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괴이의 주인 153
이시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화살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준석도 보았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궤도는 이준석이 전혀 막을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이시현은 날아오는 화살을 보며 손짓 한 번으로 화염의 방벽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그 마나를 가득 담은 화살은 화염의 방벽을 가볍게 뚫으며 날아왔다
그런데 그때 화염의 방벽이 전부 그 화살에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화살은 천사의 색과 같은 새하얀색의 마나를 담고 있었지만, 화염의 방벽이 빨려 들어가자 붉은색 화살로 변했다
붉은색으로 변한 화살은 점점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이시현 앞에서 멈추더니 이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건데 잘 돼서 다행이네.
“저게 무슨...?!
백발 천사 기생충은 눈앞에 있는 설아도 잊고 이시현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잠시는 다시 한번 큰 상처를 남겼다
설아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순식간에 백발 천사 기생충의 두 날개를 전부 뜯어냈다
그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저게 어떻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날개가 뜯어진 것보다 화살이 이시현에게서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내 화살의 통제권을...?!
“통제권이라니 설마. 그저 내 화염으로 둘러쌌을 뿐이야.
그녀의 말을 증명하듯이 곁에 둥둥 떠 있는 화살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시현은 그 화살을 오로지 자신의 마나로 잡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시현은 다시 손짓으로 화살을 백발의 천사 기생충에게 보냈다
백발의 천사 기생충은 허망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내 화살이 닿으려는 순간 그 화살을 잡는 누군가가 있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 녀석은 꽤 강한 기생충이라 말이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글레이 님은 신경 쓰지 않겠지만 내가 용납하진 않아서 말이지.
날아오는 화살을 한 손으로 잡은 자는 엘프 갈라드리엘이었다
갈라드리엘은 자신이 잡은 화살을 바라봤다
“글레이 님이 왜 인간들을 두려워했는지 알겠군. 대단해.
말과 다르게 갈라드리엘은 화살을 한 손으로 부러뜨렸다. 하지만 갈라드리엘의 손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새까맣게 타 있었다
물론 순식간에 상처를 재생했지만
“너도 이제 알겠지? 인간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넌 고작 하나의 인간도 잡지도 못했고 당했지. 그리고 네 공격은 다른 하나의 인간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멍청하군.
갈라드리엘의 말에 백발의 천사 기생충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사이에 다른 천사 기생충들을 전부 죽이고 설시우 파티원들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쪽이 아나리엘의 아버지. 갈라드리엘이겠군요. 아나리엘에게 들었습니다.
“호오. 딸이 나에 대해서 말했다고? 더는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시현이 말했고 갈라드리엘이 받았다
“정답이야. 아버지라고 생각했으면 그쪽의 약점을 알려주진 않았겠죠.
“... 내 약점이라. 과거의 나조차도 약점이 거의 없었거늘. 이상하군. 아나리엘이 말한 게 맞나?
갈라드리엘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시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갈라드리엘의 뒤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그것에 이상함을 느낀 갈라드리엘은 뒤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보이는 건 이프닉스가 뿜어낸 화염의 브레스였다
갈라드리엘은 간신히 피했지만, 그 뒤에 있던 백발의 천사 기생충은 피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천사 기생충은 흔적도 남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그 모습에 갈라드리엘도 눈썹이 꿈틀거렸다
갈라드리엘도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피해가 없진 않았다. 그의 한쪽 팔이 전부 녹아버렸지만, 순식간에 재생했다
“...쯧.
혀를 찬 갈라드리엘의 표정은 처음으로 찌푸려졌다. 언제나 거의 표정이 없던 갈라드리엘이 저렇게 크게 반응한 건 처음이었다
그때 갈라드리엘의 뒤에서 게이트가 생성되더니 게이트에선 처음 보는 괴수들이 마구잡이로 나타났다
“...최소 S급 괴수입니다.
하지만 방벽을 두드리는 괴수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괴수들이었다. 이준석은 지금껏 몸으로 받아온 괴수들이 워낙 많아서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능력이라기보단 그저 감이었다. 괴수들의 등급을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기감이 예민해졌다
그의 감이 말하길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들이 전부 S급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괴수들이 정말 개떼같이 나오고 있었고 순식간에 그들의 주변을 둘러쌌다
“어차피 글레이 님에게 연락도 없는데 제 맘대로 하겠습니다. 적어도 당신들은 여기서 죽어야겠습니다.
