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20화 (120/164)

#120. 괴이의 주인 119

“가샤. 네 이름은 가샤야.

일본 요괴 중에 가샤도쿠로란 요괴가 있다. 인간의 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15배 더 크다고. 녀석이 인간의 모습을 취하진 않았지만, 뼈의 이름을 지어주는데 생각나는 이름이 없었다

가샤는 이름을 받자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래도 급하게 지어준 것 치고는 녀석이 기뻐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기생충들이 가샤를 무서워하는데도 절대 건물에서 나가질 않네요?

우릴 보고도 달려들지 않았고 가샤를 무서워하는데도 건물 밖으로 도망치지 않는다. 계속 건물 안에서 빙빙 돌면서 가샤를 피하고 있을 뿐

그때 기생충들이 갑자기 위로 전부 기어갔다. 가샤도 마찬가지로 기생충들을 쫓아갔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어쩌지 생각하다가 다들 나를 바라보셨다

“SSS급 헌터 6명 전부 저를 바라보니 부담되네요. 왜 저를 보시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가샤가 쫓아갔으니 우리도 가죠.

솔직히 말하면 글레이를 제외하면 우리에게 위협이 갈만한 괴수나 기생충은 없을 거라 봐 과감하게 들어갔다

문제는 이곳이 글레이가 직접 결계를 친 곳이라는 거지만. 우리는 가샤를 뒤따라갔다. 기생충들은 위층에도 들끓었지만 계속 전부 위로 향하고 있었다

가샤는 우리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지 곁눈질로 바라보더니 다시 위로 향했다. 우리는 올라가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부 중국인이었으며 기생충에게 살아있는 채로 먹히고 있었다. 링겔과 입에 호수 같은 것이 연결되어있었고 계속 음식과 영양을 공급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이미 죽어있었다. 마사무네 님은 보고만 있을 순 없었는지 그들의 목을 단칼에 베이어버렸다

하지만 떨어진 머리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결국, 내가 마나를 직접 부여했고 더는 머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 올라가세.

우리는 계속해서 올라갔고 계속해서 똑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그때마다 마사무네 님이 목을 단칼에 베이어버리시길래 아예 그의 칼에 내 마나를 부여했다

“고맙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건..

“알?

그건 거대한 알이었다. 거의 6미터는 되어 보였으며 꼭대기 층 전체가 저 알을 관리하는 시설 같았다

기생충들은 전부 알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건물을 뒤덮고도 모자라 건물 안도 기생충이 점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기생충이 지금 저 알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저건... 용의 알 같습니다.

이고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고르에게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알이 깨지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결국, 알이 깨졌고 그 안에서 나온 건 용이었다. 새까만 서양의 용의 형태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촉수인가...?

생각보다 안에서 나온 용은 2미터 수준으로 조그마했고 게다가 몸에 기이하게도 촉수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허공에서 게이트가 열리며 검은색 남자가 나타났다

“그새 일행이 느셨군요. 주인.

“...글레이.

내 말에 일행들이 깜짝 놀랐다. 글레이가 나오자마자 즉각 반응해 화살을 날리려는 에이엘 씨를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글레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알에서 깨어난 용을 천천히 안았다. 용은 발버둥 쳤지만, 촉수는 글레이에게 착 달라붙었다

“실험에 성공했군요. 용의 아이랑 결합이 가능하다니. 제가 해낸 거지만 기쁘네요.

그때 눈치껏 상황을 살피던 마사무네 님이 검을 휘두르셨다. 하지만 글레이는 손에서 쇠사슬을 꺼내 가볍게 마사무네 님의 검 격을 막았다

마사무네 님은 놀라셨지만 나는 급히 마나를 펼쳐 일행들을 막았다. 글레이는 오히려 내 모습에 깜짝 놀랐다

“대단하군요. 벌써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그렇게나 깨달으시다니. 무섭네요. 전 도망가야겠습니다.

글레이는 능글맞게 말하며 그가 나온 게이트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글레이는 들어가기 전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는 가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글레이는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게이트 속으로 사라지며 동시에 게이트도 사라졌다. 폭풍같이 지나간 글레이였다

일행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게... 게이트의 원흉인가?

“가볍게 검격을 날렸지만... 저렇게 허무하게 막힐 줄은...

마사무네 님이 제일 충격받은 것 같았다. 에이엘 씨는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

“저 남자가 우리 엘프를 습격한 괴물입니다. 정확히는 오크와 드워프도 마찬가지겠죠.

카잔은 그제 서야 분통을 터트렸다. 카잔은 분위기가 이상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글레이가 오크를 몰살했다는 것을 알자 분노했다

“그걸 알았다면 도끼라도 던졌을 거다. 제길...

카잔은 벽을 치며 후회하고 계셨다. 그런데 벽을 너무 세게 쳤는지 건물이 흔들리고 있었다. 카잔이 몇 번 더 치니 벽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 뒤에는 숨겨진 방이 있었다

“전부... 알인 건가?

그곳에는 수많은 알이 줄줄이 나열되어있었다. 하지만 전부 알이 깨져있었으며 그 안에는 알의 주인인 새끼가 있었다

하지만 새끼는 전부 죽어있었으며 새끼의 몸 주변에는 죽은 기생충들이 있었다

“역겹기 그지없군요.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새끼에게 기생충을 붙이다니.

