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25화 (125/164)

#125. 괴이의 주인 124

기생충에 감염된 엘프로 보이는 것은 도망가고 있었다. 에이엘의 화살을 분명 정통으로 맞았는데 말이지

게다가 높은 건물에서 떨어졌는데도 상처하나 없었다. 심지어는 에이엘에게 맞은 화살의 상처조차도

그런데 도망가는 그 엘프는 뒤를, 따라오는 우리를 힐끗 바라보며 계속 도망가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제대로 따라오고 있냐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걸 숨기지 않고 대놓고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따라가도 될까요? 누가 봐도 함정인데 말이죠.

“괜찮아. 여차하면 베타 님에게 다시 들여보내 달라고 하면 되겠지.

무책임한 말이지만 뭐 어때. 가진 힘을 사용하는 건데. 물론 내가 가진 힘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데 나도 에이엘도 SSS급 헌터인데... 설시우 헌터 님의 힘을 보고 나서는 자신이 안 서네

그렇게 엘프라고 말하기도 뭐한 기생충을 따라갔다. 그것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끝까지 저것은 우리가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준비하세요. 우리에게 뒤가 있다고 하지만 다른 원정대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인간들은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이 죽었다는 건 우리도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조심히 주변을 경계하며 건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그곳에 있었다

“... 아버지?

“오랜만이네. 아나리엘.

갈라드리엘. 우리 아버지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도 기생충에 감염된 거로 추정된 것처럼 피부가 이상했다

“왜 피부가...?

“미안하다.

아버지는 그 말을 하며 손을 내게로 향했다. 그때 건물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엘프들. 날아오는 화살을 정령과 화살로 쳐내고 있었다

“무슨 짓입니까?! 갈라드리엘 님!

에이엘이 격분하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니... 저 모습은 더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점점 반투명해지다가 이내 사라져버렸다

“우선 나가죠! 건물 안에선 죽도 밥도 안 돼요!

나는 급히 우리 엘프들을 불러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건물의 문은 온데간데없어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아나리엘. 너도 여기서 우리와 함께해야겠어. 그게 우리 엘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디선가 아버지. 아니 기생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닥치세요. 당신은 이제 제 아버지가 아닙니다. 엘프면 엘프답게 죽었어야죠.

내가 아버지한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아니 이제는... 아버지가 아니야

“그래서 여기서 어떻게 나갈 생각이지? 네가 잘 컸긴 했지만, 아직 내 결계술 실력을 못 따라올 텐데 말이지.

그 말에 나는 문이 있었던 곳을 확인해봤다. 확실히 강력한 결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지

“베타 님!

어느새 나타난 베타 님은 내가 뭘 말하기도 전에 우리 전부를 삼켰다

“저건...!

아버지였던 것이 뭔가 말을 했지만 우리는 베타 님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된 거예요.

오크의 가장 강한 자. 이름이 토자르라고 했지? 아마 그 경우와 같은 것 같았다. 결국엔 엘프들도 글레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버지가 변하셨는데 괜찮으세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문제에요.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나리엘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괜찮아요. 세계수 님이 저를 위로해주셨어요. 그것만으로 저는...

아나리엘은 말을 못 이어가고 있었다. 에이엘 씨가 아나리엘을 추스르고 있었고 나는 샬롯에게 말했다

“토자르에게서 알아낸 게 좀 있어?

“아뇨. 글레이가 제 능력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철저하게 막아놨더군요. 무슨 방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끝까지 도움이 안 되는 놈이네

“혹시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에이엘 씨는 아나리엘을 품에 안아 토닥거리며 말씀하셨다

“제가 대충은 압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가면 저도 잘 모르니 한국과 중국의 경계선에서부터 기생충을 추적하기 시작했으니 거기에 다시 가면 알 것 같습니다.

그때 마사무네 님이 얘기에 끼어드셨다

“우선은 자리를 옮기지. 지금 전 세계에서 중국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 기지를 건축하고 그곳을 토대로 움직이고 있다. 안내하지.

마사무네 님은 중국에 건설한 전초기지 같은 곳으로 안내하셨다. 하지만 전초기지라고 하기에는 겉으로 보기에 최첨단 전투 요새 같았다

마사무네 님은 계속 하늘을 경계하며 전초기지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우리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헌터도 아니신 분이 여기에 있는 건 위험한 거 아닙니까?

“내가 아니면 여길 관리할 사람이 없어서 말이지. 오랜만이군. 설시우 헌터.

그곳엔 제임스 님이 계셨다. 알렉산더 님도 그곳에 있으셨고 수많은 사람이 다들 서류를 보고 계셨다

“무슨 서류인가요?

“아, 이거? 용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할지 보고 있었지.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는 제임스 님에게 서류를 받아서 한번 보았다. 나타난 용은 총 2마리. 회색의 커다란 용과 조금 작지만, 온몸에 촉수가 달린 새까만 용

“회색의 용은 모르겠지만... 촉수가 달린 용은 뭔지 알겠군요.

제임스 님은 그게 무슨 말인지 내게 물어보셨다

“글레이의 실험체입니다. 어떻게 용의 알을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기생충과 합쳐진 괴물입니다.

