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52화 (152/164)

#152. 괴이의 주인 151

오랫동안 전쟁이 있었지만, 지금보다 격렬한 전투는 없었다

아니 인간들에게만 격렬했다

인간들과 괴수들이 죽는 숫자에 비례하면 괴수가 월등히 많았지만 괴수들에게 두려움이란 감정 따위는 없었다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달려들고 있었고 하늘에서도 날아들고 있었다. 가끔 기생충에 감염된 종족이 날리는 강력한 공격에 방벽을 뚫고 날아와 군인들과 헌터들을 죽였다

더는 방벽 안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헌터들과 군인들은 잠시 패닉이 왔지만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든 악으로 버티며 괴수와 기생충을 공격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치료형 헌터들이 정신이 나간 일반인들과 약한 헌터들을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치료했다고 재발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방벽 위에 있는 헌터들은 더는 치료형 헌터들에게 기댈 수 없었다

사람들의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강력한 괴수는 여전히 방벽 밖에서 방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아무런 지시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강력한 괴수일수록 지능도 뛰어나니 생각 없이 저렇게 있지는 않을 거다

비교적 등급이 낮은 괴수들이 총에 맞아 온몸이 터지고 죽어 나가도. 그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총알의 소모가 너무 빠릅니다! 이렇게 쏴대다간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전쟁은 계속해서 지속되었고 총알과 총도 계속해서 소모되었다. 게다가 이번 전투는 괴수들이 절대 공격을 그만두지 않았다

전에도 괴수들이 밤낮없이 공격해왔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기생충에 감염된 종족들은 더는 방벽에 구멍을 뚫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 중 강력한 기생충이 활을 쏘거나 하면 방벽은 속절없이 뚫려 사상자를 만들어냈다

그것에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헌터는 최소 S급에서 SS급 이상의 신체 강화형 헌터들이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런 헌터들이 어디 흔한가

게다가 기생충들은 그런 헌터들을 귀신같이 골라내어 비교적 약한 헌터들을 죽이고 있었다

방벽은 괴수의 피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피로도 물들고 있었다

게다가 방벽의 마나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괴수는 끝이 없었지만 헌터는 하나둘 줄어들고 있었다

방벽을 관리하는 자들과 방벽에 마나를 부여하는 자들은 방벽 위에서 근무하지 않는다. 그들은 최대한 보호받으며 방벽 아래에서 지냈다

러시아 헌터들만이 방벽을 관리하는 자로서 있으니 블라디미르 대통령이 차별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왔다

애초에 블라디미르 대통령도 방벽에 마나를 부여하는 방법을 러시아가 독점하려고 했었다

처음에는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못했다. 수많은 괴수가 몰려들어 방벽을 두드리니 마나가 부족했다. 사람이 부족했다. 헌터가 부족했다

결국, 블라디미르 대통령도 살아남기 위해서 정보를 개방하고 여러 헌터들을 불러들였다

그 방벽은 등급이 낮은 괴수가 부딪치면 그대로 녹아내릴 정도로 마나의 농도가 진했다

하지만 그건 전 세계에 사람들이 러시아로 피난 오면서 멈췄다. 러시아 사람들만이 있었을 때는 그 방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러시아로 모이니 괴수들과 기생충도 한곳으로 모였다. 더는 그 정도로 방벽을 유지할 수 없었고 최대한 타협해서 마나의 방벽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한계다

헌터들은 계속해서 죽었지만, 괴수들은 죽어도 죽어도 어디선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괴수들의 등급은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압도적인 숫자로 찍어 누르고 있었다

설령 괴수가 단 총알 하나로 죽는 괴수라 하더라도. 그 총알보다 괴수가 더 많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방벽은 버티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강력한 몇몇 헌터들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이시현과 설아였다. 그 둘은 아나리엘이 없는 지금 대량 살상에 특화된 헌터 중에서 독보적이었다

그들처럼 강력한 대량 살상 능력이 강한 헌터들은 대부분이 죽었다. 그들은 다량의 괴수를 죽일 수 있을지언정 본인을 지킬 능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시현과 같은 화염 능력자. SSS급 헌터인 라훌은 게이트가 하필 그의 앞에서 나타났고 그의 정령이 힘 써보았지만, 결국엔 죽었다

사실상 지금 이시현이 SSS급 헌터이겠지만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시현은 이프닉스와 함께 혼자서 방벽의 한 구역을 담당할 수준으로 괴수들을 학살했다

화염의 비, 화염의 방벽, 화염의 창과 용, 용의 브레스 등등 모든 것을 동원해 괴수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런 이시현을 노리는 기생충들이 있었지만, 역으로 이시현이 그걸 알고 이프닉스에게 기생충을 죽이게 시켰다

이프닉스는 처음부터 은신에 능한 정령이었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생충들이 이시현을 노린다고 느꼈을 때 바로 불태워버렸다

기생충들은 이프닉스의 화염의 브레스를 견딜 수 없었고 온몸이 불타 사라졌다

그 기생충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의 장점인 재생 능력을 완벽히 무시하니 그들은 이시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생충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설아였다

그녀는 아예 자신을 노리는 기생충들을 사로잡아서 포션으로 쓰고 있었다. 무슨 짓을 했는지 기생충들은 꼼짝 못 하고 있었고 살아서 그녀에게 피를 뽑히고 있었다

방벽에서 유일이 설아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헌터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오히려 설아가 기생충을 사냥하고 있었다

설아가 날아다니면 기생충이 도망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갈라드리엘과 같은 강력한 기생충들은 나서고 있지 않았다

그걸 알고 설아가 일부로 기생충들을 살아서 잡은 채로 피를 뽑아먹으며 도발한 것인데 기생충들은 무슨 일인지 절대 나서지 않았다

“쯧. 저것들이라도 잡으면 전쟁이 훨씬 편할 텐데.

