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괴이의 주인 137
“이게 뭔 줄 알아? 마나가 든 총이야. 거기 엘프들? 이 친구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우릴 따라와.
“야. 엘프인데 인간을 살릴까? 그런 거로 협박은 별로 안 먹힐걸?
그의 친구로 보이는 자도 어느새 총을 꺼내고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에게 겨누고 있었다. 물론 저들에게는 일반적인 권총으로 보이는 것에 마나가 담은 총알이 있다고 한들 큰 위협이 되진 않을 거다
뭐 그게 내게는 위협이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물어봐야지
“총은 어디서 난 겁니까?
“알아서 뭐 하게?
뭐 순순히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긴 했어. 그런데..
“아저씨 테이머 아니야? 그런데 나 몰라?
두 남자는 무슨 미친놈 보듯이 나를 바라봤다. 내가 이런 말 하기도 뭐하지만 테이머가 나를 모르는 게 이상한데 말이지. 적어도 현재 테이머 중에선 내가 가장 유명할 텐데
그제야 두 남자의 눈이 커지면서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나는 샬롯에게 말했다
“잡아 둬. 나중에 쓸모 있을 수도 있으니.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의 몸이 거미줄에 휘감기더니 이내 거미 고치로 변해버렸다. 마땅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고치로 변했고 마지막에 뭔가를 했는지 괴수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저 괴수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기껏해야 A급에서 S급 이었다. 물론 그 정도로도 강력한 괴수지만 우리에겐 턱도 없지
이고르가 소리소문없이 괴수를 죽이고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에이엘 씨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처음 보는 괴수를 앞에 두고 그리 침착하실 수 있는 거죠?
“네...? 느껴지는 마나는 별로 안 되던데요?
하지만 내 말에 에이엘 씨는 물론이고 아나리엘과 심지어 용인족 가샤조차도 놀랐다. 무슨 일이지
“지금까지, 감지를 할 수 있는 헌터들도 괴수의 등급을 정확히 매길 수 있는 헌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설시우 헌터 님은 어떻게 그리 정확히 등급을...?
이고르에게 물어보자 내가 생각한 등급의 괴수와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언제부터 괴수의 등급을 알 수가 있었지
그때 건물 위층에서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계단을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이고르에게 우리를 숨기라고 말했고 이고르는 말을 들었다
“결계가 사라진 걸 보러 간 놈들은 왜 안 와?
“쓸데없이 자기가 컨트롤 하기도 어려운 괴수를 데리고 가더니. 그냥 놀러 간 거 아니야?
여기는 2인 1조가 기본인 것 같았다. 계단에서 두 명이 내려왔고 그들은 먼저 왔던 놈들보다는 윗선 같았다
먼저 왔던 놈들은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지금 내려온 사람들은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마치 색으로 등급을 구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모습을 숨기고 그들을 지켜봤고 그들은 결계가 있던 자리를 둘러보고 있었다
“진짜 사라졌네? 불안정하긴 했는데 이렇게 아예 사라진 적은 처음인데.
“그러게. 그리드 님에게 알려야 할 것 같은데.
새로운 인물의 이름이 들렸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나리엘의 그 이름에 반응했다
“그리드! SSS급 테이머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너무 컸던 탓일까. 결계를 둘러보던 사람이 그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여자 목소리 같았는데...
어쩔 수 없이 샬롯에게 저들을 잡으라고 시켰다. 아나리엘은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러면 여기에 SSS급 테이머가 있다는 말인가?
“그 뜻은 다른 종족들도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드. 만약 글레이랑 그리드란 자가 협력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왜? 글레이의 목적은 그저 인간을 전부 죽이는 것일 텐데 말이지
뭐 다른 자들과 같이 현혹했거나 했겠지. 그러고 보니 SSS급 테이머가 다른 종족을 데리고 다녔지
설마... 글레이가 다른 종족을 나눠준 건가? 도대체 언제부터? 그때 갑자기 건물 위층을 부수며 괴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부순 건물 위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내가 너무 오래 생각해서일까. 들킨 것 같았다
“애들이 무전이 없고 똑같은 곳에서 사라졌다. 바로 우리 건물 아래에서. 찾아라. 이 근처에 있을 거다.
하지만 이고르의 능력을 간파하진 못한 것 같았다. 그들 중 한 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하며 주변을 뒤지고 있었다
우리는 내 마나를 이용해 건물 천장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이고르의 능력이 내 마나를 가릴 수도 있다는 거에 신기해하고 있을 때
용인족 가샤의 몸이 너무나 컸다. 물론 건물 밖으로 나가 날아다녔으면 됐지만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그런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결국, 용인족 가샤의 다리가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에 몸에 닿았다
“어? 뭔가 닿았는데...
“죽이지 마.
그와 동시에 내가 말했고 용인족 가샤가 자신의 몸에 닿았던 사람의 팔을 꺾어버렸다. 팔이 꺾인 사람은 소리를 질렀고 주변에 모든 시선이 그 사람에게 닿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 사람이 혼자 팔이 꺾인 거로 보일 거다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괴수 혹은, 인간이다! 잡아라!
