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괴이의 주인 100
나는 그냥 해명과 우리에 능력에 대한 것을 말했을 뿐인데 내 발언이 화제가 됐다
“설시우 헌터는 엘프와도 인연이 있는 건가?
“전에 설시우 헌터가 엘프들에게 습격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해. 그런데 설시우 헌터가 주체한 한국 전장을 정리하는 곳에 엘프가 참여했고 그에게 사과했다고 했어. 설시우 헌터는 쿨하게 받아들였고. 아마 그 이후로 친분을 유지한 게 아닐까?
내가 엘프와 친분을 가진 게 신기하신 것 같았다. 내가 유도한 것은 엘프분들은 강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 게이트 속을 정리했다고 말할 셈이었는데 뭔가 잘못됐다
“괜찮습니다. 그들의 인정은 딱히 필요 없습니다.
에이엘 씨가 대표로 말씀하셨다. 하긴 수가 적은 엘프들인데 그중에서 SSS급 헌터가 두 분이나 계시니 이미 그들의 강함은 인정되었다
그리고 기생충의 마석들을 감정받았다. 워낙 조그마해서 마석의 등급이 그다지 높을 것 같지 않았지만 의외로 A급 마석 수준이었다. 하지만 난 찝찝해 아이들에게 주지 않고 마석 전부를 팔았다
“마지막 게이트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 가죠.
우리는 한국에 침투한 기생충들을 다 정리하고 마지막 게이트 앞으로 다가왔다. 여느 때와 같이 내가 먼저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게이트 속은 사막이었다. 주변에 모래밖에 없었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지 주변이 확 트였다
“저건 사마귀인가?
거진 나보다 큰 2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사마귀가 모래 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다리에는 다른 생명체에 피로 보이는 것이 묻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마귀가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사마귀의 비명이 들리고 이내 잠잠해졌다. 모래는 초록색 피로 물들어갔다
“모래 속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나 확인 가능해?
나는 급히 일행을 불렀고 내가 아는 감지에 능한 시현 누나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감지하던 시현 누나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입에 검지를 대며 말했다
“쉿. 다들 발도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지금, 이 모래 전부가 괴수로 느껴질 정도로 모래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건지 큰 건지 모를 뭔가가 잠들어 있습니다.
그 말에 전에 갔던 모래사막 던전이 기억이 났다
“사마귀 괴수가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 죽는 것을 봤습니다.
“음... 내가 실험해 보겠네.
그렇게 말씀하시고 알렉산더 님이 슬금슬금 우리에게 멀리 떨어지시더니 큰 소리를 내셨다
“모래 속에 있는 무언가가 알렉산더 님에게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면서 조용히 알렉산더 님을 지켜봤다. 그때 뭔가를 느낀 알렉산더 님이 모래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셨다
그리고 손을 빼내시더니 그 손에는 지렁이 같은 게 있었다
“저거... 데스웜 아니야?
알렉산더 님에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조그마했지만 마나를 받은 시리의 모습과 같았다. 하지만 그 데스웜이 쇠를 긁는 듯한 소리를 질렀다
“수많은 마나가 알렉산더 님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현 누나의 말과 동시에 엄청난 숫자의 1 미터 정도 크기의 데스웜이 알렉산더 님께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던 엘프분들의 화살이 튀어나온 데스웜들을 꿰뚫었다. 알렉산더 님은 잡고있는 아직 살아있는 데스웜을 내게 가져오셨다
“자네 아이와 비슷해 보이는데. 관계가 있나?
활어처럼 팔딱거리고 있는 데스웜이었다. 시리는 워낙 크고 땅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녀 제대로 된 생김새를 못 봤는데 이제 서야 봤다
지렁이처럼 생겼지만, 그 몸은 딱딱한 비늘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얼굴로 추정되는 곳에는, 입가 주변에 가시 같은 게 나와 있으며 입속은 수많은 이빨로 가득 차 있었다
“아뇨 딱히 관계는 없습니다. 얼굴에는 눈을 비롯한 필요한 신체 기관이 없고 오로지 입만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어떻게 소리를 듣고 감지하는 걸까요?
그때 준석 씨도 알렉산더 님과 마찬가지로 실험해 볼 것이 있다고 하시며 골렘으로 변하셨다
그리고 최대한 조심히, 하지만 빠르게 발걸음 소리를 죽인 채 뛰어나가셨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데스웜들이 준석 씨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설아와 시현 누나가 대응해 데스웜들을 가볍게 처리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이리에게 전에 모래사막에서 보여주었던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속도로 달려보라고 말했다
이리는 달려나갔지만 데스웜들은 이리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소리와 진동을 통해 감지하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 조심해서 전진해보죠.
시리와 엘리는 모래 속을 이동할 수 있지만 그러면 얼마나 있을지 모를 데스웜들에 습격을 받게 된다
물론 지금 보인 데스웜들은 새끼로 보여 알렉산더 님은커녕 준석 씨의 골렘 피부에게 별 타격을 못 줬지만, 모래 속에는 뭐가 더 있을지 모르니
하지만 계속 이동해도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나리엘도 어떠한 결계나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보아 속임수는 없었다
한참을 둘러보고 결국 결과를 도출해냈다
“모래 속을 파보죠.
