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괴이의 주인 146
샬롯이 베타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해서 용들도 샬롯의 위치를 모른다고 했다
“데려다준다고? 알았어.
하지만 내겐 예외였다
이고르가 말하길 샬롯이 다시 트라우마가 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혼자 지레 겁먹고 내가 자기를 버릴 거로 생각한 건가
베타는 샬롯이 있는 곳으로 아예 게이트를 만들어 주었다. 게이트를 타고 들어간 곳은 동굴이었다
원래 샬롯이 동굴에서 살았으니 이해는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동굴 안에는 정말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고요했다
베타가 잘못 안내했나 싶어 녀석을 봤지만, 베타는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샬롯이 싫어할까 봐 시리와 이리, 엘리와 구스타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데리고 오지 않았다
물론 이미 많기도 하지만 이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모습을 숨기고 있으니 상관은 없겠지
나는 천천히 동굴 안을 돌아보고 있었다. 동굴은 굉장히 습했고 그 어떠한 생명체도 살고 있지 않았다
동굴을 계속해서 걸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동굴의 벽에서 거미줄이 있었다
점점 벽이 안 보이고 거미줄로 가득해졌으며 땅에도 거미줄이 처져있었다. 그렇게 안을 들어갔더니 보이는 건..
“거미 고치?
엄청난 크기의 거미 고치가 있었다. 동굴 안에 이렇게 큰 공간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저 거미 고치는 그 동굴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웬만한 건물보다도 훨씬 큰 거미 고치는 샬롯 본래의 모습의 크기와 비슷했다. 나는 거미 고치에 손을 가져다 대며 안을 살펴보았다
고치 안에는 거대한 거미가 잠들어 있었다. 당연히도 샬롯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네가 나를 버리지 않는 이상 너를 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런데 뭐가 널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었니
“내가 못 미더웠나.
솔직히 말해서 샬롯이 내 가족을 지킬 의무는 없었다. 내가 아이들을 가족같이 여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진짜 가족은 아니었으니깐
그런데 그때 거미 고치 안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샬롯이 깨어난 것 같았다. 고치 안에서 거미의 모습이 순식간에 인간으로 변하더니 고치를 깨고 나왔다
“주인...?
그렇게 말하는 샬롯의 얼굴은 누가 봐도 피폐해 보였다
“그래. 나다.
하지만 더는 샬롯을 위로해주지 않을 거다
“주인... 저는...
“됐어. 이번이 마지막으로 말할 거야. 더 기회는 없다.
샬롯을 위로해주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글레이가 지구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지 몰랐다. 다행히 살아있는 사람들이 전부 러시아로 갔기 때문에 글레이의 목적지도 알 수 있었다
“정말 마지막으로 말한다. 네가 나를 버리지 않는 이상 나도 널 버리지 않는다. 설령 이번에 우리 가족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너에게 화를 내겠지만 절대 버리진 않을 거다. 네 트라우마든 뭐든 난 더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마지막이다.
정말로 이번에 글레이가 내 가족을 죽였다 하더라도. 글레이에게 내 분노가 향할 거지 절대 내 아이들에게 가지 않을 거다
이고르가 말하길 글레이가 무슨 수작을 버린 것이기에 가족에게 내 마나를 준다면 풀릴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글레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가족은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알아서 마음 추스르고 와. 우린 러시아로 간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베타를 불러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말했고 아이들과 함께 게이트로 들어갔다
세계수가 있던 곳으로 돌아오니 엘프를 비롯한 오크와 드워프들이 전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괜찮습니다.
죄송하지만 드워프분들의 말을 끊었다. 한번 얘기를 들어주니 끝도 없이 이어져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기에
그런데 그곳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아니 인물은 아니었다
“해태?
해태는 세계수 근처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3 종족들이 해태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얌전히 앉아있던 해태는 나를 보자 천천히 일어나 걸어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세계수와 뼈 강아지인 가샤가 같이 오고 있었다
“깨어났구나...
해태는 전에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정신을 잃었을 때는 몸이 회색이었는데 지금은 늠름한 붉은색과 푸른색의 적절히 섞인 모습이었다
해태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고개를 숙이며 내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리가 경계했다
이리를 쓰다듬어 주니 녀석은 그제야 으르렁거림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이리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줄 알았나 보다
나는 이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가온 해태를 바라보았다. 해태는 거의 6미터 정도였고 온몸에 식물이 자라나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완벽히 나은 것 같진 않았다
엘프들이 심어놓은 식물이 다행히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나는 해태의 코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다 나았니? 죽진 않아서 다행이다.
해태는 콧바람으로 괜찮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주변에는 여전히 해태를 무서워하고 있는 3 종족들이 있었다
“이고르. 무슨 일이 있었어?
