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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9화 (9/175)

009 윗선 (1)

1.

4명의 건달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강철에게 접근했다.

한 덩치 하는, 곰을 연상시키는 덩치와 얼굴의 사내가 정면에서 강철에게 다가왔고, 나머지 셋은 밭두렁 후방에서 강철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상무님이 저 새끼 얼굴 좀 보고싶어 하시니까, 죽이면 안 된다. 병우야, 알겠지?”

선병호는 팔레트 위에서 굉장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 표정으로 강철을 노려보며 강철을 향해 정면에서 다가가는 건달, 고병우에게 말했다.

“네, 형님. 걱정 마십시오.”

고병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너클 2개를 꺼내 양 주먹에 끼워 넣었다.

강철은 자신의 전후를 가로막은 배치를 보며 피식 웃고는 담배를 한 대 꺼냈다.

그리곤 불을 붙이지 않고 입에 문 채 고병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곰탱이 같은 아저씨. 아저씨가 모루고, 쟤들이 망치야? 아니면 아저씨가 망치고 쟤들이 모루야?”

강철의 말에 고병우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같이 버르장머리 없는 싸이코 새끼 하나 잡는데 망치와 모루 같은 게 왜 필요하겠니? 엉?”

대답은 선병호에게서 나왔다.

강철은 피식 웃었다.

“웃어?”

그 모습에 고병우도 씩 웃었다.

“내 별명이 천호동 망치였다, 이 새끼야.”

두 사람 간의 거리가 2m가량 남았을 때, 고병우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몸을 날렸다.

마치 거대한 드럼통이 날아가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대로 고병우는 강철의 턱을 주먹으로 갈겼다.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의 주먹은, 그러나 헛되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어이 곰 같은 양반.”

“……!”

동작이 큰 공격을 강철은 가볍게 상체를 아래로 숙이며 피했다.

그리고 동시에 강철은 고병우의 양쪽 다리를 양팔로 감싼 채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동작이 너무 커.”

[쿵-!]

강철은 그대로 고병우에게 태클을 걸어 그를 넘어뜨렸다.

“크헉-!”

고병우는 최대한 고개를 숙여 머리가 땅과 정통으로 부딪히는 건 피했지만, 등에 강한 충격을 받는 건 피하지 못했다.

“망치로 쓰기엔 형편없으시네.”

멸망 이후 8년간 강철의 삶에서 싸움은 마치 식사나 배변과도 같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처음에는 싸우는 게 싫었지만, 점차 싸우다 보니 투쟁심이라는 게 생겼고, 말년에는 싸움을 즐기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동네 건달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지.’

그랬기에 강철은, 고병우의 덩치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고서, 오거닉 메탈을 두르지 않은 채로 그를 상대해 보았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실망이었다.

[빡-!]

강철은 그대로 고병우의 턱을 팔꿈치로 쳐서 그를 기절시켰다.

그리곤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후방을 바라봤다.

뒤에 있던, 고병우보단 작지만 그래도 나름 한 덩치 하는, 꽤 사납게 생긴 건달 셋은 회칼을 꺼내 든 채 천천히 강철에게 접근했다.

“모루 역할 하는 놈들도 다 거기서 거기겠지.”

강철은 그렇게 말하며, 역으로 그들에게 돌격했다.

“헉-!”

밭두렁은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의 넓이였다.

그리고 여기서 두 사람은, 표준 체형을 지닌 사람을 의미했다.

건달들의 체형은 표준보단 확실히 컸기에, 그들은 강철과 1대1로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빠악-!]

선두에 있던 건달은 강철에게 제대로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오거닉 메탈이 둘러진 손바닥으로 뺨을 맞고는 대마밭에 처박혔다.

그 뒤에 있던 건달은 첫 번째 건달이 순식간에 당하자 마구잡이로 강철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칼질은 그리 정교하지 않았고, 곧장 칼의 경로를 읽은 강철은 그대로 놈의 칼을 오른손으로 붙잡아 날을 부러뜨렸다.

[빡-!]

그리곤 오거닉 메탈을 두르지 않은 왼쪽 팔꿈치로 놈의 명치를 때린 후 머리를 붙잡아 대마밭에 처박았다.

“이 씨발 새끼…….”

마지막 건달은 제법 거리를 벌린 채 칼끝을 강철에게 향하게 한 후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흥미가 떨어진 강철은, 그와 어울려주지 않았다.

[휙-!]

“아악-!”

강철은 빠르게 건달에게 다가가 오거닉 메탈을 두른 왼손으로 그의 칼날을 잡아 뺐다.

건달도 제법 세게 칼날을 잡고는 있었지만, 오거닉 메탈로 강화된 강철의 팔힘을 이길 순 없었다.

건달은 팔이 빠질 것 같은 통증에 그만 칼을 쥔 손에 힘을 풀어버렸고, 그렇게 칼은 강철의 손으로 넘어왔다.

[빡-!]

강철은 칼이 아닌, 오른 주먹으로 건달의 턱을 때려 그를 제압했다.

[탁-!]

강철은 칼을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그제야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손가락으로 불을 붙였다.

“후우-!”

모두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분이었다.

그 1분 가운데 고병우에게 태클을 걸고 몇 마디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건달 4명이 정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40초 가량이었다.

‘오길동이보단 좀 한 가닥 하는 놈이길래, 따까리들도 한 가닥 하는 것들일 줄 알았는데…….’

강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막, 그가 뒤로 돌려고 몸을 반쯤 틀었을 때,

[타앙-!]

총성이 대마 농장에 울려 퍼졌다.

