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괴이의 주인 101
샬롯이 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고 데스웜에 몸속에 안착했다. 이리도 마찬가지로 우리 옆에 안착했다
“미안하지만 내려줄래?
샬롯은 내게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내려줬다. 괜히 샬롯이 뭔가 말하기 전에 내가 선수 쳤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지금을 생각해. 여기가 어딘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어서 안 될 건물이 보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멀리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일행들도 쫓아 들어온 걸 수도 있어. 빨리 가보자.
샬롯이 내 말을 듣더니 나를 다시 공주님 안기로 안더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내가 생각한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나와 설아는 간신히 데스웜의 몸속에 들어왔다
“저게... 뭐야?
그런데 데스웜의 몸속에는 수많은 캡슐이 있었고 그 안에는 조그마한 데스웜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때 캡슐이 하나둘씩 깨지면서 데스웜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설아야!
설아를 부름과 동시에 나는 화염을 쏘아냈다. 설아가 핏방울로 괴수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나도 화염을 조그마한 구슬로 만들어 데스웜에게 날렸다
크기에 비해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었지만, 살상력은 뛰어났다. 화염을 압축하고 압축해 데스웜을 뚫어버렸으며 구멍이 난 부위는 화염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일회성으로 쓸 순 없었기에 화염 구슬을 조종해 데스웜들을 죽였다. 당장에는 마나의 효율이 좋지 못하지만, 조종만 하는 것은 마나를 덜 먹기에 오래 봐서는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만 봤을 때도 엄청난 숫자의 캡슐이 있었다. 데스웜의 몸에 왜 데스웜이 담긴 캡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
“설아야! 마나를 아껴! 얼마나 많은 데스웜이 있는지 몰라!
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피의 날개를 펼쳐 나를 붙잡아 하늘로 올라갔다. 데스웜의 몸속이긴 했지만, 워낙 커서 천장이 높아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천장에서 데스웜이 뚫고 나와 우리를 습격했고 갑자기 천장에서 나올 줄은 몰라 우리는 반응을 못 했지만, 다행히 이프닉스가 대신 화염으로 데스웜을 요격했다
결국, 우리는 사방에서 오는 공격을 막으며 버티고 버텼다
데스웜에 몸은 너무나 컸다. 쿵쿵 소리가 나는 곳으로 한참 동안을 달려나갔다. 그런데 이곳에는 또 있어서 안 될 캡슐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부 깨져있었고 쿵쿵대는 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뭔가 불안해 샬롯에게서 엘리로 갈아탄 나는 엘리에게 최대한 빠르게 가자고 소리쳤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 샬롯! 이리랑 함께 최대한 빠르게 가 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돌아오고!
샬롯은 아라크네의 모습으로 이리는 검은 오라를 두른 채 순식간에 달려나갔다. 엘리에게도 내 마나를 주어 최대한 빠르게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수백 혹은 수천의 숫자의 데스웜들이 죽어있었다. 그리고 기절한 시현 누나를 업고 여전히 달려드는 데스웜들을 죽이는 설아가 있었다
설아는 데스웜들을 죽임과 동시에 피를 흡수하며 버티는 것 같았다. 샬롯과 이리가 먼저 도착해 설아를 도왔고 설아는 시현 누나를 이리에게 넘겼고 이리는 누나를 내게 넘겼다
다행히 시현 누나는 자잘한 상처를 제외하곤 그저 기절해있을 뿐이었다. 나 또한 감지를 미세하게나마 쓸 수 있어 누나의 몸을 살펴보니 누나의 몸에는 마나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오니 데스웜들은 땅을 파고들더니 이내 전부 사라졌다
“설아야!
설아는 지친 표정을 지은 채 땅바닥에 누우려고 했지만 수많은 데스웜에 시체에 역겨운 표정을 지은 채 털래털래 걸어왔다
“괜찮아?
“아니. 몇 시간을 내리 싸운 것 같은 기분이야. 잠시 쉬어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설아를 부축해 엘리의 등 갑각 위에 있는 시현 누나 옆에 눕혔다. 그리고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몇 마리가 있었던 거지?
분명 데스웜의 크기는 작았고 시현 누나에 의해 태워진 데스웜도 있었지만, 그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주변에 온통 깨진 캡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캡슐 안에서 데스웜이 나온 것 같았다. 내가 오면서 본 모든 캡슐 안에 있는 데스웜이 시현 누나와 설아를 노린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분명 내가 먼저 잡아 먹혀 들어왔을 거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나중에 들어온 시현 누나와 설아에게 왜 달려들었을까
그리고 내가 오니 왜 모든 데스웜들이 도망갔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데스웜의 몸 안에서 실험을 한 거군.
역겹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어느 새부턴가 이 공간의 주인인 큰 데스웜의 움직임은 멈춰있었다
나는 수많은 데스웜의 시체 중 하나를 잡아 올렸다. 캡슐 안에 있던 데스웜들이다. 도대체 글레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단서를 찾을 수 있나 싶어서
“기생충도 그렇고 데스웜도 그렇고. 우리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싶어 안달 났구나. 글레이.
기생충은 우선 한국에서만 발견되었지만 언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갔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을 죽여 기생충을 옮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게다가 데스웜도 그렇다. 생각보다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땅속에 살고 데스웜이 움직이면 땅 지반이 바뀐다
확실히 전장에 있는 괴수는 던전 속에 있는 괴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니 정확히는 실험체겠지
그때 살아있는 데스웜이 슬금슬금 기어오더니 동족들의 시체를 마구잡이로 먹기 시작했다. 그 데스웜은 실시간으로 커지고 있었다
샬롯이 그 모습을 보고 죽이려고 했지만 내가 막았다
“지금 동안 데스웜은 무리 사냥을 해왔어, 그런데 갑자기 동족을 먹는다고? 뭔가 이상해.
