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08화 (108/164)

#108. 괴이의 주인 107

리암 헌터의 파티원들과 왕 헌터는 물론 기생충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 전원이 상하이 타워의 전장을 멍안히 보고 있었다

내가 만들어 낸 일이지만 전장은 섬뜩했다. 기생충이 들어있는 사람들이 전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전부 죽었다. 시체가 된 기생충들을 우리 일행은 물론이고 나와 이고르 마저도 놀랐다

“엄청난 마나를 가지고 계시군요.

“... 우선 내려가자. 리암 헌터들과 합류하자고.

“설시우 헌터가 한 일입니까? 대단합니다!

“... 기생충들을 조심하라고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별 의미가 없겠군요.

올리버 헌터와 리암 헌터가 차례대로 말씀하셨다

“차라리 강력한 괴수를 잡는 것이 편하겠어요. 끊임없이 재생하는 능력을 가진 괴수를 죽이는 건. 그것도 이렇게 수많은 괴수를 죽이는 건 끔찍하네요.

벨라 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리암 헌터의 파티원들의 얘기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상하이 타워에 들어와 있었다. 상하이 타워도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반파된 상태였다

건물 안에는 밖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전부 일반인이었고 피폐한 상태였다

다행히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 먹을 것과 마실 것은 많았지만 수도가 끊겨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있었다

그때 왕 헌터가 다가오셨다

“오랜만입니다. 설시우 헌터 님.

“오랜만입니다. 왕 헌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도대체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왕 헌터가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물론 그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왕 헌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중국 최고 정부에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자신을 따르는 일행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렇게 최고 정부를 인질로 잡아 일행들에게 맡겼는데 그 일행들 또한 기생충에 감염되어버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왕 헌터의 일행들이 점점 기생충에 감염 되어갔고 그걸 알게 된 계기가 자신의 가족이었다

하필 기생충에 감염된 일행이 왕 헌터의 가족들을 지키는 헌터였고 왕 헌터는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갔지만,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왕 헌터의 가족도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였고 왕 헌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셨다

왕 헌터는 그길로 악에 받쳐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도 그나마 최근에 감염된 사람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표정이 없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문제는 최고 정부와 같이 오랫동안 감염된 사람들이었다. 그때 왕 헌터는 우리 연구원들이 알아낸 정보를 생각해냈다

바로 인간의 기관지에 기생충이 가장 먼저 침식한다는 것. 왕 헌터는 손을 실처럼 얇게 만들어 사람의 콧속으로 집어넣었다

왕 헌터가 직접 모든 사람에게 하나하나 직접 확인했다. 그렇게 가려낸 사람들을 직접 죽였다

그리고 왕 헌터는 언론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혔다. 왕 헌터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아 신뢰도가 높으셨다

하지만 이미 기생충은 중국을 장악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왕 헌터의 일행 중에서도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 중국에 있는 전장의 게이트들에서 괴수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런데 그것을 막아야 할 헌터와 군대들이 전부 기생충에 감염되어있었다

도대체 중국 전역에 얼마나 기생충에 감염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중국은 기생충과 괴수들로 인해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금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은 왕 헌터가 전부 직접 기생충이 있나 없나 확인한 사람들이었다

“고생하셨군요.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이미 중국은 멸망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사실상 중국은 기생충의 소굴이었습니다.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도대체 중국이 언제부터 기생충의 소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글레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전 세계에 기생충이 퍼질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리고 그들은 기생충에 감염된 사실도 모르겠지. 글레이는 가장 인구가 많다는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기생충을 퍼트릴 생각이었다

“당장 돌아가서 이 사실을 알리십시오. 우리는 알아서 버틸 테니.

왕 헌터는 완고했다. 아니 그의 눈에는 독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듣고 계셨던 중국인 중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

“돌아갈 수단이 있는 겁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하필 그는 그 말을 중국어로 말했고 주변에 있는 모든 일반인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여기는 희망이 없다고

그건 상하이 타워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들어버렸고 이내 수백 수천 혹은 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너무 컸을까. 건물 안에 있는 데도 마치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기생충이 다시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괴수도 함께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급히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에는 괴수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 전장에서 보았던 사마귀 괴수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 사마귀의 손날에 사람들을 꿰뚫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마귀는 손을 휘저어 사람들을 상하이 타워 위층에 일반인들이 사는 지금 이곳에 날렸다

몇몇은 벽에 부딪혀 떨어지고 몇몇은 창문을 뚫고 날아왔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사지가 터져나갔다

갑자기 시체가 창문을 뚫고 날아와 사람들이 사고가 멈췄다. 그때 저절로 사지가 붙었고 그 시체는 서서히 일어났다

“기생충입니다! 피하십시오!

삽시간에 상하이 타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끊임없이 사마귀 괴수가 기생충을 꿰뚫어 일반인들이 사는 층에 날리고 있었다

대부분 전투하는 헌터들은 1층, 아래에서 살고 있어 대응이 늦었다. 다행히 소란이 있어 내가 있는 층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지금 있는 층은 안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층이었다. 이미 그곳은 사람과 기생충이 얽혀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민간인들을 포기합니다.

