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57화 (157/164)

#157. 괴이의 주인 156

나는 글레이와 일행의 사이에 정확히 뛰어내렸고 미안하지만 베타에게 엘프와 오크, 드워프들을 내보내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고르에게 지구의 상황을 들었을 때 나는 종족들의 대표 카잔과 롭 님.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에게 준비하라고 일러뒀다

만약 그들의 눈앞에 게이트가 생긴다면 준비하고 들어오라고. 어쩌면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엘프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오크들과 드워프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인간에게 한 번 데인 적이 있었다

“돕기는 하겠지만 절대 인간들이 위해서가 아니네. 그대를 위해서지.

그들은 30년 동안 인간들과 함께 살아오고 믿었었는데 한순간에 배신당한 게 충격이 크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물론 지금의 인간들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처지라서 그들을 반기겠지만... 전과 같이 지내진 못하겠지

이미 그들은 베타의 몸속에 터전을 잡았다

나는 그들이 도와준다는 것에 만족했다. 애초에 베타의 몸속에서 지내는 조건으로 말한 거지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간들은 자업자득이었으니. 나도 마찬가지로 당한 게 있어서 감싸줄 마음 따위는 없었다

그들은 인간들이 몰살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3 종족들은 나를 돕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완벽히 무장을 한 채로 베타가 만든 게이트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베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조그마한 모습이었지만 녀석의 온몸에 어울리지 않은 상처가 눈에 보였다

나는 녀석에게 내 마나를 보내며 말했다

“미안하다. 고생시켜서. 이제는 내게. 우리에게 맡겨.

베타는 도울 수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밀린다, 싶으면 부를게. 걱정하지마.

그제야 베타는 안심하고 사라졌다. 나는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 카잔과 롭 님에게 눈인사를 드리며 뒤를 돌아봤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네.

“전부 죽이셨습니까.

글레이와 나는 서로를 보며 동시에 말했다

“꽤 길었습니다. 인간들을 전부 죽이는데 드는 시간이 말이죠. 그동안 여러 주인을 만났습니다만... 당신과 같은 주인은 정말 처음 봅니다.

글레이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녀석은 언제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를 대했다

마치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자기가 대응할 수 있다는 듯이

그런데 지금은..

“꽤 급한 것 같은데. 이렇게 감정을 내비치는 모습은 처음 보네.

감정에 예민한 내가 아니어도 글레이는 표정으로도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녀석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마지막인 것 같았다

“주인의 말대로 마지막인 것 같군요. 신기합니다. 지금껏 제가 죽인 인간형들은 대부분 제가 그들을 죽이자마자 바로 협력하더군요. 한 세계에 수많은 인간형 종족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세계는... 정말 협력이 안 되더군요. 심지어는 다른 인간형을 내쫓기도 했죠. 재밌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녀석의 원래 성격이 이런 것이겠지. 지금 동안 그의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여럿이었기 때문이겠지

녀석은 말하면서 본래의 여유로움을 되찾고 있었다. 나는 글레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오만했다. 여유로움을 되찾기 전에 녀석의 감정은 짜증과 어이가 없다는 감정이 느껴져 왔다

그리고 내가 이고르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면서 잠깐 보인 녀석의 회색 쇠사슬. 주변에 있는 뭔가에 뚫린 기생충의 시체들

기생충의 시체라고 알 수 있는 이유는 처음 보는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상황을 보면 글레이가 기생충을 죽였다

그리고 방벽에 부여된 마나가 부서졌다. 즉 녀석은 화풀이로 방벽을 부수며 기생충을 죽인 것이다

자신의 인격을 먹인 기생충을, 말이다

“그건 네가 유도한 상황 아니었나?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방법을 한 번만 썼겠습니까. 다른 세계에서도 비슷한 방법을 썼습니다만 이렇게까지 잘 먹힌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상하네. 분명 인간형이 아닌 인간은 다른 세계에서도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종족들은 모르겠지만 인간은 같은 인간인 내가 잘 알고 있다

인간들은 작은 균열만 있어도 분열이 일어난다. 그런데 예를 들면 인간을 공격하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한 인간이나 한 종족을 죽이면 다른 인간들은 봐주겠다. 라고 말했다

어느 인간이 그걸 거절하겠는가. 살인이나 마찬가지지만 인간들은 본인과 본인의 가족이 무사할 수 있다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인간들은 얼마든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나 다름없겠지만 당장 자신과 가족의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뭘 두려워하겠는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나를 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말 운으로 괴이의 주인이 됐을 뿐이지 나는 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는 건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물론 자신의 손으로 다른 종족과 인간을 직접 죽이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죽이는 걸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는 거다

죽임, 당하는 거에 당사자인 나조차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인간 전부가 죽으면 뭐가 좋겠어

아무 인간도 없는 생활이 뭐가 좋겠어

나는 말하면서 시간을 끌었고 이내 하늘에서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군인들과 헌터들은 소리가 들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용?

