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괴이의 주인 118
미사일이 터지는 소리란 이런 것일까. 다행히 내 마나와 시현 누나의 화염의 돔이 땅 파편들이 돔에 맞아 사라졌다
카잔은 땅에 착지해 죽었을 거라고 예측한 듯 뒤를 돌아 우리를 바라봤다. 그때 카잔의 뒤에서 하얀색 무언가가 카잔을 후려쳤다
카잔은 반응하지 못했고 우리에게 날아왔다. 나는 급히 날아오는 방향의 마나를 거두었고 카잔이 그대로 날아왔다
날아오는 카잔을 다행히 알렉산더 님이 받아주셨고 카잔은 알렉산더 님을 손으로 내치더니 땅을 향해 각혈했다
“커헉!
처음 보는, 그것도 SSS급 신체 강화형 헌터가 피를 흘리는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는 앞을 보고 있었다
그 거대한 곰은 자신의 몸을 뒤덮고 있던 흙을 전부 털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건 새하얀 뼈였다
새하얀 뼈가 웅크려 곰의 형태를 하고 있던 것이었고 그 위로 흙이 단단하게 뭉쳐있던 것이었다
저게 무슨 형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네 같기도 했으며 새 같기도 했다. 확실한 건 저건 자유분방한 형태인 뼈였다
저것은 어디서 내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청난 소리를 냈다
꾸우우우
그 소리는 동굴에서 울리는 소리 같았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일행들이 전부 귀를 막고 쓰러졌다. 알렉산더 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겐 전혀 영향이 없는 거로 보아 단순히 신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또 내게만 영향이 없을까
“...응?
왜... 저 녀석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지? 처음엔 분명 안 느껴졌는데...
나는 혹시나 해서 카잔이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져 놓친 내 마나로 만든 배틀 엑스를 잡아서 저 뼈에게 던졌다
노리고 던진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던졌는데 저 뼈로 된 생물체가 흠칫하며 물러났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일행들에게 내 마나를 부여하고 뼈로 된 생물체에게 다가갔다
뼈 근처에 있는 배틀 엑스 마나를 회수했고 녀석은 그런 내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 듯 나를 바라봤다
아니 저게 바라본 건지 잘 모르겠다. 눈이 어디 있는 거람. 녀석은 다가오는 나를 얌전히 쳐다봤고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녀석의 촉감은 마치 차가운 대리석을 만지는 것만 같았다. 마찬가지로 녀석의 소리 공격에 반응이 없는 샬롯과 이고르가 말했다
“살아생전 처음 보는 괴이입니다.
“뼈에게... 이름을 준 걸까요?
오래 살은 둘조차도 설명이 불가능한 괴이였다. 음... 글레이도 이 녀석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아니 모를 리가 없겠지
그때 녀석이 내 주변을 계속 빙빙 돌다가 내게 달라붙으려 했다. 그런데 시리가 시시식 거리며 녀석을 경계했다
나는 시리가 왜 그런가 싶었지만 뼈는 별 상관 안 하는 것 같았다. 일행들은 정신을 차리고 내게 다가왔다
“전설조차도 그대에겐 안 되는 건가...
카잔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엘프가 자네를 따르는 이유도 알겠군. 자네에게 묘한 호감이 느껴진다. 아마 자네의 능력 중 하나겠지. 하지만 우리 오크는 힘을 숭배한다. 우리 오크 중 가장 강하다는 토자르와 오크의 전설 중 하나인 괴물을 테이밍하니 인정해야겠지. 이렇게 강한 자가 나를. 아니 우르 오크를 도와준다는 것이 고맙다.
카잔은 내 반응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들며 다시 말했다
“그럼 진행하지.
우리는 이런 소란이 벌어졌는데도 기생충 오크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의아해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일행들은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 곰? 뼈? 는 우릴 계속 따라오는 거야?
“나도 잘 모르겠는데.
시현 누나가 내게 물어봤지만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글레이의 마수가 이 녀석에게 퍼졌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와 같이 녀석에게 말했다
‘여기서 머물러도 상관없지만 웬만하면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어떻게 할래?
하지만 녀석은 어떤 생각도 말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카잔이 재촉하길래 녀석의 머리가 어딘진 모르겠지만 뼈를 쓰다듬고 떠났다
그런데 녀석은 쫄래쫄래 강아지처럼 따라왔다. 아니 진짜 뼈를 강아지처럼 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 컸던 뼈들이 어떻게 저리 조그마한 강아지로 변한 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소형 견으로 변해 따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가가니 다시 멀리 도망쳤다. 갈 길을 가니 녀석은 다시 따라왔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를 무렵
“앞에 결계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앞에 뭔가가 있군.
아나리엘과 마사무네 님이 동시에 말했다. 아나리엘은 마사무네 님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인간이... 결계를?
“결계가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나에는 민감하지.
마사무네 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칼을 꺼내 드셨다. 그리고 전방에 휘두르려는 걸 에이엘 씨가 막았고 아나리엘이 말했다
“결계를 함부로 파괴하면 안 돼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아나리엘은 그렇게 말하고 허공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 또한 제대로 된 결계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저게 안 보이나요?
내게는 뚜렷이 보였다. 저 불길한 검은 결계가. 마치 구스타프의 세계와 같이 칠흑 같았고 그 뒤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저 뒤로는 뭐가 있나요?
“네? 그냥 숲이 계속 이어져 있는데요...?
