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44화 (144/164)

#144. 괴이의 주인 143

“찾았습니다!

온몸이 초록색인 남자가 오더니 외쳤다. 물론 저자도 용 중 하나다. 그리고 저자의 역할은..

“글레이를?

“글레이...? 아 맞습니다! 세계를 파괴하는 자를 찾았습니다!

드디어. 나는 중간중간 밖에 소식을 들었다. 나만 편하자고 여기 있을 순 없으니깐. 밖에는 여전히 나에 대한 여론이 좋아지려고 하면 글레이가 귀신같이 게이트를 열어 공격했다

그때마다 수많은 사상자가 나와 사람들은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퍼지면 글레이가 침묵했다

나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함부로 말할 수 없어 침묵할 뿐이었고 결국 지구에는 나를 노리고 있던 사람들이 설치고 있었다

가끔 가족들을 만나는 것 말고는 난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베타의 몸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나마 뼈 가샤가 용들을 데리고 와서 활력이 생겨서 기분이 잠깐 좋았지만, 그것도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글레이의 위치를 찾았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서 놀랐는데 문제는..

“그는 지구에 있습니다. 전 세계를 뒤지고 마지막으로 괴이의 주인께서 있는 곳에서 그의 소재를 찾았습니다.

글레이가 지구에 있다고

“지구 지역에 헝가리에 거주 중입니다.

게다가 내가 한 번 간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글레이가 있었다고? 그게 무슨..

“그를 숨겨주는 용이 죽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세계를 파괴하는 자는 몸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가만히 있었을 뿐이죠. 게다가 그는 제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보내줬습니다.

... 누굴 기다리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나겠군.

“맞을 겁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혼자서 기다리고 있었죠.

쯧. 또 대화를 원하는 거겠지. 전에 내가 귀찮게 대했다고 항의하는 거야 뭐야

“만나봐야겠네.

이번엔 내 일행도 아이들도 없이. 나 혼자

“이젠 정말 단둘이군요.

“그래. 네가 원하는 거였겠지.

내 아이들과 용들이 극도로 반대했지만 난 무시하고 헝가리로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어차피 글레이에게는 나를 공격할 수단 따위는 없었다. 물론 녀석이 전 주인을 어떻게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죽일 수가 있었다면 진작에 나를 죽였겠지

헝가리 전부 뒤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녀석은 대놓고 자신의 마나를 내뿜고 있었다. 불길한 검은색의 마나가 헝가리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나는 그중 가장 짙은 곳을 찾아갔더니 글레이가 있었다

샬롯과 이고르는 물론이고 시리와 이리, 엘리와 구스타프마저도 베타의 몸속에 두고 왔다. 베타도 내 옆에 있지 말라고 당부해뒀다

헌터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혼자였던 내가. 헌터가 된 이후에는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시리와 같이 다녔고 다음에는 시현 누나와 이리가 붙었다. 그 이후로 베타와 구스타프 오베른들이 있었다. 물론 설아와 준석 씨, 민정 씨도 있었다

이제는 진짜 혼자였다

“너 때문에 대학 다니던 때의 PTSD 오겠다 야.

그때는 정말 난 아무것도 아니었지. 거의 왕따나 다름없었다

“대학...?

“알 거 없어. 그래서 굳이 용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날 기다린 이유가 뭐야?

글레이는 그 말에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제, 힘을 정말 조금만 보여줬는데도 인간은 이렇게 주인을 배신하는군요.

“그게 조금이야? 게이트를 도시 한 가운데에 소환해서 민간인들을 죽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

게이트가 생기는 전조 현상도 없이 그냥 갑자기 생기니 대처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인간이 나를 배신하진 않았어. 내가 공적으로 뭘 한 게 없는데? 뭐 한국과 헝가리는 그나마 도움을 조금 주긴 했는데... 게다가 네가 그걸 노렸잖아.

“뭐... 그렇죠. 예상은 했지만, 너무 쉬워서 당황했습니다.

“인간이란 원래 그래. 이런 인간을 전부 죽이려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

“아뇨. 인간형 중에서도 그 중심이 되는 인간. 제가 왜 가장 왜 늦게 죽였을 것 같습니까? 마나도 제대로 못 다루고 엘프와 드워프를 비롯한 다른 종족 중에서도 가장 약한 인간을 말입니다.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네 말대로 가장 약해서 아니야? 그중에서 주인이 나와도 쉽게 죽일 수 있으니깐?

“허... 그건 생각지 못했군요. 다음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저희가 주인이 약하건 말건 죽이지 못하는 건 똑같지만요. 그 이유는 아닙니다. 거의 모든 세계가 마나를 다룰 줄 알았죠. 그런데 이 세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약한 인간이었겠죠. 그런데 그들이 마나를 다루게 알게 된 순간 어떻게 됐습니까?

“...강한 인간들이 속출했지.

“맞습니다. 고작 30년 만에 말이죠. 정확히는 마나가 없던 세계에 마나가 나타나자 재능이 있는 인간들은 바로 마나를 깨달았죠.

