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괴이의 주인 144
그 시각 지구에선 31년 전에 있던 게이트 침공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31년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번에는 아예 집중적으로 인간만을 노리기 시작한 괴수들이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전에는 괴수들이 아무 목적도 없이 지구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건물이 무너지고 인간이 다쳐서 반격하니 괴수들이 반격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예 인간만을 노리고 괴수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에서 나오는 건 괴수뿐만이 아니었다
엘프와 오크. 드워프마저도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었고 우리가 모르는 여러 종족이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일부로 같은 종족을 공격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만을 공격했다. 민간인들의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수백 수천 만에서 억이 넘어갔다. 인간들은 서로 협력해서 그들을 막아도 모자랄 판에 그들은 3 종족들에게 화를 냈다
결국엔 저들이 지구를 망친다더니 그럴 줄 알았다더니 등등 말도 안 되는 핑계로 3 종족들을 욕하고 있었다
정작 3 종족들이 해명하려고 했어도 인간들은 듣지 않았다. 정말 간단하게 게이트에서 나온 종족을 잡아서 해부하면 그 안에서 기생충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게이트 안에서 나온 종족들은 절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과 싸우면 기생충의 특징이 드러났다
엄청난 재생 능력이나 죽은 강한 헌터들이 다시 살아나서 다시 인간들을 공격했다. 누가 봐도 그들이 기생충이란 걸 알 수 있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기생충 자체를 3 종족들이 퍼트린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3 종족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웃기는 건 3 종족들도 포기했다는 거다. 지구가 어차피 자신들의 고향도 아니고 애초에 그들의 고향은 파괴되었다
조용히 있던 드워프마저도 인간들에게서 쫓겨났다. 엘프와 오크는 다행히 베타의 몸속에 있어서 피해는 없었지만, 드워프는 아니었다
드워프는 가디언즈 길드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드워프는 가디언즈 길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디언즈 길드도 지금 상황이 녹록지 못했다
설시우 헌터가 있는 별비 길드에 동맹 길드였고 이 사단이 전부 설시우 헌터 하나 때문이라는 소문. 아니 사실이겠지
그 동맹 길드란 것 하나만으로 가디언즈 길드는 위상은 하늘에서 떨어졌다. 게다가 고작 동맹 길드란 것만으로도 이런데 별비 길드는 어떻겠는가
별비 길드는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길드 자체가 길드원들의 복지로 이어지고 있던 길드였는데 그 길드원들이 대거 이탈했다
이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별비 길드란 것 하나만으로 일반인들의 시선은 물론이고 헌터들의 시선도 좋지 못했다
별비 길드는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별비 길드장과 부 길드장도 마찬가지로 현상금이 걸렸다
이유는 설시우 헌터의 위치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해서. 같은 이유로 설시우 헌터의 파티원들도 현상금이 걸렸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가디언즈 길드는 드워프를 숨겨줄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드워프는 지구를 하염없이 떠돌아다녔다
지구의 지하는 드워프에게 맞지 않았다. 토양이 좋지 못했을뿐더러 지반이 약해 드워프가 잘못하면 땅이 그대로 꺼질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구에서 몸을 숨긴 채 활동하던 엘프가 드워프를 발견했다. 엘프는 베타의 허락을 받고 드워프들도 베타의 몸속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렇게 인간들은 다시 고립됐다. 그 어떠한 종족의 도움도 없이 지구가 망가지고 있었다. 설시우 헌터가 원했던 상황은 아니다
설시우 헌터는 글레이의 공격이 시작되면 자신의 파티원들을 비롯한 괴이들이 지구를 지킬 줄 알았을 거다
파티원들은 지구에서 열심히 괴수와 다른 기생충에 감염된 종족들을 막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엘프를 비롯한 3 종족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지구에 관심이 없었고 거처를 옮긴 그들은 더는 지구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지구에도 강한 헌터들이 수두룩했지만, 그들은 단합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힘을 믿고 괴수와 싸웠고 그 뒤에 숨어있던 기생충에 감염된 종족이 그들을 죽였다
수많은 강한 헌터들이 죽어 나갔고 그중에는 SSS급 헌터도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힘이 있었기에 괴수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구는 멸망을 향해 달려나갔다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녀석은 드물게도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글레이들이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럼 왜...
“괴이와 괴이의 주인에 관계랑 같습니다. 저희는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괴이와 괴이의 주인과 같다라..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합니다. 방금 말했다시피 명령 자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괴이들은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순 있었죠. 거부하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거부할 순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아닙니다. 거부하면 죽는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냥 거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태어난 존재이기에.
어떻게 보면 불쌍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자업자득이지. 지금 동안 너희들은 그거에 큰 불만이 없었을 거야. 왜냐고? 내가 그렇게 느꼈으니까. 내가 많은 인격을 만난 건 아니지만 지금껏 만난 녀석들은 전부 불만의 감정은 티끌만큼도 없었어. 그런데 갑자기 불만을 내게 말한다고? 이제 와서? 곧 죽을 것 같으니 감정적 이게 된 건가?
