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괴이의 주인 111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왕 헌터는 사지가 잘려 죽어있었지만, 그 이외에는 깨끗했다. 하지만 전에 보았던 왕 헌터의 일행의 시체를 보았을 땐 다른 것이 보였다
“잘 모르겠지만... 이건 총상 같은데.
시체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내가 시체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지금껏 이런 구멍이 뚫린 시체를 보지 못했다
“설마... 기생충이 총을 쏜 건가? 하지만 A급 헌터만 되도 일반적인 총은 전혀 통하지 않았을 텐데...
설마 마나를 담은 총알을 쏜 건가? 어디서 그걸 구한 거지? 만약 기생충이 마나를 담은 총알을 쏜다면... 우리 일행도 무사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지..
“제발 다치지 말고 무사히 있어 줘.
우리는 알렉산더 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알렉산더 님은 이미 기생충이 눈이 어두운 걸 알고 있는지 폐쇄된 극장 같은 곳으로 가셨다
그곳은 이미 알렉산더 님의 일행이 구해놓은 건지 가져온 건지 모를 텐트와 음식. 식수가 있었다
“이 나이에 캠핑온 것 같아서 재밌다네.
마사무네 님은 즐겁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카잔은 워낙 몸이 커서 텐트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퀸사이즈 침대에 누웠다
“인원이 참 많네. 우린 음식 못 나눠줘. 내가 워낙 많이 먹어서 말이야.
카잔은 침대에 누워서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우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보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알렉산더 님께 물어봤다
“이제는 안전한 것 같으니 다시 묻겠습니다. 알렉산더 님은 무엇을 얻기 위해 중국에 온 겁니까?
알렉산더 님은 극장에 널려있는 의자를 꺼내 앉으며 말씀하셨다
“그대들도 알고 있겠지? 기생충의 입에서 천사란 단어가 나왔다는 것을.
그 말에 알렉스 헌터는 침음하셨다. 애초에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이유가 천사였기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기생충 자체가 천사였어. 그리고 중국에서도 게이트 속에서 발견한 건물을 찾았지.
건물... 연구소 말씀하시는 건가
“그곳에는 내 아내와 같이 사람들이 있었지.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아버지가 있었다는 게 무슨 말이죠?
알렉스 헌터가 가장 먼저 반응하셨다. 리암 헌터를 비롯해 우리도 알렉산더 님의 말씀이 궁금했다. 자신이 있다는 말이 도대체 뭐지
“나뿐만 아니라 다른 SSS급 헌터들이 있었다. 물론 진짜는 아니었지. 마치 우리를 복제하려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대도 있었다.
알렉산더 님은 설아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하지만 종족 차별주의자인 SSS급 테이머는 없더군. 그래서 설시우 헌터라도 있나 봤지만, 그도 없었다. 모든 SSS급 헌터 전부 있었지만, 그 둘만 없었다.
이유가 뭘까. 시우는 아직 SSS급 헌터가 아니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SSS급 테이머는 왜 빠졌을까. 그들이 종족 차별주의자라는 건 딱히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확실히 이상하네요.
“그렇지. 그래서 우릴 복제하려는 생각인가 싶었다. 적어도 겉모습만큼은 우리와 똑같았으니. 하지만 똑같은 건 겉모습뿐이었다. 그것들은 너무 약했어.
“알렉산더와 똑같은 녀석이 있었지만 단칼에 목이 달아나더군. 싱거운 수준이었다.
알렉산더 님과 마사무네 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혹시 모르실 수도 있어 알렉산더 님에게 말했다
“기생충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기생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신 가요?
“알지. 내가 직접 물려봤는걸?
나는 카잔의 말에 당황했다
“물렸다고요?
“엉. 별거 없던데? 그리고 중국의 SS급 헌터가 죽어있는 모습을 봤는데 기생충이 그 헌터의 시체에도 제대로 기생하지 못하더군. 물론 시간이 자나니 결국엔 그자에게 기생하더군. 그래서 시체가 오랜 시간이 지나야 기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또 아니더라. 그래서 일부로 기생충을 뽑아, 내 몸에 붙였는데 기생하지 못하더라. 심지어 상처를 내고 그 안에다가 기생충을 넣었는데도 말이야.
