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17화 (117/164)

#117. 괴이의 주인 116

배신이라... 무슨 말이지

“우리 종족이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하며 토자라라는 자는 몸을 변형시켰다. 팔이 마치 촉수처럼 변했고 몸은 흐물흐물해졌다

“그자의 힘을 난 조금이나마 엿보았다. 마치 마나의 화신과 같았다. 그자의 힘은 끝이 없었고 나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자는 인간형을 전부 몰살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인간형을 포기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자는 글레이겠지. 오크 종족 중 최강은 글레이에게 굴복했다는 말인가

“우리 오크는 오크답게 죽는 게 최고의 명예 아니었습니까?!

카잔은 배틀 엑스를 휘두르며 말했다. 하지만 토자르는 촉수처럼 변한 팔을 카잔의 베틀 엑스를 휘감아 잡았다

“그건 여기 세계 말로는 꼰대 라고 하지? 재밌는 단어야. 그 고지식한 오크들을 단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으니.

토자르는 카잔의 배틀 엑스를 직접 자신의 몸에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카잔의 베틀 엑스는 토자르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안타깝지만 이런 실험을 받고 살아남은 오크는 나뿐이었다. 나약한 오크는 죽었지. 아마 자네 정도면 그자의 실험에서 살아남을 거야. 어쩌면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질 수도 있겠지.

카잔은 토자르의 촉수에서 베틀 엑스를 빼내었지만, 그 베틀 엑스는 서서히 녹아내렸다. 카잔은 허망하게 베틀 엑스를 바라보았다

토자르는 자기가 들고 있던 베틀 엑스를 자신의 몸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은 마치 배틀 엑스를 자신이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난 더는 무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내 몸 자체가 무기가 되었지. 우리 오크는 몸이 무기라고는 하지만 진짜 무기는 아니지. 하지만 난 달라. 진짜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촉수를 카잔에게 휘둘렀다. 카잔은 여전히 자루만 남은 배틀 엑스를 바라보고 있었고 공격을 허용했다

그의 가슴팍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민정 씨가 급히 치료했고 순식간에 상처가 치료되었지만, 그의 가슴에는 자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어이가 없군. 고작 인간들과 엘프와 협력하다니. 우리 오크가 그리 약한 족속들이었나?

그렇게 토자르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마치 카잔을 현혹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카잔은 토자르의 모든 얘기를 무시하며 자루만 남은 배틀 엑스를 그에게 집어 던지며 말했다

“너무 흥분했네. 다들 미안해. 내가 너무 시간을 끌었네. 설시우 헌터. 혹시 내게도 무기를 만들어 줄 수 있나? 내구성을 최대로 한 배틀 엑스였으면 좋겠는데.

카잔은 그의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사용했던 배틀 엑스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에서 자랐다. 내겐 고향이 지구나 다름없지. 내 친구들이 보는데 더 민폐 끼칠 순 없지.

그와 동시에 카잔이 배틀 엑스를 휘둘렀다

“그래봤자 발버둥인 건 똑같다. 같이 싸우지 그래?

토자르는 흥미 없는 표정으로 똑같이 카잔의 배틀 엑스를 촉수로 잡으려 했지만, 전과 달랐다

카잔의 베틀 엑스는 토자르의 촉수를 갈라버렸으며 토자르의 몸을 절반으로 나눠버렸다. 하지만 카잔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휘두르는 힘 그대로 땅을 내리쳤다

미사일이 터진 것처럼 주변으로 땅과 건물의 파편이 엄청나게 튀었다. 나는 손짓 한 번으로 마나의 방벽을 만들어 파편을 전부 막았다

카잔이 내리친 곳은 전에 보았던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었다. 토자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푸른 물방울 같은 것들이 한곳으로 모이더니 이내 토자르가 되었다. 문제는 토자르가 재생한 곳이 정확히 내 앞이었다

토자르가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샬롯의 뒤돌려차기를 맞고 뒤로 날았다. 그와 동시에 샬롯이 목에 거미줄을 감았고 날아가면서 그의 목도 달아났다

“더러운 실험체 따위가... 주인에게 손댈 생각 하지 마세요.

토자르의 머리도 물방울이 되더니 몸에 합쳐졌고 다시 머리가 생겨났다. 토자르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우릴 쳐다봤다

“... 괴물은 따로 있었군.

토자르는 분명 카잔의 배틀 엑스를 맞고 흔적도 없이 없어졌지만 그런데도 재생했다. 그 말은 즉 토자르는 기생충에 감염되어있지 않다는 것. 나는 카잔에게 물었다

“뭐... 오크만의 전통으로 1:1 대결을 하시고 있으신 건 아니죠?

“...그렇지. 가장 강하다던 오크를 내 눈으로 봐서 이기고 싶었지만... 저자는 이제 오크가 아니다. 아버지 세대가 말하던 가장 강한 오크를 나 또한 동경했지만. 이젠 별 의미가 없어졌군.

카잔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이만 처리하겠습니다. 그래도 아는 것은 많아 보이니 생포하겠습니다. 카잔. 그래도 상관없으신가요? 필요에 의하면 고문도 진행할 겁니다.

토자르는 내 말에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긴장하고 있었다

“말했잖은가. 저자는 이제 오크가 아니네. 나하곤 이제 상관없는 자다.

“... 안타깝네요.

자신이 동경하던 자가 타락한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하지만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었다. 게이트에서 뭔가 더 나오기 전에 막아야 했으니

“샬롯 생포해. 그런데 저것도 뇌가 있으려나? 무슨 몸이 슬라임 같네.

