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36화 (136/164)

#136. 괴이의 주인 135

스멀스멀 헛소문이 나오고 있었지만 나는 반박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그게 맞으니까. 글레이가 나를 저격해서 분명 일을 벌이고 있었으니깐

분명 저들은 근거 없는 소문을 믿고 나를 모함하고 있었지만 내게 다가오는 의미가 조금 달랐다

“글레이를 찾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거야.

희망은 가샤였다. 글레이를 찾지 못하면 이런 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거다

그때 민정 씨가 병원에 찾아오셨다. 민정 씨는 치료형 헌터라 그런지 다른 치료형 헌터들과 친했다

민정 씨는 병원에 누워 묶여있는 헌터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미 죽어서 화장을 준비하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을 봤을 땐 눈물을 흘렸다

내가 못 구한 헌터들 중에서 민정 씨와 친한 헌터도 있었겠지. 동료의 눈물을 보니 더더욱 내 마음을 굳혔다

내 한국에서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 귀중한 치료형 헌터를 나 때문에 많이 잃어버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내가 별말을 안 하고 있어서 그랬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변명으로 들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침묵을 택했다. 일행들은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바랐지만 나는 침묵을 택했다

민정 씨의 눈물은 내게 크게 다가왔다. 언제나 우리 파티의 분위기 메이커는 민정 씨였다. 나도 비교적 내향적이고 준석 씨는 말이 없다

애초에 시현 누나도 파티를 만든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고 설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우리가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전적으로 민정 씨 도움이 컸다

물론 민정 씨도 처음부터 그래왔던 건 아니다. 그녀가 확연히 밝아진 건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가라 길드에 있던 그녀의 전 남자친구에게 복수를 하고 난 이후이다

그 이후에는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였고 우리 파티의 활력소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 보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도 나 때문에. 물론 내, 입장에서는 억울한 것도 있겠지만 그건 아무 의미 없다. 뭐가 어찌 됐든 원인은 나한테 있으니

민정 씨는 전혀 내 탓을 하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구해주셔서 고맙다고 말 하셨지만, 오히려 그 말이 내게 더 다가왔다

“설시우 헌터는 어떤가? 고꾸라졌나?

미지의 남자는 다른 남자에게 물었다. 그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분명 인간으로 보이는 미지의 남자였지만 그 남자 옆에는 엘프를 비롯한 다른 종족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다른 종족들에게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아뇨. 한국에서 입지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그 정도 가지곤 부족했습니다.

“아쉽군. 조금 더 노력해야겠어.

무엇을 노력한다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의 뒤에서 게이트가 생성되더니 검은 남자가 나타났다

“별 타격이 없는 것 같던데...

검은 남자가 나타나자 인사를 받던 남자와 무릎을 꿇고 숙이던 남자도 그 방향을 바꿔서 검은 남자에게 숙였다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검은 남자에게 숙이고 있었다

“오히려 주인의 마음만 굳게 다져진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기껏 정보를 풀었는데 말이야...

“죄송합니다. 건물 전체를 어디론가 이동시킬 줄은... 그런 능력이 세상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미지의 남자에게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세상 어디에 건물을 사라지게 하는 헌터가 있을 거라, 생각하겠는가

아마 그들의 눈앞에 검은 남자를 제외하고는 생각도 못 할 일이겠지. 부수는 것도 죽이는 것도 아닌 그저 마술처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가장 강한 종족은 인간이네 뭐네 하더니... 쓸모가 없군.

검은 남자는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들의 몸이 벌벌 떨렸다

눈앞의 검은 남자는 성격이 숨 쉬듯이 바뀌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검은 남자는 보란 듯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마지막 기회다. 설시우 헌터를 떨어뜨려라. 결과를 봐서 새로운 종족들을 내주지.

검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들은 남자가 사라지고 30분 가까이 지나야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결과네요.

“새로운 종족이라... 기대되는군.

그들은 새로운 종족을 들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마치 세뇌된 것처럼, 그들은 오로지 설시우 헌터의 지위를 떨어뜨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는 병원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수많은 기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기자들 사이를 지나갔다

베타에게 병원을 꺼내라고 말했고 병원이 땅에 내려올 때 지진이 일어났다. 갑자기 나타난 병원과 지진이 일어나 기자들이 제대로 서 있지를 못했다

주변을 지키고 있던 별비 길드원들도 그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기자들같이 꼴사납게 넘어지진 않았다

“바로 여기서 기자회견을 열겠습니다.

그 말에 기자분들은 물론이고 별비 길드원들까지 분주해졌다. 처음에는 다들 병원이 어디서 난지 궁금해하다가 지금은 다들 어디론가 연락하고 있었다

내가 기자를 부를 때는 전부 큰일이어서 그런지 기자들에게는 내가 누군가 부른다고 한다면 모든 일을 취소하고 달려올 수준이었다

나는 그들이 연락하건 말건 상관 안 하고 내 할 말을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여파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정신을 잃어 제가 구해준 러시아 헌터들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들이 현재 알지 못할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영화에 나올 법한 분노 바이러스 같았으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했습니다. 게다가 공격받은 자도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를 보자마자 바로 창문을 깨고 도망가려 했습니다.