아직도 우리가 괴수인지 인간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우리를 잡으러 달려왔다. 이미 몸이 투명한 괴수를 잡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허공에 뭔가를 뿌리고 있었다
용인족 가샤는 그 뿌리는 거에 정통으로 맞았다. 하지만 별일이 없어 보였다. 그 하얀색 가루 같은 뭔가가 아무 쓸모가 없나 싶을 때
그들은 정확히 용인족 가샤를 바라보고 달려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용인족 가샤의 몸에 하얀색 가루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인간형 괴수다!
확실히 용인족 가샤는 인간형이긴 했지만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그들 중 일부만 테이머였는지 신체 강화를 하는 헌터가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검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고작 그들의 공격은 용인족 가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용인족 가샤는 그저 맞아만 주고 있었고 나를 바라봤다
마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 같았다. 확실히 그는 사람을 제압하는 방법 따위는 잘 모르겠지
손을 꺾인 사람은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다들 공격이 통하지 않자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솔직히 말하면 저 권총으로도 용인족 가샤에게 피해는커녕 생채기도 낼 수 없겠지만 쏘게 둘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들킨 마당에...? 아니지? 아직 완벽히 들킨 게 아니잖아
“가샤. 저 총에 맞고 당하는 척을 해 줘.
용인족 가샤는 내 말에 바로 반응했고 저들은 총을 쐈다. 당연히 통하진 않았지만, 어차피 저들에게 용인족 가샤의 제대로 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보기에는 되게 어색하게 땅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저들에게는 아닌 것 같았다
“쓰러졌다! 잡아!
그리고 무슨 이상한 그물이 나오는 총을 발사했다. 그런데 그 그물에서 아주 미세하게 글레이의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진짜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고 저 정도 가지고는 용인족 가샤의 힘을 막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인간형 괴수다. 그리드 님께서 기뻐하시겠는걸.
“결계를 부수고 들어온 괴수도 이놈일까요?
“그러겠지. 아마도 저 투명한 능력을 이용해서 게이트를 관리하는 헌터들을 무시하고 나온 거겠지. 게다가 나조차도 저 괴수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그건 용인족 가샤랑 저자랑 차이가 심해서 마나를 못 느끼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용인족 가샤가 끌려간 대로 내버려 두면 그리드란 자를 만날 수 있겠지
용인족 가샤가 열연해서 전에 보았던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 감옥은 북한에서 보았던 감옥과 똑같았다
마나를 억제하는 감옥이었지만 용인족은 마나가 없이도 저런 철창 감옥 정도는 손쉽게 뜯어버릴 수 있겠지
건물 안에 방 전체를 감옥으로 개조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 감옥으로 들어갈 순 없었으니 내가 혼자서 감옥 밖에서 용인족 가샤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고르의 능력을 이용해 건물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태초의 용. 가샤 님은 어디서 만났나요?
용인족 가샤는 내 부탁을 잘 들어줬으니 나도 용인족 가샤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용인족 가샤는 괴이가 아니었고 설령 괴이라 하더라도 내가 맘대로 부려먹으면 안 됐다
“글레이가 만든 게이트 있지? 그 게이트 안에서 만났어. 오크 알지? 카잔이 오크 종족인데.
용인족은 다른 강한 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습성이 있다. 그건 오크도 마찬가지였고 둘이 비슷한 부분이 꽤 많았다
“오크가 있던 세계에서 태초의 용을 만났다라... 이상하네요. 용 중에서 다른 종족을 관찰하며 지내는 용들도 많은데 말이죠. 고작 땅속에 있다고 못 찾았다는 건...
확실히. 용이 무슨 종족이고 얼마나 강한 종족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글레이를 봉인할 정도로 강한 종족인데 고작 땅속에 있다고 못 찾았다
“어쩌면 가샤. 그러니까 태초의 용 가샤가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물론 이건 이고르의 생각이었지만 뼈 가샤가 자신의 나약함을 밝히고 싶지 않아 몰래 숨어서 다가오는 죽음을 조용히 맞이했다고
지금 뼈 가샤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초의 용 때랑은 힘의 차이가 있겠지
지금이 더 강할 수도 있지만 뼈 가샤가 자신의 위치가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다
뼈로 된 가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모습을 다른 용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하네. 괜히 나 때문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거 아닌가 몰라...
원래 가샤의 모습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그 거대한 뼈의 크기로 보았을 때 본래의 모습 또한 지금과 다른 엄청난 위용이 있었겠지
괜히 나 때문에 뼈 가샤가 무리하는 게 아닐까. 여러 생각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천천히 걸어왔다
용인족 가샤가 탈출한 거 아닌지 정기적으로 하얀색 가루 같은 걸 뿌리고 있었다. 사람이 오자 나는 바로 입을 다물었고 용인족 가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루가 닿지 않으려고 살짝 멀리 떨어졌다. 그런데 가루를 뿌리고 있는 사람에 목걸이에 사원증 같은 것이 걸려있었다
사원증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연구... 보조원?
하지만 내가 너무 가까이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을 들었을까. 그는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들렸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알아서 헛다리를 짚었다
“혹시 얘가 한 말인가?
용인족 가샤를 보며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기뻐하며 자신의 선임 연구원에게 알리러 갔다
“연구원이라...
요즘 연구소를 자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연구소를 보게 된 곳의 특징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글레이가 관여했다는 건 확실히 됐군.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행들이 다시 모이는 시간이 되었다. 일행이라 해봤자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 그리고 내 아이들밖에 없었지만
그런데 이고르와 샬롯은 돌아왔지만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가 돌아오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