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07화 (107/164)

#107. 괴이의 주인 106

이고르에게 마나를 주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떠나는 건 상관없지만 글레이에게만 붙지 마.

이고르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인간으로 돌아오며 내게 말했다

“혹시 변한다는 괴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아직도 미련을 놓지 못한 것일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시리에게 마나를 주었다. 이고르의 눈앞에서 지네의 모습인 시리가 데스웜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로 변하는군요... 왜 저는 안 될까요?

그걸 내게 물어도... 그때 샬롯이 말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주인과의 유대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리와 이리, 엘리도 주인과 만난 순서대로 변하는 게 다르잖아요?

그런가? 하긴 가장 많이 변하는 게 시리고 그다음 이리다. 엘리도 변하긴 하지만 그저 몸의 색이 검은색으로 변할 뿐. 구스타프와 샬롯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구스타프와 샬롯도 나와 유대감이 낮다고 할 순 없겠지만..

“하지만 구스타프와 샬롯 너는 몸이 변하지 않았지. 아마 내 예상으로는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들은 안 변하는 것 같아.

“그러면 저 쉴롭... 아니 샬롯이라 했나요? 저자도 바뀌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이고르의 말에 나는 의문을 가졌다

“샬롯?

하지만 샬롯은 침묵할 뿐이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괜히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려 이고르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어쩔 거야?

“남겠습니다. 첫 주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만난 괴이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주인입니다. 게다가... 유대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같이 지내면 좋아지겠죠.

생각지도 못한 원군을 얻게 되었다. 샬롯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다행이었다

“그래서... 네 능력은 뭐지?

“벌써 부려먹을 생각을 하시다니. 무섭군요, 이번 주인은.

“싫으면 떠나면 돼. 강제로 부려먹을 생각은 없어.

“그럴 리가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고르는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내게 말했다. 검은 정장도 그렇고 뭔가 젊은 20~30대의 집사를 보는 것 같았다

“샬롯. 진정되면 같이 나올래? 아니면...

“아뇨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샬롯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조금 걱정되지만 언젠가 내게 자기의 사연을 말해주겠지

다시 밖으로 나와 일행들을 만났다

“무슨 일이야...? 옆에 남자는 누구고?

이고르도 함께 나와서 그런지 일행들의 시선이 이고르에게 꽂혔다

“샬롯과 같은 괴이야. 이름은 이고르.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똑같이 이고르도 일행들이랑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분명 이쪽 세계에 언어를 배웠는데도 저들과 말이 통하지 않네요.

아마 샬롯의 이유도 똑같을 거다. 아예 샬롯은 지식을 머리에서 빼냈는데도 말이 안 통하니깐

“그런데... 중국 상황이 심각하긴 한가 보네요?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베타의 몸속을 갔다가 나오니 주변에는 시체가 널려있었다. 애초에 전용기도 공항에 내리지 못해 근처에 내렸다

이유는 공항도 괴수들에 의해 반파된 상태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중국은 전쟁 난 것처럼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있었고 곳곳에 괴수들이 보였었다

“전용기를 운전하신 존 씨도 중국 관제탑에 연락해 보았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하셨습니다.

...존 씨 전용기도 운전하실 줄 알아? 뭐... 그건 그렇고. 관제탑도 문제일 정도로 중국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꽤 심각한 것 같은데 왜 밖에선 별 소식이 없는 거죠?

“중국에 온 순간부터 핸드폰이 먹통이야. 사실상 중국은 다른 나라랑 단절됐어.

시현 누나의 말에 나도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봤지만 먹통이었다

“이거 괜찮은 겁니까? 그 강대한 중국이 괴수에게 이렇게까지 당했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준석 씨가 우려를 표했고 다른 일행들도 동의했다. 그래도 이고르 덕분에 글레이가 봉인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봉인되었는데도 엘프, 전부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글레이었지만 내 능력이 괴이에게는 치명적이니

“당연히 무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천천히 가보죠.

우리는 천천히 중국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니 거리라고 하긴 애매했다

“중국이 멸망한 것 같아요.

민정 씨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은 무너져내렸고 거리의 길도 전부 뒤집혀 있었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괴수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보이는 괴수들 또한 등급이 그리 높지 않았다. 물론 평균 A급 정도 되는 괴수들로 꽤 나 강한 괴수들이었지만 고작 저 정도의 괴수로 중국이 멸망할 리 없다

괴수들이 달려들었지만 이고르가 손가락 까닥하니 죽어버렸다. 그의 능력은 리암 헌터와 같은 바람의 능력이었다

자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만든 것도 빛의 굴절을 바람으로 꺾어버렸다고. 이고르가 설명했을 땐 그게 무슨 소리인진 잘 몰라 그냥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빛을 바람으로 도대체 어떻게 꺾는지... 뭐 그 정도는 해야 용을 죽일 수 있는 건가

A급 괴수를 가볍게 죽이는 모습에 일행들이 깜짝 놀랐지만 샬롯과 같은 괴이라는 설명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실 뿐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리암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스 헌터 들리나? 설시우 헌터 들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리암 헌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도 뭔가 말을 했지만 리암 헌터는 들리지 않는 듯했고 리암 헌터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씀하셨다

“들릴지 안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선 말할게. 핸드폰이 먹통인 건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 이럴 때를 대비해 무전기라도 가져올 걸 그랬어. 급히 정보를 전해줄 게 생겼으니 상하이 타워 아나? 그곳에서 만나지.

