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09화 (109/164)

#109. 괴이의 주인 108

“그녀가 느낀 위화감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기생충에 한 번이라도 감염된 사람들의 호흡이 이상합니다.

호흡? 설마 인간의 기관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몸의 구조 또한 바꾸는 건가

“저 사람. 그리고 저 사람. 다른 사람들과 호흡이 다릅니다.

이고르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가리켜진 두 사람은 뭔가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쪽 두 사람. 가까이 와 보세요.

하지만 두 사람은 발악했다

“저 한국인과 미국인의 말을 우리가 계속 따라야 하는 겁니까?!

“저자는 우리와 같은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죽였습니다! 심지어는 그 시체를 분해하기까지 했죠! 만약 기생충의 알이 없었다면 무고한 인간을 죽인 겁니다!

그들은 민간인들과 왕 헌터의 일행들을 선동하려고 했다. 내가 이고르의 말을 토대로 설명하려 했지만 샬롯이 먼저 나섰다

그냥 선동하는 그들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시체를 분해해 기생충의 알을 보여주었다

“그쪽이 무슨 능력을 사용해 기생충을 없애지 않았나요? 설령 기생충이 부화했다고 해도 그쪽이 능력을 사용해 죽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샬롯이 너무 무자비하게 민간인을 죽여서일까. 그들에게서 반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건 왕 헌터가 반박하셨다

“그가 천년만년 마나를 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빠져나가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데려가세요! 저자의 말은 즉 우리는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았단 소리 아닌가요?!

한 민간인 여성이 급히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아기가 안겨있었다. 왕 헌터도 그 아기를 안타깝다는 듯이 보다가 말씀하셨다

“저들은 자신의 몸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죠. 저 기생충 무리를 우리가 전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십니까?

왕 헌터는 창문 밖을 가리키셨다. 기생충은 여전히 건물을 에워싸고 있었고 괴수가 마치 감시하듯 상하이 타워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기생충은 포기하지 않고 혹시나 지붕에는 내 마나가 없나 싶어 올라갔지만, 똑같이 죽을 뿐이었다. 그런 기생충의 모습에 민간인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저들이 빨리 중국에서 빠져나가야 우리도 안전해집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 헌터와 그 일행들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남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전용기로 돌아가십시오. 저희가 인도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생충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잊고 있었던 사람이 생각났다

“아직 알렉스 헌터는 도착하지 않은 겁니까?

“... 불안하니 최대한 빠르게 갑시다.

“저흰 이만 떠나겠습니다. 건물에 제, 마나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저도 모르니 너무 건물만을 믿지 마세요.

왕 헌터와 일행들은 사람들을 지키고 우리 일행과 리암 헌터 파티원들은 기생충과 괴수들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우리의 예감은 적중했다. 알렉스 헌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일반인들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몰린 기생충과 괴수들 전부가 그들에게 몰려가고 있어 알렉스 헌터의 파티원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고르를 선두로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 그들을 도왔다. 기생충들은 다행히 나와 설아를 보고 기겁해 도망갔다

하지만 알렉스 헌터가 지키는 민간인들은 이미 기생충과 뒤섞여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알렉스 헌터는 그 짧은 시간에 거처도 없이 떠돌다가 기생충의 습격을 받는 민간인들을 구해내었지만..

정이 많던 알렉스 헌터였지만 왕 헌터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머금고 일반인들을 버리려는 걸 내가 막았다

먼저 민간인들에게 내 마나를 널리 퍼트렸다. 알렉스 헌터는 사람들을 계속 도와주어 백 명 정도가 모였다. 그중 5명 정도가 내 마나를 닿아 쓰러졌다

알렉스 헌터가 무슨 짓이냐며 따지려고 하는 걸 나는 무시하고 이고르에게 물었다

“구분할 수 있겠어?

이고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민간인 몇 명을 내 앞으로 내던졌다

그 민간인들은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표정 그대로 목이 떨어졌다

“제 마나는 기생충이 닿기만 해도 죽습니다. 왠지는 묻지 마세요. 저기 쓰러져있는 5명이 기생충이었고 지금 제 앞에서 죽은 사람들은 기생충이 알을 깐 상태입니다.

민간인들이 혼비백산이 되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알렉스 헌터의 파티원이 내 말을 번역해서 민간인들에게 알려주었고 다행히 소란이 일기 전에 설명을 끝마쳤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기생하다니...

알렉스 헌터는 물론이고 민간인들도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저기로 조금만 더 가시면 상하이 타워가 보이실 겁니다. 그곳에는 왕 헌터와 그의 일행들이 있으니 그곳에 제 이름을 대고 위탁을 부탁하세요. 물론 그곳도 안전하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사람들은 왕 헌터가 있다는 말에 안심하셨다. 주변에 모든 기생충과 괴수를 죽였으니 저들은 안전하게 타워로 갈 수 있겠지

그들을 보내고 우리는 여기서 알아낸 사실을 알렉스 헌터에게 알려주었다

“저도 중국을 돌아봤지만, 생각보다 끔찍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고 생각하면 전부 기생충이었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을 최대한 구했지만 거처가 없으니 기생충들이 계속 몰려오더군요. 그래도 그들의 거처가 정해졌으니 다행입니다.

알렉스 헌터는 그들을 끝까지 걱정하고 있었다. 알렉산더 님의 본래 성격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그의 아내의 성격을 물려받은 걸까

“알렉산더 님의 흔적은 찾으셨나요?

