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32화 (132/164)

#132. 괴이의 주인 131

“용을 격퇴해서 용인족이 보복으로 엘프를 습격한 겁니까?

“자기들 입으론 그랬습니다만... 잘 모르겠네요. 저들은 오크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오크는 강자를 존중합니다만 용인족은 강자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죠. 그런데 그걸 바꾸게 한 자가 바로 저자입니다.

에이엘 씨가 경기장 안에서 우리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용인족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그 어떠한 용인족보다 강력하다고 소문난 그는 압도적인 힘으로 다른 용인족들을 휘어잡았습니다. 애초에 용인족은 저렇게 모여 다니는 종족이 아닙니다.

꽤 대단한 용인족인 것 같았다

“그쪽 엘프가 대신 싸울 텐가?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참을성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엘프들과 함께 온 오베른들을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연달아서 대결하면 힘드니깐 조금 쉬고 하지?

“그러는 그쪽도 연달아 하지 않았나?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에이엘 씨의 말을 듣고 있었다

“용인족이 엘프를 습격했을 때 저자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렸을 때라 싸움에 제대로 끼지 못했지만, 아버지에게 저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죠. 그때도 저자가 용인족을 이끌고 있던 때라 인명피해가 생기진 않았지만, 우리 엘프는 허망하게 당했습니다.

내가 알기론 용인족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거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엘프의 수가 적지 않았을 때다. 그런데 엘프가 허망하게 당했다라..

“그런데 용인족은 모든 용을 부모님처럼 따르는 겁니까? 왜 그리 모든 용에 집착하고 있죠?

“그건 나를 이기면 내가 말해주지.

엿듣고 있던 용인족이 말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알았다고 말하고 이고르를 불렀다. 에이엘 씨는 우리가 대결하기 전에 한마디를 더 하셨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저자의 이름은 가샤. 가장 강력한 용의 이름을 따와 지었다고 하더군요.

“가샤...?

내 말에 어느새 내 옆에 와있는 가샤가 반응했다. 강아지 모습으로 있는 가샤는 없었던 꼬리를 만들어 흔들고 있었다

“네가 나서볼래?

가샤는 그저 꼬리를 흔들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게 나서고 싶다는 모습으로 비췄다. 솔직히 말해서 가샤가 절대 질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문제는 안 죽일 수 있냐는 거다

“힘 조절할 수 있겠어? 저래 봬도 죽이면 안 돼. 나중에 꽤 쓸모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 말을 듣고 있던 용인족도 이번만큼은 웃어넘길 수 없었는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건 흘려들을 수 없군. 설령 내가 죽더라도 힘 조절할 생각은 하면, 이 대결이 곱게 끝나지 않을 거다.

아... 그 뜻이구나. 샬롯 얘기를 잘 못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미안하지만 불렀던 이고르를 다시 뒤로 물리며 가샤에게 말했다

“그래도 죽이진 마.

나는 가샤에게 끝까지 충고했고 가샤는 그저 꼬리를 흔들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설 뿐이었다. 강아지의 모습을 한 가샤를 처음 본 헌터들은 저게 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용인족들도 마찬가지였고 경기장에 있는 용인족은 여전히 표정을 굳힌 채 가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말을 들었으니 가샤를 무시하진 않겠지. 오히려 이번엔 제대로 할 생각인지 그의 입에서 마나가 모이고 있었다

과연 용인족에 가샤라고 불릴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용인족과는 차원이 다른 마나가 그의 입에 모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헌터들도 엄청난 마나가 모이는 걸 느꼈는지 그들도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가샤는 여유로웠고 그저 강아지의 모습으로 다른 가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불안했고 나는 이고르에게 눈짓해 여차하면 끼어들라고 눈치를 줬다

“괜찮습니다. 제가 예상한 대로라면... 그 어떠한 짓을 해도 저 용인족은 이기는 것이 불가능할 겁니다.

확답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대기하라고 일러뒀다. 이내 용인족 가샤는 뼈 가샤에게 브레스를 쏘아냈다

하지만 뼈 가샤는 끝까지 가만히 보고 있었고 브레스의 위력은 용인족 둘이 쏘아낸 브레스보다 훨씬 강력했다

나는 계속 불안했지만 그래도 가샤를 믿었다. 그렇게 가샤에게 브레스가 적중하나 싶었다. 가샤의 코앞에서 브레스가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 모습에 나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지만 이고르만이 내 생각이 맞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인족 가샤는 자기의 브레스가 이렇게 허무하게 막힌 것이 이상해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이상해하고 있었다

브레스가 뭔가에 막힌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본 기억이 있었다

“가샤는 태초의 용. 모든 용이 가샤에게서 태어났고 모든 용은 가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습니다. 마치 주인과 같죠.

내가 예상한 것이 맞았다. 그게 죽어서도 가능한 건가? 만약 내가 죽어도 내 시신에 괴이가 위해를 가할 수 없는 건가 아니면..

그때 용인족 가샤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뼈 가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뼈 가샤가 진짜 태초의 용 가샤가 맞는다면

용인족 가샤는 결국 죽게 될 것이다. 그저 아무것도 못 하고 허무하게. 나는 급히 가샤를 뒤로 물리고 이고르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해야 할 것 같아.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오는 용인족 가샤를 막았다. 이고르는 샬롯과 달리 인간의 모습으로 자주 지내왔다고 한다

이유는 당연히 용도 똑같이 하니깐. 그런데 용인족 가샤의 상태가 이상했다. 이고르와 비슷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의 눈은 뼈 가샤에게 향하고 있었다

나는 뼈 가샤를 안고 이리저리 움직였고 마찬가지로 그의 눈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만큼 이고르의 공격에 맞고 있었지만 이고르도 적당히 하고 있어 큰 상처는 없었다

“이고르. 제대로 해. 그리고 그쪽. 가샤라고 했나? 앞에 남자를 이기면 이 아이와 싸우게 해주지.

