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16화 (116/164)

#116. 괴이의 주인 115

알렉산더 님과 알렉스 헌터의 마찰이 있었다

“그 게이트 안은 매우 위험하다. 네가 강한 헌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아직 부족해. 제임스가 헌터들을 중국에 파견한다고 했으니 거기에 참가해라.

알렉산더 님은 알렉스 헌터가 게이트 속까지 같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시고 계셨다

“제가 최근에 SS급 헌터가 되었다고 그러는 겁니까? 그 말씀은 저는 물론이고 제 파티원들도 무시하는 겁니다!

하지만 알렉스 헌터는 달랐다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제가 중국에 갈 거라는 생각을 안 하신 건가요?

“그것과는 다르다. 게이트 속은 무슨 괴수가 있을지 모르는 공간이야. 설시우 헌터와 같이 가봤지만, 그곳은 바깥과 전혀 다르다. 우리는 괴수의 주거지에서 싸우는 거다.

알렉산더 님은 끊임없이 알렉스 헌터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알렉스 헌터는 완고했고 알렉산더 님은 결국 제안을 했다

“너와 네 파티원들끼리 설시우 헌터의 아이 중 한 아이라도 이기면 내가 인정하지.

응? 갑자기 불똥이 내게 튀었다. 알렉스 헌터는 나를 잠시 노려보더니 말했다

“제가 선택해도 되는 겁니까?

“그건 설시우 헌터에게 허락받아야지.

결국. 알렉스 헌터는 알렉산더 님과의 얘기를 끝마치고 내게 다가오셨다

“죄송하지만 설시우 헌터. 얘기는 다 들으셨겠죠. 가능하시겠습니까?

나는 그 말에 고민했다. 분명 알렉스 헌터의 파티원들은 꽤 강하긴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뭐 하나 뚜렷이 보여주는 게 없었다. 알렉산더 님이 걱정하는 이유도 알겠다. 그들도 분명히 강하지만 최소 등급이 SS급 헌터인 여기서는..

“아이들에게 물어볼게요. 잠시만요.

애들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 먼저 물어봐야지. 그래서 애들에게 저들과 대결할 친구 있어? 죽이거나 자르면 안 돼

전에 윌리엄 씨한테 진 것이 분했을까. 처음으로 의욕을 보이는 엘리가 자신이 해보고 싶다고 한다

“엘리가 하고 싶다고 하네요. 바로 합니까?

알렉스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티원들을 모았고 나는 엘리를 바닥에 놓았다. 갑자기 성사된 대결에 쉬고 있던 일행들과 주변에 있던 에이엘 씨, 카잔 마사무네 님까지 전부 보고 계셨다

나는 혹여나 알렉스 헌터가 부담될까 봐 그들을 물리려고 했지만 괜찮다고 하셨다. 그렇게 엘리와 알렉스 헌터의 대결이 바로 시작됐다

알렉스 헌터와 엘리의 대결은 허무하리만큼 빨리 끝나버렸다. 엘리를 비롯한 내 아이들은 마석을 수도 없이 먹으면서 강해졌다

엘리는 내 아이 중에서 가장 단단한 아이다. 알렉스 헌터와 그의 파티원들은 엘리에게 그 어떠한 타격을 주지 못했고 결국 알렉산더 님이 대결을 중단했다

알렉스 헌터는 인정하지 못하고 대결을 진행하고 싶어 하셨지만 내가 봐도 이 이상 대결을 진행하는 건 발악에 가까웠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미국에 돌아가. 제임스가 미국에 헌터를 파견한다고 했으니 거기에 다시 지원해라. 그건 말리지 않을 테니.

알렉스 헌터는 고개를 떨궜다. 지금의 엘리는 윌리엄 헌터와 다시 싸워도 지진 않을 거다. 하지만 그 말은 즉 그들의 전력은 윌리엄 헌터와 비슷하다는 거다

물론 윌리엄 헌터가 약하다는 소리도 아니고 알렉스 헌터들이 약하다는 소리도 아니다. 하지만 알렉산더 님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내 아이들이 내가 가려던 던전이나 전장보다 현격히 약하면 데리고 가지 않겠지. 하지만 알렉스 헌터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만약 내가 위험한 곳에 가는데 아이들을 두고 간다면 애들이 엄청나게 반발하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알렉산더 님의 말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 헌터. 제가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이번엔 알렉산더 님의 말을 듣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이트 안은 정말 위험한 곳입니다. 저조차도 그곳에서 죽을 뻔했습니다. 살아남은 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죠.

전혀 관계없는 나도 알렉스 헌터를 설득했고 내가 죽을 뻔했다는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게이트를 통해 알렉스 헌터를 미국에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왔다

“멋지군. 혹시 그 전갈과 나는 대결할 수 없나?

“안됩니다.

카잔이 엘리에게 관심을 가졌고 나는 칼같이 거절했다. 카잔의 힘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이고르를 타고 날아다닐 때 거대한 크레이터를 발견했었다. 아마 카잔의 작품이겠지

카잔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순식간에 지우며 말했다

“하루 푹 쉬었으니.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지. 그런데... 저 엘프들도 같이 오나?

카잔이 가리킨 곳에는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가 있었다. 그녀들은 게이트 속에서 어떻게 할지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있으면 게이트 속 공략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그건 카잔도 알고 계시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아나리엘과 나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말이야. 우린 툭하면 싸워서 걱정이군. 자네도 알지? 던전을 공략할 때 헌터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화해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나리엘? 일로 좀 와보실래요?

“네? 알겠어요.

아나리엘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같이 상의하시던 에이엘 씨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따라오셨다. 오히려 카잔이 당황했고 나는 아나리엘에게 물었다

“카잔과 사이가 안 좋으세요?

“아뇨? 그럴 리가요.

