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괴이의 주인 147
대피해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헌터들이었고 그들의 가족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들에게도 가차 없이 최루탄을 뿌렸다. 그들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당연히도 반발이 심했다. 헌터들은 최루탄을 맞고도 멀쩡했지만 그들의 가족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러시아는 반발을 무시했다
“자네들의 나라가 기생충과 괴수를 못 막아서 우리나라로 대피해 오는 주제에 하나하나 따질 셈인가?
그 말은 어찌 보면 오만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물론 다른 나라들, 특히 한국과 미국은 비교적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곳에 계속 있었다면 희망이 없을 거로 생각해 러시아로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러시아가 갑이었기에
그렇게 헌터들은 자신의 가족이 최루탄을 맞고 반 죽음이 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꼬이는군.
“이미 내 가족은 전부 죽었고 살아있는 가족은 전부 헌터니 상관없지만... 설시우 헌터는 도대체 어딜 간 거지.
가디언즈 길드장 제임스와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들은 다행히도 기생충과 괴수의 침략에 살아남았다
하지만 가디언즈 길드도 1위 길드의 위상을 많이 잃어버렸다. 미국도 당연히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가디언즈 길드만이 기생충과 괴수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길드원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가디언즈 길드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정말 최정예만 남았다. 최정예가 아닌 길드원들도 살아남아서 최정예로 변모했다
많은 길드원이 죽었지만 그만큼 강력해진 많은 길드원이었다. 하지만 그걸 기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길드원과 사람들이 죽었다
“오랜만입니다. 제임스 님.
“아. 이성민 길드장 아닌가. 오랜만이군.
그때 별비 길드장 이성민이 그의 가족과 길드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꼴도 말이 아니었다
“꼬질꼬질한 게 그쪽도 꽤 나 고생했나 보군.
“제임스 님도 그건 마찬가지인 것 같군요. 알렉산더 님도 오랜만입니다.
알렉산더는 이성민 길드장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에 있는 설시우 헌터의 파티원들을 바라보았다
설시우 헌터의 파티원들도 마찬가지로 꼬질꼬질했지만, 그들은 못 씻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괴수와 기생충을 상대해 그들의 피가 말라붙어 있는 채로 온 것이다
“오랜만입니다. 알렉산더 님.
“아직도 설시우 헌터의 행방은 모르나?
알렉산더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보이지 않는 설시우 헌터를 찾았다. 당연히 알렉산더는 설시우 헌터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는 설시우 헌터가 어딨는지는 알렉산더는 충분히 물을 자격이 있었다
설시우 헌터의 일행 중에서 대표로 이시현이 나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글레이를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시우와 연락이 두절 됐습니다. 그 이후로 게이트가 전 세계에 일어난 것을 보면...
이시현은 거기서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겉으로는 강한 척했지만, 그녀도 설시우를 걱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설시우의 가족이 당한 참사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고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말도 조심히 해야 했다. 다행히 가디언즈 길드와 별비 길드원들이 주변에 진을 쳐서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도 보지 못했지만
민간인. 일반인들은 여전히 설시우 헌터에 시선이 좋지 못했다. 지금껏 욕할 땐 언제고 이제는 모습을 보이라고 떳떳하면 괴수와 기생충과 맞서 싸우라고 난리였다
그 인간들의 이중성에 역겨움을 느낀 이시현은 한숨을 쉬었다
“아마 무사할 거예요. 글레이는 시우를 공격하지 못하니깐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시현은 설시우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3 달은 넘게 돌아오지 않았으니깐
다행히 그녀의 가족은 전부 헌터라 상관이 없었지만 오민정과 이준석은 달랐다. 그들의 가족은 일반인들이었고 그들도 마찬가지로 러시아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별비 길드장 이성민이 그들을 막았다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갑이다. 땅덩어리도 큰데 저렇게 쉽게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마나를 담은 총알이 많았다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노하우도 있었다는 거다.
러시아는 옛적부터 준비해 온 것처럼 게이트의 침공에 너무나 완벽히 대응했다. 러시아도 큰 피해가 있었지만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르게 깔끔하게 침공을 막아냈다
그런 러시아에 비해 그들은 그저 을이었다. 안타깝지만 그들은 러시아의 말을 따라야 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별비 길드원들과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서로를 잠시 쳐다보다가 바로 총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달려간 곳에는 몇몇 사람이 허망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채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총알의 머리가 뚫린 사람이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고 이시현이 물어보려 할 때 설아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머리가 뚫린 사람의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토사물과 그것에 섞인 기생충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내 기생충도 총알에 뚫려 죽었고 머리가 뚫린 사람의 몸에도 수많은 총알이 박혔다
“이럴 줄 알았다. 그냥 들여보내 줬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대들도 알겠지.
러시아의 군인 중 한 명이 말했고 그들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일반인들은 격리당해 최루탄을 맞았다
그래도 일반적인 최루탄이 아닌 미세하지만 마나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러시아가 자기들 나름대로 개량한 것 같았다
그때 다시 러시아의 군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헌터들은 이쪽입니다.
