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35화 (135/164)

#135. 괴이의 주인 134

어쩔 수 없었다.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밖에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포기해야 한다.

알리사 헌터는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무슨 상황인지 전혀 사태 파악을 하고 있지 못했다. 차라리 나았다. 그녀의 일행을 전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때 지옥초의 꽃에서 민들레 씨 같은 게 날아오고 있었다

“베타. 빨리 돌아가자. 그리고 이 세계를 아예 다른 곳에서 단절시켜줘.

베타가 이 세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다른 세계, 특히 엘프가 있는 곳에는 연결되어 있으면 안 됐다

나는 아이들과 알리사 헌터와 함께 전 병원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비명을 듣고 주변에 있는 기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헌터들까지 몰려와 있었다

그런데 병원이 통째로 사라졌으니 전부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내 아이들과 알리사 헌터가 나타났다

기자들이 다가오려고 했지만 마침 주변에 있던 별비 길드원들이 다가왔고 기자들은 그 모습에 뒤로 물러나셨다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병원은 어디로 간 거죠?

그들의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이제부터 알아볼 차례니까

“샬롯. 거미줄로 묶은 애는 어딨어?

“레... 베타의 몸속에 맡겨놨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하지만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병원 자체가 없어진 상황을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뜰 순 없는 노릇이다

“죄송합니다만 큰일입니다. 혹시 이 구간을 통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저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해야 해서요.

별비 길드원들은 건물이 사라진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어디론가 무전을 했고 순식간에 수많은 길드원이 오셔 이 구간을 통제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샬롯이 묶어놓은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사람은 여전히 그 누구도 아닌 나를 향해 분노를 내뱉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평범했지만, 눈이 전부 검은색이었다

그 모습은 알리사 헌터가 조종당하는 모습과 똑같았다. 거미줄에 묶인 채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가까이가 들어보면 전부 내 욕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게이트에 관해서 나를 욕하고 있었다. 너 때문에 내 가족이 죽었어, 동료가 죽었어. 등등

그는 글레이의 존재를 아는 것 같았고, 글레이랑 나랑 연관이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글레이의 수작이겠지. 내가 게이트 사건의 원흉이라고 세상에 알리는 것

뭐에 감염된 건지. 어떻게 전염이 된 건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답답한 상황이다

“샬롯. 조사해 줄 수 있겠어?

“우선 해 보겠습니다. 될지 안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샬롯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미줄로 얼굴까지 전부 감싼 다음 그 안으로 거미줄을 넣어서 뇌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구스타프가 오만식 선생님을 집어삼켰지

“구스타프. 아까 사람 하나 잡아먹었는데 진짜 먹었어?

구스타프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그림자 속에서 나와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그림자 세계에 없냐고. 네가 진짜 먹은 거냐고 물은 거야.

녀석은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들은 듯 그림자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나오더니 입에 오만식 선생님을 물고 있었다

오만식 선생님은 기절해 있었고 나는 혹시나 해서 손가락으로 선생님의 동공을 열어봤다. 그런데 선생님의 동공은 까맣지 않았다

“설마...?

나는 오만식 선생님을 흔들어 깨워보려 했지만,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치료형 헌터가 필요했다

“베타. 귀찮게 해서 미안하지만, 다시 나갈게.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치료 헌터, 민정 씨를 찾기 위해 잠시 베타 몸속에서 나갔다. 그런데 밖은 난리가 나 있었다

“병원이 어디 간 겁니까?!

“한국에서 제일 많은 치료형 헌터가 그 병원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전부 행방불명이 되다뇨!

“죄송하지만 저도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자세한 건 설시우 헌터가 돌아오면 물어보십시오!

수많은 사람과 별비 길드원이 얽혀서 서로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하필 내가 나타났고 나는 재빨리 이고르를 불러 우리를 안 보이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들에게 들키기 전에 우리는 모습을 감췄지만, 상황은 말도 아니었다. 한국에 있는 치료형 헌터 대부분이 그 병원에 있다고 하는데..

“미치겠네...

지금 오만식 선생님의 동공이 까맣지 않았다. 그 뜻은 그저 기절만 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게 된다면 쉽게 치료가 가능한 걸 내가 다 죽인 거나 다름없다. 알리사 헌터는 샬롯에게 맡기고 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기절해 있었다

그 병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셋밖에 없었다. 오만식 선생님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민정 씨가 문제가 아니네. 이고르. 집으로 최대한 빨리 가야 해.

나는 이고르를 타고 최대한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설령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옥초에 당했다고 한들 오베른들이 있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집에 도착했고 나는 가족들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오베른들을 데리고 나갔다

“얘들아! 급하다!

가족들에게 뭔가 설명할 새도 없이 바로 오베른들을 데리고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베타! 다시 멸망한 세계로!

