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괴이의 주인 112
이고르를 타고 날아간 곳에는 적어도 20 미터 수준의 크기인 괴수가 있었다. 그 괴수는 마치 신화에 나오는 해태의 생김새와 같았지만 정확히 얼굴을 기준으로 절반이 푸른색 절반이 붉은색이었다
그것을 보고 에이엘 씨가 기겁하셨다
“SSS급 괴수 해태입니다. 압도적인 살인 기계와 다름이 없는 괴수입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것은 인간에게 엄청난 분노를 보입니다. 오로지 인간만을 물어 죽입니다.
나는 에이엘 씨의 말을 듣고 다시 해태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우리는 이고르의 능력 덕분에 해태에게 발견되고 있지 않았지만 나는 해태에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에이엘 씨가 말씀하시는 해태의 분노가 내게 전해져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뱀의 날개가 달린 모습인 이고르가 내게 말했다
“해태. 주인께선 이미 느끼고 계시겠지만 괴이입니다. 글레이에게 아주 강력하게 협력하는 괴이죠. 그 이유도 저기 있군요.
나는 구슬피 우는 해태의 주변을 보았다. 그 해태는 붉은색 해태의 목과 푸른색 해태의 목을 자신의 앞발로 쓰다듬고 있었다
“원래 해태는 저기 죽어있는 붉은색 푸른색 해태와 같습니다. 하지만 저 이름을 받은 해태는 그 둘이 합쳐진 모습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때의 주인에게 있습니다. 붉은색 해태의 고기를 먹으면 화염을 다룰 줄 알게 되고. 푸른색 해태의 고기를 먹으면 물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소문이 퍼졌죠. 분명 주인도 그 소문을 알고 있었겠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해태를 무자비하게 학살했습니다.
그때 다시 한번 해태가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해태의 울부짖음의 감정이 정확히 내게 전해져왔다. 엄청난 분노와 슬픔 그리고 주인에 대한 원망까지. 그리고 해태의 눈은 정확히 나를 향했다
“역시 해태. 저를 감지하다니 대단하군요. 주인 어떻게...?
이고르가 말하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해왔던 마나 양탄자를 만들어 그 위에 올라타 해태의 곁으로 내려갔다
혹시나 해태가 위협할까 봐 이리는 물론이고 몸에 붙어있는 시리와 엘리를 이고르 위에 두고 내려갔다
샬롯과 이고르가 말렸지만 이고르의 말에 의하면 해태 또한 괴이. 내게 위해를 가하지 못할 것이다
해태는 마나를 타고 날아오는 나를 도망치지도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태의 앞에 착지했을 때 해태는 내 그림자를 바라봤다
“... 구스타프. 너도 돌아가.
그렇게 말하니 내 그림자가 일렁였고 다시 멈췄다. 해태가 이고르도 감지했는데 구스타프도 감지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괴이인 구스타프마저도 뒤로 물렸다. 완벽한 무방비한 상태로 나는 해태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 마나를 해태에게 넘겨주었고 해태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해태의 코로 보이는 부위를 조심히 쓰다듬으며 교감했다
해태도 마찬가지로 눈을 감으며 나와 교감했지만, 그때 갑자기 붉은색 해태와 푸른색 해태의 잘린 머리가 저절로 움직여 자신의 몸에 붙었다
안타깝게도 새끼? 해태로 보이는 애들은 기생충에 감염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해태의 눈이 검었다
원래 해태의 새끼는 눈 전체가 검었나 생각하고 있을 때 그 해태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마나를 사용해 해태를 막았고 이내 다시 쓰러졌다
그런데 그때 괴이인 해태가 갑자기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내게 전해져왔다. 해태는 죽었다 살아난 새끼를 보고 기뻐했지만 그걸 내가 다시 죽인 것으로 본 거다
나는 해태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해태는 내 마나를 밀어내고 죽일 듯이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도망쳤다
나는 급히 해태에게 손을 뻗었지만 해태에게 닿지 않았다. 그때 이고르가 내려왔고 시리와 엘리. 구스타프는 내 몸에 붙었고 이리도 마찬가지였다
“쫓을까요?
