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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10화 (10/175)

010 윗선 (2)

[까앙-!]

스파크와 함께, 이번에도 소음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순간적으로 마치 금속처럼 반들반들해져 있던 강철의 피부가 도로 사람의 것으로 되돌아왔다.

“이 씨발 저 새끼 뭐야!”

선병호는 당황했다.

그는 분명히 보았다.

자신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갑자기 강철의 목 위의 피부 전체가, 심지어 머리카락까지도 금속처럼 반들반들해지는 것을.

그리고 미간에 명중한 탄환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튕겨 나가는 것을.

“이 씨발-!”

선병호는 그대로 들고 있더 리볼버 권총을 강철의 면상을 향해 세게 집어 던졌다.

강철은 가볍게 자신의 얼굴로 날아드는 권총을 허공에서 낚아챘다.

그러나 선병호는 권총을 집어 던지자마자 도망쳤기에, 그 장면은 미처 보지 못했다.

‘도, 도망쳐야 돼! 조, 조 상무님한테 벼, 병력을 요청해서……’

안일함.

강철이 처음, 그에게 지적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선병호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안일했음을.

그랬기에 그는 이제는 확실히 준비하기 위해, 일단 먼저 도망치기로 했다.

[탁-!]

“헉-!”

그러나 그의 계획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해, 행님! 자, 잡았십니다!”

그때까지, 그 누구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던, 상처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김명길이, 하필 선병호의 도주로 한 복판에 누워 있던 그가 선병호의 발목을 문자 그대로 잡아버렸다.

“이, 이 새끼가! 이거 안 놔?!”

선병호는 당황하며 자기 발목을 잡은 김명길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김명길도 악이 받칠 만큼 받친 상태였기에,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잡고 있는 손에서 힘을 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거 놔 이 돌대가리 새끼야!”

선병호는 그대로 김명길의 머리를, 아직 잡히지 않은 발로 밟기 시작했다.

[빡-!]

“크악-!”

그러나 미처 그의 발길질에 김명길이 손에서 힘을 놓기도 전에, 강철의 발길질이 먼저 선병호의 옆구리에 날아들었다.

선병호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자빠졌고, 그제야 김명길은 선병호의 발목을 잡은 손에 힘을 뺐다.

[빠악-!]

“크악-!”

강철은 누운 선병호의 옆구리를 몇 차례 발로 걷어찼다.

선병호는 몸을 웅크린 채 강철의 구타에 일방적으로 방어만 했다.

한동안 말없이 선병호를 구타한 강철은 이내 구타를 멈췄다.

그리곤 누워 있는 그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세운 후 그대로 창고 벽으로 그를 몰아갔다.

[쾅-!]

“크헉-!”

창고 벽에 선병호의 대가리를 박고서, 강철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리볼버 권총을 그의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S&W M60. 경찰 제식 권총이지.”

강철의 말에 선병호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침을 꿀꺽 삼켰다.

“약실 하나는 비워두고, 첫발은 공포탄 그리고 실탄은 나머지 3발.”

강철은 차갑게 웃으며 권총 총구로 선병호의 볼을 찔렀다.

“어이, 범생이 같은 양반. 당신 정체가 뭐야?”

강철의 물음에 선병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떨리는 눈으로 강철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철은 권총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대답하기 싫으시겠지. 근데 말이야…… 한국 경찰이 원래 사람 미간에다가 총질을 했었나?”

그 순간, 강철의 입가에 슬며시 걸쳐져 있던 냉소가 사라졌다.

[푹-!]

“크럭-!”

냉소가 사라짐과 동시에, 강철은, 오거닉 메탈을 두른, 손끝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진 오른손으로 선병호의 목을 찢어 파고 들어가 목뼈와 근육, 혈관을 붙잡았다.

“선은 당신이 먼저 넘었어. 그건 확실히 해 두자고.”

[콰득-!]

그리고 강철은 목뼈와 근육, 혈관을 그대로 뜯어냈다.

선병호는 뜯겨나간 목에서 피를 뿜어대며 그대로 쓰러졌다.

“후우…….”

얼굴에 선병호의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로, 강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른손에 쥐어진 살덩어리와 뼈를 대마밭에 집어 던지고, 왼손으로 쓰러진 선병호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곧 강철은 그의 왼쪽 바지 주머니에서 그의 폰을 찾을 수 있었다.

“얼리어답터시구만?”

선병호의 폰은, 2010년 기준 최신 기종에 해당하는, 향후 12년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미국 전자 기업 ‘애플망고’의 브랜드 ‘아담’ 시리즈의 초기작인 스마트폰 아담-1이었다.

“다행히 비번은 안 걸어두셨네.”

선병호의 주머니에서 아담-1이 나왔을 때, 강철은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보안 장치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모습에 안도하며 그는 통화기록을 열람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최근에 통화한 기록이 있는 <조민석 상무님>이라는 연락처를 발견하곤 씩 웃었다.

“어이, 불독 닮은 아저씨.”

“네, 네 행님.”

“조민석 상무가 이 범생이 양반하고 오길동이 윗선이라고 했지?”

“네, 네. 마, 맞십니다, 행님.”

“제대로 찾았네.”

강철은 그대로 조민석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신호음은 약 15초간 이어졌다.

그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그래, 시마이했고?]

굵직한, 베이스톤 음역대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뚫고서 강철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강철은 진심으로 살짝 기분이 좋아져서 씩 웃으며 말했다.

“이야. 목소리 한 번 기가 막히게 좋수다.”

[……]

강철의 말에 수화기 너머 베이스톤 음역대는 침묵했다.

“그쪽이 조민석 상무요?”

[…… 그쪽이 길동이 담갔다는 그 사람이오?]

“내가 먼저 물어본 것 같은데.”

