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괴이의 주인 113
카잔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기생충을 이용해 군대를 만들 생각인 건가? 그리고 우리 세계의 SSS급 헌터들도 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연구소도 알렉산더 님들이 발견하셨으니..
“그래서 우린 다시 한번 그 게이트로 찾아갈 생각이다. 만약 정말로 내 동족 전부가 기생충에 감염되어있다면... 그들을 내 손으로 죽여야 해.
카잔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크는 동족애가 강한 종족이다. 약한 오크들을 지키는 것을 명예라고 생각하는 종족이니
“자네들도 따라오겠나?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시우가 우릴 찾고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그때 극장 지붕이 부서지면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내려왔다
그것은 해태였다. 하지만 우리가 봤던 해태가 아니었다. 극장의 지붕을 부수고 내려온 해태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우리가 본 해태는 기껏해야 5미터 수준이었지만 지금 내려온 해태는 그의 4배는 더 커 보였다. 게다가 해태 둘을 합친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짜 해태다! 조심해!
카잔이 크게 소리쳐 우리에게 경고했다. 해태의 눈은 주변을 보다가 정확히 마사무네 님에게 향했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다시 마사무네 님을 죽일 듯이 바라보고 도망치듯 달아났다
“해태가 인간을 보고도 그냥 가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카잔은 태연히 말했지만 우리는 해태의 포스에 억눌려있었다. 그때 알렉산더 님이 크게 고함치듯 소리쳤다
“하!
그 기합 소리에 그제 서야 억눌린 몸을 풀어낼 수 있었다
“맹수의 시선이라고 하지. 해태의 시선을 받은 자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도 자네들처럼 강한 헌터도 걸릴 줄이야.
“...그래도 다시 본다면 금방 풀어낼 수 있습니다.
리암 헌터가 변명하듯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금방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장에선 그런 변명은 안 통하지.
마사무네 님이 말씀하셨다. 리암 헌터도 그 말씀엔 더 반박하지 않으셨다. 그때 설아가 거대한 피의 날개를 펼쳐 하늘로 올라가 해태가 도망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해태가 도망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SSS급 헌터 3명과 비견될만한 괴수가 무엇에 겁을 질려 도망갔을까요?
내 말에 알렉산더 님도 카잔도 마사무네 님도 고민하셨다. 도대체 그리 강력한 괴수가 무엇 때문에 도망갔을까? 글레이? 아니 인간을 습격하는 괴수인데 그가 굳이 해태를 죽일 이유는 없겠지
그때 이프닉스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게 생각을 전해왔다
‘누군가 내 마나를 추적하고 있다.
나는 이프닉스의 생각이 전해온 것에 깜짝 놀라고 그 생각에 두 번 놀랐다. 이프닉스의 마나를 추적하고 있다고
“기생충 중에서 마나를 추적하는 기생충도 있나요?
다들 내 말에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카잔이 말했다
“귀신같이 우리가 있는 위치를 찾아내는 것 같긴 하지만 잘 모르겠군. 왜 그걸 묻지?
“이프닉스가 자신의 마나를 추적하는 자가 있다고 했어요.
내 말에 다들 깜짝 놀라셨다. 내가 정령과 대화하는 것이 신기하신 것 같았다
“엘프를 제외하고 정령과 대화할 수 있는 자는 처음 보네요.
“시우도 가능해요.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이프닉스의 마나를 추적하는 자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서 강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이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은인께서 도와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하늘이었고 우리는 위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무슨 신선인 것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시우와 전에 보았던 에이엘 씨였다
“시우야!
설아가 가장 먼저 발견해 시우에게 날아갔다. 시우는 날아오는 설아를 안으며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요.
드디어 찾았다. 거의 하루 24시간을 내내 찾아다녔다. 그래도 다들 다친 곳 없이 안전해 보였다. 그런데 다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알렉산더 님? 카잔? 마사무네 님까지? 여기서 뭣들 하고 계신 겁니까?
다행히 우리 일행들은 알렉산더 님의 일행을 만나 안전한 것 같았다. 그런데 다들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 이고르 때문인가? 그때 이고르가 말했다
“주인을 감지했지만, 저를 감지하지 못해서 지금 저들의 모습은 주인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일 겁니다.
아하. 나는 마나 양탄자를 타고 샬롯과 이리와 함께 이고르 위에서 내려왔다. 이고르도 인간의 모습, 집사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 내 옆에 섰다
“이젠 허공 답보까지 할 수 있는 건가 설시우 헌터?
마사무네 님이 실없는 소리를 하셨다. 에이엘 씨도 나와 같이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을 텐데 왜
“에이엘 헌터는 바람의 정령으로 비슷한 일을 수행할 수 있으니 놀랍진 않다만...
아하. 나는 굳이 이고르의 능력을 설명해 주는 것보단 그냥 다시 내가 물었다
“그래서 알렉산더 님은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카잔과 마사무네 님도 같이 말이죠.
알렉산더 님은 자초지종을 말씀하셨다. 알렉산더 님이 여기에 오신 이유부터 기생충이 재생하는 방법까지. 게다가 카잔에게 충격적인 말까지 들었다
“게이트 속에 오크가 있었고 심지어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건가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오크는 절대 누구의 명령을 따르고 그렇게 나열하지 않는다. 마치 이쪽 세계의 군인들 같았다. 물론 다른 세계의 오크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네가 오크는 몰살당했다고 했으니... 기생충이 맞겠지.
