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30화 (130/164)

#130. 괴이의 주인 129

“가샤의 정체를?

“네.

정체라... 굳이 알 이유는 없지만 알아서 나쁠 것도 없지

“주인께서 이름을 지어주신 가샤.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저 생전의 용의 이름도 가샤였습니다.

응? 이름이 같다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용이라고?

“네. 그리고 보셨다시피 그 회색의 용보다 압도적인 크기였죠?

확실히. 그때는 잘 몰랐지만, 뼈로 된 드래곤으로 변한 가샤는 회색의 용보다 훨씬 컸다. 압도적인 크기로 회색의 용을 물었는데 온몸이 터져버렸지

꽤 나 잔인한 모습이어서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뼈로 된 드래곤도 따로 종족이 있는 건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용은 세상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니 하나뿐이었습니다. 최초의 드래곤이자 최강의 드래곤. 가샤. 그 어떤 드래곤보다 강했고 사실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명체도 세월엔 어쩔 수 없더군요. 그는 자신이 약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한순간에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저 정도 크기의 용은 세상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이고르의 말은 확실히 의심할 만했다. 나는 그냥 가샤에게 물어봤다

“너 용 맞니?

당연히 녀석은 대답할 리 없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됐어. 녀석이 용이든 아니든 상관할 바 아니니깐. 물론 그 용이 괴이인 건 신기하긴 했지만 뭐...

용이 괴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가샤가 죽어 유골이 됐는데 그 유골에 전 괴이의 주인이 이름을 부여한 거일 수도 있다

그것이 제일 유력하겠지만 뭐 어떤가. 내 아이가 강하면 좋은 거지 뭐. 그런데 그때 한 엘프가 급히 달려오며 말했다

“아나리엘 님이 급하게 찾고 계십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기도 전에 그 엘프는 따라오라는 듯 급히 달려가셨다

“무슨 일 있나요?

나도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익숙해지다 보니 신체 강화를 해서 달려가기보단 마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갔다

나는 어렵지 않게 뛰어가는 엘프를 따라갔고 아나리엘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항상 아나리엘과 같이 있던 에이엘 씨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지금 용인족이 전초기지에 와서 속히 말해 깽판을 치고 있습니다. 용이 죽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용이 사라진 건 눈치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자취가 전초기지에 이어져 있는 걸 알아챘죠.

용인족이라... 내가 알기로 용인족은 우리로 치면 일반인들도 S급 헌터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다. 용인족은 인간의 몸이지만 온몸에 비늘이 있었고 덩치가 평범한 인간과는 격을 달리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이 세상에 나타나고 있지 않아 은거하고 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런데 전초기지에 있는 헌터들도 있는데 제 도움이 필요한가요? 그들도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헌터들일 텐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용인족들이 흥분한 상태라 제대로 된 대화가 안 됩니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계속 용인족들이 활개를 친다면...

아나리엘이 사람 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글레이가 인간형을 죽이는 것을 알게 됐을 때부터 뭔가 나를 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엘프가 몰살당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죄책감이 있었다. 그걸 아나리엘도 알고 있는지 뭔가 나를 부려먹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나 했더니... 일이 또 생겼다.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중국에서 언제 벗어나냐..

나는 아이들을 전부 모아서 전초기지로 갔다. 이번에는 가샤도 함께. 일행들은 물론이고 카잔 알렉산더 님 마사무네 님도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처음 보는 2미터 크기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슨 심사의원처럼 팔짱을 낀 채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초기지에 있던 헌터들도 그 가운데를 보며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용인들이 흥분하고 있어 제대로 통제가 안 된다고 하더니 잘만 하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용인족들은 나를 보며 의문을 가졌지만 헌터들은 나를 보고 환호했다

“설시우 헌터다!

갑자기 나를 보고 환호하는 것에 부담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하며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그들에게 물어보며 나는 안을 바라봤다. 그들이 둘러싸고 있는 안에서는 한창 결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표로 1:1로 싸우는 것 같았으며 우리 쪽 대표는 리암 헌터와 용인족 한 명이었다. 그는 용인족 중에서도 꽤 큰 키였으며 2.5 미터 정도로 보였다

그 대결은 꽤 나 치열했다. 서로를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었으며 싸우는 곳 아래에는 핏자국이 널려있었다

어느 곳은 말라 있고 어느 곳은 핏방울이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싸움은 오래 지속된 것 같았다

“용인족들이 전초기지에서 날뛰던 걸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이 진정시켰습니다. 진정시키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그들보다 강한 힘을 가진 자가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그 말에 나는 용인족들을 쳐다봤다. 용인족 중 몇몇은 몸이 성하지 않았다. 팔이 너덜거리는 자도 있었으며 온몸에 구멍이 뚫린 자까지

“카잔도 나섰지만... 오히려 카잔이 더욱 흥분하더군요. 결국, 그도 격리되었습니다. 우리는 합의점을 찾아서 강한 헌터들과 용인족과 대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3승을 제외하고는 전부 졌습니다.

