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61화 (161/164)

#161. 괴이의 주인 160

“주인이라면 제가 그곳에 무슨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아실 텐데요. 주인이 그곳에 없다면 막기 힘들 겁니다.

“됐어. 그만큼 대비를 해놓기도 했고 난 그들을 믿어.

나는 글레이가 방심한 틈을 타 베타의 몸속으로 글레이를 데려왔다. 물론 이곳은 다른 종족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 전에 발로그가 있던 멸망한 세계였다

그리고 이곳엔 나도 마찬가지로 수작을 부려놨다

먼저 오베른들이 이곳에 수많은 식물을 심게 했다. 오베른들은 대부분 방어 성향이 강한 식물들을 위주로 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어를 포기하고 모든 식물을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식물을 심어달라고 말했다

물론 지옥초를 제외하고. 그것은 우리에게도 심한 영향을 끼칠 수가 있으니 그건 정말 마지막 수단이다

그리고 완벽히 몸을 회복한 해태도 있었다. 해태는 용의 수장인 붉은 용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괴이였다

물론 내 마나를 받았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붉은 용도 이곳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내가 이곳에 데리곤 온 아이들은 전부 괴이다. 내 마나를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선택한 것이다

글레이에게 더는 누군가를 죽일 수 없게, 그리고 그것이 글레이를 상대할 최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어쩌면 내가 가진 최고의 전력

뼈 드래곤 가샤가 울부짖었다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그와 동시에 가샤가 브레스를 내뱉었다. 다른 드래곤과 다르게 브레스의 색부터가 달랐다

빛조차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칠흑의 브레스였다. 가샤의 브레스선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용들이 힘을 합쳐 브레스를 내뿜는 것보다도 가샤의 브레스가 훨씬 위협적으로 보였다

글레이도 가샤의 브레스는 무시할 수 없었는지 전보다 몇 겹의 방패를 만들어서 브레스를 막아냈다

가샤의 브레스는 위협적이었고 그 몇 겹의 방패에 절반 이상을 부수며 나아갔지만 그대로 글레이에겐 닿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아닌 자가 글레이의 쇠사슬을 부순 건 최초였다. 그때 오베른들이 심은 식물들이 민들레처럼 씨를 내뿜었다

흩뿌려진 식물의 씨는 글레이의 쇠사슬에 닿더니 쇠사슬에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꽃을 피우진 못했다

원래는 저 식물이 씨를 뿌려 뿌리를 내리면 꽃을 피우며 기생한다. 마치 지옥초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말 그대로 기생한다는 점이다

지옥초는 모든 걸 양분으로 삼으며 죽거나 사라질 때까지 집어삼키지만 오베른들이 심은 식물은 아니다

지옥초에 하위호환이라고 해야 할까. 말 그대로 기생하며 숙주를 오래 살지 못하게 한다

물론 쇠사슬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지만 지옥초와 비슷하다고 말한 이유가 이것이다. 굳이 생명체가 아닌 건물이나 다른 물체에도 기생했고 한번 기생한 건물은 오래 가지 못한다

쉽게 녹슬며 파손된다. 나는 그것을 노리고 글레이의 쇠사슬에 기생하게 해보았다

아쉽게도 꽃은 피지 않았지만 기생했다는 건 적어도 글레이에게 손끝 하나라도 귀찮게 한다면 성공한 거다

쉬는 시간 따위는 없었고 이고르가 다시 태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곳은 베타의 몸속, 그것도 멸망한 세계였다

생명체 하나가 없었고 그 어떠한 바람도 불지 않았다. 이고르의 힘은 자연이 만무한 지구와 같은 세계가 이고르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여기서도 이고르의 힘은 가히 대단하다고 말해도 무방했지만, 지구에서 태풍을 일으켰을 때와는 힘이 달랐다

이고르는 마나의 힘을 빌리지 않고 또다시 태풍에서 바람의 칼날이 글레이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가샤의 브레스를 맞고 식물이 기생해서 그런지 글레이의 쇠사슬도 전과 같진 않았다

바람의 칼날이 글레이의 쇠사슬 방패에 닿았는데 방패에 수많은 자상이 남더니 방패가 갈라졌다

글레이의 쇠사슬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쇠사슬이 그의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방패가 잠시 부서진 그 틈을 타 이리가 눈에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순식간에 글레이에게 날아가듯 달려갔다

글레이는 이리를 보고 몸에서 나오는 쇠사슬을 바로 이리에게 날렸지만 이리는 전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당연히도 달려가기 전에 내가 이리에게 마나를 최대한 부여해주었고 이리는 신기하게도 검은색 아우라처럼 자신의 몸에 내 마나를 둘렀다

나는 그저 단순하게 건물에 마나를 부여하듯 이리에게 부여해준 것인데 이리는 오히려 내가 준 마나를 다루고 있었다

이리에게 살짝이라도 닿은 쇠사슬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글레이는 혀를 차며 이리의 공격을 한 발자국 움직여 피해냈다

이리에게 공격당하면 녀석도 위험할 수 있을 텐데 녀석은 굳이 여유 부리듯이 그저 한 발자국 만으로 이리의 공격을 피했다

그때 또다시 땅에 진동이 울렸다. 글레이가 위험을 느끼고 똑같이 쇠사슬로 땅에서 올라갔고 땅속에서는 시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네의 모습이 아닌 데스웜의 모습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글레이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시리의 데스웜의 모습은 베타를 제외하고 내가 본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컸으며 제대로 된 크기도 알 수가 없었다

고작 쇠사슬로 땅에서 떨어진 글레이였지만 시리가 녀석을 집어삼키기 위해 땅속에서 솟아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허무하게 글레이는 시리에게 잡아먹혔다. 그 뒤로 공격하려고 기다리던 아이들도 나도 의아해했다

분명 고작 저런 공격에 당하리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시리에게는 인간형의 모습만 먹히고 주변에 잘린 쇠사슬이 아무렇게나 흩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 쇠사슬의 모습이 변하더니 인간 글레이로 변했다

“생명력 하나만큼은 강하구나. 글레이.

