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괴이의 주인 102
우리는 그렇게 한국에 있는 게이트 전체를 공략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협회에 고춧가루 덕분에 그렇게 큰 환호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협회장은 이미 빈사 상태였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자서 자멸했다
“어지간히 똥줄 탔나 보지 뭐.
길드장 님은 게이트에서 돌아온 우리들을 환영했다. 거의 우리를 전쟁에 나가 나라를 지킨 영웅 대접을 해주셨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자리에는 알렉산더 님을 비롯한 리암 헌터의 파티원들과 엘프분들이 없었다
전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우리는 우리 길드끼리 조촐한 뒤풀이를 했다
처음으로 헌터에게도 통하는 술을 마셨고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 씻고 술이나 깰 겸 주변에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하는 이리랑 같이 들어가서일까? 주변에 이목이 쏠렸다
“어... 설시우 헌터 아니야?
“응? 맞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여기 근처에 별비 길드원들이 사는 아파트 있지 않아?
뭔가 속닥속닥 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해장국을 시켜 해장하고 있었다. 샬롯은 잠이 필요 없었기에 내가 잘 때는 언제나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따로 다녀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내게 민폐가 갈 수 있어서 그냥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가 있겠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혼자서 해장하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왜 해장국 집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다가왔다
“혹시 싸인 가능한가요?
“이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만져도 돼요?
예쁘장하게 화장한 여고생들은 재잘대고 있었다.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면서 이미 손은 이리에게 향하고 있어서 나는 그 손을 잡았다
“미안하지만 이 아이도 괴수라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을 놨는데 여고생들에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뭐야. SSS급 테이머라고 유난 떨더니 말이야.
“고작 괴수 하나 가만히 있게 못 하나?
“에이 텄네. 가자.
여고생들은 인상을 찌푸린 채 돌아가려고 했다. 나도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한 명의 여고생이 이상했다
“거기 학생? 잠시 멈춰볼래?
하지만 여고생들은 내 말을 들은 채도 안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리에게 손짓해 가게의 문을 막았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없었고 점원들을 뒤로 대피시켰다. 여고생들도 짜증 내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가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모습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표정이 변하지 않는 한 명이 있었다
“너희들 혹시 기생충 검사 맡았니?
“아뇨... 왜요?
그 말을 들은 즉시 유난히 표정이 없는 한 여고생의 손을 향해 내 마나를 뾰족하게 만들어 날렸다
하지만 분명 일반인이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을 텐데 내가 노린 손만 정확히 살짝 움직여 피해냈다
만에 하나에 경우도 놓칠 수 없으니 물어봤다
“혹시 네 친구가 헌터니?
그때 내 마나를 피한 여고생이 유리창을 박살 내며 도망갔다. 하지만 굳이 쫓아갈 생각은 없었다
“구스타프.
애초에 번화가고 주변에 우리 길드원들이 사는 아파트가 있으니 도망가도 금방 잡히겠지만 굳이 도망치게 둘 이유는 없지
주변에 건물이 많다는 것은 즉 그림자가 많다는 것. 도망가는 기생충의 발이 그림자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여고생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기생충 검사를 맡지 않았지? 법적으로 무조건 받아야 할 텐데.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아직 모두 검사를 맡지 못했겠지만, 여고생들은 아예 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모를 거예요. 고작 기생충 검사하는데도 돈이 얼마나 깨지는지.
...뭐
“검사 자체는 공짜일 텐데?
“공짜가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많은데 검사받는 곳이 많긴 하지만 사람에 비해 적어요. 그러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뇌물 같은 것을 줘서 최대한 검사를 먼저 받고 싶어 하겠지.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일텐데..
“정부에게 뇌물을 준다는 거야?
“네. 고객이었던 아저씨가 말해줬어요.
... 아침부터 왜 해장국 집에 있나 했더니 원조교제를 한 것 같았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원조교제는 불법일 텐데..
“하... 그건 못 들은 척할 테니 그래도 검사는 꼭 받아. 네 친구 봤지? 저렇게 될 수도 있어.
이 아이들의 사정을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사정은 있으니. 하지만..
“그래서. 고객은 누군지 말해줄 수 있어? 특히 방금 도망간 친구에 고객을 말이야.
아직 사회에는 기생충들이 숨어있다. 그것들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간다고 생각한다면 끔찍하다
물론 기생충으로 인해 검사를 맡은 자들만 외국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검사를 맡지 않은 자들은 유흥시설 같은 것을 사용하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 많은 곳은 갈 수 있지만, 사람이 적은 곳은 기생충이 번식하기 쉬운 장소이기 때문에
아마 이런 것들이 겹쳐 돈을 내서라도 먼저 검사를 맡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최근에 만난 애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당연하지. 범죄인데
“괜찮아. 내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나도 꽤 인맥이 있어서 말이야. 내가 누군진 너희들도 알고 있잖아?
