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괴이의 주인 140
당연하게도 그 토벌은 실패했다. 용들의 강대한 힘도 대단했지만 글레이에게 문제는 괴이의 주인이었다
용들은 비겁하게도 방패막으로 괴이의 주인을 선택했고 글레이의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물론 주인의 몸은 하나였기에 강력한 용들도 몇몇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용들의 공격도 글레이의 강력한 마나를 억제하는 능력에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글레이의 마나도 무한하지 않았고 용들은 영리하게도 교대로 싸워나갔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괴이의 주인이 마무리 일격을 날렸다. 괴이의 주인의 공격을 맞은 글레이는 똑같이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그런데도 녀석은 살아있는 거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나도 한 번 본 적이 있다. 글레이의 사슬을 내 마나로 막아낸 적이 있지
그런데 그 사슬은 먼지로 변해 사라졌는데 그 쇠사슬이 다른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먼지로 변했다
그리고 그 인간은 글레이를 향해 원망의 말을 내뱉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예상할 순 있었다
아마 글레이의 여러 인격 중 하나가 분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도 내가 글레이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엘프의 때를 빼고는 단 한 번도 내게 위해를 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엘프 때도 나를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내게 공격이 안 통해서가 아닌 아예 그럴 맘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내가 마나를 더 잘 다룰 수 있어서 글레이의 공격을 전부 막아낼 수 있다
그런 이유와 자신감 때문에 글레이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또 이번엔 무슨 일이냐고.
나는 일부러 윽박지르듯이 말했다. 지금 녀석의 성격이 순해졌을 때 기 싸움에서 지면 안 됐다
물론 이것도 나만의 기 싸움일 수도 있겠지만 녀석은 정말 아무 때나 나를 찾아왔다. 나는 녀석을 죽이려고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게 나를 얕잡아 보고 있다는 증거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주인만을 생각하고 있는걸요.
내 생각을 읽었는지 녀석은 대답했다. 물론 저 말이 틀리진 않았겠지. 언제나 내 생각을 하겠지만 그게 무슨 생각인지는 우리가 예상하는 거랑 다르겠지
어느새 능글맞아진 글레이의 모습을 난 무시했다. 그리고 난 뼈 거인이 엘리와 이리에게 허무하게 죽어서 개 거품 물고 쓰러진 그리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해. 이곳 정리하고 돌아가게.
나는 일부로 녀석을 무시하는 듯이 말했다. 물론 글레이가 공격할까 봐 온 신경을 곤두선 채 눈은 그리드에게 향했지만, 정신은 글레이에게 향했다
“아쉽군요. 그럼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 지구를 제외하고 모든 인간형을 몰살했습니다. 아 용족은 빼고요.
그 말에 내 손이 멈췄다. 글레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을 터트렸다
“한때는 저를 봉인한 용족이었지만 지금은 약해빠졌더군요. 그래도 과연 용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은 이미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언제는 자기네들이 가장 강력한 종족이라고 하더니 웃음밖에 안 나왔습니다.
글레이의 말은 용족은 세상에서 숨었다는 건가. 그것도 그렇지만 이미 다른 모든 세계에서 인간형이 몰살됐다라..
녀석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지금껏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녀석이다. 그러면..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거지?
“제가 괴이의 주인을 죽인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뭐
“괴이들은 괴이의 주인을 절대 공격할 수 없습니다. 아니 아예 그 생각조차 할 수가 없죠. 자신이 직접 공격을 하지 못하니 다른 곳을 공격해 튀는 파편을 통해 위해를 가하려고 해도 그런 생각했을 때부터 이미 그런 방식은 실패한다는 거죠. 그럼 제가 어떻게 주인을 죽였을까요?
... 답이 나오지 않았다. 괴이의 공격도 통하지 않고 그런 생각도 통하지 않는데 말이다
“답은 간단합니다. 주인을 공격할 생각이 없이 주인을 죽이면 되는 거죠. 간단하죠?
진짜 미친놈인가? 아니 미친놈이 맞겠지. 저 정도의 힘을 가지고 한다는 생각이 괴이의 주인이 더는 나타나지 않게 인간형을 전부 죽이는...
왜... 괴이의 주인을 죽일 수가 있는데 왜 인간형을 전부 죽이는 거지
“제게 여러 인격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성격이 바뀌는데 모를 리가. 그런데 그걸 본인의 입으로 인정하는 게 이상했다
“주인께서는 잘 모르겠지만 제게는 수백 수천만, 혹은 억의 인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께서는 기껏해야 10개의 인격을 알고 계시겠죠.
10개도 솔직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별로 안 궁금하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글레이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주인께서는 알고 계시겠죠. 페트라니아 종족. 주인에게는 기생충, 이라고 불렸죠. 기생충을 괴이라고 착각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확실히. 기이하게도 기생충에게서 괴이의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게다가 내 마나에 노출되면 허무하게 죽어버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글레이는 내 의문을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 기생충들은 전부 괴이가 맞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직접 만들어 낸 괴이입니다. 그들 하나하나에 전부 제 인격이 들어갔습니다.