“... 아니. 됐어.
해태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물론 이고르 정도면 해태를 따라갈 수 있겠지만 해태가 우선순위가 아니었으니
에이엘 씨는 내 눈치를 보다가 말씀하셨다
“정령의 마나를 다시 찾아볼까요?
“네. 그게 우선이니깐요.
우리는 다시 이고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이프닉스의 마나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다녔다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을 때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서 같이 잠든 일행들은 큰 소리에 잠에서 깨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긴장하며 소리에 집중했고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 예민한 상태로 긴장이 극에 달했을 때
“음? 내가 잠에서 깨웠나? 미안하군.
카잔이 걸어왔다. 우리는 한숨을 쉬고 그에게 물었다
“밖에서 큰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이 있었죠?
“아 별거 아니야. 기생충은 이미 우리가 여기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알아서 말이지. 주기적으로 이렇게 습격이 오지만 뭐... 문제없어.
카잔은 산책갔다 온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기생충이 이곳을 알고 있다는 말은 무시하기 어려웠다
“정말 괜찮은 건가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기생충은 끝도 없이 재생하고 번식합니다.
그때 마사무네 님이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그러면 기생충을 죽이면 되지 않은가?
“예?
“따라오게. 보여주지.
그렇게 말씀하시고 마사무네 님은 극장 밖으로 천천히 걸어가셨다. 우리는 마사무네 님이 무슨 말씀을 하신 건지 궁금해 그를 쫓아갔다
“음? 아 소리가 커서 깨어났나 보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알렉산더 님.
알렉산더 님은 수많은 기생충의 시체를 치우고 계셨다. 그 기생충은 신체 파편만이 남아있는 것도 있었고 무슨 대포에 맞은 듯 몸에 크게 구멍이 뚫린 듯한 시체도 있었다
제대로 된 시체도 안 남은 건 카잔의 작품이고 구멍은 아마도 알렉산더 님의 작품이겠지. 하지만 다른 시체는 특이했다
마치 몸이 난도질당한 것처럼 자상이 있었지만, 저 정도 수준으로 기생충이 죽을만한 상처는 아니었다
그때 마사무네 님이 시체의 자상에 칼을 꽂고 다시 빼내었더니 그 칼끝에는 기생충의 시체가 있었다
“정확히 몸에 있는 기생충만 자르면 되지 않은가. 물론 카잔은 그런 거 상관없이 몸을 터트려버리지만, 힘의 낭비가 심하지.
그때 남아있던 기생충 한 놈이 마사무네 님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 그에게 경고하려 했지만, 그 기생충은 달려오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걸 보게.
마사무네 님이 칼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발로 그 시체를 엎었다. 정면을 보게 된 시체는 언제 난지 모를 자상이 남아있었다
“인간의 기관지에 먼저 기생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먼저 기생할 때이지 그 뒤에는 다르다. 기생충은 기관지에 자리를 잡은 다음 심장으로 이동하며 알을 깐다. 특이하게도 인간의 식도를 통해 움직인 다음 심장으로 파고들지. 그리고 기생충이 재생하는 방법을 찾았네.
그때 알렉산더 님이 말씀하셨다
“거기서부턴 내가 설명하지. 늙은이는 이제 힘들 테니 들어가 쉬게.
“나랑 별 차이도 안 나면서 무슨.
마사무네 님은 피식 웃으며 알렉산더 님의 배려를 받으셨다. 마사무네 님은 뒤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극장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래서 기생충이 재생하는 방법이 뭡니까?