“...응?

뭐야 괜한 걱정이었네

“맨날 만나면 싸우고 나한테 시비 걸었으면서?

“애초에 싫었으면 시비가 아니라 아예 무시했어요. 그냥... 그때는 부러웠던 것 같아요. 한 종족의 장로이면서도 자유로운 당신이. 그래서 그랬던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나리엘이 카잔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어린아이 같았던 아나리엘도 결국엔 성장하는구나 생각했다. 뭐... 만난지 별로 안 됐지만

에이엘 씨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카잔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쟤도 기생충에 감염된 거 뭐 그런 거냐?!

나는 속절없이 흔들리며 그냥 웃을 뿐이었다

우리는 카잔의 안내를 토대로 중국을 나아갔다. 게이트로 가는 동안 꽤 많은 기생충과 괴수들이 나왔지만, 순식간에 토벌됐다

그렇게 게이트 근처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번 기생충과 괴수의 습격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군인 기생충이야

군인 기생충을 먼저 발견한 자는 설아였다. 거대한 피의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가는 중 발견했다

군복을 입은 자들이 총을 겨누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선뜻 총을 쏘지 않았고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 모습이 기생충이 아닌가 생각하는 와중에 땅이 울렸다. 그리고 그 뒤에서 완전무장한 오크가 나타났다

”이런 씨발 새끼들이

카잔은 이성을 잃은 채 달려들려는 것을 알렉산더 님이 막으셨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오크들은 대놓고 기생충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으니깐

얼마나 많은 기생충이 있는지 혈관을 타고 움직이는 기생충이 눈에 보일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이 백여 명 정도였다

“이고르. 구스타프. 그리고 이리. 총을 든 기생충들을 맡아. 그리고 오크들. 뭔가 기분이 좋지 못합니다. 최대한 조심하며 진행하죠.

속도와 위장에 능한 아이들을 군인 기생충을 맡게 시켰고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봐도 온몸에 기생충이 있는 듯한 오크에게서 안 좋은 기분이 느껴졌다

실핏줄이 터질 듯이 나와 있는 오크들은 마치 약을 먹은 운동선수 같았다. 우리는 리암 헌터를 비롯한 속도가 빠른 헌터들은 군인 기생충을 노렸고 남은 자들은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오크는 줄지어 나열한 채 천천히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폭풍전야인 상황에 이고르가 폭풍을 일으켰다

이고르는 건물 위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 기생충들의 머리를 날리며 그중 손에 잡고 있던 총이 발사되며 폭풍이 시작되었다

기생충에 감염된 오크들이 총소리에 흥분해 울부짖었다. 마찬가지로 카잔이 울부짖으며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갑시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카잔의 뒤를 따라 오크를 향해 달려갔다. 설아는 거대한 피의 날개를. 시현 누나는 새로운 능력을 개발한 건지 화염을 발에 두르고 날아가듯 달려갔다

나는 엘리의 등 갑각 위에 올라탄 채 먼저 맞붙은 카잔과 오크들을 바라봤다. 카잔은 자기 몸만 한 배틀 엑스를 휘둘렀다

그 배틀 엑스에 맞은 오크들은 몸이 터져나갔다. 기생충이 남아있을 만한 신체 파편이 없는데도 그것들은 재생했다

그 뒤로 알렉산더 님과 윌리엄 헌터 등 오크와의 전쟁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카잔과 달랐다

시현 누나는 화염으로 녹이고 설아는 살아있는 피 공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둘을 빼고는 하나같이 전부 붉은색 무기를 들고 있었다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는 붉은색 화살을. 윌리엄 헌터는 붉은색 검과 방패, 샬롯과 알렉산더 님은 붉은색 너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내 마나였다. 카잔이 먼저 달려갔기에 그에게는 내 마나로 만든 무기를 건네주지 못했지만 다른 일행들은 달랐다

그들은 내가 직접 마나로 무기를 만들어 하나씩 주었다. 엘리는 엘리의 방식대로 녀석의 몸 전체에 내 마나를 둘렀다

군인 기생충을 처리하러 간 일행들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감염이 오래 지속된 기생충들도 결국엔 내 마나에 허무하게 죽었다

오크들은 다른 헌터들처럼 마나를 사용할 줄 알았고 지능이 뛰어나 최대한 내 마나에 닿지 않게 하려 했지만, 의미는 없었다

그렇게 결국 기생충은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그런데 아직도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오크였다

“정말 당신이 토자라입니까?!

아무리 카잔이 내 마나로 만든 무기가 없다지만 고작 기생충 한 마리에게 고전할 오크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한 기생충과 계속 싸우고 있었다

카잔은 그 기생충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기생충은 대답했다

“내 후대에는 이런 오크가 있다니. 멋지군.

그 기생충은 카잔과 호각을 다투고 있었다. 카잔과 같은 배틀 엑스를 다뤘으며 그는 카잔에게 밀리는 것이 없었다

힘도 속도도 절대 카잔에게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싸움에선 그가 이긴 거나 다름없었다. 카잔은 민정 씨의 버프를 받고 싸우고 있었기에

“나를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모르는 걸 보니 아직 어린 오크군.

“토자라!!

카잔은 더욱 흥분해 달려들었다. 우리는 둘의 대화를 듣고 함부로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기생충인지 모를 오크는 분명히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카잔은 그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에이엘 씨에게 물었다

“토자라. 누군지 아십니까?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엘프에게 제가 있다면 오크에겐 토자라가 있다고들 했죠. 오크 중에서 가장 강한 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알 수 없었다. 글레이는 분명 다른 세계에 있는 오크 종족을 몰살했다고 했을 터인데. 하지만 카잔이 뭔가를 알고 있는 듯이 말했다

“도대체 왜! 배신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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