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괴이의 주인 159
이시현은 감정도 돌아오기 전에 휘몰아친 이 상황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시우가 자신의 가족을 자기에게 맡긴 것
그것도 다른 강력한 자들도 많은데 굳이 이시현을, 그녀의 파티원을 고른 건 그녀에겐 감동이었다
애초에 이시현은 설시우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맡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 와서도 그러니 이시현과 파티원들은 감동했다
하지만 감동에 취하기도 전에 괴수들이 들이닥쳤다
설시우를 만나 서로 말도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래도 그가 우리를 믿고 가족을 맡겨준 거는 감동했지만 말도 못하고 헤어진 게 서러운데 다시 괴수들이 들이닥쳤다
급히 마나가 복구된 방벽 뒤로 도망갔다. 그런데 설시우가 데리고 온 용인족과 3 종족들은 괴수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용인족은 잘 모르지만, 오크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얌전히 있던 엘프와 점잖던 드워프까지 괴수들에게 달려들다니
물론 게이트가 나타난 곳은 무너진 방벽 근처에서만 생겨났고 괴수들이 그곳에서만 괴수들이 들이닥쳤다
일부로 방벽이 무너진 곳에만 게이트가 나타난 것을 보면 글레이가 일부로 그곳에만 생성되게 어떤 장치를 해놓은 것 같았다
어차피 방벽에 마나가 전부 사라졌으니 손쉽게 인간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애초에 설시우만 없었다면 혼자서도 인간들을 전부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게 글레이니
지금 게이트에서 괴수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글레이가 얼마나 철저하게 계획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들에게는 다행이다. 전력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으니. 그래서 카잔과 오크들에게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알렉산더도 딱히 오크를 말릴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도 지금 밖에 나가서 같이 그들과 싸울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시현과 그의 일행들을 제외하고 다른 군인들과 헌터들은 3 종족들과 용인족이 괴수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
인간들의 숫자는 30~40억 명이었었는데 괴수들과 기생충에게 전부 당해서 이제는 1억도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저들은 고작 몇천의 숫자로 인간들이 상대했던 괴수보다 더 강력한 괴수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헌터들과 군인들은 다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우리가 저들을 내치지 않았다면 훨씬 쉽게 괴수들의 침공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물론 지금은 용인족이 있는 데다가 기생충이 없었다. 하지만 괴수들의 질이 차원이 달랐고 인간들은 방벽의 힘을 빌려서 막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방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서 싸우는 모습이라니
한 명이 나가서 싸웠다면 죽어도 싸다고 욕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죽어도 싸다고 욕할 자가
수천이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전부 방벽 위에서 싸우고 있는 자신들보다 강력하다면 어떻겠는가
그저 자신들이 강력해서 저러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수많은 강력한 헌터들이 죽는 모습을 그들은 바라봤다
강력한 자들도 수없이 죽어가는데 저들이라고 안 죽겠는가. 심지어 저들은 훨씬 강력한 괴수들을 상대하고 있다
인간들도 계속해서 괴수들을 상대하며 지금 살아남은 헌터와 군인들은 엘리트 중에서 엘리트다
하지만 그건 3 종족들과 용인족들도 마찬가지다
용인족과 오크는 말할 것도 없었고 드워프는 엘프보다도 뒤에서 다른 종족들을 지원했다. 드워프들은 새로운 무기들을 개발했다
엘프에게는 화살을 주었지만, 그 화살은 일반적인 화살이 아니었다. 엘프들은 대부분 자신의 마나로 화살을 만들어 날린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화살을 들고 다니지 않는데 이번은 예외였다. 드워프가 발명한 화살은 엘프들이 마나로 만들어 날리는 화살보다도 훨씬 강력하게 설계되었다
그 이유는 화살에 엘프들이 마나를 담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마나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적게. 하지만 훨씬 강력하게 말이다
심지어는 정령들도 그 화살에 자신의 속성을 담을 수 있었고 전에 글레이에게 날린 화살도 그것들이다
마찬가지로 활을 다루는 오크들도 소수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똑같은 화살을 지급했다
오크들은 드워프들에게 받은 무기들로 시너지를 더욱 발휘했다. 용인족들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드워프들도 딱히 그들에게 무기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오크들은 화살만을 날리진 않았다. 창과 검 배틀 엑스 심지어는 방패도 날렸다
하지만 그 무기들은 롭의 고유 능력인 룬이 담겨있는 무기였다. 잘 부서지지도 않고 던져도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온다
게다가 부서지더라도 드워프가 보급병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무기를 만들어 제조하고 오크들과 엘프들에게 공급했다
드워프들도 앞에 나서서 싸울 수 있지만 효율적이지 못하다. 굳이 더 잘하는 일이 있는데 위험하게 앞에 나서서 싸울 이유는 없다
원래 드워프는 이렇게 순식간에 무구 만드는걸 싫어한다. 시간을 들여서 만드는 걸 선호하고 그게 무구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워프들은 베타의 몸속에서 계속 무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오크들의 싸움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화살은 물론이고 검과 창 등등 모든 무기를 던지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저렇게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집어 던지며 싸울 줄은 몰랐다
물론 오크도 찬 거 더운 거 가릴 처지가 아니었지만, 드워프는 투덜거리며 무구를 실시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투덜거릴 수 있다는 것은 즉 그만한 여유가 있다는 거다