그렇게 말하고 소리가 끊겼다. 리암 헌터가 무슨 능력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우리도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중국 지리 잘 아는 사람 있나요...?

“상하이 타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하지만 당연히 지도 없이는 그곳을 찾는 건...

설아의 말은 당연했다. 물론 나는 상하이 타워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알고 있다 하더라도 중국의 넓은 이 땅에서 지도도 없이 그곳을 어떻게 찾나

다시 전용기로 돌아가 하늘에서 상하이 타워를 찾는 방법이 있겠지만 중국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전용기에 탄 평범한 직원들이 헌터들이라 그들이 전용기를 지키고 그 자리를 사수한다고 했다

전용기가 착륙할 때 소음이 많이 나 주변에 있는 괴수들이 나타나 전용기를 습격했는데 그런 전용기를 멋대로 움직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전용기가 빠르고 하늘을 날아다녀 그 건물을 찾기 쉬울...

“이고르?

“예?

살아있는 전용기가 있었네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날고 있는데 쾌적하네요?

“이고르가 능력으로 바람을 막고 있다고 하네요.

이고르의 등은 갑각으로 되어있어서 딱딱하긴 했지만, 워낙 넓어서 주변을 뛰어다녀도 되었다

다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이고르의 등 위에서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있었다

“뭔가 피크닉 온 것 같네.

“너무 놀고만 있지 말고 상하이 타워가 있나 좀 찾아봐.

설아와 시현 누나가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나도 꽤 큰 타워라고만 알고 있으니 그냥 큰 건물만 찾아보고 있었다

그때 준석 씨가 외쳤다

“상하이 타워가 보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준석 씨의 외침에 나는 이고르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밑을 보았는데 그곳은 아비규환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싸우고 있었는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죽이고 있었다. 사람을 끌고 가더니 사지를 찢어버리고 그 사이로 뭔가를 토해내고 있었다

“기생충이군.

사지를 찢고 사지에 기생충을 심어 다시 붙여버리는 역겨운 짓을 하고 있었다. 사지가 찢어졌지만, 그자는 헌터인지 아직, 살아있었다

그런데 기생충이 들어간 사지를 다시 가져다 붙였더니 그 사람은 사지가 부들대며 떨더니 이내 온몸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한 때 같은 동료였던 자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때 일방적으로 밀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멧돼지의 모습으로 변해 기생충을 뚫어버리며 지나갔고 다시 곰으로 변해 기생충의 사지를 찢어버렸다

다시 사람으로 변해 손을 사마귀의 낫 같은 형태로 변해 기생충을 잘라버리고 큰 매로 변해 날아다니며 기생충을 잡아 하늘에서 떨어뜨려 터트려버렸다

“왕 헌터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왕 헌터에게 당한 기생충은 대부분 재생했으며 다시 일어나 왕 헌터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기생충을 갈아버리며 나가는 4명의 사람이 있었다

“리암 헌터 파티원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기생충들을 갈아버리며 나아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기생충들은 재생하고 있었다

“빨리 도와야 합니다!

준석 씨가 급하게 말씀하시며 골렘으로 변해 이고르의 위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나는 준석 씨를 손으로 막았다

다른 일행들도 왜 그러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생각이 있었다

베타의 몸속에서 혼자 마나를 단련하면서 생각한 것이 있었다. 기생충은 왠지 모르겠지만 내 마나의 취약하다. 마치 괴이처럼

저것들이 전부 괴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어찌 됐든 내 마나가 닿기만 하더라도 재로 변해 죽어 나갔다

그리고 설아가 게이트 속에서 했던 공격이 생각났다. 설아는 피로 된 구름을 만들어 괴수들을 죽였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마나로 구름을 만들어 저 아래에 비를 내리게 한다면. 어차피 내 마나는 기생충에게만 치명적이니 피아를 구분할 필요가 없겠지

생각보다 그들이 싸우는 전장이 넓었기에 나는 최대한 마나를 넓게 펼쳤다. 설아와 같이 구름의 형태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온 전장을 덮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마나의 구름에서 어떻게 비를 내리게 하지? 커다란 마나의 구름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는데

음... 그냥 떨어뜨리지 뭐. 마나의 구름을 유지할 마나를 남겨두고 마나의 공급을 끊어버렸다

“도대체 이 씨발 놈들의 기생충은 어떻게 해야 죽는 거야?!

“알렉산더 님이 죽을 때까지 패니깐 죽던데?!

그냥 정보나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거리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전부 기생충일 줄은 도대체 누가 알았겠냐고

“설시우 헌터는 언제 온데 리암?!

“몰라! 나도 처음이야 이렇게까지 멀리 사용한 적은! 제대로 통신이 갔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나마 왕 헌터가 사람들을 규합해 기생충에게 대항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위험했겠군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붉은색 연기가 내려왔다. 분명 우리와 격렬히 싸우고 있는 기생충들이었지만 갑자기 내려온 붉은색 연기를 멍안히 보고 있었다

분명 대부분의 기생충은 표정이 없었지만 그들은 허망하다는 듯이 연기를 보고 있었다

기생충에게 끌려가 사지가 분해되기 직전인 사람도 있었지만, 기생충은 모든 싸움을 멈춘 채 그저 하늘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