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괴이의 주인 139
그리드란 자의 팔이 뜯기자 그제야 경호원들이 용인족 가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저들은 높아 봐야 S급 헌터
물론 낮은 등급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전력에 비하면 한없이 낮은 등급이다. 비교적 낮은 등급의 헌터들은 총을 꺼내 용인족 가샤에게 쐈고 높은 등급의 헌터들은 자신의 무기를 꺼내 용인족 가샤에게 달려들었다
내 눈엔 아무리 봐도 고작 저들이 건물 안에 있는 여러 SS급 괴수를 포획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여러 강력한 괴수를 감옥 안에 잡아넣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의문을 이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무기에는 신기하게도 글레이의 힘이 느껴졌다. 아마 저 무기에 공격을 당하면 마나가 억제되는 현상이 일어나나
그들 중 강한 헌터들에게만 저 장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 아티팩트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저 무기에 당해줄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잘됐네. 저 무기를 얻으면 꽤 쓸만 할 거다
“샬롯.
나는 허공에서 마나 양탄자를 탄 채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물론 이고르의 능력으로 몸을 숨긴 채로
샬롯은 건물에 붙은 채 상황을 지켜보다가 내 말에 즉각 반응해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에 거미줄을 쏘아냈다
그들은 갑자기 어디선가 거미줄이 나타난 거에 깜짝 놀랐다. 샬롯은 바로 거미줄을 잡아당겨서 그들의 모든 무기를 회수했다
하지만 굳이 총을 회수하진 않았고 총을 든 경호원들은 거미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찾다가 건물에 붙어있는 샬롯을 보고 당황했다
지금 샬롯은 인간의 모습으로 건물에 90도로 서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기괴한 그 모습에 경호원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의 무기가 허공에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총을 든 경호원들이 그 거미줄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그 총마저 전부 날려버렸다. 또다시 경호원이 바람이 온 방향을 바라보니 그곳엔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솔직히 저 정도 마나 가지곤 당신의 거미줄을 못 끊는 건 알겠지만 만약 총알이 튀어 주인께 가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위험하다. 물론 그걸 알고 나도 미리 대비하고 있었지만 뭐 없애서 나쁠 건 없지. 샬롯과 이고르의 모습은 인간이었고 저들, 특히 그리드가 당황했다
“여길 어떻게...?
그런데 그때 그리드의 뒤에 서있던 엘프의 모습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분명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었는데 점점 남성의 체형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샬롯이 말했다
“엘프의 전 수장입니다.
샬롯은 엘프가 있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도 샬롯을 알고 있었고. 그런데 전 수장이라..
“전 수장은 아나리엘의 아버지 아닌가? 이름이...
“갈라드리엘라고 한다.
저 엘프는 몸을 숨기고 있는 내 모습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딱 봐도 들킨 것 같아서 나는 바닥으로 내려왔다
“네가 결계를 친 엘프냐?
“맞습니다. 괴이의 주인이여.
녀석은 정확히 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드란 자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저 녀석 SSS급 헌터가 맞는 건가
“내 눈앞에 나타난 이유가 뭐지? 고작 너 하나로 내 아이들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오만일 텐데.
엘프의 전 장로라면 절대 약하지 않겠지. 게다가 글레이의 신체 개조도 받았으니 더욱 강력할 거다. 모습을 변하기도 하고 아나리엘에게 들은 얘기도 있으니 다른 능력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잔재주로 내 아이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랜만이군. 엘프의 장로였나?
“... 용인족 가샤.
게다가 여기는 용인족 가샤도 있었다. 저자가 엘프를 이끌고 있을 때 용인족이 엘프를 습격했다고 했지
“자네가 왜 괴이의 주인하고 붙어있지?
“그런 자네는 왜 세계를 파괴하는 자랑 붙어있나?
둘의 의미 없는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고르와 샬롯이 다른 경호원들을 전부 잡아냈다
그들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샬롯과 이고르를 보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망치려 했다
정말 소속감도 없는 녀석들이었고 놈들은 내 마나의 방벽을 부수려고 했다. 내 방벽은 마나를 많이 부여하지 않아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샬롯과 이고르는 방벽을 공격할 일말의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리드는 꼴에 SSS급 헌터라고 신기한 방식으로 괴수를 소환했다. 바닥에 게이트 비슷한 마법진 같은 게 그려지더니 그 안에서 처음 보는 괴수들이 나왔다
그 괴수는 역겹기 그지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뼈 가샤처럼 뼈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온몸에 액세서리를 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액세서리는 인간의 두개골로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 크기가 천차만별인 것을 보면 인간의 두개골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드는 녀석을 보며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내 실험에 끝이 바로 이 녀석이다! 이 괴수는 고작 A급 괴수였는데 특이점이 있었지! 바로 인간의 두개골을 두르면 점점 강해진다는 거다! 강한 인간일수록 이 녀석의 힘은 더더욱 강해진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알렉산더도 능가한다!
저걸 왜 말해주는지 모르겠지만 한쪽 팔이 뜯긴 채로 저렇게까지 즐겁게 말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고 인정해줘야겠다. 물론 경호원 중에선 치료형 헌터가 있어 급히 응급처치를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다는 건 즉 인간을 실험체로 사용해 다른 괴수를 합치려고 노력한 건 모두 저 괴수 때문인 건가
강한 인간은 구하기 힘드니 인간과 강한 괴수를 합쳐서 먹이로 저 괴수에게 준 건가. 역겹기 그지없군
“내 괴수는 한없이 강해질 힘을 가지고 있다! 네가 괴이의 주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너랑 다르게 내 괴수는...!