용인족들과 오크들이 앞을 꽉 틀어막고 버티고 있었으며 엘프들이 그들의 뒤를 지원하고 드워프들이 무구를 지원한다
괴수 중에서는 하늘을 나는 괴수도 있었지만, 엘프들의 화살 세례를 벗어나진 못했다. 기본적으로 하늘을 나는 괴수는 SS급 괴수 이상이었지만 엘프의 화살을 버티진 못했다
날개를 가진 괴수는 날개를 가장 먼저 꿰뚫고 떨어지면 오크와 용인족에게 맡긴다
날개 없이 마나의 힘으로 날아다니는 것들은 그냥 머리를 꿰뚫었다. 엘프들의 화살은 총보다 빨랐고 그 화살을 맞고 버틸 괴수는 없었다
게다가 엘프들은 세계수가 없이 30년을 넘게 지내면서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물론 엘프들도 던전을 돌아다니며 괴수들을 잡고 성장하긴 했지만, 세계수가 없는 엘프들은 반쪽짜리 엘프였다
하지만 엘프들에게 세계수가 돌아왔고 엘프들은 다른 종족들과 마찬가지로 고속으로 성장했다
아니 지금 동안 성장하지 못한 부분을 몰아서 성장하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절대 엘프와 드워프, 오크와 용인족들이 협력하지 않았을 거다. 오크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각개전투를 했을 거다. 용인족들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엘프와 드워프가 용인족들이랑 협력할 리가 없었다. 엘프도 용인족과 문제가 있었고 드워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의 구심점에는 설시우가 있었다
절대 맞지 않을 그들을 한군데로 묶은 건 설시우 덕분이었다. 3 종족, 아니 4 종족 전부가 설시우에게 은혜를 입었다
그런 설시우가 그들의 협력을 원했다
정확히는 글레이를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 그게 그거였다
그것이 지금 현재 상황이었다. 수많은 괴수가 달려드는데도 그들은 상처를 입을 뿐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전부 죽여나가고 있었다
용인족들은 방어를. 오크들은 공격과 방어 둘 다. 엘프는 멀리서 위협적이거나 귀찮게 구는 괴수들을 저격하고 그 셋을 지원하는 게 드워프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름답다고 해도 무방했다
저 강력한 괴수들을 상대로 그 어떠한 희생도 없이 전부 죽여버리고 있으니
그때. 괴수들 사이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괴수들이 갑자기 전부 멈췄다. 거의 광기로 물들어 인간들에게 달려들던 괴수들이 공격을 멈췄다
그러더니 괴수들의 사이에서 또 다른 괴수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괴수의 생김새가 다른 괴수들과는 달랐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용들이 기겁했다
“어째서... 발록이?
괴수들 사이에서 나온 것은 멸종했다고 알려진 발록이었다. 그 용의 말을 들은 3 종족, 아니 이제 용인족까지 합쳐서 4 종족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도 발록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도 베타의 몸속에 있는 명물과 같이 알려진 발로그 때문이다
발로그의 몸집이 워낙 크고 엘프들이 그의 몸에 식물을 심고 방치하다시피 내버려 두었더니 무덤처럼 변해서 명물이 되었다
용들도 베타의 몸속에 들어왔을 때 가장 놀란 이유가 발로그를 발견했을 때이니
그런데 발록은 새로 생긴 게이트 안에서 나타났다. 글레이가 현재 여기 없는데도 게이트가 생성되는 것을 보면 아마 일정량의 괴수가 죽었을 때 나타나게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새로 생성되는 게이트가 하나가 아니었다. 10개는 되어 보였으며 그 안에서 최소 하나 이상의 발록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저 발록들. 기생충에 감염된 것 같습니다.
발록들의 눈에선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죽은 듯한 모습이었고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20명이 넘는 발록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서 있는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도 그들에게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들 하나하나가 몸은 거의 웬만한 건물 하나보다 더 컸으니 갑자기 건물 20개가 땅에서 올라선 것 같았다
“발록들은 죽기 직전까지 몸이 자랍니다. 저들의 몸집은 그들의 나이를 뜻하고 나이는 그들의 전투력을 뜻하죠. 저들의 몸집을 보면...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대들은 상대하기 어렵겠군요.
용들의 수장 붉은 용이 말했다. 이시현과 일행들이 보기에도 저 발록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만으로도 그들을 긴장하게 하는 건 충분했다
4 종족들도 싸움을 멈추고 발록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때. 미동도 없던 발록의 눈동자가 제일 근처에 있던 4 종족들을 무시하고 방벽 뒤에 있는 인간들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방벽을 향해 20여 명의 발록이 돌진했다
4 종족들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발록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속도를 반응할 수 있는 자는 발록과 세계 최강을 다투던 용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용은 태생적으로 발록에게 상성이 좋지 못하다
용도 마나 항마력을 가지고 있지만 발록은 그보다 더했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는 마나 면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용의 브레스를 비롯한 마나는 통하긴 했지만, 그것도 약한 용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발록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그들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용에게도 없었다
“어린 용들은 본체로 돌아가 몸으로 막아라!
어린 용의 브레스 정도는 저 정도 수준의 발록에게는 생채기도 내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용의 수장 붉은 용이 결단을 내렸다
어린 용은 그만큼 몸집도 작았지만 그래도 발록의 2/3 정도는 되었고 엘프의 모습에서 화살을 날리는 용도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 달려오는 발록을 몸으로 막아냈다
몸으로 막아낸 용은 그 거대한 입에서 피를 토해냈고 붉은 용과 다른 강력한 용들은 이를 악물고 브레스를 발록에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