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오길동 (2)
“컥-!”
갑작스러운 기습에, 오길동은 미처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머리를 감싸 쥐며 소파에서 떨어져 내렸다.
테이블과 소파 사이 바닥에 누운 채 고통을 호소하는 오길동을 향해, 강철은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빠악-!]
재떨이는 다시 한번 더, 오길동의 머리에 명중했다.
강철은 얼굴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팬티가 내려져 발목에 걸쳐진, 의식 잃은 젊은 여자와 바닥에 누워 호들갑 떠는 오길동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어이, 오길동이. 그렇게 여자 자궁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면 애초에 모친 뱃속에서 나오지를 말았어야지.”
강철은 테이블 위에 있던, 정량의 10% 정도만 차 있는 양주병을 들었다.
그리곤 속에 있는 것을 한 모금 마신 후 오길동을 향해 말했다.
“오길동이, 넌 어떻게 20년 뒤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을까?”
강철의 말에 오길동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저 새끼?’
여유롭게 양주를 마시며, 알아듣지 못할 말만 내뱉는, 앳된 얼굴의 강철을 바라보며 오길동은 천천히 양손 중 한 손을 아래로 내려 뒷주머니에서 칼을 찾아 꺼냈다.
“너 그 칼 휘두르면, 일단 손가락 하나 자르고 시작할 거다.”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은 강철의 말에 오길동은 동작을 멈추곤 침을 꿀꺽 삼켰다.
“너 누구야?”
오길동이 물었다.
“나?”
강철은 잠시 오길동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할까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20년 뒤에 너한테 배신당할 불쌍한 놈.”
“뭐?”
황당한 소리였기에, 오길동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왼손에 칼을 꾹 쥔 채 슬며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밖에 봉태랑 명길이는?”
“아, 걔들 이름이 봉태랑 명길이야? 어 보자…… 불독처럼 생긴 친구는 이름이 뭐지?”
“걔가 명길이지.”
“그래? 그럼 명길이는 지금 기절해 있을 거고, 봉태는 지금 그 명길이 깨우고 있을 거다. 근데, 그건 왜 물어보지?”
“그야……”
오길동은 그 순간이, 자신이 공격할 순간이란 느낌을 확 받았다.
그는 그대로 왼손에 쥔 스위치 블레이드의 칼날을 꺼내 강철에게 달려들고는 그의 허벅지를 쑤셨다.
“이 개새끼가, 어린 놈의 새끼가 싸가지 없게 어딜 감히……”
강철의 목을 오른손으로 붙잡은 채, 허벅지를 사정없이 찌르며, 오길동은 자신의 기습이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 확신은, 이내 확 사그라들고 말았다.
‘찌르는 느낌이……’
그리고 그 순간, 강철의 이마가 그의 콧등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뻐억-!]
“크악-!”
오길동은 코피를 쭉 터뜨리며, 손에 쥔, 날이 부러진 칼을 떨어뜨리곤 그대로 뒤로 날아가 테이블 위에 누워버렸다.
“어이, 오길동이. 그 칼 쓰면 내가 손가락 하나 자르고 시작한다고 했지?”
오길동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강철은 그의 어깨 움직임과 손목의 각도를 보고서, 칼이 어디로 날아들지를 예측했다.
그는 그대로 오른쪽 허벅지를 오거닉 메탈로 둘렀고, 오길동의 칼은 헛되이 강철이 된 그의 허벅지를 찌르다 부러지고 말았다.
칼이 부러진 즉시, 허벅지의 오거닉 메탈을 풀고 이마에 오거닉 메탈을 두른 강철은, 적당히 죽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오길동의 콧등에 박치기를 날렸다.
“보자, 아 저기 있네.”
이마와 허벅지를 손으로 쓱 훑은 강철은, 테이블에 놓인 과도를 발견하곤 그걸 집어 들었다.
그리곤 정신을 못 차리는 오길동의 왼손 검지를 붙잡고 말했다.
“연습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산채로 썰릴 거니까.”
3.
“야, 일어나 이 새끼야.”