샬롯이 격분했다. 지금 이 상황을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어미의 배 속에 있는 태아에게 기생충을 집어넣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게다가 거미로 보이는 생물체도 있는 거로 보아 샬롯은 거기서 화가 난 것 같았다. 여러 생물체의 알과 그것의 새끼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부터 전혀 처음 보는 생명체까지. 하지만 뭔가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아서 우리는 그것들을 불로 태워 화장시켜줬다

시현 누나가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가샤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가샤는 더는 도망가지 않고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글레이는 가샤를 보고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카잔이 말하는 것을 보아 꽤 나 오래전부터 있던 괴이인 것 같다. 그런데 이고르와 샬롯조차도 모르는 괴이이다

하지만 글레이는 가샤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가샤에게도 뭔가 비밀이 있겠지. 내가 가샤를 빤히 쳐다보자 녀석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나는 녀석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건물을 더 뒤져보죠. 우리가 놓치고 온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건물을 다 뒤져봤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 카잔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번에도 꽤 나 소란스러웠던 것 같은데 오크 기생충 녀석들은 보이지 않는군.

우리는 반씩 나뉘어 게이트 속을 뒤져보기로 했다. 알렉산더 님과 카잔, 마사무네 님과 에이엘 씨와 아나리엘이 한 팀. 나머지 우리가 한 팀이었다

“SSS급 헌터가 5명인 파티라니. 전 세계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군요.

리암 헌터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뭔가 말하려 했지만, 카잔이 내 입을 막았다

“그쪽은 최하 등급의 헌터가 SS급이며 설시우 헌터가 있지. 사실 설시우 헌터 혼자만 따로 다녀도 될 거다.

카잔의 말에 어깨가 으쓱였다. 하지만 이미 글레이가 왔다 간 곳이다.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아까 보셨으니 더 말은 안 하겠습니다. 글레이가 또다시 나타난다면 전력으로 도망치거나 소리를 치세요.

“...SSS급 헌터 체면이 말이 아니군.

마사무네 님이 자존심이 많이 상하신 것 같았다. 마사무네 님의 공격은 알렉산더 님에게도 통했지만 글레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주변을 둘러보러 떠나갔다. 그들에게 하나같이 내 마나가 담긴 무기를 만들어 주었으니 어느 정도 안심이다

그때 갑자기 이고르가 말했다

“글레이가 어떻게 용의 알을 가져왔는지 의문입니다. 그는 용에게 이미 감시를 당하고 있죠. 하지만 주인의 세계에서는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을 보니 눈속임하고 있겠죠. 하지만 용의 알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용들은 원래 번식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권위적이라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 자신을 밀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번식하는 용들이 있죠. 그래서 알을 낳은 자들은 자신의 자식을 끔찍이 여깁니다. 그런 용의 알을 글레이가 가지고 있다는 건 분명히 이상합니다.

과연 이고르는 용 사냥꾼답게 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글레이는 도대체 어디서 용의 알을 얻었을까

“그건 나중에 고민해 보고 우선 게이트를 둘러보자. 이고르.

이고르는 본래의 모습으로 변했고 우리 파티는 그 위에 타서 게이트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의 아이로 실험을 성공하다니. 역시 생명력이 강해야 하나?

“내가 그래서 말했잖아. 새끼들은 못 버틴다고. 그래서 새끼도 강한 생명체로 하라고.

“그런데 네 말 듣고 발록에게도 실험했지만 제대로 안 됐는걸?

용의 새끼, 해츨링은 주변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아직 새끼라 그런지 활발했다

“검은색이긴 한데... 완전 칠흑같네. 나는 조금 회색인데 말이야?

그런데 그 공간에는 글레이만 있지 않았다. 회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해츨링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치 애완동물 구경하듯이 보고 있었다

“분명 내 아이인데... 이 촉수는 뭐야? 징그럽게. 네 실험의 결과야?

“나도 모르는데? 처음으로 성공한 결과야. 아마도 주인께서 그 게이트에 들어오면서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회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또 성격이 바뀌었네... 그런데 꼬박꼬박 주인으로 불러주네? 그 주인을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었어?

글레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 주인을 죽일 생각은 없다. 그는 내 예상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레비아탄에게 이름을 준 것뿐만 아니라... 아니 내가 너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지.

“서운한데? 네가 지금 이 짓거리를 하는데도 용들에게 안 들키는 이유를 몰라? 용 중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이 크샤나스 님께서 지켜주는데?

하지만 글레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해츨링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아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라날 거다. 네가 키워라.

“흐응... 재밌네. 알았어. 세계를 파멸시킬 용을 내가 키우는 건 아마 내가 처음이겠지? 그런데... 결국 이 녀석도 네 주인의 괴이 아니야?

“... 그건 두고 봐야겠지.

“퍽이나 두고 보겠다. 발록 녀석도 주인에게 안 통하니 결국 폐기처분 했으면서. 그리고 내 둥지에 냄새나는 오크들을 들이지 마.

우리는 주변을 계속 돌아보았지만, 특별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아니 아예 다른 생명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카잔은 땅을 치며 화를 내며 말했다

“도대체 오크들이 어디 간 거지? 게이트를 멋대로 다룰 수 있는 녀석이니 다른 곳으로 전부 옮긴 건가?

주변에는 그 많던 벌의 날갯짓 소리라거나 살아있는 나무들이 보이지 않았다. 중간중간 땅에 구멍들이 있는 것을 보니 전부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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