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괴이의 주인 138
“조금 늦는 거일 수도 있으니 우선 너희들이 알아낸 거를 알려줄래?
나는 먼저 샬롯을 가리켰다
“우선 건물에는 다른 괴수를 가둬두고 있는 감옥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옥에 배정된 인원들이 있었죠.
샬롯은 내가 알아낸 사실과 더불어 자기가 알아낸 사실을 덧붙였다. 이 건물은 하나의 연구소와 같았고 그걸 관리하는 인원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보았던 정장을 입은 사람들은 이 연구소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연구소 안에 있는 사람들은 평범했지만, 그들을 지키는 경호원들은 과격했다
우리가 본 일반인들에게 패악질을 부리는 사람들이 바로 저 경호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일반적인 헌터들도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테이머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고르에게 들은 내용으로 보았을 때 절대 연구원들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 감옥 안에는 괴수만 있진 않았습니다. 주인께서 보았던 일반인. 거지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도 감옥 안에 있었죠.
이고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연구원들은 괴수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용해 실험도 강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실험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인간과 괴수를 합치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간형 괴수가 잘 맞는다고 해서 인간형 괴수를 여럿이 있더군요.
처음은 들어본 얘기였지만 뒤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인간을 가지고 실험한다는 건 북한에서도 봤었다
그런데 인간형 괴수가 실험이 잘 된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그래서 저들이 용인족 가샤보고 인간형이라 기뻐한 건가
다시 한번 글레이가 관여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네. 그런데 우리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도 에이엘 씨와 아나리엘은 오지 않았다
슬슬 걱정되던 찰나에 에이엘 씨와 아나리엘이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에 그녀들의 뒤쪽에서 정확히 그들에게 괴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 괴수들 뒤로도 많은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우리를 아는 채도 안 하더니 우리를 지나쳤다
그게 뭔가 이상해 나는 급히 마나를 만들어 천장에 붙었고 애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천장에 붙었다
그런데 아나리엘이 소환한 거로 보이는 정령이 살금살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게 생각을 전해왔다
“저 따라가는 괴수가 엘프로 만든 괴수라고...?
확실히 그녀들을 쫓고 있는 괴수가 인간형이긴 했다. 귀가 뾰족한 것까지는 보진 못했지만... 그리고 분명 그녀들도 모습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녀들만 쫓기고 있었다
분명 우리도 이고르의 똑같은 방식으로 모습을 숨겼는데 그녀들만 쫓기고 있다는 건 이상했다. 즉 저 인간형 괴수. 아니 엘프 괴수라고 해야 하나
엘프 괴수는 자신의 동족? 인 엘프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즉 아직 우리는 들키지 않았다는 거다
아마 그걸 알려주기 위해 굳이 우리가 있던 곳까지 달려와 주신 거겠지. 그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다가 이고르에게 말했다
“이고르. 그녀들을 데리고 하늘로 도망가. 그리고 베타의 몸속으로 보내 줘. 도와줘서 고맙다고도 전해줘,
더는 그녀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여기까지 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고 안타깝지만 더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이고르를 보냈고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렸다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올 때쯤. 드디어 입질이 왔다
“오늘 그리드 님이 온다더군. 저번 엘프 소동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사건이 많네.
보조 연구원이 혼잣말 하는 거를 엿들었다. 드디어 그리드란 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가 떠난 이후에 우리는 번갈아 가면서 이 건물을 뒤졌다
하지만 그리드란 자는 없었고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대가리를 잡지 못하면 이런 건물을 계속해서 늘려갈 테니 그가 없는 이곳을 부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건물을 계속해서 뒤졌을 때 나는 점점 기분이 더러워지고 있었다. 이 건물 안에는 수많은 괴수와 사람의 울부짖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엘프를 비롯한 다른 종족들의 모습도 발견했다. 그들은 이고르가 말하길 기생충에 감염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눈에 생기가 없었고 그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연구원들이 그들의 팔에 주사를 놓던, 몸 강도를 테스트한다고 마나가 담긴 총알을 쏘건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고 죽은, 시체도 아니었다. 글레이가 무슨 짓을 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 마나를 주면 저들의 정신이 깨어날 수도 있었다
아니 그냥 내 아이들만 풀어도 이 건물은 쑥대밭이 되겠지.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들의 수장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꾹꾹 참고 있었지만 용인족 가샤는 그저 심심해 죽으려 했다. 내가 녀석의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인내심이 한계를 달할 때 드디어 그리드란 자가 나타났다
그리드란 자가 온다고 해서 건물 안에 있는 직원들이 그를 마중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깡패 두목이 오는 것도 아니고 건물 밖에 일렬로 나열해 있었다
그때 리무진이 건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정장을 입은 사람이 내리더니 뒷문을 열었다
그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뒷문에서 내린 사람은 정말 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생각 외로 동양인이었고 내가 봤을 땐 중국인 같이 보였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차를 운전한 사람조차도 최소 동양인은 아니었지만, 저자 혼자서 중국인이었다
중국인이 차에서 내리자 정말 조폭들이 두목을 보듯 전부 고개를 숙였다. 중국인은 그들의 사이를 유유자적 걸어가고 있었다
“분위기상 저자가 그리드인 것 같은데...