갈라드리엘은 평온히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분노가 말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게이트에서 엘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 전원이 활을 들고 있었으며 이시현 일행들을 겨누고 있었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갈라드리엘의 뒤로 계속해서 게이트가 나타났으며 이번에는 전에 보았던 비교적 등급이 낮은 괴수들이 쏟아져나왔다
그 괴수들은 마치 방벽에서 이곳을 지원하지 못하게 방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천사 기생충들은 전부 죽였지만, 기생충은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엘프 기생충만이 이시현 일행을 보고 있었고 오크와 드워프를 비롯한 다른 기생충 종족들은 방벽을 보고 있었다
“어차피 전부 죽일 인간. 먼저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갈라드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하늘로 향하더니 내렸다
그와 동시에 괴수들이 이시현 일행들에게 들이닥쳤다
이시현 일행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이시현과 설아가 피와 화염의 방벽을 만들 순 있었지만 그건 한계가 있었다
그들을 노리는 건 전부 최소 S급 이상의 괴수들. 고작 방벽에 다가오지 못할 놈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방벽에 마나를 최대한 부여해 괴수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면 다른 기생충들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이시현 일행들은 그걸 찰나의 시간에 깨닫고 바로 흩어지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설아는 엘프 기생충들이 활을 쏘지 못하게 집중적으로 노렸다. 하늘로 높게 날아가 피의 구슬을 만들어 엘프 기생충들에게 날렸다
구의 형태로 만들어 날리는 건 설아의 주특기였고 엘프 기생충들에게 적중했다. 엘프 기생충들의 온몸에 구멍이 뚫렸다
분명 기생충들은 몸에 구멍이 뚫린 수준인 상처는 순식간에 재생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재생은 하고 있지만 전과 달리 재생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설아가 계속해서 그 피의 구슬을 움직이며 몸에 상처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석과 오민정은 서로를 의지하며 괴수들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닌 버티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최대한 많은 괴수가 자신들을 노리게 해야 했다
오민정은 이준석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서 혹시 이준석이 놓칠 괴수가 있다면 바로 그에게 알려주었다
이준석은 10 미터 크기의 골렘으로 변해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데도 오민정이 그의 머리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설시우의 아이. 엘리 덕분이었다
오민정은 엘리의 위에서 싸운 경험이 있다. 알렉산더가 그들을 시험할 때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서 엘리의 위에서 악착같이 싸웠었다
그때는 정말 엘리의 위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었으니 악으로 버텼었다. 물론 엘리가 마나로 위에 탄 사람들을 지켜준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오민정이 지금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석도 그걸 알고 골렘의 형태에서 그녀를 배려하지 않고 날뛰고 있었다
괴수들 대부분이 S급 이상이었지만 이준석도 더는 일반적인 SS급 헌터가 아니었다. 적어도 방어력 하나만큼은 알렉산더 바로 다음의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비교적 살상능력이 부족한 그는 그저 거대한 자신의 몸을 휘둘러 최대한 많은 괴수를 타격했으며 최대한 많은 괴수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 만큼 이준석, 골렘의 몸에 균열이 가고 부서졌지만 오민정이 재빨리 치료하며 버텨내고 있었다
이시현은 정말, 이 전장에 있는 모든 괴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프닉스의 머리에 타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이시현의 모습은 마치 페가수스 대신 화염의 용을 탄 아름다운 전장의 발키리 같았다
대부분 괴수가 이프닉스의 브레스를 버티지 못해 녹아버렸고 살아남은 괴수도 멀쩡하지 못했다
물론 살아남은 괴수는 이시현이 만든 화염의 창에 꿰뚫려 죽었다. 사실상 전장을 지배하고 있는 그녀였다
갈라드리엘은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고 그도 마찬가지로 활을 꺼냈다
하지만 활을 꺼내자마자 바로 설아가 반응해 그에게 피의 구슬을 날렸지만, 갈라드리엘은 가볍게 피해냈다
갈라드리엘은 활의 방향을 이시현에게서 설아로 바꾸며 화살을 쏘아냈다. 그가 쏘아낸 화살은 굉음을 내며 설아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설아는 기생충보다도 더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피만 충분하다면 설령 목이 잘리더라도 재생할 수 있는 게 설아였다
그렇다고 설아가 얌전히 맞아줄 리가 만무. 그녀도 피로 된 활과 화살을 만들어 갈라드리엘에게 쐈다
그렇게 두 화살이 맞붙기 직전에. 갈라드리엘이 쏘아낸 화살이 갑자기 살아있는 것처럼 궤적을 바꿨다
갈라드리엘이 쏘아낸 화살은 순식간에 이시현을 향해 날아갔다. 설아가 쏘아낸 피의 화살은 갈라드리엘에게 적중했다
다른 엘프 기생충들과 똑같이 재생하지 못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이시현은 이프닉스의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발견했다. 하지만 백발의 천사 기생충이 쏘아낸 화살과는 천지 차이 수준의 마나가 담겨 있었다
이번에는 맞서기보다 피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프닉스는 급히 하늘에서 움직이며 회피기동을 했다
하지만 그건 실책이었다. 갈라드리엘은 정확히 심장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상처를 손으로 감싸며 화살의 궤도를 다시 한번 바꿨다
화살이 다시 움직일 것을 생각하지 못해서 이프닉스는 뒤늦게 움직였지만 늦었다
갈라드리엘이 쏜 화살은 정확히 이프닉스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가 이시현의 심장을 향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프닉스의 머리가 꿰뚫렸지만, 그 모습은 이프닉스와 이시현의 마나로 만들어 낸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풀리며 이시현이 하늘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며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지며 이시현은 자연스럽게 심장에서 살짝 벗어난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다행히 설아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이시현을 받아냈지만, 이시현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설아가 바로 오민정에게 데려갔지만 제대로 된 치료가 진행되지 않았다
“상처에 담긴 마나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제대로 치료가 안 돼요!
안 그래도 치료형 헌터가 없는데 그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오민정도 치료하지 못하는 건 심각한 수준이었다
빨리 방벽 안으로 데려가 치료해야만 했다. 아니라면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었다
갈라드리엘은 심장에 뚫린 구멍에서 손을 떼며 뒤를 가리켰다. 그런데 손을 떼니 이미 그 상처는 다 나았다
“상처를 치료하러 방벽 안으로 대피하지 그러나? 아니... 이젠 아닌가?
그 말과 동시에 이시현의 일행 뒤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