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21화 (121/164)

#121. 괴이의 주인 120

카잔은 결국 오크들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오두막에 있는 남은 오크들의 유품을 챙겼다

다른 일행들이 그를 도와주고 있을 때 나는 가샤를 보고 있었다. 가샤는 이름을 준 뒤부터 계속 내 몸에 붙으려고 하지만 시리가 막았다

시리는 내가 다른 아이들을 만지는 건 괜찮지만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도 지금 이리나 엘리같은 경우는 자주 봐서 그런지 양보해주는 것 같았지만 다른 애들에게는 어림없었다

가샤는 자기가 양보해준다는 듯 강아지의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 흙은 어떻게 된 거니? 엄청나게 크고 실제 피부가 아니라 그런지 전혀 타격이 없던데?

실제로 마사무네 님이 흙을 두른 가샤를 공격했을 때 전혀 타격이 없었다. 그게 만약 맘대로 되는 거라면 흙을 두른 상태가 좋을 텐데 말이지

하지만 녀석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분명 내 말은 알아들을 텐데 말이지. 모르는 척하는 걸까 아니면 안 된다는 걸까

그때 카잔이 오두막에서 뼈를 가지고 나오셨다. 그런데 가샤가 그 뼈에게 관심 가지고 있었다

“혹시 그 뼈도 가져가셔야 하나요? 가샤가 관심을 가져서요.

카잔은 가샤가 누군지 물어보려다가 내 옆에 있는 녀석을 보고 잠시 고민하셨다

“음... 유품인데 말이지. 전부는 안 된다. 멸종한 괴수의 뼈도 있으니... 차라리 내가 직접 선별해주지.

나는 고맙다며 인사했다. 카잔은 뼈를 옮기는 와중에 몇몇 개를 빼고 옮기셨다. 그렇게 정리를 끝마치고 카잔이 말했다

“여기 이 뼈들은 강한 괴수지만 멸종하지는 않았지. 그리고 해태의 뼈는 고맙다는 의미로 선물로 주겠네.

“감사합니다.

나는 카잔에게 뼈를 받아서 가샤에게 주었다. 강아지의 형태인 가샤는 냄새를 맡을 순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뭐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알겠다고 다른 뼈를 주었다. 그런데 녀석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

나는 회심의 수로 해태의 뼈도 주었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해태의 뼈는 혹시 모르니 내 아이인 해태를 만나면 줘야 하니 남겨두자. 당연히 사전 설명은 하고

“그래서 도대체 뭘 원하는 거니?

나는 녀석이 고개를 저어 거부한 뼈는 다시 카잔에게 주었다. 가샤는 계속 고개를 젓다가 마지막 뼈에서 뼈인 꼬리를 흔들었다

꽤 나 큼지막한 뼈라서 카잔에게 물었다

“이 뼈는 무슨 괴수의 뼈인가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군. 게다가 그 뼈는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지 않나? 아마 조상 대대로 물려온 것 같은데... 우리 늙은 오크들에게 물으면 알 수 있겠지.

“그런 물건을 제게 줘도 괜찮은가요?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 뼈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니 상관없지.

나는 다시 한번 카잔에게 감사를 전하며 뼈를 가샤에게 건네주었다. 카잔은 이 뼈가 다른 뼈처럼 조립되어있는 것이 아닌 한 곳에 쌓여있는 뼈라고 했다

그래서 전부 다른 괴수의 뼈 같았지만 오래된 상태로 보아, 전부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어쩌면 쓰레기일지도 모르지만, 쓰레기를 오랫동안 보관할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가샤가 흥미를 가진 것으로 보니 평범한 뼈가 아니겠지

그런데 내 손에서 뼈가 빠져나가더니 가샤에게 빨려 들어갔다. 진짜로 가샤에게 빨려 들어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내 뒤에 쌓여있던 뼈들이 가샤에게 빨려 들어갔고 전부 사라졌다

“너도 무슨... 게이트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

하지만 녀석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에휴. 내가 네게 뭘 바라니. 글레이에게 세뇌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글레이의 사라질 때 녀석은 가샤를 분명 바라봤다. 분명 글레이는 여기에 가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가샤를 방치했지. 방치한 것일까 아니면..

“이만 나가지 설시우 헌터.

마사무네 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게이트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많던 오크나 다른 생명체들은 다 어딜 간 거지?

카잔의 의문에 우리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글레이가 나타난 뒤 게이트 속 생명체는 전부 어디론가 사라졌다

“게이트를 정리한 이유가 없군. 저렇게 게이트를 맘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면 괴수가 전혀 없는 게이트에서도 괴수가 나올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심지어는 게이트를 맘대로 만들 수도 있으니... 대비하는 건 어렵겠군.

마사무네 님의 말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이트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글레이의 실험실은 무한히 증식하겠지

아니 이미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을지도 모른다. 아마 지구에 있는 괴수가 뛰쳐나오는 게이트는 전부 글레이의 실험실이겠지

“결국, 목표는 지구 전역에 있는 게이트를 정리하는 건가? 막막하네.

그런데 이번에는 굳이 베타의 게이트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일행들이 게이트에 들어올 수 있었다

굳이 글레이가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글레이를 막기 어렵겠지. 그런 자신감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막아두면 될 텐데 굳이

“너 때문이겠지?

