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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26화 (26/175)

026 역습 (1)

1.

6월 9일 수요일 저녁 7시 45분.

“용수야, 출발해.”

“네, 상무님.”

강철의 연락을 받자마자 조민석은 일단 박용수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

“집 주변에 애들 좀 풀어서 24시간 지키게 하고, 누가 나 출근 안 하냐 물으면 몸이 안 좋아 재택근무 중이라고 하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박용수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조민석은 폰을 꺼내 유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너 지금 어디야?”

[나? 집이지?]

“나 지금 집으로 가고 있으니까, 나 도착하기 전까진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아무도 집안으로 들이지 마. 알았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게…… 아무튼 자세한 건 집에 가서 설명해줄 테니까.”

[알았어.]

조민석이 통화를 끝냈을 때쯤, 차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했다.

“저기 상무님.”

“왜?”

“저번에 말씀하신 그 강 선생 신상정보, 찾았습니다.”

박용수의 말에 조민석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박용수는 품에 넣어 두었던 편지봉투를 꺼내 조민석에게 건넸다.

조민석은 그것을 받아 내용물을 꺼내 펼쳤다.

<학생생활기록부>

그것은, 강철의 생활기록부였다.

“…… 92년생? 뭐야, 그럼 고3이란 말이야?”

조민석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박용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사실, 그래서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고3이라고? 열아홉?”

강철이 처음 조민석을 찾아왔을 때, 그리고 거래 제안을 하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을 때, 조민석은 박용수에게 그의 뒷조사를 지시했다.

사람 찾는 거 하나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대산그룹 조직 내부 평가를 받는 박용수였지만, 그러나 강철의 신상 자료는 쉽게 손에 넣질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강철이 조민석에게 김태영이란 미끼를 던지기에 이르렀고, 조민석은 미처 강철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와 손을 잡고 말았다.

‘겨우 고삐리한테 내가 휘둘리고 있는 거라고?’

젊고, 살짝 미쳐있으며, 냉혹한 살인귀라는 막연하기만 했던 추상적인 이미지가 걷히고, 방화제일고 3학년 11반 강철이라는 실체적인 정보가 들어오자 조민석은 허탈감을 느꼈다.

‘거기다…… 고아…….’

조민석은 생활기록부를 옆자리에 던져놓고 차창을 연 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겨우 고삐리한테…… 아니지…… 고작 열아홉밖엔 안 된 인간이…… 어떻게 그런 광기를 가지고 있는 거지?’

고3에게 이때까지 휘둘려왔다는 사실에 허탈감과 감정적 분노를 느끼던 것도 잠시, 이내 조민석의 상념은 어떻게 고작 열아홉밖엔 안 된 인간이 그렇게 잔혹하면서도 대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넘어갔다.

“너, 이거 제대로 된 거 맞아?”

조민석의 물음에 박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무님. 사실…… 저도 이게 참 우연히 얻게 된 거라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그 백 회장 쪽에서 강 선생을 찾고 있었습니다.”

“백 회장? 설마, 백두산?”

“네.”

“아니, 그 영감쟁이는 또 왜?”

“그 백 회장 밑에서 강서구 쪽 관리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 아들의 귀를 강 선생이 물어뜯었다고 합니다. 같은 반 친구라고 하던데.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뭐?”

조민석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강서구에서 거하게 사고치고 강동구로 왔다? 잠시만…… 그러면 길동이하고는 언제 또 그렇게 인연을 맺은 거지?’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가 아파지는 내용이었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기에 조민석은 일단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일단 지금 당장은 강 회장을 신경 써야 해. 강철이 고삐리인지, 강서구 쪽에서 사고를 쳤든지 그건 당장 고려할 문제가 아니야.’

그렇게 조민석이 침묵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조민석의 잠실 주상복합 아파트에 도착했다.

“용수 너는 경비실이랑 여기 입주자 대표한테 이야기해서 양해 구하고, 최대한 야무진 애들로 모아서 아파트 전체 24시간 지키게 해. 알았지? 안 되면 사설 경비 업체라도 고용하고.”

“네, 상무님. 조치해두겠습니다.”

조민석은 한 번 더 박용수에게 아파트 경호에 신경 쓰라고 신신당부한 후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그래?”

유아영은 조민석이 들어오자마자 그렇게 물어왔다.

“당분간 너나 나나 일단 집에 가만히 있어야 해. 무슨 일인지는 묻지 말고, 며칠만 기다리자.”

유아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혹시…… 회사에 무슨 일 생긴 거야?”

조민석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 조민석의 모습에 유아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이번 주말에 친한 언니랑 강릉 가기로 했는데…… 그것도 취소해야 해?”

그 물음에 조민석은 당연한 걸 묻는단 표정으로 유아영을 바라봤다.

유아영은 더는 묻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조금만.”

조민석은 그렇게 말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아영은 조용히 “씨발.”소리를 내며 백유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2.

수요일 저녁 8시 56분.

인천항.

대산그룹 소유 창고.

“크아아악-!”

지게차와 드럼통, 시멘트 포대 및 여러 잡다한 공구로 가득한 내부에서, 김명길은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의 몸은 의자에 구속돼 있었는데, 몸통은 물론 손목과 발목까지 아주 야무지게 묶여있어 목과 머리를 제외하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 기관이 없는 수준이었다.

“끄으으아악-!”

이미 그의 몸은, 자신의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얼굴은 피멍이 들어 자세히 봐도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제 좀 그만 버티고, 말해보라니까?”

창고 안에는 김명길 말고도 사람이 40명이나 더 있었다.

그중 35명은 김명길을 고문하는 장소를 인의 장벽으로 둘러 마치 성벽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다섯은 그 내부에서 김명길의 고문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중 직접 김명길에게 손을 쓰는 사람은 넷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걸 관전하고만 있었다.

