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106화 (106/164)

#106. 괴이의 주인 105

결국, 우리는 중국에 가기로 했다. 고작 우리가 가 봤자 뭐가 다르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가디언즈 길드에서도 도움을 주셨다

“자주 보네? 설시우 헌터.

언제나 와 같이 리암 헌터와 그의 파티원들이 오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분도 계셨다

“오랜만입니다. 설시우 헌터.

바로 알렉스 헌터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된 것을 알고 찾으러 온 것이다. 알렉스 헌터는 뭔가 샬롯을 껄끄럽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그런데 자기 길드원인 SSS급 헌터가 행방불명이 됐는데 이들밖에 지원이 없나 생각했다

“만약 알렉산더 님이 무사하지 못하다면 우리가 가도 도움이 될지가 문제죠.

리암 헌터가 말씀하셨다. 하긴 알렉산더 님이 어디 가서 다치고 올 인물도 아니고. 샬롯이랑 대결하기 전까진 그가 상처 입은 모습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우리 파티는 중국의 정보를. 알렉스 헌터의 파티는 알렉산더 님의 행방을. 그리고 설시우 헌터의 파티는 맘대로 하세요. 당신이 못 감당한다고 한다면 우리도 바로 중국에서 빠질 테니 꼭 연락 주세요.

리암 헌터는 너스레 떠시며 말씀하셨다. 솔직히 우리도 알렉산더 님의 행방이 궁금하긴 했지만, 우리가 궁금한 건 현재 중국의 상태였다

리암 헌터의 파티와 우리는 따로 다니겠지만 정보는 서로, 공유할 것이다. 겸사겸사 알렉산더 님의 행방도 찾고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도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전부 막혀있는 상황에 제임스 님이 전용기를 내어주셨다

우리 전부 전용기에 탔고 중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하필 지금. 사람들이 비행기에 탔을 때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수가 있다는 전조현상이 발생했다

“갑자기 기체가 흔들립니다.

리암 헌터와 알렉스 헌터가 동시에 비행기 창문 밖을 내다보셨지만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밖에 전혀 문제는 없어. 그냥 난기류인 것 같은데.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중국에서 한바탕할 것 같아서 쉬려고 의자를 뒤로 제끼고 편히 누워 자려고 자세를 취하면서 창문 밖을 보았다

그리고 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창문 밖을 보았다

“다들 저게 안 보인다고요?

다들 내가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심지어 샬롯도 저게 안 보이는 듯했다

분명 전용기였고 평범한 비행기보다 빠르게 날고 있지만, 밖에서 날고 있는 생명체는 똑같은 속도로 날고 있었으며 그 눈은 정확히 내게 향하고 있었다

“저건... 용인가?

워낙 크기가 커서 비행기 창문 밖으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프닉스처럼 동양의 용의 형태였지만 그 등에는 날개가 달려있었다

그 날개는 다 보이지 않을 수준으로 엄청나게 컸다. 마치 뱀에게 큰 날개가 달렸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그 존재가 나를 뚜렷이 쳐다보더니 생각을 전해왔다

‘주인인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보다 더 큰 하늘을 나는 고래가 나타나 그 존재를 집어삼켰다

“...베타?

“왜 그래? 밖에 뭐 있어?

시현 누나가 물어봤다. 나는 밖을 쳐다보다가 시현 누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잘못 본 것 같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베타가 집어삼켰으니 괜찮겠지. 비행기에서 내리고 한번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가야겠다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죠. 무운을 빕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리암 헌터와 알렉스 헌터는 어디론가 떠나갔다. 나는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발로그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처음 보는 남성이 있었다

“주인이 만약 이런 짓을 했다면 레비아탄이 따르고 있지 않겠죠. 대충 누가 했는지 알겠지만 말입니다.

그 남성은 나보다 조금 더 큰 키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글레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했다

“네가 아까 그 비행기 밖에서 날아다니는 용이야?

“용이라... 비슷합니다. 과거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였던 저에게 이름을 주신 주인이 계셨죠. 그 이후로 저는 주인께서 본 상태 그대로입니다. 결국, 용이 되지 못했죠.

음... 이걸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굳이? 그 모습도 충분히 개성 있던데 뭐. 그래서 네 이름은 뭐야?

“... 이고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고르가 말했다

“그래서 이고르. 지금 동안 네가 비행기에서 발견됐다던 괴이 맞지? 무슨 연유로 비행기 근처로 날아다닌 거야?

물론 대충 알 거 같지만. 나를, 주인을 찾아다닌 거겠지. 물론 내가 물어보는 것은 왜 주인을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분명 샬롯이 말하길 괴이들은 주인에게 진절머리나서 은거했다고 했는데 말이지. 그때 샬롯이 이고르란 이름을 듣고 뭔가 생각난 것 같았다

“이고르... 용이 되지 못한 용 사냥꾼 이고르. 그렇군요. 용을 시기해서 용을 죽이고 다닌다는 자가 바로 당신이군요.

이고르는 샬롯의 말에 깜짝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샬롯을 바라보았다

“너는... 너도 괴이인가? 그대 같은 괴이는 본 적이 없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동굴에 숨어있던 거미일 뿐이니.

이고르도 샬롯의 말에 마찬가지로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동굴... 거미라. 주인에게 버림받은 거미인가.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라... 샬롯이 자기 얘기를 안 한 이유가 있었군

“아 죄송합니다. 주인의 말을 무시한 건 아니었습니다.

“됐어. 그래서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주인을 찾아다녔습니다. 이번 주인은 어떤 능력을 가졌나 싶어서 말입니다.

“능력?