“움직이지 마, 이 새끼야.”

어느새 팔레트 더미에서 내려온 선병호가 밭두렁 정면에서 총구에서 연기가 나는 리볼버 권총을 든 채 강철에게 그렇게 말했다.

2.

총.

그것은 문명이 붕괴된 세계에서, 초능력자를 일반인이 잡을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무기였다.

수많은 초능력자가 자신의 초능력을 믿고 까불다가 분노한 일반인이 쏜 총에 맞아 이승을 하직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영지를 만들어 영주로 군림한 초능력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 총기 규제였다.

총기는 오로지 초능력자에게 충성하는, 그의 친위대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전쟁으로 인한 붕괴 초창기에 군부대와 경찰서에서 풀린 총기를 모두 수거하고 관리하는 건 불가능했고, 덕분에 초능력자 영주가 총기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은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강철의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강철은, 그런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초능력인 오거닉 메탈은, 거의 유일하게 총기에 상극인 초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오거닉 메탈.

신체의 모든 부위, 심지어 머리카락까지도 금속으로 바꾸는 이 초능력은, 단순히 근접전에서 절대적인 방어력과 공격력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었다.

군부대에서 탈취한 소총이건 아니면 영주가 개인 대장간에서 만든 사제 총기건, 그 어떠한 총기도 오거닉 메탈을 두른 강철의 몸에 상처 하나 남기질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강철의 초능력이 완전체 수준에 도달한, 멸망 6년 차인 2028년경의 일이었다.

초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그래서 몸 전체를 금속으로 두를 수 없었던 때에는, 강철도 총기를 조심해야 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내가 좀 안일했어.”

선병호는 총구를 강철에게 겨눈 채 천천히 다가왔다.

“근데, 나도 보험이란 건 들고 사는 사람이거든?”

선병호는 씩 웃었다.

“손 머리 뒤로 하고, 무릎 꿇어.”

강철은 가만히 선병호를 바라봤다.

‘저 총…… S&W M60인 것 같은데…….’

강철은 선병호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을 겨눈 총의 브랜드에나 신경을 쓸 뿐이었다.

“내 말 안 들려? 아니면, 범생이처럼 좋게좋게 이야기하니까, 못 알아듣겠어? 이 씹새끼야?”

선병호의 욕설에 강철은 피식 웃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하, 이 씹새끼…… 보니까 나이도 좀 어린 것 같은데 어른 앞에서 담배까지 피우신다? 일단 담배부터 꺼.”

선병호는 계속해서 강철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철은, 그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선병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거, 거기 서 이 새끼야.”

선병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보았다.

“거기 멈춰서 무릎 꿇고 손 뒤로 하라고 이 새끼야!”

그러나 강철은 씩 웃으며 선병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선병호는 뒷걸음질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너 내가 못 쏠 거라 생각하는 거야? 어? 그런 거야?”

선병호는 당황했다.

‘저 새끼 왜 저래?’

총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도리어 가까이 다가오는 강철의 모습은 그의 판단력을 잠시 마비시켰다.

‘썅!’

그러나 마비된 판단력은, 그가 밭두렁 끝자리에 섰을 때, 다시 돌아왔다.

‘어쩔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선병호는 결심했다.

그는 총구로 강철의 왼쪽 허벅지를 겨누었다.

“네가 자초한 거야, 이 씹새끼야.”

[타앙-!]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까앙-!]

하지만, 선병호가 예상했던 그림은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다.

강철의 왼쪽 허벅지에선 피가 터져 나오는 일도 없었고, 강철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일도 없었다.

대신, 강철의 왼쪽 허벅지 부분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쇠로 쇠를 두드리는 소음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뭐, 뭐야?!’

선병호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차분하게 총구를 이번엔 강철의 오른쪽 허벅지를 향해 돌렸다.

그리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까앙-!]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스파크와 함께 시끄러운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씨, 씨발…….’

선병호는 당황했다.

그런 선병호를 향해 강철은 말했다.

“왜 그러실까? 설마, 실탄이 이제 한 발 밖엔 안 남으셨나?”

초능력이 완벽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강철은 총기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오길동과 함께 2인조 떠돌이 해결사로 살면서, 강철은 1주일에 2번 이상은 총기를 든 상대와 마주해야 했다.

오거닉 메탈이 총알을 튕겨낼 순 있지만, 전신을 오거닉 메탈로 두르는 게 아닌 이상, 탄환이 오거닉 메탈이 미처 두르지 못한 곳에 날아들기라도 하면, 그대로 모든 게 끝장이었다.

그랬기에 강철은 총구의 방향과 각도 등을 통해 피탄 지점이 어디일지를 미리 예상하여 오거닉 메탈을 그쪽에다가 선제적으로 둘러야만 했다.

덕분에 강철은, 2026년경 총구와 가늠쇠의 각도만 봐도 어디에 오거닉 메탈을 둘러야 할지를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요령과 능력이 지금, 뜻밖의 총기와의 대면 앞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이 씹새끼가!”

선병호는 다시 총구로 강철을 겨누었다.

‘저 자식이……’

그 방향과 각도를 보고서, 강철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거기서 멈춰. 안 그러면…… 넌 오늘 죽는다.”

선병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강철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선병호를 향해 다가갔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냉랭함만이 남게 됐다는 것 정도였다.

‘어떻게 하지?’

선병호는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여기서 그를 쏘지 않으면 자신이 이 총에 맞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결국,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

[타앙-!]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탄환은 그대로 쏘아져 나갔고, 그것은 정확하게 강철의 미간에 명중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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