그들은 용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지구에서 용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내가 이고르를 타고 오면서 같이 날아온 용들을 본 게 처음이다

그때도 용인지 긴가민가했으니

내가 데리고 온 용들은 일부로 강력한 용들을 추려서 온 거로 다른 용들보다 훨씬 거대하고 모습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질보단 양이었을까

정말 수많은 용이 여기로 날아오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용이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는 모습은 괴수들이 몰려있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괴수들이 개떼 같다면 용들은 나비들이 날아온다고 해야 하나. 물론 아름다운 모습만, 말이다

용들은 인간들에게 전혀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는 데도 군인들과 등급이 비교적 낮은 헌터들은 날아오는 모습만 보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상황이 발생했다

용들이 날아옴과 동시에 괴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 괴수들이 쉽게 죽어주진 않더군요.

난 처음 용이 인간으로 변해 붉은 머리 장발, 설아와 비슷한 여성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마 용들의 수장인 붉은 용과 비슷한 관계에 있겠지

방벽 뒤에서 사람들이, 그리고 시현 누나를 비롯한 내 일행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들은 자신의 마나를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다. 글레이가 인간들을 죽이며 유일하게 인간들에게 도움이 된 것이 있다

바로 인간들의 초고속 성장. 애초부터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인간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궤를 달리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마나를 가지지 못한 일반인들을 제외하곤 모든 헌터는 기본적으로 감지를 사용할 줄 알았다

그저 얼마나 감지할 수 있냐는 것만 다를 뿐

사실상 강제로 깨닫게 된 것이다

감지할 수 없다면 죽어야 했으니

그런 헌터들은 숨기지 않는 용들의 마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세계에서 강력한 종족으로 소개되는 게 용들이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용들에 동경 따위는 없었다. 수많은 강력한 괴수를 죽이는 헌터들은 용들이 나타나도 자신들이 죽이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동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동경은 전부 깨졌다

용들은 하나같이 마나가 인간이랑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마나량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약한 용도 아나리엘보다 비슷하거나 더 많다고 하면 비교가 되려나

그런 용이 인간으로 변해 내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본 사람들, 심지어 시현 누나와 일행들도 놀랐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런 것 같네. 도망쳐 온 것 같지만 다 꽤 강력한 괴수야.

“죄송합니다. 저희가 경험이 부족해서...

용들에게서 도망쳐 온 것 같은 괴수들은 느껴지는 바로는 다 SS급 이상의 괴수들이었다. 그중에서는 용에게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은 괴수도 일부 있었지만, 그 수는 적었다

저것들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용들도 죽일 수는 있었겠지만 내가 말한 건 인간들을 지키라는 것

용들은 최소한의 인원을 남기고 괴수들이 도망친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다

하지만 전에 말했다시피 마나가 많다고 강한 것이 아니었다. 용 중에서 가장 약한 용도 아나리엘과 마나가 비슷하다고 했지

그 용은 어린 용이다. 물론 그게 용 중에서 어리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용들은 우리가 따로 숨 쉬는 것을 배우지 않듯이 브레스를 쓸 수 있다. 설령 갓 태어난 용이라도 말이다

즉 브레스를 제외하곤 어린 용은 전투 경험이 거의 없다. 브레스만 피한다면 알렉산더 님 정도면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거다

어린 용은 절대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 용들은 아이를 거의 낳지 않는 만큼 어린 용을 조심히 다룬다

용들이 이번 글레이와의 싸움에 어린 용까지 데려왔다는 것은 그들도 이 전투에 사활을 걸었다는 거다

“됐어. 저 괴수 중에서 너희를 죽일 수도 있는 괴수도 있었다. 무리하지마. 우리의 적은 하나뿐이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글레이를 쳐다봤다

녀석은 완벽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것 같았다. 본래의 모습인 여유로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어린 용들은 보내. 어차피 도움 안 될 거다. 거기 방벽 뒤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로지 괴수들을 상대하세요.

어차피 저들은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지. 상관없어.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

“얘기는 끝나셨습니까.

“...그래.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때 순식간에 땅이 뒤집히더니 쇠사슬이 튀어나왔다. 물론 나도 녀석이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은 내게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바로 내 일행을 노렸다. 하지만 녀석이 내 가족을 노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당연히 내 일행을 노릴 걸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땅이 뒤집히며 엘리가 나오며 쇠사슬을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본 글레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막아낸 것까지는 글레이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쇠사슬이 먼지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괴이에게 당신의 마나를 부여한 겁니까?

“정답이야. 자주 그랬는데 본 적 없어?

분명 나는 아이들에게 자주 내 마나를 부여해줬다. 일거수일투족 녀석이 나를 감시할 것 같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나

글레이는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쯧... 그건 제 분야가 아니라서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에게 죽게 내버려 두지 말 걸 그랬습니다.

그 말은 즉 다른 인격이 나를 감시했다는 거군

“너도 완벽하진 않구나?

“제가 완벽했으면 이미 이 세상에 인간형은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전부 죽였을 겁니다.

그때 내 뒤에서 엄청난 마나가 집약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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