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괴이의 주인 158
“시우는 어디로 사라진 거죠?!
이시현은 그 용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이시현의 모습을 본 주변의 일행들은 기겁했다. 저 붉은 남자는 용들의 수장으로 보였다
그 잠깐 브레스를 쏘아냈는데도 압도적인 마나를 보여준 용들이다
그런 용의 수장을 이시현은 쏘아붙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르겠지만 용들은 다른 종족들을 보살펴주긴 하지만 그 이유가 열등한 종족이라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열등한 종족이 자신한테. 그것도 용의 수장인 붉은 남자에게 소리쳤다는 건 죽고싶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붉은 남자는 설시우에게 들은 게 있는지 쓴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 말했다
“글레이가 인간들을 인질로 부릴 것이 뻔했기에. 그는 아예 장소를 옮기려고 했습니다.
“그렇담 거기가 어디죠?! 아니... 베타야! 우리도 데려가 줘!
이시현은 드물게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하고 있었다. 베타가 설시우와 이고르를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베타를 불렀다
하지만 베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고르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옆에서 그들을 지켜주고 있던 엘리도 땅속을 거닐던 시리도 언제나 설시우의 옆에 있던 이리도 사라졌다
설시우의 아이 중에서 남아있는 아이는 샬롯이 유일했다
하지만 샬롯도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서 설시우가 마나를 최대한 그녀에게 부여해주고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고르도 마나를 부여받았지만 예기치 못한 이고르의 성장으로 이고르도 같이 데려간 것이다
“설시우 님은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시현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불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해 온몸이 불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이시현의 몸에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 그저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옷도 멀쩡했다
“여전히 나를... 우리를 못 믿는 거야...?
이시현은 분노하기보단 허탈한 감정이 자신을 지배했다
“너의 아이들을 보고 열심히 단련했어. 지금은 아마 내가 가장 많이 괴수를 죽였을 거야. 그런데... 너는 내게 뭔가를 물어보지도 않고 또 혼자서 글레이를 상대하려고 하네.
허망하게 말하는 이시현을 설아와 그의 일행들이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그들도 맘이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파티원인데 말이죠.
“네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네. 난 그래도 공식적으로 SSS급 헌터까지도 됐는데 말이야. 물론 지금에 와서야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이준석과 설아가 차례대로 말했다. 그들도 이시현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정말 열심히 살아남았고 그만큼 강해졌다. 살아남은 헌터들 대부분이 강해졌지만, 그들은 특출나게 강해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해진 그들이었다
“그래도... 시우에게는 눈에 차지 않았나 보네.
“너무 그러지 말아라.
그런 그들의 뒤에선 카잔이 다가왔다. 그는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간에게는 아니었다
가디언즈 길드와 별비 길드는 자신들이 인간들에게 배척을 당하는 와중에도 두 길드는 그 종족들을 챙겨주려고 했으니깐
게다가 그들의 은인과 다름없는 설시우의 파티원이다
“카잔.
“오랜만이네. 알렉산더. 마사무네도 말이야.
그 뒤로 알렉산더와 마사무네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친하게 지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안하네. 카잔. 변명이나 다름없게 들리겠지만 우리 한 몸 챙기는 것도 힘들었지.
“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인간들에게는 환멸을 느꼈다. 자네들도 핍박을 많이 받았겠지만 같은 인간이라서 그런지 쫓겨나진 않았잖은가. 사실상 저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종족차별 주의자들이랑 다를 게 없더군.
“오크들은 몰라도 우리는 다르네.
어느새 드워프의 수장, 롭이 다가오며 말했다
“드워프에게는 은혜는 두 배로. 복수는 열 배로 갚는다는 말이 있지. 솔직히 말해서 우리 드워프들이 가디언즈 길드에게서 받은 것이 많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것으로, 전부 갚았다고 해도 무방하지. 그래서 자네들을 굳이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진 않겠지만 인간이라는 편견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미리 말해 두겠네.
인간들은 롭, 드워프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 즉 롭의 말은 인간들을 믿지 않으며 같은 인간인 가디언즈 길드도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알렉산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설시우가 부탁한 게 있어서 말하러 왔다. 그쪽이 이시현인가?
“네?... 네. 맞습니다만.
“그렇다면 그 뒤로 설아, 이준석, 오민정. 맞나?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을 할지 롭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관심 가지지 말게. 설시우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해줄 뿐이니. 그도 딱히 별말 안 하긴 했다. 그저 그대들을 믿는다고만 말했지. 데려오게.
롭은 그렇게 말하며 뒤를 바라보았다. 이시현과 일행도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봤더니 에이엘과 아나리엘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엘프들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들은 누군가를 극진히 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데려오는 사람은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설시우의 가족이다. 그대들도 알겠지.
엘프들은 설시우의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로 식물을 심어 두었다. 물론 설시우의 허락을 받고 말이다
“글레이에게 당했다는 건 들어서 알고 계시겠죠. 우리의 은인께서는 자신의 가족을 당신들한테 맡겼습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저희나 혹은 저 강력한 용들에게도 맡겨도 될 텐데 은인은 한사코 거절하시더니 당신들한테 맡겼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계시겠죠.
이시현과 설아, 오민정이 각자 설시우의 가족을 하나씩 조심히 받았다
“그리고 하나 설시우는 하나 더 얘기했다.