“해태가 깨어났을 때 주변에 주인이 없어서 그런지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고르의 말을 축약하자면 해태는 기절에서 깨어났지만,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구잡이로 주변을 공격했으며 당연히도 주변에는 3 종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해태가 괴이. 즉 내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함부로 공격하지도 못했지만 애초에 해태의 힘이 너무나 강력했다
에이엘 씨와 아나리엘. 카잔이 서로 협력해서 해태를 막아냈고 드워프들도 그들을 지원했다
드워프도 롭 님과 그림스워드 님 등 SSS급 헌터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전투형 헌터가 아니었다
전투가 가능은 하다지만 카잔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3 종족이 전부 모여서 해태를 공격했지만 죽일 순 없었기에 힘든 싸움이 이어졌는데
다행히 그때 세계수와 용인족, 용들이 그 싸움을 보고 해태를 말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건 뼈 가샤와 세계수였다
뼈 가샤가 압도적인 힘으로 해태를 찍어누르고 세계수가 정신을 안정시켜줬다. 다행히도 3 종족들이 다치긴 했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다쳤기에 해태에 강력한 힘을 본 그들은 해태를 두려워했다. 그나마 세계수가 샬롯을 진정시켰고 강한 용들도 여럿 있었기에 그들은 안심했다
하지만 해태의 힘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강했나요? 물론 해태가 강한 것은 알고 있는데 에이엘 씨와 아나리엘. 카잔도 있었고 심지어 드워프들의 무구도 받아 사용한 거 아닌가요?
이고르와 말하고 있을 때 에이엘 씨가 다가왔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맞습니다만... 변명으로 들리실 겁니다. 그래도 우선 저희는 제대로 해태를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기껏 상처를 치료해주고 다시 상처를 입히면 말짱 도루묵이니깐요. 그 이유로 카잔도 자신의 주특기인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방어만 했습니다. 다행히 제때 태초의 용 가샤 님과 세계수 님이 나타나서 막아주셨습니다.
다행히다. 하필 내가 없을 때 해태가 깨어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애초에 베타의 몸속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으니깐
“그런데...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는 뜻은...
“세계를 파괴하는 자. 글레이의 마나가 해태에게서 느껴졌습니다.
내 말을 받은 건 붉은 남자. 용이었다
“해태. 저렇게 강력한 해태는 처음 봅니다. 저조차도 저 해태와 싸운다면 이긴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최소 해태는 용 중에서 가장 강력한 용이랑 비슷하거나 더 강하다는 거다. 러시아로 가기 전에 일어나서 다행이네
“그런데 마나가 느껴지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베타... 님의 몸속에 들어왔을 때 세계를 파괴하는 자. 글레이의 마나가 느껴져서 놀랐는데 그게 저 해태의 몸에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취를 취했고... 시간이 지나 해태가 깨어난 겁니다.
허... 생각보다 붉은 용이 유능했다. 글레이가 해테에게 무슨 짓을 했을 거로 생각은 했는데 그걸 붉은 용이 해결할 줄이야
나는 해태를 쓰다듬어 주다가 생각난 것이 있었다
“발로그. 발로그는 어떻게 됐어?
해태는 물론이고 발로그에게도 당연히 글레이가 무슨 수작을 벌인 것이겠지. 해태보다도 더 오랫동안 엘프가 심은 식물들에게 영양분과 기를 받고 있는데 아직도 깨어나고 있지 않았다
“발로그... 저 무덤에 파묻혀 있다시피 한 발록 말씀하시는 겁니까?
붉은 용이 가리킨 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무덤 같은 것이 있었다. 워낙 발로그가 크기도 했고 그 위에 식물들이 자라나니 분묘 같긴 했다
“이곳에서 발록의 소재를 발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설마 저 발록도 당신의... 그러니깐 괴이입니까?
나는 고개를 젓고 발로그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생각보다 더 쓰레기 같은 자였군요. 하지만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전에 우리 용들이 다른 생명체, 아니 같은 용에게도 마나 저항력이 있다는 건 알려드렸죠. 발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실험으로 인해 몸이 약해지고 저렇게 쓰러져 있는 상태라도 저 신체에 마나 저항력이 있는 거라 저로서는 역부족입니다.
...안타깝네
“그런데 해태는 어떻게 치료한 거야?
“그건...
어떻게 해태가 깨어나게 됐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그때 갑자기 긴박한 표정으로 내게 달려왔다
“지금 러시아에 수많은 괴수와 기생충이 들이닥치고 합니다!
아나리엘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 시각 러시아에서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러시아 안에서 게이트가 생성되진 않았지만 전 나라에서 괴수와 기생충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러시아 안에서 새로이 생성되었던 게이트에서 나온 기생충과 괴수들은 전부 죽였고 마나를 담은 총알 공장은 무사했다
게다가 러시아에서도 기생충으로 마나를 담은 총알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발명해냈다. 기생충에 감염된 종족은 지능도 뛰어나고 강력해서 생포하기 어려웠지만 살아있는 채로 잡은 순간 그것들도 러시아의 총알이 될 뿐이었다
한 게이트에서 나올 수 있는 괴수와 기생충이 한정되어있는지 러시아 안에서 새로 나온 게이트는 전부 사라졌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도 수많은 민간인이 죽어 나갔다. 당연히도 러시아의 군대가 괴수와 기생충 전부를 죽일 순 없었으니깐
기생충들은 민간인들을 죽이고 민간인으로 숨어서 일을 벌이는 걸 러시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게이트가 발생 된 지역을 전부 봉쇄하고 그곳에 있던 민간인들에게 최루탄을 뿌렸다
잔인한 방법이었지만 확실한 방법이었다. 러시아에서는 기생충을 막으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했고 거기에서 최루탄이 효과적이란 걸 깨닫게 된 거다
헌터들에게 기생했다면 헌터들은 최루탄을 맞고도 멀쩡해서 의미가 없었지만 마나가 없는 민간인들에게는 효과가 확실했다
그들은 구토하고 기침하며 입에서 기생충을 쏟아내는 걸 확인했다. 그렇게 러시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생충을 구별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문제는 모든 나라에서 대피해 오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