그 한 사람은 강대산의 비서이자 대산그룹 기획조정실장인 김형만이었다.

그리고 김형만은 상당히 지친 표정을 지은 채 김명길에게 애원하는 어조로 말했다.

“아니, 무슨 의리를 지킨답시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야, 응? 어차피 너 원래 오길동이네 식구였잖아, 어? 근데 뭔 의리가 있다고 그 자리 꿰찬 놈 신상은 안 읊는 거야?”

김형만의 말에 김명길은 제대로 떠지지 않는 오른쪽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김형만은 담배를 2대 물어 불을 붙인 후 김명길에게 다가와 한 대를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이봐, 김명길 씨. 그냥 시원하게 그 새끼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조민석이하고는 정확하게 무슨 관계인지 이야기를 좀 해 줘라. 응?”

김명길은 말없이 담배만 피우며 김형만을 노려봤다.

김형만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걸 느끼며 고함을 질렀다.

“아이, 씨발! 말만 해주면 뒤지기 전에 신나게 떡도 치게 해 준다고! 씨발 너 들어올 때 승합차 봤지? 씨발 거기에 내가 인천에서 공수한 씨발 A급들 있으니까, 걔들하고 약 빨고 떡 치다가 죽게 해준다니까!”

처음 김명길이 창고로 잡혀 왔을 때, 김형만은 그가 5분 내로 입을 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의외로 김명길이 굉장히 잘 버티자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크크크크…….”

그런 김형만의 모습에 김명길은 킬킬 웃기 시작했다.

“웃어? 이 씹새가 웃어?”

“…… 마. 이야기 듣고 싶나?”

김명길의 말에 순간 김형만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래. 이야기 듣고 싶으니까 비싼 돈 들여가면서 너 여기까지 모셔온 거잖아.”

“그라믄…… 내하고 떡치게 해준다는 가시나들부터…… 좀 보자. 보고 나서…… 이야기해주든가 할게.”

김명길의 말에 김형만은 피식 웃었다.

“네가 먼저 말해주면, 그때 보여줄게.”

그 말에 김명길은 키득키득 웃더니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뱉었다.

그리곤 김형만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니…… 애미…… 조시다…… 씨밸럼아…….”

그 말에 김형만의 표정이 굳었다.

“아 이 씹새가 진짜…… 야, 이 새끼 아가리 열어.”

김형만의 말에 고문기술자 둘이 김명길의 아가리를 잡아서 벌렸다.

[치이이익-!]

“에으으윽-!”

김형만은 그대로 피우던 담배로 김명길의 혀를 지졌다.

“야, 뺀지 갖고 와.”

담배빵을 다 끝내고, 김형만은 고문기술자에게 명령했다.

곧 펜치가 김형만의 손에 전달됐다.

“씨발 내가 왕년에 꿈이 치과의사였거든? 수학을 못해서 접은 꿈이긴 하지만 말이야. 응? 오늘 씨발 내가 일일 치과의사 한 번 돼 줄게. 야, 꽉 잡고 있어.”

그러고서 김형만은 펜치로 김명길의 위쪽 앞니 하나를 붙잡았다.

“자, 힘주지 마라, 잇몸 찢어진다?”

1시간이나 기다린 피로감, 계속해서 문자로 닦달하는 강대산의 압박 그리고 비협조적인 김명길의 태도까지.

그 모든 게 응축된 분노를 김형만은 펜치를 통해 쏟아내려 했다.

[쾅-!]

그 순간, 거친 소음과 함께 창고로 들어오는 쪽문이 열렸다.

김형만도 고문기술자들과 인의 장벽을 쌓고 있던 건달들도, 심지어 김명길도, 모두 시선을 쪽문 방향으로 돌렸다.

“어이, 김 대표.”

양손과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로, 쪽문을 반쯤 부수고서 들어온 남자, 강철이 김명길을 불렀다.

“해이이 어으어어어!”

김명길은 반가운 목소리에, 마치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밧줄을 본 사람처럼 활짝 웃으며 웅얼거렸다.

‘저 새끼구나?’

김형만은 펜치를 김명길의 앞니에서 떼어냈다.

그리곤 그걸 고문기술자에게 돌려주고는 인의 장벽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쪽이 책임자인가?”

강철은 김형만에게 물었다.

“그쪽이 외부조력자신가? 조민석 상무하고 붙어먹었다는?”

김형만의 말에 강철은 씩 웃었다.

“듣던대로 싸움은 좀 하시나 봐? 밖에 세워둔 애들, 나름 인천에서도 이름난 애들인데?”

“강대산이가 시켰나?”

강철의 입에서 강대산의 이름이 나오자 김형만의 표정이 굳었다.

“회장님 성함을…… 그렇게 함부로 내뱉으면 쓰나?”

그러면서 김형만은 허공에다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인의 장벽을 구성하고 있던 건달들이 모두 품에서 회칼을 뽑아 든 채 강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귀하신 몸이시다. 그러니까, 딱 돌아가시지 않을 정도로만 몇 번 담가서 여기로 끌고 와라.”

35명의 건달이 5명씩 한 조를 만들어 7개의 뭉탱이로 나뉘어서 강철을 에워쌌다.

전방과 좌우는 물론 후방 퇴로까지 막혔다.

그들이 전열을 짜는 사이, 강철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불을 붙인 후 연기를 코와 입으로 내뿜었다.

“새끼가 마술쇼도 할 줄 아냐?”

그 모습을 보고 김형만이 비웃었다.

그런 김형만에게 강철이 말했다.

“어이, 우리 내기할까?”

“내기는 무슨.”

“이 담배가 먼저 꽁초가 될지, 당신 따까리들이 먼저 바닥에 누울지.”

그리고 강철은 움직였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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