이건 사실이다. 그들이 내게 분노를 쏟아낸 것도 사실이지만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사실이니깐

“제가 급히 병원 전체를 옮겼지만, 그들 전부를 살릴 순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별비 길드의 병원에서 그들을 철저히 격리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헌터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나는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물론 그들에게 숙인 것이 아닌 돌아가신 분들한테 조의를 표한 거다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에게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이미 그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게서 돈을 뜯을 생각밖에 없었다

이미 그들에게는 자신의 자식 혹은 가족이 죽은 것은 안중에 없는 것 같았다. 도대체 제정신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그들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안타깝다

그때 기자들 사이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내가 소식을 전한 건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런데 기자 사이에서 있는 한 사람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웃고 있었다

물론 이 소식이 기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도 있겠다. 자기들의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일일 테니

하지만 감정의 예민한 나는 저 웃음에서 기쁨보다는 만족의 웃음이었다. 도대체 내 발언 어디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주변에 있던 우리 길드원에게 물었다

“저기 웃고 있는 사람 혹시 아세요?

“네?

갑자기 내가 물어서 당황했는지 잠시 멈칫거리셨지만 내가 일부로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고 곁눈질을 통해 웃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음... 아니요.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기자인지도 잘 모르겠군요.

내가 물어본 길드원은 온종일, 이 병원 근처를 지킨 헌터였다. 그건 그가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건 뭔가 이상했다

“이고르. 네가 몸을 숨기고 저 남자 뒤를 쫓아. 할 수 있겠어?

“얼마든지요.

이고르는 애초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몸을 숨긴 채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가리킨 사람 옆으로 붙었다

기자들이 시끄럽게 계속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고 나는 이내 그 자리를 떴다

시간이 지났지만 내 소문이 멈추지 않았다. 길드장 님은 이건 작정하고 나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일행들도 나도 그 말에 동의했지만 밝혀지는 게 없었다. 그들이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오로지 소문만 무성하고 그 뒷배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소문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까지 퍼져나갔다. 가디언즈 길드장 제임스 님도 뭔가 조치를 취하려고 할 때 이고르가 돌아왔다

그런데 녀석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그 남자의 뒤를 쫓았습니다. 하지만 그자는 졸개인 듯 정확히 아는 건 없더군요. 그래서 아예 그 남자의 전화 내용을 듣고 다른 사람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뒤를 쫓았고 결국 제일 높아 보이는 사람이 사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더군요. 그 건물에서 엘프의 결계가 느껴졌습니다.

엘프의 결계

“제가 엘프의 결계에는 소견이 없어서 그 이상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그 건물의 위치가 어딘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생했어 이고르.

이고르의 고생 덕분에 그들의 위치를 찾았다. 아마도 그들이 내 소문을 낸 장본인이겠지. 하지만 이상했다

“베타.

나는 베타를 불러 바로 몸속으로 들어갔다

“혹시 엘프분들이 다른 곳에 결계를 친 적이 있나요?

“네?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아나리엘을 찾았다. 다행히 그녀는 그곳에 있었고 나는 바로 의문인 점을 물었다

“아뇨 그럴 리가요. 그리고 결계를 다룰 수 아는 엘프는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그걸 왜 물어보시죠?

나는 이고르에게 들은 이야기를 아나리엘에게 말했다. 아나리엘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SSS급 테이머를 알고 계신 가요?

아나리엘의 이야기를 들으니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설마 그들이 납치...라고 해야 하나요? 당한 엘프 중에서 결계를 다룰 수 있는 엘프가 있던 겁니까?

하지만 아나리엘의 대답은 아니오, 였다

“제가 누가 실종됐는지 정확히 다 알고 있습니다만... 결계를 다룰 수 있는 엘프는 애초에 저 말고는 이 지구에 넘어온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엘프의 결계는 도대체 뭘까

“이고르. 어딘지 기억하고 있지?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아나리엘 옆에 에이엘 씨도 와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같이 가실 겁니까?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곳에 가기 전에 샬롯을 찾았다

“뭔가 알아낸 거 있어?

샬롯은 여전히 거미 고치 안에 거미줄을 집어넣어 정보를 알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다가오니 거미 고치에서 손을 떼더니 말했다

“이상하게도 기억이 막혀 있습니다. 분명, 이 사람의 평생을 알아봤지만, 정확히 게이트 안에 들어갔던 기억에서부터 끊겨있습니다.

기억이 끊겨있다... 고의적이겠지. 누군진 알겠지만

“글레이야?

“맞습니다. 그의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 사태도 글레이가 만들어 낸 건가? 그렇다면 그 건물에 무턱대고 다가갈 순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내 위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나는 한국에서 유명한 위치였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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