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괴이의 주인 132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나?
카잔에게 제일 궁금한 건 결과였나 보다. 우리가 대결한다는 말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오신 거였다
나는 용인족 가샤를 바라봤다. 그런데 용인족 가샤는 나를 멍안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려 할 때 갑자기 나를 보며 엎드렸다
나도 당황했고 카잔도 당황했고 주변에 있는 모든 헌터들도 당황했다. 다른 용인족들도 잠시 멈칫하더니 다 같이 나를 향해 엎드렸다
“제 브레스가 왜 통하지 않는지... 알겠군요. 태초의 용이시여. 모든 용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를 망가트리는 괴물이 하나 있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용인족 가샤는 내가 아닌 내가 안고 있는 가샤에게 엎드린 거였다. 그런데 세계를 망가트리는 괴물이라... 아마 글레이겠지
용들이 가샤를 찾고 있다고? 죽었다고 알려진 게 아니었나? 아니면..
“용들은 강대한 가샤가 죽었을 리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고르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흠... 그런데 괴이는 수명이 어떻게 되는 거지? 샬롯이 말하길 수명은 있다고 했었는데 말이지
가샤는 그저 내 품에 안겨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내가 대신 물었다
“그쪽은 용인족 아닌가? 용들과 교류가 있었나?
“애초에 우리 용인족은 용과 같이 삽니다. 하지만 게이트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것이죠.
갑자기 내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근데 나는 이런 거에 익숙해서 말이지. 별로 당황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얘기를 들었다
“저는 웬만한 용보다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일반적인 용보다 제일 강한 용에게 관심을 가졌죠. 그리고 가샤 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제 이름도 가샤라고 지었습니다.
“그 얘긴 됐어. 용들이 세계를 망가트리는 괴물이 있다는 얘기를 해.
“알겠습니다. 용은 세상의 중립을 중요시하는 생명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응. 그런데 탐욕스러운 용이 있다고 하던데.
“인간들에게도 성격이 있듯이 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하
“대부분에 용은 세계를 그대로 보존하는 걸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망가트리는 괴물을 두고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고대의 용들이 나섰지만 세계를 망가트리는 괴물은 너무나 강했고 죽이지 못하고 간신히 봉인시켜뒀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겠지만, 게이트가 나타나기 시작했죠. 봉인이 약해지기 시작한 증거입니다.
그건 알고 있다. 봉인됐다던 글레이를 몇 번이고 만났으니깐
“지금 전 세계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가샤 님. 부디 도와주십시오.
응...? 멸망
“내가 알기론 인간형만 죽이는 거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어?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죠?
어..
“세계를 망가트리는 괴물이라고 했나? 알고 있는 녀석이거든.
용인족 가샤는 괴이의 존재는 모르는 것 같았고 글레이가 괴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용인족 가샤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러면... 태초의 용께서도 괴이라는...?
“전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 이 모습이 평범한 용의 모습도 아니잖아?
나는 안고 있는 뼈 강아지 가샤를 내밀며 말했다. 용인족 가샤도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녀석이 태초의 용이라는 걸 어떻게 안 거야?
“...브레스를 모을 때 그 어떠한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용도 마나를 모으지 않고 브레스를 쓸 순 없습니다.
마나를 안 모았다고
“내가 느낄 때는 마나를 모으는 게 분명히 느껴졌는데?
“예?
뭔가 계속 서로 얘기가 겉돌고 있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글레이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라고 말했다
“세계를 망가트리는 괴물. 글레이라고 하셨죠. 인간형을 죽인다고 말씀하셨죠.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니? 인간형만 죽이는 게 아니야?
지금껏 글레이에게 놀아난 건가
“역으로 제가 묻겠습니다. 인간형이란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어... 엘프나 오크와 같은 종족들을 말하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하지만 그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길 인간은 완벽한 종족이라고 하죠. 용족들과 같이 모든 강력한 종족들은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인간형일까요?
설마...
“생각한 것이 맞습니다. 그는 사실상 강력한 종족들 전부를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용족들도 마찬가지였죠. 글레이란 자를 내버려 두면 세상은 멸망한다는 것이 절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을 겁니다.
진짜 미친놈이 따로 없구나. 녀석이 그걸 노리고 하든 아니든 결국, 주인이 더는 나타나지 않게 위해서 거의 모든 종족을 몰살시킬 생각이니
“그런데 용들이 가샤를 기다린다고 했는데. 용이 어딨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
“...아뇨. 하지만 가샤 님이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해 계속해서 찾아다녔습니다. 가샤 님만 찾는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말이죠.
이 종족들도 정말 대책 없는 종족이네
“가샤. 용이 어딨는지 알아?
뭐 뻔한 대답이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물어는 봤다. 그런데 처음으로 녀석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찾아보겠다.
나는 혹시 아이들이 장난쳤나 싶었지만 애초에 나한테 장난칠 아이들이 아니다. 혹시나 해 가샤에게 다시 물었지만,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가샤는 갑자기 전에 보았던 거대한 뼈 드래곤으로 변하더니 게이트를 통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번에도 베타는 나타나지 않았다
가샤도 게이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때 용인족은 그 잠깐 뼈 드래곤으로 변한 가샤를 보고 다시 엎드렸다
“태초의 용을 다루는 자여.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이로써 나를 따르는 종족은 엘프와 용인족 둘이 되었다
아니 셋이 되었다
“용인족을 따르게 하다니. 대단하군. 자네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군. 나도 오크 놈들에게 물어보겠네. 비교적 멍청한 놈들이니 잘 따라 줄 거야.