왕 헌터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순식간에 매로 변해 기생충을 날리고 있는 사마귀 괴수를 습격했다

일행들과 리암 헌터 파티원들은 이미 1층에서 몰려드는 기생충들과의 결투를 벌이고 있었고 나는 따로 왕 헌터와 대화를 하려고 위층으로 올라왔었다

이고르와 샬롯이 날아오는 기생충을 거미줄과 바람으로 요격해 더는 타워에 침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왕 헌터가 민간인들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한 이상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샬롯. 이고르. 기생충보다는 괴수를 위주로 막아. 할 수 있지?

샬롯과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생충에 박살 낸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고르는 본래의 모습으로 변했고 샬롯은 거미줄을 이고르의 몸에 감아 내려갔다

상하이 타워의 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설아와 시현 누나였다. 시현 누나는 화염의 물결을 만들어 전장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아무리 재생해도 온몸이 불에 타 녹아버리면 몸 안에 있는 기생충도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지

그리고 설아는 기생충에 천적이었다. 설아는 살아있는 기생충에서 피를 뽑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기생충은 끊임없이 재생했고 설아도 마찬가지로 피를 계속 뽑아냈다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 한 기생충들이었지만 설아의 모습에 그녀의 주변에는 기생충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창문 밖의 광경을 보다가 상하이 타워 건물에 손을 댔다. 그리고 내 한계가 보이지 않는 마나를 건물에 부여했다

내 생각은 이 건물 전체에 신체 강화하듯 내 마나를 부여해 건물 안에 있는 기생충을 죽일 생각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건물에 마나를 부여했다. 부여하고, 부여하고 또 부여했다

그때 이리와 엘리가 올라오거나 내려오는 기생충들을 막고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졌다. 다행히 내 생각이 맞아 들은 것 같았다

내 마나의 한계는 없었지만, 신체에 한계가 있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창문 밖을 향해 외쳤다

“건물에 기생충이 더는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괴수를 중심적으로 노리고 기생충은 건물에 맡기세요!

내 얘기를 가장 먼저 들은 건 이고르와 샬롯이었다. 그들은 내 말에 증명하듯 기생충을 건물에 집어 던졌고 건물에 내팽개쳐진 기생충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걸 본 헌터들과 일행은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기생충은 건물에 손대자마자 의식을 잃듯이 쓰러졌다

그렇게 우리는 건물 안에 숨어 괴수들만을 요격했다. 원거리 공격이 없는 헌터들은 패닉이 와 미쳐 날뛰는 민간인들을 진정시켰다

기생충도 건물에 닿으면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상하이 타워 주변을 에워쌌다. 괴수들도 기생충의 말을 듣는 듯 공격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광경에 다시 패닉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 외부인들이 오고 나서 기생충이 몰려오기 시작했어!

“맞습니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기생충이 오긴 왔어도 저렇게까지 많이 오진 않았는데...!

그중에는 우릴 탓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막막한 상황에 누구라도 탓할 사람이 필요하겠지. 그런데 그들은 점점 선을 넘고 있었다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이라고 했지? 원래부터 저것들이 쌍으로 합쳐서 우리 중국을 위협하지 않았나?

“맞네! 사실 기생충도 저들이 만들어 낸 거 아니야?

그들에 머릿속에선 중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기생충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게다가 왕 헌터의 일행들 또한 동료들이 죽은 이유를 우리에게서 찾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샬롯이 가장 먼저 우리의 음모론을 말했던 사람의 목을 잘라버렸다

우리 일행은 물론이고 갑자기 일어난 살인에 경악을 금치 못하셨다. 나 또한 기생충인 줄 알고 기다렸지만, 시체는 재생하지 않았다

왕 헌터가 그것을 보고 분노해 샬롯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샬롯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죽인 시체의 옷을 벗겨냈다

옷을 벗기고 다시 시체를 잘라냈다. 그런데 그 몸 안에는 기생충은 없었지만 기생충의 알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기생충이 더는 시체에만 기생하지 않는 것 같군요. 주인님의 마나에 기생충은 죽었지만, 새끼를 깠습니다.

샬롯의 말은 즉 살아있는 인간에 기생했지만 내 마나로 인해 기생충은 몸속에서 죽어 인간이 살아난 것이다

그런데 그 인간 몸속에 기생충이 알을 깠고 결국엔 다시 기생충의 숙주가 될 사람이란 것이다

“기생충이 점점 진화하는군요. 살아있는 사람에게 기생하는 건... 위험합니다.

나는 그 사실을 여기 모여있는 전원에게 전했다

“그럼,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 전부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왕 헌터의 말에 전부 침묵했다. 이미 전용기를 타고 돌아가는 계획은 무너졌다. 내가 기생충에 감염이 안 된 건 알지만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샬롯.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그냥 위화감이 들었을 뿐입니다. 언제는 우리를 희망으로 여겼으면서 이제는 우릴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그들이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주인을 나쁘게 말하는 그들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 인간은 원래 그런 생물인걸. 이 말은 번역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샬롯에게 다시는 이런 일 벌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때 이고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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