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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11화 (11/175)

011 윗선 (3)

3.

5월 29일 밤 11시 5분.

잠실역 역세권 주상복합 아파트 펜트하우스.

그곳 안방 거실에서 조민석은 소파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누구지?’

조금 전 통화를 끝낸, 정체 불명의 남자.

다소 앳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연식이 있어 보이는 목소리와 말투.

오길동과 선병호를 담근 자.

‘병호 말대로 독단으로 행동하는 싸이코인가? 아니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일단 조민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자 다시 전화를 켜서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용수야. 너 지금 당장 한 30분 내로 애들 모아서 거기 고덕동 쪽 재건축 현장에 갈 수 있지?”

[네? 아…… 네. 가능은 합니다. 근데 어쩐 일로 그러십니까?]

“길동이하고 병호를 담근 인간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모아서 빨리 그쪽으로 애들 보내겠습니다.]

“그래.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니까, 최대한 모을 수 있는대로 모아야 해. 그리고…… 혹시 배후에 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죽이진 말고 무조건 생포해야 해.”

[알겠습니다. 시마이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조민석은 잔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넘겼다.

‘도 전무가 그렇게 되고 나서……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또 모르지. 이 기회에 세력균형을 깨려는 놈이 깽판을 칠지는…….’

조민석은 가만히, 머릿속으로 용의자를 떠올려 보았다.

조직 내 실질적인 2인자에 해당하던 도구삼 전무가 폐암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모두가 조심히 탐색전만 하는 이때, 이런 식으로 분탕질을 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곧 몇 떠올랐다.

‘확실히 하려면 일단 생포해야지. 생포해서 회유를 해보건 아니면 이빨 몇 개를 뽑건 하면 누군진 나오겠지.’

아니면, 다른 방법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내가 원하는 사람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게 만들 수도 있을 거고 말이야.’

“오빠~”

그때, 안방에서 간드러지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웃차.”

조민석은 와인을 쭉 들이켠 후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용수는 잘 처리하겠지. 길동이나 병호랑은 차원이 다른 강골이니까.’

그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가운을, 아무런 속옷도 입지 않은 맨몸 위에 슬쩍 걸친 여자가 달려와 안겼다.

여자는 한 손으론 조민석의 목을 감싸 끌어안고는, 다른 손으론 조민석의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심각하게 한 거야?”

여자의 물음에 조민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날 부드럽게 만들어 줘야 할 만한 심각한 통화지.”

그리고 조민석은, 그대로 그녀를 안아 들고서 침대로 향했다.

4.

한참을 달려서, 마침내 차는 밤 11시 33분이 돼서야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해, 행님.”

그리고 김명길은 운전석에서 당황한 목소리로 강철을 불렀다.

“확실히 상무라 다르긴 다르네.”

강철은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 정면에 자리한, 30명 가까운 숫자의 건달들을 바라보았다.

경차는 건설현장 마당에 들어와 있었다.

배후에 있는, 중장비도 드나드는 정문은 경차가 들어서자마자 닫혔다.

정면에는 30명 정도 되는 건달들이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한 채 길을 막고 있었다.

좌우로는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세팅이 돼 있던 건지, 포크레인 한 대와 레미콘 한 대가 길을 막고 있었다.

즉, 도망갈 방법은 없었다.

“이거, 이번엔 땀 좀 뺄 수 있겠네.”

강철은 그렇게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해, 행님.”

김명길도 따라서 내리려 했다.

“넌 그냥 여기 있어.”

강철은 그런 김명길을 차에 내버려 둔 채 천천히 건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면서 그들의 면면을 한 차례 쓱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럴 거란 기대는 안 하고 있다만, 혹시 당신들 중에 조민석 상무라고 있나?”

그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강철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은 했는데…… 그래도 딸랑 이렇게 부하들만 보낼 줄은 몰랐지.”

강철은 건달들과 3m 정도 거리를 둔 채 멈춰 섰다.

그러자 건달들로 된 인의 장막을 젖히고 한 남자가 나왔다.

“나 박용수요.”

그리곤 통성명을 했다.

“어, 난 강철이야.”

“우리 상무님이 강 형을 좀 뵙고 싶어 하는데, 조용히 그냥 따라가는 게 어떠실까?”

“조용히 따라갈 거면 애초에 선병호하고 갔겠지. 안 그래?”

“객기를 부릴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법인데…… 어떻게 그거 하나 모르고서 이러실까?”

박용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인의 장막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상무님이 잡아 오라 하신다. 그러니, 죽이진 말고 어디 한 군데 적당히 부러뜨려만 놔라.”

그런 박용수를 향해 강철은 말했다.

“따까리들 뒤에 숨으면서 거물인 척하는 거, 안 쪽팔리나?”

건달들은 서서히 움직이며, 강철을 에워쌌다.

강철은 30명의 건달이 자신을 에워쌀 때까지 가만히 지켜만 봤다.

잠시 후, 건달들이 나름 전열을 갖추었을 때, 강철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불을 붙였다.

그 모습에, 건달들은 잠시 흠칫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철이 움직였다.

[빠악-!]

양쪽 다리를,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오거닉 메탈로 두른 채 강철은 그대로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빠악-!]

깔끔한 날라차기가 전방에 위치한 건달 하나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크헉-!”

가슴팍을 맞은 건달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고, 뒤에 있던 두 건달은 그 건달을 붙잡으려다 거기에 실린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자빠지며 나뒹굴었다.

“이 새끼가!”

그 즉시, 양쪽에 있던 건달이 강철을 향해, 한 놈은 각목을 휘두르고, 한 놈은 발길질을 갈겼다.