“확실히 위험했습니다. 워낙 거대하다 보니 피할 공간도 제대로 없군요.

당연히 시리에게도 내 마나를 잔뜩 주었으니 글레이는 쇠사슬로 막을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고 피했다

오히려 글레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몸으로 부딪치는 거다

글레이는 쇠사슬을 내 아이들에게 날렸지만 내 아이들 전부에게 내 마나를 주었고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 싸움은 치킨 레이스다

“주인의 마나가 먼저 동날지. 아니면 제가 먼저 동날지.

“아니면 네가 먼저 내 아이들에게 당할지.

마지막 싸움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엘리는 나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어차피 엘리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공격 능력도 적고 속도도 느리기에 제대로 글레이를 공격하기 어려웠다

괜히 다른 아이들이 공격할 때 미안하지만 걸리적거릴 수도 있으니 아예 나를 지키라고 일러두었다

글레이는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하늘로 올라갔다. 글레이의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스타프는 언제 어디서나 그림자 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글레이는 구스타프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녀석에게는 그림자가 아예 없었다

이 멸망한 세계는 태양이란 존재는 없지만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빛이 있었다. 그 빛으로 당연히 생명체라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글레이에게는 없었다

그렇다고 구스타프가 무력화가 된 건 아니었다. 구스타프도 내 마나를 받고 성장했다

녀석은 원래 그림자가 없는 곳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예 그림자를 생성할 수도 있다

정말 저게 그림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이 이동하는 곳에는 그림자같이 검게 생긴다

그것 때문에 전조 현상으로 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동에 제한이 없어졌다는 거다. 구스타프는 자신의 세계에서는 거의 무적을 자랑했다

글레이가 전에 나를 검은 어딘가로 데려갔을 때 나를 구해준 것도 구스타프였다. 어떻게 보면 녀석의 힘도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잡히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샬롯의 존재가 아쉬웠다. 샬롯은 어떻게 보면 만능이었다. 죽이는 것도 생포하는 것도 정보를 알아내는 것도

샬롯만 있었다면 글레이의 움직임을 꽤 나 봉쇄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지구에 남긴 것이지만. 설령 지구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샬롯이 모든 걸 대응하겠지

그럼..

“끝을 보자고.

“알겠습니다.

용들이 피를 토하며 발록을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용들은 대부분 오만하고 자만하며 고고하다

이렇게 몸으로 직접 움직여서 싸움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지금 싸우고 있는 건 어린 용들이었다

마찬가지로 수장과 다른 용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발록을 공격했다

4 종족들, 특히 용인족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발광하며 발록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어리지만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는 종족이 당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문제는 SSS급 헌터, 용인족 가샤, 에이엘, 아나리엘, 카잔을 제외하고는 발록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발록에게 기생한 기생충들은 발록의 몸을 제대로 잠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발록들은 그저 몸으로 방벽을 향해 달려들었을 뿐이다. 문제는 발록들은 원래 몸으로 부딪치는 종족이라는 거다

그저 발록의 몸만 움직일 수 있는 기생충들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저렇게 오래 산 발록은 몸만으로도 생체 병기다. 정말 그저 몸으로 부딪치고 주먹으로 공격하는 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린 용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기생충이다. 어린 용이 발악하면서 이빨로 물어뜯었고 용과 4 종족들의 공격에 상처가 나도 순식간에 재생했다

최악의 조합이었다

인간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마찬가지로 발록을 공격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샬롯이 나섰다

샬롯은 자신의 거미줄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서 발록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봉쇄했다. 물론 거미줄로는 발록의 움직임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지만 샬롯은 기생충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격을 했다

바로 전기. 이 세상에는 전기 능력을 다루는 헌터는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생충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다. 몸을 공격해도 몸속에 있는 기생충에게 전기가 닿는다

기생충은 그저 기생충이기에 고작 조그마한 전기 충격으로도 죽을 수가 있었다. 다른 예로도 냉기가 있다

하지만 발록은 마나에 대한 항마가 있었고 샬롯의 거미줄에 전격을 담은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샬롯은 그걸 예상했다

이고르의 공격이 글레이에게 통했다. 이유는 마나가 아닌 바람 자체가 글레이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즉 마나가 아닌 공격을 해야 했다

샬롯은 일부로 전도가 잘 통하는 거미줄을 만들어 발록에 몸에 칭칭 감았다

하지만 움직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발록이 뜯어내지 못하게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게 몸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전기 충격기 같은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샬롯은 인간과의 대화가 불가능할뿐더러 지금 이 사단에 제대로 된 전기 충격기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정령들도 전기 정령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발록에게도 통할 마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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