내 말을 들음과 동시에 샬롯이 토자르에게 달려갔고 토자르는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거미줄에 둘러싸였다

그런데 온몸이 둘러싸이기 전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직접 잘라서 밖으로 던졌다. 거미줄은 남은 몸을 붙잡았지만 떨어져 나간 몸에서 몸 전부가 재생됐다

“신기한 능력이네.

나는 남일 얘기하는 듯 말했다. 어차피 저 녀석은 절대로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샬롯이 다시 거미줄을 날렸고 토자르도 똑같이 행동했다

하지만 이고르가 바람을 조종해 날아간 신체를 다시 샬롯에게 보냈다. 토자르는 그 모습에 자신의 몸을 터트려 재빨리 날아오던 신체로 재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온몸을 터트려 사방팔방으로 자신의 신체 파편을 보내버렸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이고르의 능력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토자르의 신체 파편이 다 날아가기도 전에 다시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고르가 놓친 것이 있었다. 이고르가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나 같으면 저기서 재생 안 한다?

나는 친절히 경고해줬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림자 위에 있는 신체 파편에서 재생했다

“뭐야?! 왜...!

토자르는 발이 그림자에 빠지고 있었다. 그는 당황하며 벗어나려 했지만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전에 이고르에게 들었던 뜻밖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주인의 그림자 속에 있던 녀석... 구스타프라고 했나요?

‘응. 걔가 왜?

‘꽤 강한 능력을 가졌더군요. 한번 실험해보겠다고 저 아이의 세계를 들어가 봤습니다. 게다가... 그 그림자 속 세계에서는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저 아이를 못 이겼습니다.

샬롯과 비견되는 이고르가 구스타프를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밖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림자 속 세계에서는 구스타프를 이길 사람은 아마 없겠지

게다가 그곳은 무슨 우주와 같이 몸이 무중력인 것처럼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었다. 나는 쪼그려 앉아 내 그림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죽이면 안 된다?

“여긴 어디야?!

괴물 같은 여자에게서 도망치다가 갑자기 땅속으로 빨려들어 와졌다. 어린 오크가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는데 그 옆에는 더한 괴물이 있었다

“개자식. 내 몸 가지고 실험에 성공했을 때 이쪽 세계에는 나를 이길 자는 없다고 하더니... 역시 믿는 것이 아니었어.

압도적인 힘에 경외했지만 결국 동족을 몰살한 녀석이었어. 믿었으면 안 됐는데 내가 멍청했군. 어떻게 보면 그 어린 오크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군

“그래서...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지?

막 내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 새까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그때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애써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뒤를 돌아봤을 땐 어둠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막연히 차오르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빨간색 나와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잠시 기다리니 구스타프가 기절한 토자르를 내뱉었다. 구스타프 녀석이 죽이는 방법만 알 줄 알았더니 기절시키다니

“대단하네. 잘했어.

언제나 품속에 넣고 다니는 마석을 꺼내 구스타프에게 주었다. 녀석은 만족한 얼굴로 다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말이 안 나오네. SSS급 헌터인 우리가 제발 도와달라고 해야 할 판이야.

카잔이 내 아이들이 토자르를 너무나 간단히 무력화시킨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토자르라고 했죠? 그가 저런 이상한 몸이 아니라 원래의 몸이었다면 얼마나 강했나요?

내 아이들이 강하다곤 하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잡혔다. 하지만 카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 봤다시피 손이 촉수로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랑 호각을... 아니 어쩌면 나를 압도했겠지. 하지만 촉수로 변하고 난 뒤 그는 별거 없었다. 그냥 똑똑한 슬라임일 뿐이었어. 자네가 준 이 무기만 있었다면 나도 가볍게 이겼을 거라고 본다.

결국, 그도 글레이의 실험체 중 하나였을 뿐인가. 그래도 뭔가 알고 있을 만한 것이 있으니

“샬롯. 죽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정보를 알아봐. 글레이에 행방을 알 수 있으면 좋고.

샬롯은 고개를 끄덕이고 토자르와 함께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갈까요?

카잔이 게이트 앞까지 안내했다. 게이트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에 있던 모든 괴수와 기생충이 전부 우리에게 몰려왔는지 주변이 조용했다

리암 헌터가 먼저 나서서 게이트에 손을 집어넣었다

“진짜 들어가네요. 이곳이 정말 괴수가 나오던 게이트가 맞습니까?

그때 게이트에서 괴수가 나와 리암 헌터의 손을 물었다. 하지만 등급이 낮아서 별 타격이 없었고 그 괴수는 리암 헌터가 손가락 한번 까딱하니 죽어버렸다

“...사실이군요.

“내가 거짓말할 이유는 없으니.

우리는 미룰 것 없이 바로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오크가 사는 곳...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크가 사는 곳은 엘프가 사는 곳과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다른 점은 나무로 만든 집이 아니라 오두막과 같은 형태로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오두막 위로 먼지와 나뭇잎이 쌓여있었다

“오크가 집을 짓는 방식이 맞네. 지구에 와서는 인간과 같은 건물에서 지내기 시작했지만 나이 많은 오크들에게 들었을 때는 이런 건물이 맞다.

주변에 인기척이 전혀 없어 우리는 오두막을 조심히 들어갔다. 안에는 괴수의 뼈로 보이는 것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오크는 사냥한 괴수의 뼈와 같은 신체를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지. 강력한 괴수의 신체가 집에 있으면 그 오크의 강력함을 대강 알 수 있지.

카잔은 괴수의 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익숙한 것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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