[빠각-!]

각목은 강철의 왼쪽 정강이에 부딪히며 박살이 났고, 한 건달의 발길질은 헛되이 허공만 갈랐다.

[빡-!]

그리고 동시에 강철은 양쪽 발로 두 건달의 가슴팍을 찼다.

그 둘도, 첫 번째 건달과 마찬가지로 입에서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고, 둘을 잡으려던 다른 건달들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부웅-!]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강철의 면상을 노리고 쇠파이프 하나가 날아들었다.

강철은 허리를 뒤로 숙여 그것을 피한 후, 쇠파이프를 휘두른 건달의 턱을 그대로 발로 차며 뒤로 한 바퀴 돌아 착지했다.

[빠악-!]

그리곤 후방에서 그를 노리며 각목을 휘두르려던 건달의 복부를 뒤차기로 걷어 차버렸다.

[빠각-!]

각목 하나가, 뒤차기를 하고자 중심을 잡고 있던 왼쪽 정강이를 갈겼다.

그러나, 각목만 허망하게 부러졌을 뿐, 아무런 데미지도 입히진 못했다.

[빠악-!]

각목을 휘두른 건달은 그대로 강철의 오른발에 면상을 맞고는 쓰러졌다.

‘김천식 사범. 지금은 아직 대학생이려나?’

핵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강철은 많은 적을 만났지만 또 동시에 많은 조력자를 만났다.

그중 하나가 그에게 자신만의 태권도 발차기를 가르쳐준 김천식 사범이었다.

지금, 강철은 그때 배운, 당사자의 말을 빌리자면 ‘천식류 태권도’ 발차기 기술을 마음껏 뽐내며, 회귀 후 정말 오랜만에, 싸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빠악-!]

앞차기로 한 놈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연속 동장으로 뒤차기를 통해 다른 한 놈의 복부를 강타했다.

돌려차기로 동시에 세 놈의 턱을 차올렸고, 내려차기로 한 놈의 어깨뼈를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뻐억-!]

그리고 마지막 한 놈은, 태권도에는 없는 드롭킥으로 면상을 걷어차 제압했다.

“후우……”

꽁초가 된 담배를, 연기와 함께 뱉어 바닥에 버렸다.

그와 동시에 초능력 에너지가 고갈되며, 오거닉 메탈이 해제됐다.

‘피곤하구만.’

강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은 후 가만히 시선을 들어 아직까지 바닥을 밟고 서 있는 남자, 박용수를 바라봤다.

박용수는, 불과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에, 상당히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건…….’

그러다 그는 강철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고민했다.

‘어, 어떻게 하지?’

강철의 초능력 에너지가 고갈됐음을 알지 못하는 이상, 그에게 강철은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에게 저항할 만한 실력이나 무기는 그에게 없었다.

“어이, 박용수라고 했나?”

“네, 네.”

“당신네 상무, 지금 어디 있어?”

5.

5월 30일.

자정이 지나고 또 10분이 지난 시간.

잠실역 역세권 주상복합 아파트 펜트하우스 안방.

“아악…… 아…….”

조민석은 인상을 찌푸린 채 벽을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의 손은 애인의 골반에 올라가 있었지만, 그의 촉감은 사실상 지금 그에게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아래에 깔려, 훌륭한 척주기립근을 보인 채 침대에 엎드려 있는 여자는, 흥분해서 나오는 신음이 아닌, 고통에서 나오는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오빠.”

40분째, 쉬지도 않고 흔들어대는, 그러나 끝을 보이질 않는 조민석을 향해, 결국 그녀는 물었다.

“무슨 고민 있어?”

그 물음에, 조민석은 허리운동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육체적 흥분은 마음의 흥분이 이미 30분 전에 그랬듯, 확 식었다.

그대로 조민석은 침대에서 내려와 가운을 걸친 채 안방 거실로 나갔다.

“뭐야? 자기 혼자만 즐겨놓구? 아니, 즐기긴 한 거야? 오빠!”

여자도 곧, 시스루 가운을 걸치고서 안방 거실로 나갔다.

“무슨 고민 있어? 왜 그렇게 집중을 못 해?”

조민석은 소파에 앉아 궐련형 대마를 피우고 있었다.

여자는 바로 그 옆에 앉아 조민석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빠 오늘 좀 이상하다?”

조민석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쓴웃음을 한 차례 지어 보이며, 연기만 내뿜을 뿐이었다.

“입으로 마무리해줄까?”

여자는 그렇게 물어보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고개를 아래로 가져갔다.

그 순간,

[♩♬♪♭]

인터폰 벨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누구지?”

여자는 다시 고개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안방 거실에 자리한 인터폰을 집어 들었다.

“누구세요? 아, 경비실이에요? 네. 네?”

여자는 조민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용수 씨가 지금 입구에서 출입 대기 중이라는데?”

조민석은 여자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여보내시면 돼요.”

여자는 인터폰을 끊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시스루가 아닌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와서는 조민석을 향해 물었다.

“용수 씨가 이 시간엔 어쩐 일이래?”

[띵동-!]

때마침 현관벨이 울렸다.

“이야. 진짜 빠르게 오네?”

여자는 현관으로 나갔다.

그 순간, 조민석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용수가 시마이하면 전화를 준다고 했지…… 온다고 하진 않았는데?’

슬슬 올라오던 진정 효과가 싹 날아갔다.

조민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이야. 집 참 좋수다.”

강철이 안방 거실로 들어섰다.

“그쪽이 조민석 상무요?”

그리곤 조민석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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