카잔이 갑자기 내게 말했다. 카잔은 이미 내가 오크 기생충을 잡는 것을 도와줘서 그런지 내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카잔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는 드디어 중국에서 빠져나왔다. 가족들은 나를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고 내가 돌아오자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셨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모님의 눈물 때문에 나는 당황하며 그저 죄송하다고만 말씀드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게이트 속에서 잠시 들어갔다 나왔지만, 밖의 시간은 많은 시간이 지나갔었지
그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상 전쟁 나가서 몇 달이 넘게 연락이 없었었다. 나는 죄송한 마음에 요 며칠간은 계속해서 부모님 곁에 있었다
민아를 비롯해 가족은 내 아이 중 이리만 알고 있었다. 물론 뉴스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다른 아이들도 알았겠지만 실제로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물론 시리는 내 몸에 붙어서 얼굴만 나와 인사했다. 그것만으로 가족은, 특히 어머니와 민아는 꺄악 거리며 도망갔다
그 반응에 혹시나 시리가 상처받았을까 봐 물어봤지만 시리는 별생각이 없었다. 엘리도 머리에서 나와서 인사를 드렸고 엘리는 조그마한 상태였고 비교적 전갈이라 그런지 다들 기겁하진 않았다
이리는 언제 나와 같이 내 옆에서 늠름하게 앉아있었다. 아버지가 특히 이리를 좋아하셨다. 늑대의 늠름한 모습은 내가 봐도 멋있지
하지만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고 신기해하는 건 오베른들이었다. 샬롯과 이고르는 내가 가족과 지낸다고 하니 민폐가 가지 않게 베타의 몸속에서 지낸다고 했다
요정과 같은. 아니 요정인 오베른들은 확실히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오베른들은 내 가족이란 것을 알고 몸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다른 아이들은 그저 몸이 크거나 할 뿐 원래 있던 아이들이었지만 오베른들은 정말 게임이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요정이었다
마침 오베른들도 놀 거리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가족들은 오베른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강아지들이 가지고 놀 법한 조그마한 공을 가지고 캐치볼을 한다던가, 하며 놀고 있었다
오히려 이리는 그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내 옆에 얌전히 엎드려있었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서 중국에 대한 소식을 알아보고 있었다
글레이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는 전자기기를 쓸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중국에 있던 모든 게이트가 사라졌고 모든 기생충과 괴수 또한 사라졌다
정확히는 괴수가 나오는 게이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알리사 헌터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녀가 가장 먼저 돌아왔지만 다른 헌터들은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오만식 선생님이 돌봐주고 계셔서 한국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구해준 헌터가 누군지 묻고 있었으며 찾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하고 다들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대답이 없자 다들 눈치를 보며 입을 닫고 있었다
내가 혹시 알려지고 싶어 하는 게 아닌지 말이다. 대부분 SSS급 헌터는 알렉산더 님처럼 대놓고 돌아다니는 헌터들도 있지만 나와 같이 숨어 지내는 헌터도 있으니깐
물론 내가 SSS급 헌터는 아니지만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으니
나는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잠시 알리사 헌터에게 갔다 오겠습니다.
가족들은 특히 어머니는 내가 어딘가로 나가는 걸 싫어하셨지만 요 며칠 계속 가족이랑 붙어 지내서 그런지 그 감정은 희석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집 앞 편의점 가시는 것도 싫어하셨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다. 가족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서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집 안에 오베른들을 남겨두고 갔다. 그나마 어머니의 마음을 치료해 준 게 오베른들이었으니. 그리고 오베른들도 어머니를 좋아하니 상관없겠지
“오랜만입니다.
“미안하다. 내 가족이랑 같이 있어도 상관은 없었는데 말이지.
이고르를 비롯해 샬롯과 오랜만에 만났다. 나는 이고르를 타고 오만식 선생님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향했다
오만식 선생님이 있는 병원에는 수많은 기자가 몰려있었다. 나는 이고르에게 모습을 가리지 말라고 말했다
거대한 뱀의 날개가 달린 이고르의 모습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했다
다가오는 이고르의 모습에 기자들이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나는 이고르의 머리 위에서 샬롯과 함께 뛰어내렸다
이고르도 마찬가지로 정장 남성의 모습으로 변했고 나는 길이 열린 병원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등장이군요.
“오랜만입니다. 저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네요.
병원 안에는 링거를 맞고 있는 알리사 헌터가 마중 나와 있었다. 오만식 선생님이 운영하는 이곳은 헌터는 물론이고 다른 일반인들도 많이 입원해 있었다
“알리사 헌터도 힘들고 다른 사람에게도 민폐가 될지 모르니 우선 들어가죠. 개인실이죠?
“알겠습니다.
오만식 선생님이 뭔가 조치 취했는지 병원 안에는 기자들이 없었고 알리사 헌터는 샬롯과 이고르에게 별 신경 쓰지 않고 개인실로 들어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