아나리엘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나리엘을 뒤로 물렸다. 나는 검은색 결계를 조심히 만졌다
그 결계는 마치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제대로 된 촉감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느낌은 마나를 만지는 느낌과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결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결계를 넘어갔다
결계 뒤에는 이번에도 있으면 안 될 건물이 있었다. 나는 일행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뒤를 돌아봤는데 신기하게도 안에서는 밖이 보였다. 그런데 일행들이 엄청나게 당황한 상태였다
“어디 가신 거지?
“결계에 휘말린 걸 수도 있어요!
그 말에 마사무네 님이 칼을 꺼내 결계를 부수려고 하셨다. 나는 급히 결계 밖으로 다시 들어가며 말했다
“저 괜찮습니다! 휘두르지 마세요!
하지만 마사무네 님은 이미 검을 휘두른 상태였다. 샬롯과 이고르가 먼저 반응하려 했고 마찬가지로 나도 마나를 방패로 만들어 막으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런데 그때 뼈 녀석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녀석은 뼈로 된 벽을 만들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다행히 마사무네 님이 나를 보자마자 힘을 빼신 건지 허무하게 뼈 녀석에게 가로막혔다
일행들은 다행의 한숨을 쉬며 내게 다가왔다. 뼈 녀석은 다시 강아지의 모습을 하곤 저 뒤로 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괜찮아?
“미안하네. 늙어서 그런지 반응속도가 늦었네.
마사무네 님이 고개 숙여 사과하셨다. 오늘따라 내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손사래를 하며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나는 일행들을 진정시키고 결계 뒤에 뭐가 있는지 말했다
“또 연구소로 보이는 건물이 저 결계 뒤에 있습니다. 제게는 영향이 없었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저 결계가 영향이 없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나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결계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아나리엘의 손을 잡고 결계 위에 조심히 얹었다
“확실히...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지네요.
아나리엘이 손을 댄 곳으로 에이엘 씨도 다가와 조심히 가져다 대었다
“결계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 기운은 전에 느꼈던 기운입니다. 은인께선... 글레이라고 불렀죠.
에이엘 씨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럼 이 결계는 글레이가 직접 만들었다는 건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까지 강력한 기운의 결계는 처음 봅니다.
아나리엘이 말했다. 확실히 글레이가 만들었다면 그럴 수밖에. 하지만 글레이가 만들었다면 해결책이 있지
나는 다시 한번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를 뒤로 물리고 이 거대한 검은색 결계에 내 마나를 부여했다
최대한 넓게 펼치려고 했는데 결계는 허무하게도 내가 마나를 부여한 곳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서서히 보이는 건물의 모습에 눈을 찌푸렸다. 나도 다시 건물을 확인해봤다. 그 건물은 결계와 같이 새까맸다
그런데 색이 검은색인 게 아니었다
“저건... 전부 기생충인가요?
건물을 새까맣게 둘러싼 기생충이었다. 징그럽게도 그건 건물 주변을 계속 기어 다니고 있었다
진드기 기생충은 워낙 작아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다행히 없는 듯했다. 물론 그 기생충이 기생하는 방식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최대한 힘을 빼낸 다음 기생하는 것 같았지만 명확한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아나리엘. 시현 누나. 건물을 제외하고 기생충만 제거할 수 있겠어?
“해봐야지.
우리는 그녀들이 편하게 우선 건물 근처로 조심히 걸어가 봤다. 기생충들은 분명 우릴 발견했지만, 건물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나리엘은 수많은 정령을, 시현 누나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화염을 만들어 건물에 붙어있는 기생충에게 날렸다
저 정도 수준이면 건물도 다 태워 먹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내 걱정을 알아챘는지 시현 누나가 말했다
“괜찮아. 저 기생충들 생각보다 내구성이 약해서 툭 치면 죽는 애들이더라고. 그래서 범위만 극도로 넓히고 살상력은 줄였어.
시현 누나의 말대로 화염은 건물을 훑고 지나갔지만 깔끔하게 기생충만 죽이고 건물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원래의 건물은 회색빛이었다. 시현 누나가 넓게 퍼트려 기생충을 죽였다면 아나리엘은 정령을 이용해 조금 더 세심하게 남아있는 기생충을 죽였다
우리는 건물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더는 살아있는 기생충 따위는 없었다
“또 건물에 들어가야겠군요.
그런데 뼈 녀석이 마음에 걸렸다. 녀석은 지금껏 잘만 쫓아오다가 건물 주위로 가니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멀찌감치 서서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불안감을 억누른 채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이 더 심각하군요.
건물 안에는 더욱더 많은 기생충이 있었다. 아니 그냥 기생충으로 빽빽이 들어있어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뭘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기생충을 죽이다가 다른 것들을 태울 수도 있을 테니.
그런데 그때 뼈 녀석이 강아지의 모습을 한 채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녀석이 왜 갑자기 따라왔지? 라는 생각에 있을 때
“기생충들이... 도망가는데요?
뼈 녀석이 있는 기점으로 멀리 도망가고 있었다. 뼈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건물 안을 돌아다녔고 기생충들은 녀석에게서 멀어지려고 안달이 났다
그런데 뼈 녀석은 계속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원하는 것처럼
“이름이... 아닐까요?
샬롯이 내게 의견을 전해왔다. 음... 계속 뼈 녀석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니..
“이름 지어줄 테니깐 일로 와볼래?
녀석은 그제 서야 쫄래쫄래 내게 다가왔다. 내 말은 알아들었지만 원하는 게 있었구나.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