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괴이의 주인 125
고민해봤자 나오는 건 없었다
“지원해주는 분들이 더 있나요?
“아니. 용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아무도, SSS급 헌터도 소식이 없지.
결국, 선택하는 건 나였다
“여기서 고민해봤자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용에게 갑시다. 대신 알리사 헌터가 깨어나면 가죠.
나는 여전히 누워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알리사 헌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링겔로 영양제 등을 주입하고 있었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아직도 깨어나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당한 걸까요?
시현 누나가 말했지만 우리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용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헌터 범죄자를 용들이 있다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집어넣었더니 그들에게서 연락이 두절 됐다
물론 그들이 도망친 거일 수도 있지만, 그 주변 전체에 헌터들이 깔려있다. 그들은 전혀 헌터 범죄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들은 촉수 달린 용과 함께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렇게 삼 일째 되던 날. 알리사 헌터가 깨어났다
“으... 여기는...?
알리사 헌터는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알리사 헌터는 그녀와 같이 구출한 남자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능력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위험하군. 이미 SSS급 헌터 한 명이 무력화됐어.
그녀는 마치 아기와 같았다. 처음에는 분명 뭔가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점점 기억이 퇴화하는 것 같았다
그걸 알고 내가 알고 있는 제일가는 의사 오만식 선생님을 불렀다
“애매하군. 내 마나는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걸 도와주는 방식이지. 자네 파티원인 오민정 씨와 비슷해. 일반적인 기억 상실증이라면 치유가 되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네.
오만식 선생님은 안타깝지만 자기가 할 일은 다 하셨다고 하셨다. 그래도 선생님은 그녀가 나아질 때까지 곁에 있겠다고 하셨다
“결국, 우리끼리 가야겠네요.
그런데 그때 밖에서 사람이 들어오더니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이 움직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있던 전초 기지 최상층이 무너져내렸다. 잔해들이 우리를 덮쳤지만 마사무네 님이 잔해를 전부 잘게 부숴버렸다
물론 저 정도 잔해 가지고는 우리 헌터가 다칠 일은 없겠지만 여기에는 제임스 님도 있었다
그렇게 잔해를 뚫고 나타난 것은 회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성과 그 뒤에 커다란 촉수가 달린 용이었다
“그쪽이 글레이의 주인인가요?
회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입에서 글레이가 언급이 되었다. 그리고 옆에 이고르가 긴장하며 말했다
“용입니다.
회색의 원피스... 그렇군
“맞습니다. 제게 원하시는 게 있으신 거로 보이는데...
나는 여성을 보지 않고 뒤에 촉수가 달린 검은 용을 바라보았다. 저것의 몸에는 수십 명의 헌터들이 몸에 붙어있었다
저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았지만, 저들의 표정에서는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촉수로 그들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는 전에 보았던 영국과 프랑스의 헌터들이 있었다
“제가 말하고 있는데 저를 봐야죠?
회색 원피스 여성은 어느새 내 앞에 서 있었고 내 턱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이고르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함부로 손대지 말지.
“음...?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잡은 이고르를 빤히 바라봤다. 팔을 빼려고 하지도 않고 자세히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하. 너 용 사냥꾼이구나? 우리 사이에서 유명해 너. 그런데 너도 괴이였니?
이고르는 바람으로 그녀를 슬쩍 밀어냈고 내 앞에 섰다. 샬롯도 일행들도 마찬가지로 나를 지키려고 앞에 서려는 걸 내가 손짓해 막았다
하지만 일행들은 긴장한 탓인지 아니면 그냥 무시한 것인지 내 앞을 막아섰고 나는 그들을 비집고 나와 말했다
“됐고 제 말에 대답해 주시죠. 굳이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서까지 제 앞에 나타난 이유가 뭡니까? 글레이가 시킨 겁니까?
회색 여성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인간이 내 앞에서 그렇게 뻣뻣이 고개를 들고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하긴 그래야 놈의 주인이지.
“...놈?
“네가 방금 말하지 않았어? 글레이 말이야 글레이. 글레이가 자주 찾아간 것 같던데.
글레이의 힘을 아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를 함부로 부른 다라. 그때 뒤에 흑색의 용에 달린 촉수가 슬금슬금 내게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행들이 막기 전에 회색 여성이 촉수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내가 말하잖니. 가만히 있어.
그러자 촉수는 시무룩한 듯 흐물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조금 당황했다. 어째서 저 용에게서 감정이 내게 전해져 오는지. 설마...
“그쪽이 말을 걸어놓고 멍 때리면 어떡해?
나는 잠시 흑색의 용에게서 시선이 뺏긴 걸 다시 회색 여성에게 돌렸다
“그래서... 질문이 글레이가 시킨 것 때문에 온 거냐고 물었지? 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 녀석이 이 아이를 내게 맡겼거든.
내 예상은 정확했다. 그런데 녀석은 왜 저 용에게 맡겼을까. 그런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여성이 말했다
“나도 그게 의문이야. 녀석이 왜 내게 이 아이를 맡겼을까? 나랑 육아는 연이 없는 걸 알면서. 내 알이라서 그런가?
...뭐
“뭐?
“뭘 놀래. 아무리 새끼 용이라도 절대 다른 생명체의 명령을 들을 리 없잖아. 그건 같은 용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예외는 있지. 이만큼 알려줬으면 알아서 알겠지?
...부모님인가. 그러면 설마 아버지는...