강철이 가게로 들어가자마자, 현봉태는 김명길의 뺨을 손으로 때리며 그를 깨웠다.
그러나 김명길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야이 씨, 뒤진 거 아니면 좀 일어나 봐 이 새끼야!”
[짝-!]
숨은 쉬고 있지만, 정신을 못 차리는 김명길의 뺨을 현봉태는 다소 강하게 쳤다.
“으윽…… 으음……”
김명길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살짝 신음하다가 눈을 떴다.
“뭐, 뭐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김명길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새끼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가게로 가야 돼.”
“뭐, 뭔데? 뭔 일인데?”
“아이 씨, 너 줘 패서 기절시킨 새끼가 가게로 들어갔다고!”
“뭐? 아……”
그제야 기절하기 전의 상황을 기억해낸 김명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터진 입술에서 흐르던 피를 손등으로 닦고는 이를 갈며 가게로 성큼성큼 내려갔다.
“이 씨바새끼, 오늘 내 손에 뒤짔다. 이 개새끼.”
김명길은 가게로 들어가자마자, 3번 방으로 돌진하려 했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현봉태는 다급하게 그 뒤를 따라 들어와 김명길을 붙잡았다.
“무기, 무기 챙겨가야지.”
그 말에 김명길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봉태를 따라 창고로 갔다.
그곳에서 현봉태는 망치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김명길은,
[드르릉-!]
[위이이이잉-!]
전기톱을 들어, 시동을 켰다.
“야이 새끼야, 이걸로 뭐 어쩌려고?”
“여야기는? 씨바, 그 개새끼 배때지를 갈라가 내장으로 순대 만들기다.”
“야이 미친놈아. 형님 앞에서 피볼 거냐?”
“쫄리나? 씨바 쫄리면 니는 여서 망치들고 딸딸이나 치라. 씨벌, 물주먹 치와와 새끼야.”
김명길은 그길로 창고를 박차고 나갔다.
“야이 새끼야!”
현봉태는 망치를 들고 그 뒤를 따라 나갔다.
김명길은 씩씩거리며, 3번 방으로 호기롭게 다가갔다.
그리곤 문을 발로 박차고 안으로 들어가며 고함쳤다.
“마! 오늘 씨바 내가 니 배때지 갈라가 소장, 대장으로 순대 만들기니까 쌈장 준비해라!”
전기톱날 돌아가는 소리, 김명길의 쌍욕, 문을 박찰 때 나는 굉음까지.
그 모든 소음에, 이미 오길동의 왼손 검지를 다 자르고 중지를 자르려던 강철은 시선을 입구로 돌려야만 했다.
[부웅-!]
그리고 정확하게, 자신의 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르는 궤적을 그리려는 전기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못 피한다.’
그 판단이 선 순간, 강철은 최대한 에너지를 쥐어짜서, 오른손을 팔뚝까지 오거닉 메탈로 둘렀다.
그리곤 팔뚝으로 전기톱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까가가강-!]
피 대신 스파크가 튀었고, 전기톱이 살을 가르는 소리 대신 금속과 금속이 엉키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어?”
김명길은 자기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김명길의 멍청한 면상에 강철은 테이블 위를 굴러다니던 빈 잔을 집어 던졌다.
[퍽-!]
“크헉-!”
김명길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강철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전기톱날을 오른손으로 잡은 후,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그가 막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을 전기톱에서 놓는 순간, 딱 에너지 흐름이 끊기며 오거닉 메탈이 풀렸다.
‘아슬아슬했구만.’
강철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일단 전기톱 시동을 껐다.
그리곤 여전히 그것을 왼손에 든 채, 정색하며 김명길을 바라봤다.
“어이, 불독 닮은 양반. 당신이 명길이지?”
강철의 부름에 콧등을 부여잡고 있던 김명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네, 네, 네, 네. 지, 지가 김명길입니다.”
그의 태세 변환에 강철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오길동이 구하러 왔나?”
“그, 그, 그, 그게…… 그게 아이라…… 그니까…….”
김명길은 당황했다.