“아버지의 흔적으로 보이는 것은 찾았습니다만...

알렉스 헌터는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셨다

“아버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이곳은 도심 한복판이었다. 그런데 건물은 무너져있었고 괴수들의 시체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괴수는 전부 타박상에 의한 죽음이었다

아직 군대가 살아있는지 대부분 괴수의 사인은 총상이거나 자상이었다. 헌터들도 열심히 발악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타박상. 그것도 단 한 번의 주먹질에 죽은 괴수의 시체를 만들 수 있는 자는 내가 알기론 중국에는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운석이 충돌한 것처럼 크레이터가 있었다. 이 정도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헌터는 카잔 정도다. 적어도 아버지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람의 사체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생충인가 싶어 사체를 조사해보았지만, 기생충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알렉산더 님이 여기서 무슨 사투를 벌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어디로 움직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혀 흔적이 없어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본 자가 있는지 찾아봐야겠어.

“그렇게 사람들을 찾고 구했지만, 그 누구도 아버지를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알렉스 헌터가 괜히 사람을 구한 것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알렉산더 님이 사람을 해쳤다?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그가 누굴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면 그의 싸움에 휘말려 민간인이 죽은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또 알렉스 헌터가 말씀하신 시체가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만약 휘말렸다면 괴수들에게 죽거나 기생충에게 기생 당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의문은 많았지만 그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알렉산더 님의 수색은 멈추고 돌아가야 합니다. 최대한 중국의 상황을 알리고 헌터들을 파견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라고 관심을 끄기에는 기생충이란 존재가 무섭습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설명하고 전용기로 돌아가자고 말씀드렸다. 알렉스 헌터도 고집부리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고르.

가장 빠른 방법은 이고르를 타고 가는 방법이었기에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본모습으로 변했다

그것을 보고 알렉스 헌터와 리암 헌터가 깜짝 놀라셨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생물입니까?

“... 설마 또 아버지보다 강한 힘을 가진 괴... 아이는 아니겠죠.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이고르가 가진 힘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절대 약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리암 헌터는 보시지 않으셨나요?

“예? 이런 큰 생물을 제가 잊었을 리가 없는데요...?

그때 이고르가 설명했다

“상하이 타워라고 했나요? 그곳에 갈 때 마찬가지로 모습을 숨긴 채 갔습니다.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죠.

아하..

“미안해 이고르. 널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 같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는 게 다행이죠. 이미 강한 괴이들을 거느리고 계시니깐요.

이고르는 내가 모습을 변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나를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을 경청하고 내가 뭘 원하면 뭐든 이뤄줄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현대판 집사도 아니고..

“전용기로 최대한 빠르게 갑시다.

다행히 전용기는 문제가 없이 잘 있었다. 존 씨와 전용기를 호위하는 헌터도 말이다

“다행이네요. 우리가 가고 기생충이 더는 오지 않았나 봅니다.

근처에는 괴수의 시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심하고 이고르에게 내려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윌리엄 씨와 준석 씨가 동시에 말씀하셨다

“어디서 기름 냄새가 납니다.

기름 냄새? 주변에 주유소라도 터졌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움직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이고르가 말했다

“이미 주인께서 알고 계신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와 동시에 이고르와 샬롯이 다가오는 존 씨와 헌터들의 목을 거미줄과 바람으로 잘라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진 목을 잡고 다시 목 위로 올려붙였다. 그 모습을 본 시현 누나가 바로 화염으로 태워 녹여버렸다

그때 존 씨에 기생한 기생충이 시현 누나의 화염을 뚫고 우리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알렉스 헌터가 가볍게 그를 막아섰다

“존 씨랑 친하게 지냈는데 말이죠...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데려왔을 텐데 말입니다.

알렉스 헌터는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존 씨의 목을 꺾어버렸다. 기생충은 목이 꺾인 상태로 재생해서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고 결국 내가 직접 마무리했다

기분이 엿 같았다. 존 씨랑은 자주 만나지 않았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아는 얼굴을 내가 직접 죽이는 기분은... 정말이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전용기에 기름이 새고 있습니다. 아마... 비행기에 태워 우릴 죽일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타고 날아가서 다른 나라에 기생충을 퍼트리는 것이 저들에게는 더 좋지 않았나? 왜 굳이 우리를...?

최근에 기생해서 모든 기억을 흡수하지 못해 전용기를 다룰 수 없다던가.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럼 우린 어떻게 돌아가죠?

벨라 씨가 물어보셨다. 물론 이고르가 있기에 돌아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어딨었는지 모를 숨어있던 기생충과 괴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설시우 헌터가 혼자 가세요.

“예?

갑자기 리암 헌터가 말씀하셨다

“제가 여기 없으면 기생충을 죽이기 어려울 텐데요?

하지만 리암 헌터와 알렉스 헌터. 그리고 우리 일행도 아무렇지도 않게 기생충을 죽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너무 우리를 무시하지 마.

시현 누나가 결정타를 치셨다. 확실히 지금 내 아이들이 전혀 활약하고 있지 않았고 기생충이 엄청나게 몰려들었지만, 그들은 무리 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그래도 빨리 오면 좋겠는데?

윌리엄 씨는 가볍게 농담하듯이 말씀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암 씨가 말씀하셨다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 여기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건 설시우 헌터입니다. 설시우 헌터가 직접 가셔서 중국의 위험을 알린다면 신뢰성이 높겠죠.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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