여고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고도 망설이는 모습에 다시 달래려 할 때 샬롯이 베타의 몸속에서 나왔다
“깨신 게 분명하신데 저를 안 부르시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나왔어요. 오베른들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오베른들은 나오자마자 언제 나와 같이 이곳저곳을 누볐고 여고생들은 오베른들과 샬롯에게 관심을 가졌다
“와... 예쁜 언니다.
“요정...인가?
그제 서야 여고생들이 내게 협력해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려주는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뭔가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사실 그 친구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물어봤는데 김대식 국회의원이 고객이라고 했어요.
또 국회의원인가. 그런데..
“김호현 그 자식의 아빠가 김대식 국회의원 아니었나? 미쳤군.
“자기 아들이 정신이 나가서 상심했다고 했어요.
지랄하네. 정상적인 부모라면 상심을 했을지언정 원조교제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엮이는구나
항상 카드를 사용해서 지갑에 딱히 현금은 없었지만, 그냥 집히는 대로 전부 아이들에게 주며 말했다
“고맙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범죄라서 다음에는 안 봐줄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김대식 의원이 기생충에 감염된 것 같았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기생충에 감염된 숙주는 본래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한다고 한다
아마 숙주가 기생충에 감염된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생각보다 기생충이 똑똑했다
전에 김대식 의원에게 김호현을 건네주려고 간 적이 있어 이번엔 아무 말도 없이 급하게 찾아갔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분명 주변에는 경호원들이 있고 헌터들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분명 지금도 있긴 있지만... 전원 표정이 없었다
“미치겠군.
그들 중에는 헌터도 있었다. 그리 등급이 높은 헌터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미 헌터가 감염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동안 일반인만 감염된 사례가 있었는데 헌터도 감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만약 신체 강화형 헌터가 감염되었다면 까다로운 상대가 될 거다. 그때 하필 헌터중 한 명이 우리를 발견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함을 가정한 채 그들에게 말했다
“길을 잘못 들었네요.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뒤를 돌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려 했는데 어느새 뒤에 사람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도 표정이 없었다
“이리야!
이리는 순식간에 사람에게 달려들어 팔을 뜯어버렸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뜯긴 팔이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그와 동시에 김대식 의원이 사는 집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타나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샬롯! 최대한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 엘리!
샬롯은 주변에 불꽃과 산성을 두른 거미줄을 우리 주변에 둘렀고 엘리를 불러 머리에서 나오게 했다
크기를 최대한으로 키워 등 갑각 위에 탔다. 그리고 이리와 샬롯이 수많은 기생충과 싸움이 시작됐다
이리는 평소와 같이 순식간에 급소를 노려 머리를 전부 물어 뜯어버렸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머리조차도 순식간에 재생됐다
그런데 몇몇은 재생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잘려나간 머리만 살아 있었다. 아직 머리에만 기생하고 몸에는 기생하지 못한 것 같았다
샬롯은 거미줄을 달려드는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의 몸을 묶었고 그 몸은 부식되어 천천히 녹아 죽어버렸다
몸 자체가 녹아버리니 안에 있는 기생충도 살아남지 못했다
구스타프 또한 그림자를 밟는 기생충들을 전부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시리는 몸에서 나와 지네의 형태로 독을 뿜어냈다
시리의 독은 일반적인 독이 아닌 몸 자체도 녹아버릴 수준의 독이라 기생충도 버틸 수 없었다
오베른들은 식물을 사용해 우리에게 최대한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엘리는 집게로 몸을 반으로 잘라버리며 꼬리의 독을 주입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엘리의 등 갑각 위로 올라오는 기생충을 마나로 공격했다
그런데 고작 내 공격을 맞은 기생충의 몸이 멈췄다. 꾸준히 마나를 훈련해 일반인의 몸은 가볍게 뚫을 수 있는 살상력은 갖췄다
내 공격에 맞아 몸에 구멍이 뚫린 기생충들은 몸이 멈춰 쓰러졌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선 기생충들을 전부 죽여나갔다
우리는 전부 기생충들을 죽였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기생충이었고 쉽게 죽였지만, 문제는 이게 던전이나 게이트 속이 아닌 밖에서 일어난 일인 거다
게다가 우리였기에 이렇게 쉽게 죽였을 뿐이다. 헌터에 기생한 놈들은 꽤 나 강했다. 그런 놈들은 대부분 내가 마나를 사용해 몸을 꿰뚫어 죽였다
그들은 강하긴 했지만 마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죽였지, 마나를 제대로 다룰 줄 알았다면 까다로웠을 거다
우리가 전부 다 죽였을 무렵 경찰들이 찾아왔다
“주변이 시끄럽다고 신고를 받아 찾아왔습니다...만 이게 무슨 일이죠?
“설시우 헌터 아니 십니까?
경찰분들은 주변에 있는 시체를 보며 말씀하셨다. 나는 마침 잘 됐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은 기생충입니다. 도대체 기생충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런데 경찰분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뭔가 이상합니다. 몸에 고작 구멍이 뚫렸다고 이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은 강하니깐요. 그리고 기생충에 흔적 또한 보이지 않습니다.
...뭐? 기생충에 흔적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지
“아무리 설시우 헌터라도 이번 일은 해명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일이 많이 꼬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