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다시, 2010년 (2)
[빠악-!]
“으아악-!”
사정없이 휘두른 만큼, 담임은 큰 고통을 느꼈다.
강철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몽둥이로 계속해서 바닥에 누운 담임을 두드렸다.
정강이, 허벅지, 복부, 옆구리, 가슴, 팔…….
머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위를 마치 고기 다지기라도 하듯 강철은 신나게 때렸다.
“겨, 경찰…… 경찰……”
“이사장님이 경찰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해? 지켜만 봐?”
“김 선생님이……”
“내, 내가 어제 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쳐서……”
교사들은 그저 동료 교사가 처맞는 장면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담임에게 맞은 것보다 더 많이 담임을 팬 강철은 구타를 멈추고, 담임의 가슴팍을 아래에 둔 채 서서, 그의 머리채를 잡아 그를 반쯤 일으켜 세웠다.
“어이, 3학년 11반 담임 선생님.”
그리고 담임에게, 마찬가지로 지난 세월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있는 집 애새끼들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려도 그냥 말로 좋게좋게 훈계만 하고 넘어가고, 없는 집 애새끼들은 지각만 해도 이 몽둥이로 허벅지를 10대씩 때렸지?”
강철은 씩 웃으며 담임의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고아들은 애들한테 처맞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좀 부모가 학교에 찾아오고 하면서 자기 자식 케어하는 애들은 가벼운 다툼만 일어나도 금방 개입해서 해결했고 말이야. 응?”
강철은 몽둥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짝-!]
그리곤 담임의 뺨을 때리며 말을 이어갔다.
“야구에서 그쪽이 응원하는 그 베어스인지 트윈스인지가 이기면 살살 때리고.”
[짝-!]
“지면 별로 큰 문제도 아닌 일로 애를 죽일 듯이 줘 패고.”
[짝-!]
“대놓고 애들 앞에서 가난한 애들, 편부모 가정 애들, 고아들 꼽주고.”
[짝-!]
“네가 그러고도 선생이냐?”
[짝-!]
“그게 네가 평소에 말했던 그 교육 철학인 건가?”
[짝-!]
강철은 그대로 담임의 머리채를 놓았다.
이미 혼절한 담임은 그대로 바닥에 다시 쓰러졌다.
강철은 바닥에 던져둔 몽둥이를 다시 들었다.
그리곤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교무실을 쓱 둘러보았다.
교사들은 그의 눈길이 닿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내리깔거나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강철은 그런 교사들을 향해 말했다.
“미리미리 적응해 두십쇼, 당신네랑 그 선배들이 교육을 아주 훌륭하게 한 덕분에, 몇 년 내로 애새끼를 패지도 못하고, 반대로 애새끼들한테 수업 시간에 처맞는 시대가 도래할 거니까.”
그리고 그는 교무실 유리창, 아이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곳으로 몽둥이를 집어 던졌다.
[와장창-!]
유리가 깨졌고, 다행히 아이들이 빠르게 몸을 피한 덕분에, 크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철은 그길로 교무실을 나가 교실로 돌아갔다.
그가 교실로 돌아오자, 아이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푹 책상에 처박았다.
강철은 아이들을 무시한 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빈 가방을 챙겨 메고는, 그대로 교실 앞문으로 나갔다.
그러나, 나가기 직전, 몸을 반쯤 교실과 복도에 걸친 채, 강철은 시선을 교실 내부, 아이들에게로 돌렸다.
그 상태로, 다시 한번 더 급훈을 살핀 강철은, 시선을 아이들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점수 1점 올리면, 집 평수가 바뀐다고?”
강철은 피식 웃었다.
“저딴 개소리 말고, 진짜 내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소리를 해 줄게.”
그러고서 강철은 교실로 도로 들어가 분필로 칠판에 글을 쓰고나서 비로소 교실을 떠났다.
<불의는 외면해라. 하지만 원한은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외면하지 마라.>
3.
사랑의 집.
강서구 방화동에 자리한, 고아원.