롭이 말함과 동시에 방벽의 주변에서 수많은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그 안에서 엄청난 숫자의 괴수들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용도 함부로 볼 수 없는 수준의 괴수들도 나오고 있었다. 인간들은 글레이가 나타나기 직전에 잠시 괴수들의 공격이 멈추고 설시우가 그를 공격하니 똑같이 괴수도 방벽을 공격했다
방벽의 마나가 전부 사라져서 금세 무너질 줄 알았지만 설시우가 데리고 온 용들이 괴수들을 처리해주었다
다행히 글레이와 설시우가 싸울 때는 강력한 괴수들은 방벽을 노리지 않았고 숫자만 많은 비교적 약한 괴수들은 전장에 있는 괴수가 전부였다
순식간에 용들이 괴수들을 죽였고 다시 한번 금쪽같은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아니 찾아왔었다
“자신이 글레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면 분명 녀석은 이 곳에 무슨 수작을 부릴 거라고 말이지.
글레이가 사라짐과 동시에 수많은 게이트가 생성되며 안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왔다
지금껏 나왔던 괴수들은 비교적 약한 C급에서 A급 괴수로 여러 등급의 괴수들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똑같이 개떼같이 나오는 괴수들이었지만 최소 A급 이상의 괴수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용들은 마나의 종주라고 불리는 종족답게 그들은 방벽의 마나가 전부 부서지기 직전에 잠시 쳐다본 것만으로 방벽에 마나를 부여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압도적인 마나를 가진 용들은 인간들이 오랫동안 마나를 부여한 방벽보다 더욱 질이 높은 방벽의 마나를 부여했다
무너진 방벽은 그대로 있었지만, 그 위로 마나의 방벽. 마치 엘프의 결계와 같은 방벽을 만들어냈다
방벽에 마나가 돌아왔고 전보다 질이 좋은 마나가 들어가니 인간들은 환호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괴수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제일 낮은 등급의 괴수가 A급이지 S급, SS급 괴수가 적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심심치 않게 SSS급 괴수와 등급을 측정할 수 없는 괴수들도 보였다
“들어가야 한다. 당장!
마사무네가 급히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괴수들이 방벽 밖에 나와 있던 이시현 일행과 3 종족들에게 달려들었다
일행들은 뒤에서 괴수들이 덮칠까 급히 방벽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3 종족들도 물론 강력하지만. 아마 모든 세계를 통틀어서 강력한 종족과 그 종족을 따르는 자들이 그들의 옆에 있다는 것을
“우리 용인족들의 힘을 용에게 보여줄 때가 왔다! 가자!
바로 용인족 가샤와 용인족들이었다. 그들은 죽음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을 용에게 봉사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그들이 절대 약한 종족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태생이 용에게서 태어난 그들은 절대 약할 수가 없다
심지어 특히 현재의 그들은 용에게서 떨어져 지낸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당연히 용인족은 용을 찾아다녔지만 그렇다고 빈둥거리며 놀고먹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서로와 대결하며 성장했고 심지어는 용에게도 비견 될 용인족 가샤라는 이레귤러가 나타나기도 했다
용인족은 방벽 위에서 총을 쏘는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미련하고 무식하게 그들은 괴수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무식한 방법에 방벽 위에서 보고 있던 군인들과 헌터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달려드는 괴수들에 호응하듯 용인족들이 괴수들에게 달려들었고 괴수들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용인족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강력하긴 했지만, 지금의 용인족들은 전부가 이레귤러라고 해도 무방했다
베타의 몸속에서 오크들과 용인족들은 계속해서 서로 싸워나갔으며 계속해서 성장했다. 용인족과 오크는 죽기 직전까지도 싸우며 성장하는 종족
그 두 종족이 친분을 갖추고 계속해서 싸우며 성장했다
용인족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가장 먼저 피가 끓어오르는 종족은 당연히도 오크들이었다
“질 수 없다! 가자 멍청이들아!
카잔은 부서진 방벽을 넘고 드워프 롭이 만들어 준 거대한 배틀 엑스를 든 채 괴수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우워어어어!
그리고 그 뒤로 오크들이 소리치며 카잔과 마찬가지로 괴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오크들은 카잔과 똑같게 대부분의 무기를 거대한 배틀 엑스를 들고 싸운다
하지만 드워프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은 여러 무기를 다룰 줄 알게 되었다. 엘프와 친해지며 활도 다룰 줄 알게 되었고 검과 방패 창 등등 수많은 무기를 다루게 되었다
카잔은 그래도 배틀 엑스가 가장 잘 맞는다며 배틀 엑스를 사용했지만 다른 오크들은 여러 무기를 사용했다
방벽 뒤에 숨는 것이 맘에 들지 않은 오크들은 굳이 방벽 밖으로 나와서 활을 쓰는 오크도 있었고 검과 방패 창과 방패, 거대한 대검을 든 오크 등등 수많은 무기를 들고 괴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크들도 마찬가지로 용인족들과 싸우며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그래도 용인족들에게 1:1 싸움은 밀리지만 오크는 숫자가 많았다
그리고 여러 무기를 사용하며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즉 오크들도 용인족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 상황을 본 아나리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도 가죠. 오크나 용인족에게 휘말리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저들이 죽으면 은인을 볼 면목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