“알렉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설시우 헌터와 함께 기생충을 만난 적이 있지. 거기서 내가 기생충을 30분 정도 죽이니 결국엔 죽였지. 이번에도 그걸로 실험을 해봤지. 이번은 마사무네가 도와줬지. 그는 나와 다르게 기생충의 목을 계속해서 잘라냈다. 기생충은 목을 가져다가 다시 붙이며 재생했는데 그때 발견했다. 기생충은 자신의 몸을 터트려 새로운 살과 뼈를 재생하더군. 자신 자체가 재료였어. 결국, 계속해서 죽이면 기생충이 전부 죽더군. 하지만 몸에 알을 까서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야.
마치 화약 공장에서 보았던 일과 같았다. 그곳에서도 화약을 만드는데 기생충을 갈아 넣어서 마나를 담게 했다
“아까 마사무네가 말했지. 식도를 통해 심장으로 들어가면서 알을 깐다고. 즉 대부분의 기생충은 상체를 날려버리면 더는 재생 하지 못하지.
대부분의
“대부분 말입니까?
내 의문을 리암 헌터가 대신 질문해주셨다
“그래. 군인 기생충은 자네들도 봤지?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탄약을 가져오라고 시켰던 군인들은 어떻게 됐지
“그 녀석들은 온몸을 자르고 부숴도 재생한다. 기생충이 기생한 지 오래돼서 온몸에 퍼진 경우다. 게다가 기생한 몸이 헌터였다면 마나도 능숙하게 다룬다. 생각보다 까다롭지. 이리저리 도망 다니면서 마나를 담은 총알을 쏘아낸다면. 자네들도 무사하기 어려웠겠지.
확실히. 그 해태가 SSS급 괴수가 아닌 SS급 괴수였어도 수많은 기생충과 괴수들에게 둘러싸이면 총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죽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됐네. 감사 인사받으려고 설명한 것이 아니니. 그리고 아직 말 안 한 것이 있다.
알렉산더 님은 기생충의 시체를 전부 멀리 던져버렸고 따라오라고 말씀하시며 극장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우리는 얌전히 따라 들어갔고 카잔과 마사무네 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나와 마사무네, 카잔은 기생충 연구소 수십 곳을 박살 낸 다음 괴수가 나오는 게이트로 찾아갔다. 그 게이트 주변은 엄청난 수의 괴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강한 괴수들이 아니었고 우리는 전부 죽였다. 그런데...
“아 거기선 내가 설명하지.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니깐 말이야.
알렉산더 님의 말을 끊은 사람은 카잔이었다. 카잔은 항상 여유로운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우리 오크가 이 세계에 어디에 가장 먼저 발을 디뎠는지 아나?
우리는 그거까진 몰랐기에 고개를 저었다. 카잔은 표정이 굳은 채 말했다
“바로 중국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게이트가 닫혔지.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분명 내 눈앞에서 게이트가 닫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봤으니 믿을 수밖에. 나는 게이트 근처에 있는 괴수들을 전부 죽이고 호기심에 게이트의 손을 넣어봤다. 그런데 들어가더군. 내친김에 몸 전부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오크들이 있었다.
“네? 분명 오크들은 전멸했다고...
하지만 나는 말하는 도중에 입을 막았다. 카잔에게 실례일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카잔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그렇지. 그래서 나도 뛸 듯이 기뻤다. 그자의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았지. 그게 아니었어. 내 동족들은 전부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였다. 지구를 제외하고 처음 본 다른 세계의 동족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오크가 아니었다. 오크의 탈을 뒤집어쓴 기생충들은 마치 이쪽 세계의 군인들과 같이 나열해 있었다. 우리 오크는. 적어도 내가 아는 오크는 그런 것들을 정말 싫어하는 족속들인데 말이지. 그것을 보고 그들에게 기생충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알렉산더가 내 뒷덜미를 잡고 게이트 밖으로 끌고 나가더군.
“그리고 그때 멀리서 큰 소리가 나길래 찾아갔더니 자네들이 있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