그 엄청난 수의 기생충 하나하나에 전부 글레이의 인격이 들어갔다니. 그런데..
“왜지? 너로서는 그것들을 괴이로 만들지 않는 것이 나를 죽이기에 더 편했을 텐데.
“애초에 그들은 주인을 죽이기에 만든 것이 아니니깐요. 게다가... 그것들은 괴이가 아니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저 시체에만 기생하는 생물일 뿐.
확실히. 샬롯에게 들었을 때는 기생충은 시체에만 기생한다고 했었지
“고작 기생충으로 주인을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제 인격을 나눠주지 않았다면 썩은 시체를 파먹는 종족이었을 뿐이죠. 그런데 제가 인격을 나눠준 기생충 중에서 진짜 괴이가 태어난 겁니다!
갑자기 글레이가 격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자신이 잘한 것을 마치 부모님에게 말하는 것처럼 신나 하고 있었다
물론 그걸 내가 계속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나는 더는 들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붉은색 마나로 된 창을 만들어 녀석의 얼굴 바로 옆으로 날렸다
“그만. 그런 것만 떠들 거면 그냥 돌아가라.
글레이는 내 말에 상처를 받은 듯 시무룩해졌다. 애가 오늘따라 이상하다고 느낄 때. 녀석은 조울증 걸린 것도 아니고 그저 인격이 바뀌었겠지만, 다시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쉽군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지구에서 모든 걸 제쳐두고 당신 편을 들 사람은 몇이나 있습니까?
...뭐
글레이는 그 말만 남긴 채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며 사라졌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 말의 의미는 뭐지
글레이가 떠난 후 엉망이 된 헝가리의 거리를 우리는 정리했다. 솔직히 정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주변에 신음하며 널브러져 있는 경호원들과 그리드를 베타의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들은 그냥 허무하게 당했기에 건물이 부서지고 이런 건 없었다
글레이의 말이 거슬렸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나는 샬롯에게 그리드의 머리를 뒤지라고 말했다. 녀석이 정신이 붕괴가 되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도 덧붙였다
그리드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죽음의 고통을 느끼는 건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고 절대 편안하지는 않을 거다
헝가리에 와서 성과는 다행히 있었다. 이 녀석들이 왜 나를 선동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샬롯이 알아낼 수 있겠지
우리는 헝가리의 일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헝가리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내가 더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나라를 좀먹는 벌레들은 다 없앴으니 금방 다시 되 살아날 거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했을 때
한국이. 아니 전 세계가 나를 향해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 겁니까?
나는 언제 나와 같이 위풍당당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거의 나는 연예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나를 알아보는 건 똑같지만 시선이 좋지 못했다. 심지어는 우리 길드장 님조차도 말이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낫겠지.
그래서 물어봤고 길드장 님은 내게 핸드폰을 건네셨다. 갑자기 무슨 핸드폰이냐고 하면서 액정 화면을 들여다봤는데 그 안에는 익숙한 녀석이 있었다
“글레이?
어떻게 길드장 님 핸드폰 안에 글레이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건 길드장 님이 따로 찍으신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볼 수 있는 플랫폼에 이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영상은 간단했다
“내가 원하는 건 설시우 헌터 하나라...
글레이는 자신이 게이트를 만든 사람이고 자신이 원하는 건 나 하나라고 했다. 이 모든 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나를 넘겨준다면 게이트를 없애겠다는 말도 지껄였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있게 자신이 직접 게이트를 만들어내고 없애는 걸 영상으로 보여줬다
아니 애초에 글레이는 전 세계에 게이트를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보이게 만든 것이다. 마치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뉴스처럼 방송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기생충도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것을 보여줬다. 철저히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있도록
그리고 글레이는 이 말을 따르지 않을 시 전 세계에 게이트를 마구잡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게이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괴수가 나오는 것을 보여줬다. 게다가 그 안에서 오크와 엘프까지도 나왔다
분명 그 엘프와 오크들은 기생충에 감염되어있겠지만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 그리고 그곳엔 드워프는 없었다
글레이가 빠트린 건지 아니면 유도한 건지. 나랑 교류가 활발한 엘프와 오크를 저격하듯이 보여줬다
그렇게 글레이는 게이트 속으로 다시 사라졌고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갑자기 게이트 사건의 원인이 나타났고 그 원인은 오로지 나만 원하고 있었다
물론 녀석은 모든 인간형을 죽이려고 하겠지만 다른 자들은 그걸 알 수가 없겠지. 설령 내가 알려준다 해도 글레이가 원인을 나로 지목했을 때부터 내 말을 믿을 사람은 없어졌다
당연히 글레이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 갑자기 지금에 와서야 저런 말을 하는 거고 조작된 영상이 아닐지
하지만 전 세계에 게이트가 생성된 것을 수많은 사람이 보았으니 조작됐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를 보낸다, 하더라도 저자가 멈출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런 소문이 돌 때 하필 내가 갔었던 헝가리에 게이트가 나타났다. 헝가리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를 막을 힘이 없었고 결국 멸망했다
나에 대한 우호적인 소문이 나오자마자 바로 헝가리가 멸망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걸 믿지 않았다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