나는 글레이들을 비난했다. 좋다고 인간형들 죽이더니 자기가 죽을 때가 되니 인간형의 처지를 드디어 알게 된 건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
녀석들은 입을 꾹 닫았다. 그런데 이것도 글레이의 수작일 수도 있다. 나를 최대한 여기에 잡아 둬야 지구에서 활개를 칠 테니
“그래서 정확히 여기는 어디야? 여기서 내보내 주면 생각해 볼게.
하지만 녀석들은 입을 닫은 채 열지 않았다. 당연히 하얀 머리 글레이는 그 이상 알려주지 않았겠지
“하...
짜증 났다. 저들은 나를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난 저들을 죽여야 했다. 그래야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있으니
기분이 더럽다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쉬고 글레이들을 바라봤다. 고작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죽이지 않으면 더 이상하다
저 녀석들은 공격할 의사는커녕 인간들을 잡아서 생체 실험에 사용하고 현혹하고 세뇌했다
게다가 지구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 모든 인간형을 죽였다. 저들은 연쇄 살인마다. 연쇄 살인마가 자기 죽을 때 되니깐 저러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의미로 더욱 역겨웠다
그 즉시 나는 바로 이 공간을 잡아먹을 듯이 마나를 전개했다
“너희들 말을 들은 내 잘못이지.
영국이 지구에서 멸망했다. 아니 정확히는 멸망하지는 않았다. 기생충에 감염된 여러 종족이 영국을 점거했다
영국은 강력한 나라였고 심지어 SSS급 헌터도 있었는데 멸망했다. 이유는 그 SSS급 헌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SSS급 헌터는 게이트 침공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영국을 배신했다
비교적 조그마한 나라는 오히려 게이트 침공을 잘 막고 있었지만, 문제는 거대한 나라였다
거대한 나라답게 게이트도 온 곳곳에 생성되었고 그 안에서 괴수들이 뛰쳐나왔다. 당연히 그 뒤로 여러 기생충에 감염된 종족이 나왔고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숨겨 일반인들 사이로 들어갔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기생충이 감염되어 있었고 일반인들을 죽이고 그 안에 기생충을 심었고 그 일반인들이 다시 돌아다니며 다른 일반인들을 감염시켰다
영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가 기생충의 소굴로 전락했고 그제야 인간들은 협력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그들이 협력하기 위해선 결국엔 자신의 나라를 포기해야 하는 자들이 있어야 했다. 힘의 집중을 해야 그들이 괴수와 종족들을 막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나라를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누가 자신의 나라를 포기하겠는가. 자신이 사는 터전도 그곳에 있고 모든 기반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결정해야 했다. 어느 나라를 버릴지. 어느 나라를 살릴지. 기생충은 점점 지구를 좀먹고 있었다
그리고 또 문제가 있었다
“세계를 파괴하는 자...
“그렇게 열심히 숨어있더니 이제야 기어 나오는군.
글레이가 지구에 나타났다. 글레이는 마실 나온 것처럼 지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곳은 하필 한국이었고 비교적 잘 막아내고 있던 한국은 비상이었다
설시우 헌터의 가족도 한국에 있었고 그의 일행도 한국에 있었다. 샬롯과 이고르가 그들의 주인이 한국에 살고 있던 것을 깨닫고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그들을 베타의 몸속으로 이주시키려 했다
그런데 하필 글레이는 정확히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샬롯과 이고르는 급히 용들을 불렀고 용들과 설시우 헌터의 괴이들은 긴장한 채 글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글레이는 여유로웠다
“봉인이... 다 풀렸군.
글레이는 더는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았다. 하지만 비교적 늙은 얼굴과 하얀 머리는 그대로였다
“정답이다.
그 말에 그들은 더욱 긴장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글레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타까운 녀석들이군. 그대들의 유일한 희망인 괴이의 주인이 사라졌으니.
“주인을 어디로 보냈지?!
샬롯이 그의 말에 격정적으로 반응했다. 괴이의 주인에게서 가장 많은 걸 받은 괴이가 샬롯이기에
“걱정 마라. 주인은 잠시 내 세계에 봉인해 뒀으니. 어차피 나 또한 괴이라 주인이 그 공간에서 해를 입지는 않을 거야. 해는 말이지...
글레이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웃었다. 샬롯이 뭔가를 더 물어보려고 했을 때 글레이가 먼저 말했다
“내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 이만 가겠다. 주인은 금방 나올 거다.
그렇게만 말하고 글레이는 게이트를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고 게이트가 사라졌다. 용들이 그 게이트에 마나로 간섭을 시도했지만 아무 반응 없었고 글레이는 사라졌다
“목적...? 설마...!
글레이는 귀신같이 주인의 가족 근처에서 나타났다. 그렇다면..
“찾아봐야 합니다! 당장!
나는 글레이를 죽이기보단 이 공간 전체를 없애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이 공간이 없어지면 저 글레이들도 사라질 테니
그때 처음으로 내가 마나를 사용해서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코를 만져보니 피가 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강하긴 한가 보네 글레이가.
한계를 모르던 내 마나였는데도 지금 이럴 정도면 엄청나긴 하네. 내 마나가 글레이의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글레이가 만든 세계가 부서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마나에게서 도망가는 글레이들도 전부 먼지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주변의 검은색이 전부 부서지고 있었다. 검은색 세계가 부서지고 보이는 건 헝가리였다. 주변에는 아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가야겠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