‘이, 이 새끼 뭐고? 방금 팔로 전기톱 막은 거 맞제?’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분명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김명길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강철의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이, 밖에. 치와와 닮은 양반!”
강철은 그런 김명길을 내버려 두고, 밖에서 창을 통해 안을 지켜보던 현봉태를 불렀다.
‘썅!’
현봉태는 속으로 욕하며, 망치를 바닥에 집어 던지곤 안으로 들어갔다.
“네, 네, 네.”
“방금 뭐 던졌어?”
“네, 네?”
“하여튼 오길동이 따까리 아니랄까 봐…… 무식하고 야비하고…… 하여튼…….”
강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사람에게 명령했다.
“어이, 치와와 닮은 양반. 그쪽이 봉태지?”
“네, 네. 혀, 현봉태입니다.”
“넌 저 여자애 어디 다른 데 데려다 눕혀 놔. 혹시 모르니까, 길동이가 밑에다 뭐 묻혀 놨으면 잘 닦아 주고서 팬티 좀 깔끔하게 올려주고.”
“네, 네.”
“그리고 너.”
“네, 네, 네.”
“넌 일단 저기 오길동이 바닥에 내려놓고, 테이블 좀 뒤집어 놔.”
“네, 네.”
강철은 그렇게 말하며 가라오케 기계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제야, 김명길과 현봉태는 테이블 위에 누운 오길동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씨벌…….’
잘린 왼손 검지를 손에 쥔 채 테이블 위에 누워 신음하는 오길동의 시선을 최대한 외면하며, 현봉태는 소파에 누워 있는, 약 탄 커피를 마신 경리를 어깨에 들쳐 맸다.
‘언제 또 여기로 옮겨 놓은 거야, 씨벌.’
여자를 들쳐 메고 밖으로 나가는 현봉태에게 강철은 말했다.
“아, 그리고 갔다 오면서 뭐 밧줄 같은 거 좀 가져와라. 충분히, 4등분 가능한 길이로.”
그리고 강철은 김명길에게 턱짓했다.
김명길도 마찬가지로 오길동의 시선과 신음을 외면한 채, 그를 소파에 눕힌 후, 테이블 위를 대강 치우곤 그걸 뒤집어 놓았다.
“저 가운데에 오길동이 좀 눕혀 봐.”
강철은 그렇게 명령했고, 김명길은 그대로 따랐다.
잠시 후, 현봉태가 노끈을 들고 들어오자, 강철은 그걸 전기톱으로 4분 한 후, 현봉태와 김명길에게 동시에 명령했다.
“그걸로 오길동이 팔다리 저기 테이블 다리에다가 묶어.”
두 사람은 불안한 눈초리로 서로를 살피면서도 그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그대로 따랐다.
“끄으으…… 보, 봉태야…… 명길아…….”
오길동은 힘없이 두 사람에게 자신의 팔다리를 맡기면서도 힘겹게 둘의 이름을 부르며 살려줄 것을 눈으로 호소했다.
그것을, 두 사람은 애써 외면한 채, 그렇게 오길동의 팔다리를 테이블 다리에 고정시켰다.
“나와 봐.”
강철은 두 사람을 치운 후 오길동에게 다가갔다.
“어이, 오길동이.”
[부르릉-!]
[위이이이잉-!]
“나보고 곤조가 있다고 했었지? 그러는 그쪽은 젊을 때 얼마나 곤조가 있었나, 오늘 한번 확인해볼 수 있겠네.”
그리고 강철은, 그대로 오길동의 오른쪽 발목을 전기톱으로 절단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오길동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발작했다.
곧 그의 입에서 게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비명은 그 거품에 막혀서 그의 목구멍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전기톱이 그의 발목을 정강이로부터 완전히 분리했을 때,
“끄윽…….”
오길동은 그대로 죽고 말았다.
“헉!”
“읍…….”
김명길과 현봉태는 그 모습을 보며 헛바람을 들이켜거나, 눈을 질끈 감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응?’
그리고 강철은 오길동이 죽는 그 순간, 심장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열기, 초능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강철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