3승이 누군진 알 것 같았다. SSS급 헌터 셋을 제외하고는 전부 졌겠지. 지금만 봐도 리암 헌터와 비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SSS급 헌터 셋을 제외하고는 아마 가장 강한 헌터가 리암 헌터일 것이다. 지금 우리 일행이 여기에는 없었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 먼저 돌아간 상태였다. 그들을 따라 나도 돌아가려 했지만 샬롯과 얘기가 남아 있었고. 설아와 시현 누나만 있었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질 리가 없었다

“그래서 왜 싸우는 겁니까? 용인족들이 온 이유가 용이 나타났는데 마지막 흔적이 여기라고 해서 난리 피우는 거 아닙니까?

“네... 뭐.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 헌터가 말하길 용인족은 용이 인간으로 변한 다음 번식 과정을 거쳐서 용인족이 태어난 거다

그들은 용을 부모님처럼 따르고 있으며 강함을 숭배 시 한다. 그들의 부모님 격인 용도 압도적으로 강하니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용인족들은 강하면 뭐든 가능한 종족이다. 우리가 용을 죽였다면...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용만큼 강하다면 우리의 말을 믿어주겠지

그렇게 우리는 대결을 바라봤고 결국엔 리암 헌터가 지셨다. 둘다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인간이란 종족의 한계 때문일까, 모든 마나를 사용했고 리암 헌터는 패배를 인정하셨다

정말 죽일 듯이 서로 싸웠지만, 마지막에는 오히려 웃으며 서로 악수를 하고 떨어지셨다

“제가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싸운 건 오랜만입니다. 제가 압도적으로 지거나 했는데 말이죠.

리암 헌터는 내 쪽을 슬쩍 곁눈질하며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곁눈질을 눈치채지 못할 용인족이 아니었고 그들은 그의 눈이 향한 나를 바라봤다

“저잔가? 그렇게 강하지는 잘 모르겠다만...

정작 나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리암 헌터가 그 말에 코웃음 치며 말씀하셨다

“그쪽이 그런 식으로 인간을 깔보다가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한테 진 거 아니었나?

“아니. 그들은 확연히 강자로 느껴졌다. 하지만 저자는 모르겠다.

그 말에 오히려 주변에 듣고 있던 헌터들이 난리 치셨다

“한번 본때를 보여주세요! 설시우 헌터 님!

“맞습니다! 우리가 당한 모습만 용인족이 기억하면 우리를 얕잡아 볼 겁니다!

아니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도 이겼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이 다가오셨다

하지만 그들의 몸도 성치 않아 보였다. 알렉산더 님은 비교적 멀쩡하셨지만 마사무네 님은 아니었다. 마사무네 님은 팔에 붕대를 한 채 오셨고 알렉산더 님은 비교적 연하지만 푸른 멍이 몸에 있으셨다

“뭐 솔직히 자네가 안 싸워도 상관은 없지. 하지만 우리가 진다면 저들은 다시 활개를 펼칠 텐데... 어차피 나설 거 지금 나서지 그래?

알렉산더 님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쪽도 찬성하진 겁니까?

나는 용인족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용인족은 뭔가 내켜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우리도 강자와의 싸움을 좋아한다. 그대같이 뭣도 없어 보이는 인간을 우리가 상대하는 건 오히려 우리에게 모욕이다.

이번에도 나는 용인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말을 나를 모욕하는 거로 느꼈는지 다른 헌터들이 분개하셨다

나는 그들을 진정시키고 용인족에게 말했다

“그럼 그쪽에서 제일 약한 자는 누굽니까? 그분하고 싸우겠습니다.

내 말에 용인족이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가장 약한 자도 결국 용인족이었지만 더 강한 용인족에게 등 떠밀려 그들이 만든 경기장으로 들어오셨다

나도 마찬가지로 경기장으로 들어갔지만 이고르와 샬롯이 따라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고 다들 의아해하셨다

등 떠밀려 나온 용인족은 누가 봐도 짜증 난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제발 우리를, 나를 모욕하지 말아라. 지금이라도 기권한다면...

“혀가 기시네요. 용인족은 전부 그렇습니까?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나는 아예 용인족 전체를 겨냥해 도발했다. 그들은 이런 거에 내성이 없는지 나를 향해 분노했다

그리고 뭔가 시작이란 신호도 없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달려왔다. 과연 가장 약한 용인족이라고 하더라도 S급 헌터나 SS급 헌터에 비견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리에 비하면 턱도 없는 속도로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저 허리를 숙여 내 그림자를 툭툭 건드릴 뿐이었다

용인족들은 물론이고 다른 헌터들도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달려오고 있던 용인족도 살짝 움찔하더니 다시 달려왔다

하지만 그는 내 코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구경하고 있던 헌터들은 깜짝 놀랐고 용인족들은 내가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눈을 부라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용인족은 땅속에서, 정확히는 그림자 속에서 나왔다. 그는 아무 외상도 없이 그저 기절한 상태였다

나는 기절한 용인족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은요? 뭐 자신 없으면 여럿이서 덤벼도 됩니다.

그 말에 용인족 중 가장 거대하고 색이 붉은색인 용인족이 다른 용인족을 곁눈질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2명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그들은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보려는지 내 근처를 빙빙 돌고 있었다

최근에서야 나는 꽤 많은 무기나 사물을 마나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나는 마나로 의자를 만들어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내 모습은 누가 봐도 그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용인족들은 내성이 없었는지 똑같이 나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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