그 말에 용인족 가샤는 바로 진심으로 이고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치 죽일 듯이 달려들었으며 이고르는 갑자기 변한 그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바로 대응했다

샬롯의 속도와 비슷한 용인족 가샤였지만 지금은 이고르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었다. 아라크네의 샬롯보다 이고르의 인간의 모습이 더욱 빨랐다

하지만 용인족 가샤는 이고르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었다. 과연 본 힘을 다한 게 아니었던 건가

나는 그 모습에 이고르에게 마나를 부여해주었다. 둘이서 속도를 점점 높이고 있었으며 둘의 주먹질에 바람이 일어나고 있었다

용인족들은 그 모습에 놀라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본 힘을 다하시는 가샤 님의 속도를 따라가다니. 저 남자는 누구지?

“대단하군.

특히 그의 친위대로 보이는 용인족이 이고르를 칭찬하고 있었다. 그 둘의 속도는 내가 눈에 따라가기도 어려웠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그들은 주먹을 나누며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거다

그들의 감정이 느껴져 왔고 나는 그 감정에서 용인족 가샤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고르와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즉. 용인족 가샤도 용을 동경하고 있는 거다

동경하고 용이 되고 싶다고 느껴지고 있었다. 둘도 그걸 느꼈는지 서서히 싸움을 용인족 가샤가 말했다

“당신이... 용 사냥꾼인가.

그러고 보니 용인족이 용의 자취를 찾고 있었는데... 이고르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그는 침착했다

“그렇지. 어떻게 보면 그쪽 종족과 상성이지. 그런데 그쪽도 용족을 따라 한 브레스가 있던데...

“맞다. 우리는 용을 따라 브레스를 사용해보려고 노력했고 결과가 지금이다.

결국엔 그가 용인족이 사용하는 브레스를 만든 건가. 확실히 그는 용인족의 특성을 전부 바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안이다. 나도 용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브레스를 만들어냈지. 마지막을 그걸로 끝내지.

“동의한다.

그들은 갑자기 그걸로 동의를 내리더니 이고르는 본래의 모습으로 변해 바람을 모으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용인족 가샤도 입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둘의 엄청난 마나가 모이고 있었고 저게 쏘아지면 여기가 난리 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고 우리 헌터들은 물론이고 용인족 전부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이고르의 공격을 막을 순 있지만 용인족 가샤의 공격을 막긴 힘들겠지. 어쩔 수 없이 베타를 부르려고 하는 그때

가샤가 나섰다. 분명 별 느낌이 없었지만 가샤는 그들이 브레스를 위해 마나를 모으는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가샤도 강아지의 모습으로 브레스를 쓰려는 듯 입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환장하겠네.

애들을 말리기는커녕 지도 참가하고 있었다. 나는 급히 뼈 가샤를 안아서 입을 막고 본체로 변한 이고르의 입 앞으로 마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갔다

그리고 용인족 가샤가 이고르에게 쏘아낸 브레스를 나는 가샤를 잡고 최대한 앞으로 내밀었다. 문제는 조그마한 가샤로 저 거대한 브레스를 막을 수 있냐는 건데..

그때 하늘을 뒤덮는 크기의 베타가 나타나 우리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것은 발로그가 있었던 멸망한 세계였다

여기라면 상관없겠지. 나는 급히 마나 양탄자를 타고 용인족 가샤의 근처로 갔다. 오히려 브레스를 쏘는 곳은 안전하겠지

어차피 이고르와 뼈 가샤는 내게 피해를 줄 수 없으니. 그래도 불안하니 주변에 마나를 둘러 최대한 막아냈다

“어? 그런데 용인족 가샤는 어쩌지?

그 생각과 동시에 서로의 브레스가 맞부딪쳤다. 그때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내 어깨에 앉아있던 오베른들이 나섰다

오베른들은 이미 멸망해 망가진 땅에서 세계수와 비견 될만한 크기의 식물을 자라나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식물이 지옥초랑 비슷해 보였다

용인족 가샤는 물론이고 이고르와 뼈 가샤의 브레스도 그 지옥초가 전부 집어 삼켜버렸다. 뼈 가샤의 브레스는 예상보다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강아지의 모습에서 사용해서 그렇겠지

그래도 저 덩굴과 같은 식물이 브레스를 집어삼킨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집어삼킨 식물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불안해 베타를 급히 불렀다

“베타야! 우리 꺼내줘! 그리고 여기 막아!

베타는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 우리를 집어삼켜 전초기지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용인족들은 용인족 가샤가 사라지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다행히 금방 우리가 나타나 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헌터들도 우리가 잠시 어디론가 사라진 것에 궁금해했다

나는 그걸 신경 쓸 새도 없이 이고르와 뼈 가샤에게 설교하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생각이 있냐고 너네만 있는 것도 아닌 데 설령 내 아이들이 다쳤으면 어쩔 거냐고 가샤는 어리니 그렇다 치는데 이고르 너는 왜 그러냐고 등등

이고르는 가샤는 왜 제외하냐며 쟤가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나이가 많을 거라고 반발했지만 나는 그냥 시끄럽다고 일축했다

내가 애들을 설교하는 도중 어느새 경기장에 와있는 카잔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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