“맞아. 글레이야. 하지만 우리 번식 방법이 너희 인간처럼 천박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우리는 마나와 마나를 결합해 아이를 만들어 낸다고. 물론 글레이도 나도 실험을 위해서 아이를 만들었으니 서로에게 별 감정은 없어.
실험... 자신의 아이를 실험이라. 끼리끼리 만난 거였군. 왜 용이 글레이에게 협력하나 했더니 역겹기 그지없군
다른 일행들도 나와 생각이 같았는지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선택에 다들 맡기셨다
이미 건물 주변에는 수많은 헌터가 모여있었지만 거대한 용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렸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도망가지 않았다
제임스 님이 직접 선별해서 데리고 오신 길드원들이다. 죽더라도 제임스 님이 죽는 모습을 보고 죽을 자들이다
“그래서 결국. 당신 자체는 내게 별 관심이 없다 이 말입니까?
“응? 아니지. 설령 없었다 하더라도 용의 앞에서 그렇게 뻣대고 있는 인간을 보면 그 어떤 용도 흥미가 생길걸?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내게 흥미가 생겼다 이 말이군. 귀찮게 됐다
“그러면 저 사람들부터 해방해주시죠.
“그건 나한테 말하지 마. 저 아이가 원해서 하는 거야.
원해서 한다고? 나는 촉수가 달린 용을 바라봤다. 녀석은 내가 빤히 바라보니 슬금슬금 사람들을 하나둘씩 내려놓고 있었다
내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이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주변에 있는 헌터들에게 말했다
“살아는 있는 것 같으니 데려가다 치료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들 용의 위용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내 마나 양탄자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촉수로 헌터를 내려주는 걸 직접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헌터들에게 나는 보란 듯이 한숨을 쉬었다. 결국, 오만식 선생님이 직접 내려오셔서 헌터를 받으셨다
“알리사 헌터와 같은 현상이군.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도 오만식 선생님이 맡아주신다고 했으니 안심이었다. 그래도 오만식 선생님이 나서니 다른 헌터들도 그제야 나서서 헌터들을 받아주셨다
그런데 녀석이 계속해서 헌터들을 촉수로 넘겨주었고 그 수는 수백이 넘어갔다. 그래도 다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나는 흑색의 용을 째려보았고 녀석은 나를 바라보던 고개를 휙 돌렸다. 도대체 녀석은 뭘 원하는 건지..
주변 정리를 마치고 나는 다시 마나 양탄자를 타고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회색의 여성에게 돌아갔다
“대단하네...? 마나의 종주라고 불리는 우리 용들도 그렇게 마나를 다루는 방법은 처음 알았어. 아니 마나가 마치 새로운 물질이 된 것 같아.
갑자기 나를 칭찬하는 것에 당황했지만 여성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녀석이 나 말고 다른 사람 말 듣는 것도 신기하네. 글레이 말도 안 듣고 가끔 내 말도 잘 안 듣는 아인데 말이야.
“...됐고 왜 왔는지 여러 번 물었는데 말이지.
“아! 미안해. 재밌고 신기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목적은 전부 달성했으니 이만 돌아갈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을 흔들더니 점차 몸이 사라졌다. 그런데 촉수가 달린 용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의 용은 그 모습에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성의 모습이 아닌 거대한 용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네가 안 가면 내가 뻘쭘해지잖니. 따라오렴.
하지만 촉수 달린 용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녀석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녀석은 내게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회색의 용은 강제로 흑색의 용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흑색의 용은 회색의 용에게 갑자기 공격을 가했다
촉수를 순식간에 회색의 용에게 휘둘렀고 회색의 용은 그 촉수를 손으로 잡고 뜯어내 버렸다
“내게 반항하는 건 안 되지. 역시 난 애들 교육엔 적합하지 않나 봐.
그와 동시에 회색의 용의 입에서 브레스가 쏟아져나왔다. 처음 보는 용의 브레스에 우리는 당황했지만, 흑색의 용도 마찬가지로 브레스를 내뱉었다
갑자기 일어난 용들의 싸움에 우리 등이 터지고 있었다. 우리는 전초기지를 버리고 급히 대피를 시작했다
일행들을 대피시키고 나는 그 둘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 둘의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회색의 용이 압도적으로 흑색의 용을 찍어누르고 있었다
흑색의 용의 몸이 터져나가고 촉수도 찢겨나갔다. 하지만 흑색의 용은 순식간에 몸이 재생했다
회색의 용은 온갖 처음 보는 공격을 흑색의 용에게 날렸다. 회색의 용은 공격은 과장 조금 보태서 아름다웠다
수많은 색의 향연이었다. 대충 보기만 해도 화염의 구 물의 창 얼음 폭풍에 바람의 칼날 등등. 그리고 자신의 색과 같은 브레스의 공격까지
하지만 흑색의 촉수가 달린 용은 촉수 공격과 흑색의 브레스를 제외하고는 육탄전이 전부였다
수없이 많은 공격을 당했지만, 끊임없이 재생했다. 그 모습에 회색의 용도 당황했다
“얘가 왜 이런담. 전에는 조금만 맞아도 알아서 수그리더니?
하지만 회색의 용에게 흑색의 용에 공격이 닿지 않았다. 나는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길까 싶어 베타를 옆에 두고 있었다
물론 이고르와 샬롯도 자신의 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런데 그때 허공에서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혹시 글레이가 무슨 짓을 했거나 아니면 본인인 직접 나올 것 같아 우리는 긴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전혀 다른 의외의 것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