바로 멸망한 세계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지옥초가 꽃을 피운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오베른들이 그 지옥초를 없앨 수 있었고 우리는 바로 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 안은 피 냄새와 곰팡내가 가득했다. 이리가 그 냄새를 싫어했지만 우선 병원 안을 살펴봤다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는 병원 구석구석 살펴봤다. 그런데 정말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설령 죽었다 하더라도 시체가 있어야 했는데... 지옥초가 전부 빨아들여서 시체조차 남지 않고 사라진 건가

병원 전체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병원의 옥상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미 나는 포기한 마음으로 병원의 옥상 문을 열었다. 정말 다행히도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전부 뭔가 덩굴 뿌리 같은 것에 둘러싸여 있었다. 전혀 움직임이 없었지만 이고르가 그들의 숨소리로 그들은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나마 다행인데... 오베른?

저것도 식물의 일종이니 혹시나 해서 오베른들을 불렀지만, 아이들은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전해왔다

그때 옥상 끝에 누워있는 사람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 사람의 머리에는 지옥초의 꽃이 자라나 있었다

그 꽃은 핏빛의 색이었고 꽃 방울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정확히 나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소리라고 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다른 사람을 짓밟으며 달려왔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했지만 바로 마나로 된 방어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고르가 대응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마나의 벽에 먼저 닿았고 닿은 자는 갑자기 다시 픽 쓰러졌다. 그러더니 그의 몸에서 지옥초의 꽃이 전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 모습에 바로 나는 병원 옥상에 있는 사람들 전부에게 마나를 쏟아부었다. 그냥 옥상 전부에 쏟아부었고 이내 모든 지옥초 뿌리같이 보이는 덩굴들이 전부 사라졌다

사람들 대부분이 숨을 쉬고 있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이었다는 거다

“마나를 가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군요.

지옥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고 하지만 우선시 되는 것이 마나다. 그래서인지 마나를 모두 뺏긴 헌터들은 쇼크로 죽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마나가 많은 헌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심했다. 이고르가 말하길 마나가 많은 헌터들은 별로 없다고

물론 그건 이고르의 기준이었고 꽤 많은 헌터들이 살아있었지만 반대로 꽤 많은 헌터들도 죽어있었다

안타깝지만 나는 할 수 있을 만큼 다 했다

“베타. 돌아갈게. 그리고 이 멸망한 세계는 계속 격리해둬.

엘프들이 베타의 몸속에서 생활하고 있어 이런 일을 저지를 때는 조심스러웠다. 예전에는 나밖에 없었거나 세계수뿐이었지만 지금은 부양할 가족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에게 피해 끼치면 안 되니 이런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나는 밖에 나오자마자 바로 별비 길드로 향했다. 그 근처에는 길드 병원도 있으니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네가 우리 길드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하지만 너무 우리 길드원을 부려먹는 거 아닌가?

길드장 님이 오랜만에 만나서 농을 건네셨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닙니다.

“...응?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길드장 님도 표정을 굳힌 채 밖에 있는 다른 길드원들을 부르며 말했다

“병원이 통째로 사라진 이유도 그것과 같은 이윤가?

정확히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길드장 님은 그저 눈치로 알아채셨다

“그 얘기는 원래 병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병원도 돌려놔야 하니깐요.

병원을 돌려놔야 한다는 말에 길드장 님은 의문을 가졌지만, 우선은 알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바로 길드 병원을 들러서 사람들을 맡겼다

전부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기력이 전부 지옥초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다행히 생명의 지장은 없었지만, 또 언제 난동을 피울지 몰랐다

그들 전부 오만식 선생님과 같이 동공을 확인했지만 평범했다. 그래도 안전한 게 좋은 거니. 오만식 선생님도 병원에 같이 입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헌터들에게는 헌터 범죄자가 끼는 마나 억제 장치를. 그리고 일반인들과 헌터들에게 수갑을 침대에 묶어놨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미 숨은 거둔 수많은 헌터였다. 당연히 그들도 전부 가족이 있었고 소식을 들은 그들의 가족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가족을 잃은 그들은 다른 의미로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처음에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오열했다. 그 모습에 나는 죄책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돈에 미친 괴물이 되고 말았다. 시작은 보험이었다. 당연히 헌터들도 생명보험이 있다.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직업인데 당연했다

문제는 죽은 헌터들은 치료형 헌터들이 대다수였고 그들은 보험금이 막대했다. 3대가 평생 먹고 놀아도 남을 수준으로 돈을 받았다는 거다

헌터를 하는 이유도 결국엔 돈이 잘 벌려서 하는 거 아닌가. 특히 치료형 헌터는 다른 헌터들보다 더 대우를 받다 보니 돈도 그만큼 더 받는다

그들이 정확히 얼마만큼 버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가족은 그걸로 만족을 못 했다. 물론 모든 유족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유족이 내게서 뭔가 더 뜯을 게 있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내게 구해진 사람들의 가족도 나를 탓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옛날의 소문이 돌고 있었다

“설시우 헌터가 게이트에 들어간 이후부터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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