글레이 녀석이 정말 이용만 하다가 버릴 생각으로 만든 인간 조력자인 것 같군. 저자의 말은 과언이 아니다
정말로 저 괴수는 알렉산더 님이랑 비슷하거나 혹은 더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싸움은 마나로 하는 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강하겠지. 그건 나도 참 안타깝네. 진짜로 말이야
“엘리. 네가 상대해 볼래?
물론 그래도 방심할 생각은 없다. 나는 내 아이 중에서 가장 방어력이 강한 엘리를 보냈다. 마나만 보자면 엄청나다고 해도 무방하기에 무슨 술수를 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저 뼈로 된 거인도 지 주인과 마찬가지로 손을 뻗더니 그 손에서 검은색 마나가 나왔다. 그리고 그 마나는 엘리에게 닿았다
“멍청하기 짝이 없군! 지금 내 옆에 있는 엘프들도 이 녀석으로 인해 정신이 붕괴됐지. 그건 다른 테이머의 괴수다 마찬가지였다! 네 알량한 괴수도 곧 정신이 망가질 거다! 그리고 멍청해진 녀석들은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을 거다!
그리드는 크하하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별걱정이 안 갔다
“뭐지...? 왜! 안 먹히는 거냐!
엘리는 그 마나에 닿았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엘리는 화가 났다는 듯이 두 집게를 들며 뼈 거인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전갈은 아무리 빨라 봐야 전갈이었지만 엘리는 크기로 압도하고 있었다. 지금의 엘리는 20미터를 훌쩍 넘는 크기로 거의 건물과 비슷했다
엘리가 움직이면 지진이 난 것 같았고 그런 엘리가 순식간에 뼈 거인에게 달려갔다. 뼈 거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부서졌다
그리드도 당황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당황했다. 저렇게 허무하게 당할 줄은... 그런데 검은색 마나가 다시 모이더니 뼈 거인으로 재생됐다
다시 재생된 뼈 거인을 보더니 그리드는 당황한 모습을 지우고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이 녀석은 마나가 다하지 않는 이상 절대 죽지 않는다!
분명 자기도 모르는 능력인 것 같았다. 시험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이리야. 쟤 몸에 두르고 있는 두개골을 전부 부숴볼래?
신기하게도 온몸이 부서지고 다시 재생했는데도 저 두개골도 같이 재생했다. 그러면 아예 저 두개골만 부수면 어떻게 될까
이리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말 말 그대로 빛과 같은 속도로 뼈 거인에게 달려갔다. 뼈 거인은 이리의 속도에 반응하지도 못했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뼈 거인의 목에 쓰고 있는 두개골 목걸이가 후두둑 떨어졌다. 어느새 반대편에 있는 이리는 입에 두개골을 물고 있었고 뼈 거인은 눈에 띄게 마나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뼈 거인은 몸을 유지할 수도 없을 만큼 이리에게 두개골 액세서리를 빼앗기고 부서졌다
어차피 저 뼈 거인의 마나는 저 두개골에서 나오는 거기 때문에, 결국 뼈 거인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리드의 허망한 표정에 웃음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더욱 한심하게 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엘프가 있었다
“누가 멍청한지 모르겠군. 언제는 인간이 가장 우월한 종족이라더니 정작 본인이 저래서야... 쯧.
갈라드리엘은 정신이 붕괴 당한 엘프를 보며 안타까운 모습과 역겹다는 얼굴로 그리드에게 말했다
둘이 같은 팀? 세력? 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확실히 엘프와 다른 종족을 강제로 다루고 있는 그리드를 좋게 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솔직히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어느새 이고르와 샬롯은 경호원 전부를 붙잡아 놓았다. 대부분이 거미줄에 매달려 있었고 몇몇은 기절해 있었다
죽은 인원은 없는 거로 보아 내 아이들을 견제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헌터는 없는 것 같았다
“딱히 할 말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잡아서 뇌를 열어봐야겠네.
저놈은 기껏 와서 용인족 가샤와 기 싸움만 하는 건 뭐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놈이네. 나는 용인족 가샤에게 잡으라고 말하려고 했다
“볼일이 있는 건 제가 아니라서요.
그러더니 녀석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오랜만이네. 글레이.
“... 오랜만입니다. 주인.
내가 먼저 인사한 게 이상했을까. 글레이는 엘프의 몸이라 그런지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나왔는지 알 수 있나?
“... 본론만 얘기하란 겁니까?
또 성격이 바뀌었군. 글레이는 내 말투가 차가운 것에 실망하고 서운한 것 같았다. 자기가 한 짓을 생각하면 바로 공격 안 하는 것도 고마워해야 하는데 말이지
내가 먼저 공격을 안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고르에게 들은 얘기가 있었다
“용들이 합심해서 글레이를 죽인 전적이 있습니다. 당연히도 그곳엔 태초의 용 가샤도 있었죠. 세계를 파괴하는 자를 죽여 용들이 승리에 기쁨에 젖어있을 때. 하늘에서 쇠사슬에 묶인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그건 글레이겠지. 그 글레이를 용이 토벌할 때 용들도 무작정 토벌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승산이 있었으니 한 거지
세계를 파괴하는 자. 글레이를 토벌할 때 용들은 전 괴이의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주인도 모든 인간형을 죽이려고 하는 글레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그 토벌에 참가했다
결과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을 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