그렇게 데스웜은 주변에 있는 모든 동족의 시체를 잡아먹었다. 그러더니 온몸이 점점 부풀어갔다
몸이 커지는 게 아닌 터질 것만 같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진짜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데스웜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데스웜은 뭔가 이상했다. 기본적인 데스웜은 몸이 모래와 같은 갈색이었지만 데스웜 몸속에서 나온 데스웜은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기괴하게 다리가 달려있었으며 그 다리는 심지어 사람의 다리와 똑같았다. 누워있던 데스웜은 그 다리로 일어나더니 두 발로 우리에게 걸어왔다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거기서 엄청난 위화감이 느껴졌다
나는 내 마나를 조심스레 저 기괴한 데스웜에게 주려고 했는데 시리가 갑자기 내 몸에서 뛰쳐나가 다가오는 데스웜을 물어버렸다
“시리야!
하지만 시리는 내 말을 무시한 채 걸어오는 데스웜을 마구잡이로 뜯어먹었고 데스웜은 순식간에 시리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시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내 몸에 오려는 걸 잠시 막고 시리에게 물었다
“왜 그랬어? 네가 갑자기 이럴 아이가 아니잖아. 알려줄 수 있겠니?
그런데 그때 주변에서 다시 엄청난 숫자의 데스웜이 몰려왔다. 갑자기 데스웜들이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고 이내 여러 마리의 검은색 기괴한 데스웜이 태어났다
시리는 그 모습을 보고 그 전부를 잡아먹었고 나는 굳이 막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또 글레이가 나오는 줄 알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샬롯이 급히 외쳤다
“천장과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나가야 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텅 비어있는 데스웜 몸이 살로 채워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기절하듯이 누워있던 설아가 말했다
“우리가 들어온 구멍이 근처에 있을 거야. 거길 찾아.
설아가 말했지만, 주변 어느 곳에서도 구멍을 찾을 수 없었다
“시리야. 혹시 구멍을 뚫고 나갈 수 있겠니?
그렇게 말하며 시리에게 마나를 주었고 시리는 데스웜에 몸으로 변하며 땅을. 아니 데스웜의 몸을 전부 갉아 먹으며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리의 모습이 마치 기괴한 데스웜에 모습과 비슷했다. 시리의 크기가 워낙 크고 땅속으로만 돌아다녔기에 잘 몰랐지만, 지금은 확연히 보였다
사람의 다리는 달렸지 않았지만, 검은색의 모습은 똑같았고 사람의 다리 대신 지네의 다리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자세히 보기도 전에 시리는 순식간에 빛이 보이는 밖으로 빠져나왔고 우리도 그 뒤를 급히 따라갔다
그렇게 나왔더니 우리 일행들이 데스웜이랑 싸우고 있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는 데스웜의 크기는 우리나라 산을 옆으로 이어붙인 듯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 데스웜도 시리와 같이 검은색이었다. 나는 급히 그들을 도왔다
말도 안 되게 큰 데스웜은 정말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엘프분들의 분노로 인해 에이엘 씨가 온몸에 구멍을 냈으며 아나리엘이 온갖 정령을 사용
얼고 불에 타고 잘리고 뚫리는 등. 데스웜은 비참하게 죽어 나갔다. 몸집에 비해 공격 능력은 그냥 몸으로 부딪치고 잡아먹는 것 밖에 없었으니
아무리 큰 괴수라고 해도 그들도 마찬가지로 세계 최정상의 헌터들. 데스웜에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공격을 먹인 건 나였다. 지금 여기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샬롯이었다
오베른들은 엘프들과 같이 땅을 가꾸고 있어 현재는 샬롯의 힘이 가장 강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최대한의 마나를 주어 산성을 띄고 있는 거미줄로 데스웜에 몸을 녹여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난 조금 다르게 생각해 그녀의 거미줄에 마나를 주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마나를 한번 줘 보았다
그리고 그 거미줄이 데스웜에 몸에 닿았더니 데스웜에 몸이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 글레이의 쇠사슬과 똑같았다
나는 다시 한번 위화감이 느껴졌다
“괴이...라고?
하지만 내가 그걸 느꼈을 때는 이미 데스웜의 몸이 전부 재로 변해 사라졌을 때였다
“거미 여성의 능력이 더더욱 강해졌군. 저건 도대체 무슨 능력이지?
알렉산더 님이 오해하고 계셨지만 나는 혼란에 빠졌다. 분명 일반적인 데스웜에게는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검은색의 데스웜에게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마치 시리는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시리를 쳐다보았지만, 어느새 지네의 형태로 돌아와 내 몸에 엉겨 붙고 있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을 멈췄다
“이 게이트는 이걸로 마무리 짓죠. 더는 생명체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게이트 3개를 전부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데스웜에 몸 안에 있는 건물에는 뭐가 있었을까
“이번 인공 괴이를 만드는 건 성공한 건가?
“응. 그런데 너무 괴이를 만들어서 그런가, 주인에게 공격을 못 하던데?
“쯧. 너무 주인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녀석을 참고했더니 그런 것 같은데.
“이번 실험은 반만 성공이군. 그래도 주인에게 간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건 깨달았으니 상관없다.
“간접적? 아 몸에서 내쫓을 때 말하는 거야?
“맞다. 만약 우리였으면 아예 그런 행동 자체를 하지 못했겠지.
“그래서 샘플은 남겨놨어?
“아니? 네가 남긴 거 아니었어?
“아니 네가 난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됐다. 다른 샘플도 많으니 그것을 참고해서 만들면 된다. 악어 녀석 괜찮더군.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