강철이 버려진 곳이자, 20여 년을 살았던 곳이며, 다시는 돌아가기 싫어했던 곳.
그곳 입구에서, 강철은 아련함과 경멸, 그리움과 역겨움이 동시에 담긴 복잡미묘한 표정과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철이 오빠야?”
마당 한쪽 구석, 꽃들이 자라는 텃밭에서 혼자 놀고 있던 한 여자아이가 강철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묻은 흙을 털고는 그에게 달려왔다.
“벌써 마쳤나?”
동남방언이 섞인 서울말을 쓰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순간 강철은 속에서 울컥하며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고아원을 바라보며 느꼈던 아련함과 그리움에 슬픔이 더해진 그런 감정이었다.
“그 옷에 그거 피가?”
강솔.
2001년생.
2010년 현재 10살, 초등학교 3학년.
만약 2030년까지 살아 있었더라면, 서른이었을 아이.
유일하게, 그를 인격적으로 대해줬던 인간.
그 아이가 강철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또 누구랑 싸웠나?”
강솔의 말에 강철은 한동안 말을 잇질 못했다.
그러다가 그는 몇 차례 심호흡하여 감정을 추스른 후, 살짝 눈물이 맺힌 상태에서 미소를 지으며, 강솔을 향해 말했다.
“솔이 너는. 왜 학교에 안 갔어?”
“오늘 개교기념일이다 아이가.”
“아, 맞아? 좋겠다.”
“좋기는. 내만 방화중앙초라서 혼자 여기 있다 아이가.”
“그래? 심심하겠네.”
“오빠야는 근데 왜 벌써 왔는데?”
“나?”
강철은 잠시 말을 잇질 못했다.
‘솔아.’
강솔은 유일하게 그를 사람으로 대우해줬던, 그나마 그의 10대가 모든 인간과의 인격적 단절을 겪지는 않게 해 주었던 아이였다.
강철과는 달리 7살 때 맡겨졌고, 한 번씩 모친이 찾아와 놀아주기도 하는, 완전한 고아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고아나 다름없는 상태인 이 아이는, 강철에게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강철은, 세상이 멸망한 이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그녀를 수소문해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핵전쟁 때 죽었는지 아니면 평범한 농노로 사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오빠야는.”
강철은 어색하게 동남 방언 억양을 흉내 내며 말했다.
“오늘 학교 때리 치았다.”
“때리 치았다고? 와 그랬는데?”
“그냥…… 다니기 싫어서.”
“나도 다니기 싫은데. 때리 치울까?”
“솔이 너는 계속 다녀야지.”
“오빠야는 그만두면서 내보고는 왜 계속 다니라 하는데?”
“그래야…….”
더 이상, 강철은 말을 이어나가질 못했다.
‘어차피…… 한국인은 70%가 죽는다.’
공부를 열심히 하건, 일을 열심히 하건.
한국인의 70%는 어차피 2022년 11월과 12월 사이에 증발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강철이 2010년으로 회귀했다 하더라도, 가장 초보적인 수준의 초능력-오거닉 메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막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리고 강솔은, 높은 확률로 죽을 것이다.
그녀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고, 훗날 그녀를 데려갈지도 모를 그녀의 모친은 현재 부산에 살고 있으니까.
서울과 부산은, 개전 초에 중국의 것인지 북한의 것인지 러시아의 것인지 모를 핵무기를 맞고 그대로 증발해버렸으니까.
“그래야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지.”
그래서 강철은, 그렇게 말할 수밖엔 없었다.
“친구들은 지금 여기에도 많다.”
“더 많은 친구.”
그리고 강철은 고아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는데?”
“옷 가지러.”
강철의 말에 강솔은 쫄쫄쫄 그의 뒤를 따라왔다.
“옷은 왜?”
“어디 갈 곳이 있어서.”
“어데 가는데? 나도 데리고 가도.”
“멀리 여행가려고.”
“여행? 얼마만큼이나 멀리 갈 낀데?”