카잔은 비통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크가 살아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만 이미 포기한 것 같았다
“강력한 원군이 와서 다행이군. 리암 헌터들에게도 물었지만, 자네에게도 묻지. 카잔은 기생충에 당한 오크를 자신의 손으로 끝내려고 한다. 같이 갈 텐가?
알렉산더 님의 말에 고민했다. 원래 들어가지 못했을 카잔이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분명 글레이의 함정인 것 같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카잔이 걸렸다. 아니 내가 없어도 저들은 들어갈 테니 모두가 마음에 걸렸다
글레이가 아무리 봉인되었다고 하지만 그의 힘을 나는 이미 한번 보았다. 고작 손짓 한 번에 엘프들이 몰살당할 뻔했지
결국,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가겠습니다. 다 같이 가는 게 더 안전하겠죠.
“좀 쉬고 갑시다. 그런데... 여기는 조금 힘들겠는데요?
그들이 모여있던 곳은 극장같이 보이는 곳이었지만 지붕이 전부 날아가 있었다. 게다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침대도 보였는데 이미 지붕의 잔해가 그 위로 떨어져 있어 더는 쓰지 못하게 되었다
“... 내 침대.
카잔의 침대였나보다. 어쨌든 어차피 내가 있는 이상 기생충은 별 신경을 안 써도 되니 주변에 다른 건물에 들어가 건물에 마나를 부여했고 우리는 그날 하루를 쉬었다
“대단하군. 건물에 마나를 부여하는 건 30년 헌터 인생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군. 이젠 31년인가?
마사무네 님이 말씀하셨다. 내가 봐도 내 마나 수준은 이상한 것 같았다. 전에 상하이 타워 전부에 마나를 부여했을 땐 현기증이 조금 일어난 것 말고는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그때도 마나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지금 있는 건물은 그리 크지 않아서 마나를 부여하는데 현기증은커녕 손가락 하나 떨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아나리엘이 질투하겠군. 모든 SSS급 헌터를 통틀어 가장 많은 마나를 가진 그녀이니... 그러고 보니 엘프가 알렉산더와 자네의 아이 중 하나와 대결한 후 전부 사라졌는데 어떻게 된 건지 아나?
“하. 하. 하.
나는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에이엘 씨는 우리 일행을 찾는 데 도움을 주시고 바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사라진 엘프 중 가장 강한 엘프와 내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마사무네 님이 의심하시고 있었다
물론 마사무네 님이면 말씀드려도 상관없겠지만 엘프의 의사도 있으니. 마사무네 님이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리고 나는 일행들에게 한가지 비보를 전해야 했다
“왕 헌터가 돌아가셨습니다.
일행들은 물론이고 알렉산더 님을 비롯한 다른 SSS급 헌터들도 깜짝 놀라셨다. 왕 헌터는 다른 SSS급 헌터들과 달리 그렇게까지 강력한 헌터는 아니었지만 다재다능한 헌터였다
하지만 그 또한 SSS급 헌터. 그런 그가 기생충에 의해 죽었다
“왕 헌터가 돌아가셨다고요?
“네. 그리고 상하이 타워 전부가 부서졌습니다. 왕 헌터와 일행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기생충이 기생하기 전에 그들을 발견해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왕 헌터는 세계수 옆에 묻어주었고 기생충의 시체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은 엘프의 힘을 빌려 전부 태워버렸다
“이미... 중국은 멸망했군.
“그런데 다른 헌터들의 지원은 없습니까?
리암 헌터가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그 얘기만 하고 중국으로 바로 날아왔기 때문이죠?
“날아왔다고?
카잔이 무슨 말이냐는 듯 물었고 나는 그제 서야 이고르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꽤 시간이 지났을 텐데 과연 밖에선 중국에 헌터를 파견했나
최정상 회담이 열렸다. 정상 회담은 각 나라의 대통령이 여럿 모여서 회담을 진행하는 거지만 최정상 회담은 세계권에 있는 길드들이 모여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중국에 있는 길드들은 참가하지 못했다. 길드에서 정상이 모인 곳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여는 건 제임스 님이었다
“한시가 급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설시우 헌터가 중국은 기생충에 의해 멸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증명이 된 것 같군.
제임스 님은 비어있는 중국 길드의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성민 길드장은 그 설시우 헌터가 있는 길드, 별비 길드장이네.
제임스 님이 긴장하며 앉아있는 나를 소개해주셨다. 나는 일어나서 인사하며 말하려 했지만, 제임스 님이 말리며 귓속말을 하셨다
“자네도 저들과 같은 입장이네. 아니 어쩌면 자네가 더 높을 수 있겠지.
그 말에 나는 긴장이 풀렸다. 그래 내가 저들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
“반갑습니다. 별비 길드의 길드장 이성민이라고 합니다.
나는 당당해졌다
“그래서 설시우 헌터라고 했나? 테이머인 그의 괴수에게 알렉산더가 대결을 신청했다고 들었지. 하지만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물론 알렉산더가 헛소리할만한 인물이 아니라고는 알고 있지만 허무하게 그의 괴수가 졌을 가능성도...
러시아 사람으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그건 나도 듣지 못했기에 별로 할 말이 없었는데 제임스 님이 말했다
“알렉산더가 말했지. 딱히 밝혀도 상관없다고. 애초에 녀석이 지금 동안 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 거에 신경 쓰는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내가 걱정해서 말하지 않았지.
“...뭐요?
“알렉산더가 졌다. 그건 자네 뒤에 있는 알리사 헌터가 증명하겠지.
알리사 헌터는 러시아에 있는 얼음을 다루는 SSS급 헌터다. 그리고 그녀는 제임스 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