카잔의 말에 우리는 충격받았다. 만약 기생충이 그 상처를 파고들었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 건가. 하지만 마사무네 님과 알렉산더 님도 별말씀을 안 하시는 거로 보아 SSS급 헌터가 되려면 저런 포부는 있어야 하나 생각했다
“꽤 나 위험한 짓을 하는군요.
“이미 중국이 멸망한 마당에 뭘 더 걱정하나? 그리고 다른 약한 인간들에게 실험시키는 것보단 낫지.
우리는 카잔의 마음씨에 놀랐다
“뭘 그리 보나? 약한 것들을 지키는 게 우리 오크의 사명이지.
생각보다 오크는 명예를 중시하는 것 같았다. 싸움을 좋아하는 오크지만 일방적으로 때리는 싸움은 싫어했으며 싸움에서 진 상대에게는 격려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소탕했지만 별로 얻은 게 없었어. 그리고 그런 곳을 수십여 개를 발견했지. 그중에는 오래된 연구소도 있었다. 중국에선 진작부터 기생충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던 거지.
그 사실은 왕 헌터에게 들었다. 하지만 연구소가 수십여 개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감도 안 왔다
“그런데 아버지. 생각보다 침착하시군요. 천사의 얘기를 듣고 물불 안 가리고 중국으로 달려가시더니.
알렉스 헌터의 말은 뭔가 비꼬듯이 들리는 건 착각일까. 하지만 알렉산더 님은 여전히 아무 표정 없이 말씀하셨다
“미안하다. 그래도 혼자 가진 않았잖아.
“적어도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아들에게는 알려야 했던 거 아닌가요?
알렉산더 님이 쩔쩔매는 모습은 처음 봤다. 우리는 부자간의 대화에서 빠져 극장 안을 둘러보았다
극장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깨끗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의자를 여러 개 이어붙여 침대를 만들어 그 위에 누웠다. 머리에 있던 이프닉스는 내 배 위에 올라와 잠을 청했다
“그러고 보니... 시우는 어쩌지?
“어떤가요? 에이엘 씨. 느껴지는 게 있으신가요?
엘프는 추적에 능하다고 했고 특히 그 중 에이엘 씨가 뛰어나다고 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는 이고르를 타고 전용기가 있었던 자리에 다시 찾아왔다
“엄청난 숫자의 마나가 느껴지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에이엘 씨는 이고르를 보고 놀라셨지만 괴이라는 걸 깨닫고 금방 평정심을 되찾으셨다. 오히려 내가 조바심을 내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차분히 기다렸다
“특이한 마나가 느껴집니다. 정령이면서 정령이 아닌듯한... 뭔가가 섞인?
이프닉스다
“맞습니다! 찾을 수 있으시겠어요?
“네. 게다가 정령인 것 같아서 더 뚜렷이 보이네요.
다행이다. 우리는 에이엘 씨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마나가 저 아래로 이어집니다.
에이엘 씨가 이끄는 대로 온 곳은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의 입구였다. 이런 곳에 있어 못 찾았구나..
“내려가죠.
나는 아이들과 에이엘 씨와 함께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니 뭔가 분주해 보이는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총을 가지고 있었고 탄약에서는 마나가 느껴졌다. 그들이 기생충이 아니어도 시체에서는 분명 총알 자국이 있었으니 나는 긴장하며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제 일행이 오지 않았나요? 제 일행의 생김새는 그...
그때 군인들이 갑자기 우릴 보더니 총을 겨눴다. 이리가 으르렁거렸고 이고르와 샬롯도 그들을 보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나는 그들을 말리며 군인들에게 물었다
“무슨 짓입니까?
“그쪽 일행이 우리 탄약을 훔쳐 도망쳤다. 게다가 반대쪽 통로도 무너뜨려 버렸다! 어떻게 책임질 거지?!
시현 누나가 그랬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제 일행이 그럴...