설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 사태가 전부 글레이 때문에 일어난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여기에는 없다

그렇다는 건 즉 현장에서 괴수를 조종하는 건 저들이라는 거다. 설아는 그렇게 알고 저들을 자극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설아는 아쉬워했지만, 어차피 기생충을 잡으면 잡을수록 본인에게도 방벽 안의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니

실제로 설아가 잡은 기생충들을 잡아서 총알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해지고 있었다

전쟁이 워낙 오래 지속 되어 방벽 안에 있던 시체들이 전부 기생충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체를 어디선가 공급을 해야 했는데 전과 같은 방법은 거의 불가능했다

방벽 밖에는 온갖 괴수들의 시체가 쌓여있었지만, 저것들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 뒤로 괴수들이 몰려들고 있었으니깐

하지만 해야만 했으니 별동대들이 아닌 아예 죽음을 무릅쓰고 시체를 가져오는 헌터들이 생겼다

아니 사실상 강제로 한 것이다. 아무리 블라디미르 대통령이라고 한들 헌터들을 밖으로 강제로 보낼 순 없었다

하지만 설아는 아니었다

설아는 아예 밖에 나가서 괴수의 시체를 가져올 헌터들을 지목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켜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 말을 믿을 헌터는 없었지만, 그 말을 듣지 않는다면 설아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몰랐다

설아에게 지목을 당한 헌터는 표정이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지목을 당하지 않은 헌터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들은 시체만 잘 옮겨왔었다. 하지만 그걸 두고만 볼 기생충들이 아니었다

인간들이 왜 괴수의 시체를 가져가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면 자신들한테 안 좋은 상황이 될 거란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렇게 다시 방벽 안에서 시체를 옮기려는 헌터가 나오니 기생충들이 다 무시하고 정확히 그들을 공격했다

설아가 최대한 그들을 지켰지만, 설아의 몸은 하나였고 기생충은 셀 수 없었다. 결국, 시체를 옮기는 헌터들도 대부분이 죽어버렸다

그렇다고 설아가 괴수의 시체를 옮겨서 마나를 담은 총알을 만드는 것보다 시체를 옮기는 동안 죽는 헌터들이 더욱 많아졌다

하지만 시체를 안 가지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헌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방벽 밖에서 괴수의 시체를 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밖으로 나가면 죽는 건 거의 확정시 되는 상황에 그 어떤 헌터가 밖으로 나가겠는가

그들은 선택해야 했다

“방벽 안에서 일반인들을 치료하는 헌터들과 그들을 지키는 신체 강화형 헌터들의 낭비가 심합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강행해야 합니다.

이준석 헌터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강력한 신체 강화형 헌터였지만 원거리 공격 수단이 골렘으로 변해 돌을 던지는 것밖에 없었다

이준석도 한국인이라 총을 다룰 줄은 알았지만, 돌을 던지는 것이 훨씬 많은 괴수를 죽일 수 있었다

“방벽 아래 있는 신체 강화형 헌터와 치유형 헌터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인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준석의 말은 현재 정신이 이상한 일반인들을 포기하자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방벽을 두드릴 테니 묶어두거나 감금시켜둬야 한다는 말을 덧붙여서

당연히 아래에 있는 일반인들 대부분이 방벽 위에 있는 헌터들의 가족과 지인이었으니 반발이 심했다

“제 가족도 일반인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정말 최소한의 인원을 내버려 두고 싸워야 합니다. 우리가 죽으면 저들도 죽습니다.

이준석의 말은 타당했다. 어차피 이곳이 무너지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도 죽을 테니

“제가 시체를 옮겨오겠습니다.

이준석은 자처해서 시체를 옮기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 각오에 다른 헌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별동대도 시체를 옮겨오겠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서 기생충들이 더는 방벽에 구멍을 뚫으려고 하지 않으니.

알렉산더가 말했으며 리암 헌터를 비롯한 마사무네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생충들이 수작을 부리지 않으니 그들도 할 게 없었다

“나도 갈게. 어차피 날아다녀서 모든 곳을 볼 수 있지만, 그쪽을 중점으로 봐 줄게.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어차피 시체를 옮기지 못하면 이 전쟁은 금방 끝납니다.

설아와 이시현까지 참여했다. 오민정은 방벽 아래에서 정신이 이상한 헌터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녀도 치유형 헌터라 정신에 이상이 생겼었지만, 치유형 헌터들이 자신을 치료하니 정신이 멀쩡해졌다

물론 그게 영구적인 것이 아니었고, 계속해서 자신을 치유해야 했다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저도요!

하지만 오히려 강력한 헌터들이 전부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니깐 너도나도 방벽 밖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저들이었는데 저들이 방벽 밖으로 나간다고 하니 불안했고 그들의 곁에 있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가는 것도 위험했기에 나가지 않으려는 헌터들도 많았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최대한의 인원을 뽑고 최소한의 인원을 방벽 위에서 저희를 엄호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전부 나가 괴수들을 죽이며 동시에 괴수의 시체를 공급하는 거죠. 그렇게 한 구역. 한 구역 나아가면 됩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전쟁은 멈추지 있었고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들 그 계획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동시에 방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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