무슨 능력

“제게 이름을 준 주인은 괴이의 모습을 바꾸는 능력이 있더군요. 그래서 제 모습에 부자연스러운 큰 날개가 달렸죠. 그 이후로 여러 주인을 찾아갔지만, 처음에 이름을 준 주인 말고는 그런 능력을 가진 주인이 없더군요.

“설마... 아직도 용이 되고 싶은 거야?

샬롯의 이야기로 추측 가능한 건 용이 되지 못한 이고르는 용을 시기해 용을 죽이고 다녔단다. 그렇다는 건 이미 용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왜 아직도 용이 되고 싶어 하는 건가

“제 평생의 숙원이었으니깐요. 제가 강해지면 용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렇게 저는 강해지고 강해져서 용도 뛰어넘는 힘을 가졌죠. 하지만 용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주인 당신은 저를 용으로 바꿔주실 수 있습니까?

용이라... 내 마나를 받고 모습이 바뀐 건 시리뿐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리도 있겠지. 엘리와 구스타프 같은 경우에는 그저 크기만 커졌을 뿐이다. 물론 색도 바뀌었지만... 시리처럼 역변하지는 못했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네가 원하는 모습을 바꾸는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내 말에 진짜 뛸 듯이 기뻐하는 이고르였다

“정말입니까? 제게 이름을 안 주셔도 되니. 마나만 나눠주신다면...

어느새 다가와 내 양손을 잡고 빌고 있는 이고르였다. 도대체 무엇이 이고르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아마 본모습이 뱀이었고 평생 숙원이라고 했으니 본래 종족은 이무기였겠지

그래서일 수도 있겠다. 아무리 자신이 용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용이 되진 못했으니깐

“미안하지만 내가 마나를 주어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나도 몰라. 안 변할지도 모르고.

“상관없습니다. 그때는 그냥 떠나가면 되니깐요. 물론 지금 글레이 녀석이 주인이 될만한 종족을 전부 죽이고 있지만 말이죠.

“... 그걸 알고 있는데 왜 글레이를 안 막지? 네가 용이 되려는 마지막 희망은 주인인 것 같은데.

“아직 주인께선 모르고 계시는군요. 지금 그 녀석 봉인되어 있습니다. 용들에 의해 말이죠.

...뭐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나는 최근에도 그 녀석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는데 말이지. 게다가 너도 용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가 죽일 수 있는 용이 글레이를 봉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어려운데.

“괜찮습니다. 레비아탄을 보았을 때 그의 힘은 이미 제 상상을 초월했죠. 그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당신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음?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닌데

“어찌 됐든 제가 사냥한 용은 어린 용입니다. 기껏해야 몇천 살 먹은 용이 최대였죠. 하지만 글레이를 봉인한 녀석들은 몇만 년 넘게 산 고대의 용입니다. 그들은 지금 레비아탄과 나란히 할 힘을 가졌죠. 그들이 모여 글레이를 봉인했지만... 주인의 말씀을 들어봤을 땐 봉인이 점점 풀리고 있나 보군요.

“... 그런데 너는 어떻게 살아있지? 그런 고대의 용들이 살아있는데 용을 사냥한 네가 말이야.

“주인께서도 아시겠지만 제가 숨는 능력이 탁월해서 말이죠.

아... 확실히 나 말고는 다른 사람들 심지어 샬롯도 이고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협상했습니다. 용의 사냥을 멈추는 대신 글레이를 막아달라고. 그들은 승낙했고 저도 사냥을 멈췄습니다.

허... 그렇다면 우리 세계가 멸망하지 않은 이유가 고대의 용과 협상한 이고르 덕분이라는 건가? 글레이 녀석은 이미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우리 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했던 이유가...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고마워. 본의 아니게 도움을 받았네.

“아닙니다. 저도 살아남기 위해 협상했을 뿐이니.

“그런데 정말 네가 용을 시기해서 사냥한 게 맞아?

내 느낌이지만 이고르가 누굴 시기해서 죽일 괴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대부분 맞았다

“... 신기하군요. 그 누구도 제게 그런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는데 말이죠.

“전 주인들도?

“네. 그들은 용을 사냥한 제, 힘에만 관심을 둘 뿐이었습니다.

안타깝네. 언젠가 될지 전 주인의 미담을 들을 수 있으려나? 만약 내가 죽으면 내 미담이 남게 해야겠네

“그래서?

“... 왜 제 별명이 용을 죽인이 아니라 용을 사냥했다고 가 붙었을까요?

음... 그러게. 영어로 드래곤 슬레이어라고들 많이 하지만 드래곤 헌터라고는 잘 안 하지

“제가 사냥한 용을 잡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잡아먹으면 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결과는 날개만 점점 커질 뿐 제가 용이 되진 못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집착이군. 어떻게 보면 광기고

“혹시 본모습으로 돌아가 볼래?

이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행기에서 보았던 모습으로 변했다. 변한 이고르의 모습은 전부 보기 힘들 정도였다

자세히 보니 뱀의 모습은 같았지만, 뱀의 비늘이 아니라 무슨 갑옷 도마뱀같이 두꺼운 비늘이었다

얼굴은 뱀과 같았지만 메기처럼 수염이 나 있었고 그 얼굴 뒤에 바로 커다란 날개가 달려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굴에만 날개가 달려있는데 그 긴 몸이 축 늘어져 있는 게 아니라 몸 또한 하늘을 유영하듯이 있었다

“우선 마나는 한 번 줄 건데 놀라지 마. 내 감정이 너에게 흘러갈 거야.

그런데 베타가 왜 이고르를 보자마자 삼켰지? 라는 생각과 함께 이고르에게 마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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