“닥쳐! 이미 벌어진 일인데! 그런데... 엘프?
그런데 군인들이 갑자기 에이엘 씨와 샬롯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쪽 엘프와 여자를 넘기면 봐주지. 어때? 꽤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
에이엘 씨와 샬롯은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내 표정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대충 짐잠을 한 것 같았다
“역겹기 그지없군요.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닐 텐데? 우리도 유명한 헌터에게 총을 쏘고 싶지 않아.
나를 알아? 그런데 샬롯의 정보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네. 물론 지금은 다른 친구도 있지만
“샬롯. 이고르.
샬롯은 거미줄로 군인들의 총을 반으로 잘라버렸고 이고르는 바람으로 총을 갈라버렸다
“뭣...?
그와 동시에 샬롯은 군인들 전부를 거미줄로 묶어버렸다. 그때 거미줄에 묶이기 전에 기민하게 움직인 한 군인이 부서진 총을 버리고 다른 총을 가지러 가려 했지만 이리가 먼저 그의 팔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그 팔은 순식간에 다시 재생됐고 이리를 뿌리치고 총을 들으려고 했지만 샬롯의 거미줄이 더 빨랐다
샬롯의 거미줄은 몸만 묶었기에 재생되는 모습을 직접 본 군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군인이 깜짝 놀랐다
“네 일행 중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거냐?
“...
여전히 충격받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군인이었다. 그 녀석을 무시하고 샬롯에게 묶인 군인 기생충을 바라보았다
“에이엘 씨. 이 사람의 몸에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겠나요?
혹시나 해서 에이엘 씨에게 물었지만, 그녀도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때 군인 기생충이 입에서 기생충을 내뿜었다
그 기생충은 정확히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중 이고르가 가장 먼저 반응했지만,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이고르와 샬롯조차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걸, 시리가 반응했다
몸에 붙어있던 시리는 순식간에 강력한 독을 내뿜었다. 문제는 너무나 강력했고 기생충이 녹아내렸지만, 기생충뿐만 아니라 주변 기둥 또한 녹아내렸다
게다가 독은 계속 퍼져서 에이엘 씨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퍼지려고 했다. 나는 급히 마나를 사용해 그들에게 가지 못하게 벽을 만들었다
다행히 독은 내 마나에 닿아 불에 타듯이 사라졌지만, 지하철은 무너지고 있었다
“나가죠. 빨리!
“군인들은 어떻게...?
“버려. 필요 없어.
쓸모없는 군인들을 지하철 안에다가 버리고 우리는 지하철을 빠져나왔다. 순식간에 지하철은 무너졌고 나는 에이엘 씨에게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 군인들이 에이엘 씨를 비롯한 여성을 넘기라고 해서...
“변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들은 질이 좋아 보이지 않았으니깐요.
다행이다. 에이엘 씨가 나를 민간인들을 죽이는 살인자라고 생각할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혹시 마나는?
“아! 지하철 안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혹시 저기로 통하는 다른 통로가 있을까요?
...큰일 났네. 내가 중국의 지리도 모르는 마당에 지하철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때 근처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크와아앙
그 소리는 마치 사자가 우는 소리와도 같았고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들려선 안 되는 소리인데...?
에이엘 씨가 혼란스러워하셨고 나는 이고르를 불러 급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마사무네 님. 어떻게 SSS급 괴수를 단칼에 죽이신 거죠?
“음? 아 해태 말인가? 그것 둘은 진짜 해태가 아니야. 음... 그래. 이시현 헌터라고 했나? 그녀의 정령과 같은 색의 해태가 진짜지.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내가 예상하긴 그것들은 새끼 해태. 강력한 SS급 괴수 정도다. 만약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어미인 진짜 해태가 나타났을 거야. 아마 알렉산더도 그것을 알고 자리를 피하자고 한 것이겠지.
“우리 오크를 가장 많이 죽인 괴수들도 전부 SSS급 괴수지. 그중 해태는 SSS급 괴수 중에서도 차원을 달리하지. 아마 우리 셋이 한 번에 달려들어야 할만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