“아주, 아주 멀리.”
“강화도로 갈기가?”
강솔의 머리에서 아주 먼 거리라고 해 본들, 고아원에서 예전에 야유회를 갔던 강화도가 전부였다.
“더 멀리.”
강철은 그 말을 남기고, 남자애들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옷장에서 자신의 옷 몇 개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
피 묻은 와이셔츠도 가방에 마저 구겨 넣은 강철은, 상의만 평범한 흰 티셔츠로 갈아입은 후,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고아원 떠나는 게 처음도 아닌데 참, 이 느낌…… 진짜 기분 더럽네.’
강철은 경멸과 역겨움이 섞인 표정으로 고아원 건물을 바라봤다.
“갔다가 언제 올긴데?”
강솔은 입구까지 따라 나와서 강철에게 물었다.
“열 밤 넘게 자고.”
강철은 대충, 그렇게 이야기했다.
“…… 울 엄마야도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잘 안 오든데…….”
강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강철은 아차 하면서도, 곧바로 강솔을 안심시켰다.
“그래도 오긴 오시잖아. 잘은 안 오셔서 그렇지. 오빠도 오긴 올 거야.”
“진짜제?”
“그래. 진짜야.”
그러자 강솔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할 수 있제?”
강철은 잠시 그 손을 보며 망설였다.
그러다가 그는 손가락을 걸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빠야가 돈 많이 벌어서, 돌아올게.”
“여행 간다면서 돈은 어데서 벌라꼬?”
“여행 가서 벌지 뭐.”
“약속했데이.”
“그래. 약속.”
그렇게, 강철은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강솔에게 남겨둔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아원을 떠났다.
4.
방화역에서 길동역까지는, 같은 5호선이었으므로, 지하철로 한 방에 갈 수가 있었다.
문제는, 서로가 거의 종점에 해당하는 위치여서, 가는 데 한참이나 걸린다는 것이었다.
물론,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갈 수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강철에게는 좋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었으니까.
‘담임은 날 고소 못 할 거고.’
방화제일고는 사립학교였다.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서울대에 많은 학생을 보낸다는 자부심 하나로 이사장이 항상 어깨를 펴고 다니는, 그런 학교였다.
학군이 후진 강서구에서, 가장 좋은 학교.
그것이 방화제일고가 내세우는 비공식적인 구호였다.
그렇기에 학생이, 동급생의 귀를 뜯어버리고 담임 선생을 구타하고 사라졌다는 것을 재단에선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을 터였다.
아직은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지도 않았던 만큼, 인터넷으로 소식이 퍼지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고현수 애비는 지가 직접 처리하려고 하겠지.’
그에게 귀가 뜯긴 고현수 쪽도 마찬가지다.
그 애비가 조폭인 만큼, 경찰에 연락해서 사법적으로 무언갈 하길 보다는, 직접 찾아서 보복하려고 할 터였다.
‘어차피 잃을 거 없는 고아한테 뭐 민사로 받아 낼 것도 없을 거니까.’
그랬기에, 사실 강철은 맘 놓고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어차피 12년 뒤에는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지니까.’
12년 후 세상이 망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막 나갔던 것이었다.
‘12년…….’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세상이 망해서, 화폐는 휴지 조각이 돼도 금은 여전히 화폐 노릇을 하지. 반짝반짝 빛나는 그 노란 금속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흔드니까.’
12년 후 세상이 망할 것을 아는 상태에서, 초능력을, 비록 완전 기초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가지고서 돌아왔다.
그 말은, 그에게 이전에는 허락되지 않은, 기회라는 것이 생겼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이 기회를 살려야 했다.
그렇기에 그는 가장 먼저, 누구를 찾아가야 하는 가를, 정신을 차린 직후부터 확실하게 정해둔 상태였다.
‘오길동.’
복수 그리고 더 나아가 남은 12년을 위한 준비까지.
그 모든 것이, 지금 그가 향하는 강동구 길동, 오길동이 있는 곳에 있었다.
강철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