이름도 그렇고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중국인이 건물 앞까지 걸어왔고 전에 보았던 경호원으로 보이는 자에게 명령을 내렸던 자가 그를 맞이했다
나와 아이들을 혹시 몰라 건물의 옥상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오자마자 바로 인간형 괴수가 어딨는지 묻고 있군요.
하지만 이고르에겐 달랐나보다. 녀석은 바람의 능력을 사용해 소리를 자기한테까지 끌어들여서 듣고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용인족 가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데 바로 만나러 가면 나야 좋지.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또 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엘프 여성들이었다. 매우 아름다운 여성들이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마찬가지로 생기가 없었다
“그런데 저는 여기 있는데 어쩔 겁니까?
용인족 가샤를 이미 밖으로 꺼내왔다. 어이가 없는 건 정말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인원이 그리드란 자에게 인사를 하러 나갔다. 건물 안을 지키는 최소한의 인원도 없이, 말이다
어차피 오늘 마지막으로 이 건물을 두고 보기만 하진 않을 거니 상관은 없었다
“뻔하지 뭐. 전부 잡아. 솔직히 전부 죽여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여기 정부는 어떠지?
건물 안을 전부 뒤지고도 남는 시간은 이고르와 샬롯에게 헝가리의 분위기를 알아보라고 시켰다. 당연히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곳은 정부였다
“정부는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은 이 집단에 돈을 받아 먹어가며 일반인들의 문제를 최대한 무시하고 있습니다.
샬롯이 말했다. 어떻게 보면 중국보다 더했다. 그곳은 아예 괴수와 기생충 때문에 정부는커녕 헌터들조차도 살아남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분명히 헌터들도 있었고 정부도 있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헌터들 대부분이 저 집단에 속해 있었다
집단은 힘을 가진 헌터들을 무시할 리 없었고 그들을 포섭해 같은 집단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결국, 헝가리는 제대로 된 사람들은 거지가 되거나 집단으로 타락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게이트를 관리하는 헌터들도 전부 집단에 소속되어 일반인들은 제대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타락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저들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지금도 거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으니
“죽여도 상관없지만 웬만하면 살려. 증거는 많을수록 좋으니. 그리고 직급 높을수록 살리는 게 좋을 것 같네. 그렇다고 너희들이 다치면 말짱 도루묵이니 그런 상황 오면 그냥 죽여.
당연하겠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알고 있는 것이 많을 테니. 게다가 잡기 좋게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나왔다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가 떠나기 전에 만들어 놓은 결계를 없애고 가셨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아나리엘이 만든 결계의 마나의 흔적이 내 눈에 보였다
점점 나는 마나에 민감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 눈에 들어온 결계의 흔적에 마나를 부여했다
그랬더니 결계가 내 마나에 반응해 내가 손을 댄 부분부터 스르륵 붉은색 방벽이 만들어졌다. 건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만들어진 붉은색 방벽에 깜짝 놀랐다
“뭐지?
“이건... 무슨?
건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샬롯과 이고르도 같이 놀라서 내가 만든 마나의 방벽을 보고 있었다. 물론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이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잡아.
내 말을 들음과 동시에 아이들은 바로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용인족 가샤가 가장 무거웠는지 제일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더는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이고르의 능력을 풀었다. 아무리 이고르라도 마나가 무한하지는 않았고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힘들어 지금에 와서는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용인족 가샤가 있었다. 녀석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떨어지자 건물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저건... 용인족?
“용인족이 왜 여기에?!
경호원으로 보이는 자들은 용인족 가샤의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그리드란 자는 놀라긴 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상의 실험체다! 어디 숨어있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는데...!
우리가 잡으려 했는데 오히려 저들은 용인족을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인족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서 말하는 건가
용인족 가샤는 그 말을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그때 그리드란 자가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마치 글레이와 같은 탁한 회색의 마나가 나가 용인족 가샤를 뒤덮었다
회색의 마나에 뒤덮인 용인족 가샤의 눈이 갑자기 탁해졌다. 그 모습은 뒤에 얌전히 서 있는 엘프들과 똑같았고 나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내 마나를 용인족 가샤에게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탁한 눈은 금새 돌아왔고 용인족 가샤는 순식간에 다가가 그리드란 자에 뻗은 팔을 잡아 뜯어버렸다
“이런 같잖은 술수로 나를 잡으려고 하다니. 모욕이군.
용인족 가샤는 엄청나게 분노했다. 녀석은 싸움에서 지는 건 상관없지만 저런 걸 극도로 싫어하니깐
“크아아악! 지구에서 가장 강한 인간도 현혹된다고 말씀하셨는데...!
하지만 용인족 가샤는 지구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었다. 그런데 현혹된다고 ‘말씀’이라..
“저자는 절대 죽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