나는 가샤를 보며 말했다. 글레이는 자기에게 거역하는 괴이들을 굳이 힘을 들이지 않고 죽이는 방식이 있다

바로 우리 인간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샬롯의 둥지에도 알렉스 헌터가 들어갔지만, 다행히 샬롯이 자비? 를 베풀었었지

하지만 그러면 또 의문이 남는다. 글레이는 왜 그런 곳에 실험실을 지었을까? 그것도 중요한 용의 알이 있는 곳인데 말이다

상념에 빠져 있을 때 에이엘 씨와 아나리엘이 다가왔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얻은 건 없지만... 이번만은 카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나리엘은 앙숙이던 카잔의 마음을 이해했다

“만약 우리 엘프도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면... 카잔처럼 그들을 처단할 수 있었을까요?

에이엘 씨도 마찬가지로 카잔의 행동에 탄복했다. 동족을 끔찍이 여기는 오크인데도 카잔은 칼같이 기생충에 감염된 오크를 처단했다

인간을 제외한 3종족들은 인간과 달리 그들의 수가 적다는 것을 알고 더더욱 동족애가 강해졌다

그런데 그때 일행들이 이상한 말을 했다

“게이트 속 시간이 바깥과 다른 것 같습니다.

리암 헌터는 주변을 가리켰다. 우리가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는 한밤중이었지만 게이트 속에서 3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주변은 너무나 밝았다

그때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싸우는 소리 같습니다. 아직 생존자가 있는 것 같군요.

“이고르!

나는 그 즉시 바로 이고르를 불러 본래의 모습으로 변하게 했고 알렉산더 님을 비롯한 신체 강화형 헌터는 자신의 발로 땅을 박차고 달려갔고 나머지 우리는 이고르를 타고 날아갔다

“불을 비롯한 속성 능력자들을 위주로 지켜야 합니다! 신체 강화형 헌터는 전부 속성 능력자들을 지키십시오!

아버지와 설시우 헌터의 설득으로 나는 결국 우리 길드원들과 함께 중국에 오게 되었다. 아니 우리 파티는 너무 약해서 밀려난 것이다

“내가 알기론 그 전갈 아이랑 윌리엄 헌터와 동급 내지는 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파티는 고작 윌리엄 헌터보다 못한 것인가?

솔직히 처참한 기분이다. 설시우 헌터의 아이들이 전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생충들이 죽지 않습니다! 버티는 것도 한계입니다!

분명 우리는 가디언즈 길드원들의 최정예들이 모인 파티, 아니 원정대다. 인원수만 해도 수백여 명이었으며 S급 헌터들만 해도 백 명이 넘어갔다. 심지어는 SS급 헌터들도 수십여 명이 있었지만..

전혀 아버지의 파티를 따라갈 수 없었다. 아니 설시우 헌터의 파티인가? SSS급 헌터들의 파괴력도 강력했지만 설시우 헌터의 파티원인 이시현 헌터는 엄청난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SS급 헌터가 된 지 별로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설시우 헌터를 만나기 전까지 혼자서 던전을 돌았다고 하니 대단한 여성이었지

“마나가 부족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 후퇴합시다! 속성 능력자들이 마나가 부족하면 기생충들을 죽이기 어렵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마사무네 님이 말씀하신 기생충을 죽이는 방법을 실천해봤다. 최대한 상체만을 전부 날려버리면 기생충 대부분은 죽었다

하지만 그건 군인 기생충이 나타났을 때 소용이 없었다. 군인 기생충들은 오랫동안 기생 당한 존재라 상체를 날린다고 해도 죽지 않았다

게다가 상체를 날리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들의 마나가 담긴 총이 등장한 순간 우리는 밀려나기 시작했다

신체 강화형 헌터들도 하나둘 몸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헌터들에게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폭풍이 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다. 헌터가 말한 곳을 바라보니 정말 그곳에는 폭풍이 일어나고 있었다

분명 우리 헌터들도 있었지만, 정확히 기생충들만 그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폭풍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버지!

싸움이 일어난 곳은 알렉스 헌터가 주도하는 가디언즈 길드의 원정대원들이었다. 그들은 군인 기생충들과 전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신체 강화형 헌터들로 보이는 헌터들이 여럿 보였지만 전부 몸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어 보였지만 위험한 상황으로 보였다

“이고르. 네가 선보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량 살상기술을 선보여 봐.

‘알겠습니다.

이고르는 내게 생각을 전해오며 이고르는 폭풍을 일으켰다. 그 폭풍은 신기하게도 건물과 가디언즈 길드의 헌터들에게 전혀 영향이 없었다

기생충들은 폭풍에 빨려 들어가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나는 이고르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과연 용 사냥꾼이네.

‘용에게는 이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땅으로 내려갔다. 수많은 가디언즈 길드원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알렉산더 님을 비롯한 신체 강화형 헌터들이 나타났다

“이미 상황이 정리된 것 같군. 우리가 필요한가?

카잔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오로지 이고르가 한 것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 제임스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만 돌아오시라고. 마사무네 님이나 카잔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과 다른 오크들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설시우 헌터도 이시현 헌터도. 가족이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우리에게 맡기고 돌아가세요.

알렉스 헌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머니 아버지가 아들이 연락도 되지 않는 곳에 오랫동안 있으면 걱정할 게 뻔하다

시현 누나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고작 저 정도의 기생충들을 죽이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가디언즈 길드의 위상도 많이 떨어졌군.

알렉산더 님의 말에 가디언즈 길드원들은 침묵했다. 그리고 그때 설아가 말했다

“동양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로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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