제임스 님은 더욱 허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그건... 또 해결할 문제가 생겼군. 용은 크기로 나이로 알 수 있다고 하지. 그런데 회색의 용은 너무나도 컸다. 물론 자네 그... 고래보다는 작았지만 내가 본 그 어떠한 괴수보다 컸지.

물론 베타가 말도 안 되게 크긴 했지만, 제임스 님이 허투루 말할 분은 아니다

“얼마나 큰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게 큰 용이면 에이션트 드래곤일 겁니다. 에이션트 드래곤은 저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고르의 말에 나는 걱정했다. 이고르조차도 중국에 나타난 용을 이긴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하니..

“게다가 촉수 달린 용. 만약 기생충의 능력도 가졌다면... SSS급 괴수는 비교도 안 되겠군.

확실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혹시 용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원정대가 용에게 전멸한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원정대로 둘이 앙숙인 나라였지만 처음으로 합심해서 싸웠다고 하지. 하지만 그들도 역부족이었다.

... 또 아는 자들이 죽었다. 그들은 정말 잠시 만났지만 그래도 내 말을 듣고 중국에 와주신 원정대원들이었다

더는 원정대원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하지만 내 표정을 본 이고르는 나를 말렸다

“에이션트 드래곤도 다들 각기 힘이 다릅니다. 그런데 회색의 드래곤이라고 하셨지요. 그 드래곤은 드래곤 중에서도 괴짜인 드래곤입니다.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용 중에서도 유명한 용입니다. 그건 강하다는 뜻과도 연결됩니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도 내가 무슨 생각을 알았는지 다들 나를 말리셨다. 이고르가 말릴 정도니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갈 생각은 없었다

글레이는 괴이니 내 마나가 통했다고 하지만 용은 전혀 다른 강자였다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은 만나본 적 없나요?

“와이번은 죽여본 적은 있다만... 와이번은 SS급 괴수라 비교도 어렵겠지.

“게다가 용은 날아다닌다. 우리와 상성이 그리 좋지 못해.

우리에게 아무리 이고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용을 어떻게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용과 아무 거동에 불편이 없이 맞설 수 있는 건, 설아밖에 없었다. 그리고 용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회색의 용은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그저 촉수가 달린 용을 뒤 따라다니며 무슨 짓을 하나 구경하는 것 같다고 보고를 받았다. 마치 보모와 같다고.

보모라... 글레이에게 협력하는 용이 있는 건가? 그게 회색의 용이고 촉수 달린 용을 회색의 용에게 맡겼다면 이해가 간다

“그러면 영국과 프랑스 원정대원들이 고작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용에게 전부 당한 겁니까?

“그렇지. 회색의 용은 나서지도 않았다.

회색의 용만 문제일 거로 생각했는데 다른 게 더 문제였다. 태어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용에게 세계 정상 헌터들이 죽었다

아무리 용이 태생적으로 강하다고 하더라도 말이 안 됐다. 결국, 결과는 하나뿐이었다

“하루가 하루가 아니겠군. 게이트 속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냈겠네.

우리는 게이트 속에서 고작 2시간을 보내고 왔을 뿐인데 밖은 한 달이 넘게 지나있었다. 반대라고 못 할 게 뭔가

“평범한 용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용에게서 살아남은 원정대원이 말하길 몸에 달린 촉수로 원정대원들을 잡아채 몸에 붙인다고 했다. 그 모습은 인간이 용의 몸체에 기생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지.

제임스 님의 말은 어느 정도만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을 몸에 붙인다

“그리고 살아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살아서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했지. 그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말이야. 그리고 살아남은 원정대원도 도망가는 걸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알고 놔준 거다.

...뭘 원하는 거지? 아니 대충 뭘 원하는 건지 알 것 같다

“혹시 그 용들. 어디에 정착해 있나요?

“...어떻게 알았지? 그들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영국과 프랑스 원정대를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몰살시키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

용의 힘을 빌려서 나를 죽일 생각인가. 그러면 촉수 달린 용은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나를 원하는 거다. 그래서 일부로 죽이질 않고 잡아두고 있는 거겠지. 나보고 구하러 오라고

그래서 그나마 나랑 안면이 있는 영국과 프랑스 원정대들을 잡은 거겠지. 하지만 왜 영국과 프랑스였을까

글레이는 내가 다른 자들과 훨씬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굳이 잡자면 알렉산더 님이 있는 가디언즈 길드 원정대를 잡는 것이 훨씬 내게 통했을 텐데 말이지

매정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그들을 버려도 내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욕을 좀 먹을 순 있겠지만 그게 내 목숨과 비교하긴 어렵지

“그들과 대화가 가능했나요?

“아니. 애초에 대화를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동태가 있는 곳을 살펴보려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 낚아채더군. 그래서 벨라. 네가 오기를 기다리긴 했는데...

벨라 씨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저라도 용에게 들키지 않는 건 무리예요.

벨라 씨가 은밀 기동에 능하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용에게 보내는 건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용에 동태를 살핀다고 하더라도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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