있고, 역습까지 가할 수 있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김천식 사범과의 연결고리 혹은 그것으로 추정되는 자를 향해 강철은 침을 내뱉었다.
그리곤 새 담배를 꺼내 물고서, 불을 붙였다.
“해, 행님!”
그 순간, 등 뒤에서 김명길이 목청이 찢어져라 강철을 불렀다.
강철은 빠르게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복부를 노리며 날아드는 칼과 그 칼을 손에 쥔 채 이를 악물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까앙-!]
칼은 정확하게 강철의 위장이 있는 쪽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그러나, 칼은 강철의 살을 가르고 들어가 위장을 휘젓지 못했다.
그저 스파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칼날만 부러질 뿐이었다.
“어, 어? 이 뭐이가?”
회심의 기습을 가하고서 잠시 좋아하던 남자는 4명의 고문기술자 중 하나였다.
그는 굉장히 당황했다.
[뻐억-!]
강철은 그대로 놈의 안면을 주먹으로 갈겨 뭉개버렸다.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김형만에게 다가갔다.
“좋겠수다. 내기에서 이겨서. 숫자가 좀 많다 보니 꽁초가 되기 전에 다 쓸어버리진 못했어.”
김형만은 뒤로 물러나며 남은 고문기술자 세 사람에게 고함쳤다.
“야이, 짱개 새끼들아 저 새끼 막아!”
그 말에 고문기술자들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강철에게 다가왔다.
“개새끼 발모가지부터 봐버리라.”
고문기술자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각자 손에 도끼를 든 채 강철에게 접근했다.
강철은, 그들의 조심성과 보조를 맞출 생각이 없었다.
“성니메, 조심……”
[빠악-! 빡-! 빡-!]
그는 그대로 고문기술자들에게 달려들었고, 그들이 도끼를 제대로 휘둘러보기도 전에, 주먹질 세 방으로 그들의 안면을 뭉개놓았다.
[쩔그렁-!]
세 자루의 도끼가 거의 동시에 바닥에 떨어졌다.
강철은 그 가운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오, 오, 오……!”
김형만은 뒷걸음질 치다가 빠르게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창고 뒤쪽 쪽문이었다.
[휘리릭-!]
그대로 강철은 도끼를 김형만에게 집어던졌다.
[푹-!]
“끄아아악-!”
도끼는 정확하게 김형만의 엉덩이에 날아가 박혔고, 그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강철은 그런 김형만을 내 버려둔 채, 나머지 도끼 하나를 더 집어 들고서 김명길에게 다가갔다.
“해, 행님.”
그리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김명길의 손과 발, 몸통을 구속하던 줄을 도끼로 끊어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고생이 많았어, 김 대표.”
“아, 아입니다. 괘, 괘얀십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마, 뼈는 안 상했으니까, 괘얀은 깁니다.”
강철은 피식 웃었다.
“밖에서 대충 들어보니까, 입을 다무셨다고?”
김명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뭣 하러 입을 다물어? 그냥 적당히 말을 하지.”
“아, 아입니다. 제, 제가 우예 행님을 배신하겠십니까?”
“적당히 지어낸 이야기로 상대를 교란하는 건 배신이 아니야, 이 양반아. 전략이지.”
강철은 김명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후 김형만을 바라봤다.
“끄으윽…… 끄윽…….”
김형만은 엉덩이에 도끼를 박은 채로 기어서 움직이고 있었다.
강철은 그런 김형만에게 다가가 살포시 그의 등을 밟았다.
“아아아악-!”
그리곤 엉덩이에 박힌 도끼를 빼서 김형만의 목에다 갖다 댔다.
그 서늘한 느낌에 김형만은 비명 지르던 것조차 멈추곤 침을 꿀꺽 삼키며 강철에게 말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런 김형만을 향해 강철은 말했다.
“나하고 사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 살려두는 것보단 죽이는 게 이득인 사람, 선을 넘은 사람. 난 이 세 경우 중, 둘 이상에 해당하면 그 사람을 죽여.”
강철은 자신의 살인 철학을 한 차례 읊고는, 김형만에게 선택지를 줬다.
“당신은 선을 넘었어. 업무상 고문이 아니라, 사적인 감정을 담아 고문을 하려고 했잖아. 그것도 직접 자기 손으로.”
“자, 잘못했습니다.”
“살고 싶나?”
김형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신은 내게 증명해야 해.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게, 당신을 죽이는 것보다 더 이득이라는 점을.”
강철은 김형만의 뒷덜미를 잡고는 그를 질질 끌고, 김명길이 앉아 있는 의자로 끌고 갔다.
“김 대표. 일어날 수 있겠어?”
“네, 네, 행님.”
김명길은 강철의 말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끄으윽…….”
“뼈도 상한 것 같은데?”
강철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김형만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곤 도끼를 그대로 김형만의 다리 사이에 내리꽂았다.
[콱-!]
“흐억-!”
김형만은 화들짝 놀랐다.
순식간에 그의 사타구니가 젖었고, 젖은 부위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자, 증명해 봐. 당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내가 왜 당신을 죽이지 않아야 하는지.”
강철의 말에 김형만은 바들바들 떨면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곤 잠시 고민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철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