[병호 폰으로 그쪽이 전화하는 걸 보니…… 병호도 길동이 뒤를 따라갔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맞소?]

“조민석 상무 맞는 모양이네.”

강철은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김명길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았지만, 이미 몸수색을 다 당한 상태에서 구타당했던 만큼, 라이터는커녕 먼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강철은 그런 김명길을 무시한 채 손가락에서 불꽃을 일으켜 불을 붙이곤 연기를 코로 내뿜은 뒤 조민석에게 말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쪽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거 더 만나보고 싶어지네.”

[나하고 만나서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거지?]

“그거야 만나서 이야기하면 알게 될 문제고. 지금 어디야?”

[…… 고덕동하고 암사동 사이에 아파트 재건축하고 있는 곳이 있어. 우리 쪽에서 샷시랑 유리를 맡아서 하고 있는 데 지금 거기서 현장 감독하고 있소. 날 만나고 싶거든 그쪽으로 오시오.]

“이 시간에 현장 감독을 하고 있으시다?”

[마감일이 얼마 안 남아서, 야간작업도 하고 있거든.]

“그래. 좋아. 자세한 길은 뭐 밑에 부하들한테 물어보면 알려주겠지. 곧 보자고.”

강철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선병호의 아담-1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김명길을 보며 물었다.

“불독 닮은 양반. 고덕동하고 암사동 사이에 재건축 현장이 어딘지 혹시 아나?”

“네, 네. 알고 있십니다.”

“오케이. 그럼 됐네.”

강철은 그대로 담배를 바닥에 버린 후, 옷을 벗었다.

그리곤 수돗가로 가 물을 켜곤 얼굴과 목, 머리카락 그리고 손발 등 신체 부위에 묻은 피라는 피는 모두 씻어냈다.

그러고 나서 강철은 김명길이 감금돼 있었던 조그만 창고로 들어가 그곳에서 작업복을 하나 챙겨 입었다.

김명길은 멍하니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다가, 강철이 작업복을 입고 포대 하나를 들고나오자 그제야 물었다.

“와, 와 그라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입고 있던 옷에서 권총과 스마트폰을 빼 작업복 주머니에 넣고 옷은 포대에 넣던 강철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피 묻은 옷 입고 갈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 말에 김명길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강철은 밭두렁 쪽으로 가 기절해 있는 고병우를 발로 건드려서 깨웠다.

“끄, 끄으으…….”

고병우가 눈을 뜨자 강철은 그에게 말했다.

“밖이랑 여기 안이랑 깔끔하게 치워놓고, 당신네 상무한테 연락 오기 전까지 대기하고 있어.”

강철의 말에 고병우는 잠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벽 쪽에 누운 채 피 웅덩이를 만들어낸 선병호를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쓸데없이 객기부리진 마. 죽일 생각도 없는데, 당신을 죽여야 되는 수가 있으니까.”

그런 고병우에게 강철은 경고했다.

고병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강철은 김명길과 함께 대마 하우스 밖으로 나갔다.

“으헉-!”

밖으로 나가자마자 김명길은 바닥에 쓰러져 피 웅덩이를 만들어낸 현봉태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사람 시체 처음 봐?”

강철의 물음에 김명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그래도 보, 봉태가……”

“현봉태는 죽을 만해서 죽었어. 그쪽이 이렇게 잡혀서 맞은 것도 다 이 인간 때문이고.”

“그, 그건 마, 맞는데…… 그, 그래도……”

김명길의 모습에 강철은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보기보다 정이 많은 양반이네?”

“아, 아, 아입니다, 행님. 죄, 죄송합니다.”

강철은 괜찮다는 의미로 몇 차례 더 어깨를 두드려준 후, 슬금슬금 깨어나 바닥을 뒹굴고 있던 두 건달에게 말했다.

“나 지금 당신네 상무하고 면담하러 가는 길이니까, 적당히 여기 밖에 치우고 저 안에도 치워놓은 다음에 대기하고 있어.”

그리고 그는 김명길을 바라보며 물었다.

“차는 몰 수 있겠나?”

“네, 네. 가, 가능합니다.”

“그럼 타.”

현봉태의 재킷 바깥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낸 강철은 그걸 김명길에게 던졌다.

김명길이 운전석에 타고, 강철은 포대를 뒷좌석에 던지곤 조수석에 탔다.

“이봐, 불독 닮은 양반.”

다시 강동구로 돌아가는 길에서, 강철은 차창 밖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김명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나한테 충성을 바치기로 한 거야?”

“네, 네? 저, 저 말입니까?”

“그럼, 여기 당신하고 나 말고 또 누가 있나?”

“아…… 저기 그…… 다른 게 아니라……”

김명길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더듬더듬,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길동이 행님이 그간 제가 모시던 행님이긴 하지만…… 어야든둥 이 행님하고 길동이 행님하고 다이다이 붙어서 길동이 행님이 지가지고 그래 된 거 아입니까?”

“그래서, 이긴 놈 편에 붙겠다?”

“우리가 마 그 무슨 회사도 아이고, 이 달건이면 달건이 답게 싸워서 지면 내려오고 그래야 하는 거 아입니까?”

그 말에 강철은 피식 웃었다.

“어이, 불독 닮은 양반.”

“네, 행님.”

“존경하는 사람 있어?”

“네, 행님. 그 시라소니 행님을 제일 존경합니다.”

강철은 알만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이, 불독 닮은 양반.”

“네, 행님.”

“고생 많았어.”

“네?”

김명길은 강철을 바라봤다.

강철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진 않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됐다.

김명길은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돌리며 말했다.

“아입니다, 행님. 행님이야말로, 고생 많았십니다.”

그 말에 강철은 피식 웃으며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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