“그런데 그건 카잔도 마찬가지인데? 아 카잔은 지구에서 태어난 오크인데 녀석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크는 이미 마나를 다룰 줄 알았던 종족이었죠. 그 종족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당연히 마나를 다룰 줄 알겠죠. 그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제가 바로 게이트를 바로 이 세계에 만들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린 다음 게이트를 만들었죠. 그런데도 이 세계의 인간들은 그 즉시 바로 마나를 깨우치는 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죠.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글레이는 설움이 담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애초에 녀석은 생물체도 아닌 한낱 쇠사슬이었던 녀석이 괴이로 변한 케이스였으니

“주인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인간형 중에서는 또 괴이가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을.

음...

“괴이 중에서 괴이의 주인이 나온다면 자신이 자신의 마나로 인해 죽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저는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간형 중에서 괴이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응...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괴이들은 인간을 동경합니다. 주인께서도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오래 산 괴이는 인간형으로 변할 줄 알죠.

뭔가 이상한데

“제가 그래서 인간을...

“잠시만. 인간형 중에서 괴이가 없다고?

“예. 그래서 제가 인간을...

“그럴 리가 없는데. 용족들도 인간형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너 가샤 알잖아. 아는 눈치였는데 말이지.

글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겉모습은 남성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여성의 인격 같았다

“설마 태초의 용 가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글레이는 내 말에 크게 웃었다. 녀석이 뭐가 웃긴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까지 박수를 치며 웃는 건 처음 봤다

아니 애초에 저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건 처음 봤다. 녀석은 거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자가 있었군요. 아닙니다. 금방 알게 되실 겁니다.

분명 녀석은 비웃음의 의미로 웃은 게 아니었는데도 뭔가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할 말은 그게 전부야?

내 말에 녀석은 웃음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어두워졌다

나는 재빨리 내 몸에 마나를 두르고 주변을 바라봤다

“그저 제 세계로 갈 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멍청이다. 몸에 두른 마나를 그대로 둔 채 주변을 바라보았고 글레이는 내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보고 있었다

주변은 계속해서 어두워졌으며 이내 코앞에 있는 글레이조차 잘 안 보이는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런데 느껴지는 인기척이 하나가 아니었다

“글레이?

“““예.””

그곳에는 글레이로 보이는 여러 존재가 있었다. 존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 보던 검은 정장의 남자를 비롯해 여성과 남성 강아지 고양이 호랑이 곰, 게다가 생명체도 아닌, 그냥 쇠사슬로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전부 글레이냐?

“““예. 저희는 글레이입니다.””

정말 수많은 생명체와 생명체가 아닌 무구, 물건들이 나를 향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쇠사슬에 묶인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가 나타나니 여럿의 글레이가 뒤로 물러났다. 검은 정장의 남자가 늙는다면 저렇게 될까

온몸이 검은색이었지만 그의 머리만이 하얬다. 하지만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녀석은 마치 일부로 머리만 하얗게 만든 것 같았다. 인간을 동경해 일부로 저렇게 만든 것일까

“네가 진짜 글레이야?

“뭐... 맞습니다. 물론 저들이 가짜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주변을 보니 녀석들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각자 개성이 워낙 강해서 제가 컨트롤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 보이긴 하네. 물론 몇몇은 모르겠지만.

다들 괴이라 감정이 전해져오고 있긴 한데 아예 생명체도 아닌 것들은 감정을 읽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어차피 둘밖에 없었으면서 굳이 자신의 세계까지 나를 끌고 온 이유가 있나

그런데 수많은 글레이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박장대소나 다름없었다

“주인께서는 정말 이기적이군요.

“...뭐?

동시에 글레이들은 웃음을 멈췄다

“제가 여기 있다고 지구에 게이트를 만들지 못할 거로 생각하신 겁니까? 아니면 본인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머리가 하얀 검은 글레이는 그 말을 하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그런데... 사라진 녀석의 말이 거슬렸다

“무슨 뜻이지? 너희들은 그저 하나의 인격 아니었나?

“그냥 순진한 것뿐이었군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익숙한 검은 정장의 남자가 있었다. 지금껏 보았던 글레이다

“우리는 인격이라면 인격이고 괴이라면 괴이입니다. 분명 우리는 한 몸에서 살고 있지만 별개입니다. 즉 숙주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몸체로 옮길 수 있다는 겁니다.

“...

그렇다는 건 즉..

“그 말은 즉 그 쇠사슬에 묶인 글레이는 지구에 갔다는 소린가?

“정답입니다.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군요.

함정이란 소린가

“그런데 생각보다 차분하시군요. 이곳에서 나가려는 건 어려우실 텐데요.

“내가 없어서 멸망할 지구였다면 진작에 멸망했겠지. 게다가 내 아이들을 전부 지구에 두고 왔으니깐 문제없어. 난 별로 전투에 쓸모가 없거든. 그리고 글레이가 말했다시피 우리 인간은... 잠재력이 뛰어나거든. 녀석도 그걸 두려워한 거고. 뭐 됐고. 어떻게 나가는데?

“... 이곳에 저희가 하나라도 살아있으면 이 공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인께서는 저희 힘을 알고 있는데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난 내 아이들을 믿거든. 그리고... 안타깝게 생각해. 너희들은 결국엔 흰색 머리 글레이에 희생양이네. 아니 실험체라고 해야 하나? 글레이의 실험에 너희들 인격이 들어간다고 했지. 너희는 왜 저 녀석을 따르는 거야?

“...따르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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