러시아의 군인들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강력한 원군인 헌터들에게는 깍듯이 대했다
문제는 일반인들 대부분이 그들의 가족이라는 거지만
그들의 뒤를 따라간 별비 길드원들과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러시아의 대통령을 만났다
“반갑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라고 한다.
그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 제임스와 이성민이 나서서 말했다
“반갑습니다. 별비 길드장 이성민이라고 합니다.
“가디언즈 길드장. 제임스다.
길드장들의 뒤에는 알렉산더와 설아. SSS급 헌터 2명도 있었지만, 그들이 먼저 나서서 인사했다
그들을 품고 있는 길드의 장이기 때문에
그 둘은 당당하게. 러시아의 대통령을 대했다. 이성민은 설시우 헌터를 영입한 이유로 별비 길드가 급부상해서 세계급 길드가 되었고 설아도 있었으니 부족할 건 없었다
제임스는 전 세계에서 1위 길드의 장이었다. 어떻게 보면 고작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깍듯이 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둘의 모습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는 오히려 흡족한 것 같았다
분명 블라디미르는 헌터도 아닌 일반인이었지만 그의 기백은 절대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길드들도 많은데 우리를 부른 이유는 뭡니까?
제임스는 그에게 까칠하게 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는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었고 가디언즈 길드장 뭐 그런 것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고 바로 최루탄을 뿌렸다
당연한 거였지만 최루탄을 맞은 제임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대충 알고 있지 않나. 이 사태의 원인. 설시우 헌터는 어딨는가?
하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들은 진짜로 설시우 헌터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깐
설시우 헌터의 행방을 알고 있는 자는 그의 파티원들뿐이었으며 그들도 지금은 정확히 어딨는지 모른다
별비 길드장 이성민이 자신의 딸을 바라봤지만, 그녀도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블라디미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아쉽군. 그 대단하다는 설시우 헌터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왜 그를 보고 싶다는 거죠?
하지만 그 말에 이시현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금 세간에는 설시우 헌터의 여론이 좋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 블라디미르 대통령이 그를 찾는다는데 그녀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아. 자네가 그의 파티원인가. 걱정 마게. 지금 그를 욕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이시현은 자신도 모르게 마나를 내뿜으며 말했지만, 블라디미르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시현의 대답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의 마나를 느낀 주변의 헌터, 특히 알렉산더가 크게 놀랐다
“이건...
이시현이 아주 잠시 뿜어낸 마나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바로 옆에 있던 오민정과 이준석도 깜짝 놀란 수준인데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오줌을 지려도 모자랄 판에 블라디미르는 태연하게 대답을 한 것이다. 심지어 그의 곁에는 사람 하나 없이 우리를 독대한 것이다
이시현은 평소에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친절히, 하지만 그 이상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가 딱 하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이 있었다
바로 설시우. 하지만 그녀가 살기를 내뿜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녀의 파티원들에 반응을 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놀란 것은 그게 아니었다
“무슨 마나가...
잠깐 본 그녀의 마나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강대한 마나가 알렉산더의 기감에 잡혔다
이시현은 시우가 글레이에게 혼자 간 이유는 오로지 자신들이 약해서, 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녀가 약해서, 설아가, 오민정과 이준석이 약해서. 아니 그의 눈에는 알렉산더조차도 약해 보일 것이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설시우는 자신의 파티원을 아껴서
가족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간 것이다
하지만 이시현은 그 모든 것이 자신이 그의 파티원이 약해서, 라고 생각했다
지금 뒤에서 놀란 그녀의 파티원들도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녀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혼자서 던전을 공략한 헌터다. 지금껏 설시우로 인해서 그녀의 성장세가 멈췄었지만
더는 아니다
“아나리엘도 긴장해야겠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나를 가진 아나리엘이다
“이시현이라고 했나. 나는 일반인이라 잘 모르지만 저기 알렉산더의 표정을 보면 대충 감이 오는군.
블라디미르 대통령은 고작 눈치로 이시현의 성장세를 알아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설시우 헌터를 만나고 싶은 건 딱 하나다.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할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지.
그의 말에는 뼈가 담겨 있었다. 러시아는 기생충과 괴수를 막으면서 생각했다
아무 의미 없다고
괴수와 기생충이 끝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을 힘겹게 막아냈지만 게이트에서 나오는 기생충과 괴수는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게이트가 사라진 것도 그저 거기서 더 나와봤자 쓸모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겠지
그렇게 판단한 블라디미르 대통령은 설시우 헌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를 글레이란 자에게 보내건 아니면 그의 힘을 이용해 그를 막던
어떻게든 그를 찾아내려고 용썼다
하지만 가디언즈 길드와 별비 길드와 러시아가 접촉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조용히 찾았다
그렇게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멸망하고 러시아로 피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당연히도 가디언즈 길드와 별비 길드. 그리고 설시우 헌터의 파티원들도 있었다
그들을 만나더라고 얼마든지 핑계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