하지만 고민이었다. 모래 속을 파면 결국엔 데스웜들을 마주칠 것이고 애초에 땅을 파는데 소리가 안 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샬롯이 그제 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내게 말했다
“데스웜은 이렇게 많이, 그리고 모여 사는 생물이 아닙니다. 사실상 데스웜이 나타나는 곳은 초토화되기 마련이고 게다가 데스웜 특성상 순식간에 자라나기 때문에 새끼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는 일을 그만둘 수도 없으니 우리는 무작정 모래를 파려고 했다. 물론 역할군을 나눠야겠지
“알렉산더 님과 준석 씨 그리고 윌리엄 씨가 주변 데스웜들을 부르세요. 그리그 엘프분들이 두 분을 도우세요. 나머지는 땅을 파죠.
그렇게 우리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작업할 때가 생각나서 조금 거지 같았지만 지금은 헌터라 훨씬 수월했다
특히 설아가 피로 삽을 만들어내서 파고 있는 모습을 보니 PTSD가 올 것 같았다. 다들 마땅한 장비가 없어서 무기나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땅을 파고 있었다
거기서 최고는 이리였다. 엘리도 큰 몸집을 이용해 집게로 모래를 파내고 있었지만, 전갈인 이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이리가 엄청난 속도로 땅을 파냈다. 분명 강아지가 양발로 귀엽게 땅을 파내는 모습이었지만 사방팔방으로 모래가 튀고 있었다
그리고 신체 강화형 헌터들이 모인 곳은 엄청난 수의 데스웜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도 대응하고 있었지만, 정령과 엘프들이 죽이는 숫자가 엄청났다
그런데 점점 데스웜의 크기가 커지고 있었다. 1미터 비롯한 크기의 데스웜이 현재는 2미터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독보적으로 땅을 파고 있던 이리에게서 모래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이리가 파고 있는 땅을 보았는데 그곳은 모래가 아니라 무슨 비늘 같은 것이 있었다
“당장 위로 올라가!
그것을 보고 나는 급히 외쳤고 일행은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내 말을 재빠르게 알아들어 위로 향했고 엘리도 순식간에 크기가 작아져 내게 붙었고 이리가 나를 물어 위로 올렸다
그리고 그때 땅에 있는 비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움직이니 모래 지반이 바뀌고 있었다
알렉산더 님을 비롯 엘프분들도 상황을 대충 눈치채시고 우리와 붙어 모래 속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 발아래의 모래가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우리는 순식간에 흩어졌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신체 강화형 헌터가 아닌 나는 속도가 부족했다
민정 씨는 준석 씨가. 시현 누나는 설아가. 그리고 나는 이리가 물고 갔어야 했지만, 내 윗옷은 아티팩트라 버텼지만, 하필 이번에는 바지를 물어 찢어졌다
그것을 보고 샬롯이 급히 나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우리는 모래 속에서 나온 엄청난 크기의 데스웜에게 삼켜졌다
“시우야!
시우는 여태껏 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 큰 데스웜에게 잡아먹혔다. 우리는 극히 분노해 데스웜을 공격했다
하지만 크기에 비해 몸에 두른 비늘이 얇았고 우리의 공격이 너무나 잘 통했고 온몸에 구멍이 생겼다. 그런데 워낙 몸이 커서 그런지 우리의 공격을 무시하고 모래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것을 보고 설아가 갑자기 데스웜 몸에 난 구멍에 뛰어 들어갔다. 나도 마찬가지로 급히 뒤따라 들어갔다
엘프들이 설시우 헌터가 집어 삼켜진 것을 보고 격분했다. 무엇이 엘프들을 분노케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시우 헌터는 엘프들을 강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게 된 걸 알게 되었다
“알렉산더 님!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내게 리암이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 광활한 모래사막을 전부 뒤질 셈인가?
리암은 내 말에 침음했다. 그때 에이엘과 아나리엘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자는 잃어버린 세계수 님을 되찾게 해준 은인입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나도 그것이 안타깝다. 그와 거미 여성. 샬롯이라고 했지. 그들이 아는 것이 많아 보였는데 이렇게 잃어버리긴 너무 아까웠다
특히 내 아내를 죽이게 한 천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그들도 모르는 것 같았지만 단서라도 있는 게 어딘가
“나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무슨 방법이 있나?
“... 이번에도 대지의 정령 왕을 소환하겠습니다. 그가 땅을 관리하는 만큼 모래 속도 탐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바로 엄청난 마나를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전에 보았던 대지의 정령 왕이 나타났다
“괴이의 주인께서 엄청난 크기의 생명체에 먹혔습니다! 그것은 이 모래 속을 누비니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나리엘의 말에 대지의 정령 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땅 밑에는 인간 둘과 색다른 마나 하나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다른 생명체는 일절 없어. 그렇게 큰 생명체가 내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음...? 생명체가 없다고? 우리가 입힌 상처에 죽은 것인가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아나리엘의 말에 대지의 정령 왕은 뭔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흠... 이번에도 대가가 없는 건 안 되는데 말이야. 안 그래도 다른 정령 왕들이 저번에 공짜로 일한 것으로 욕봤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정령 왕은 뭔가 가벼운 느낌이었다
“고작 땅속에 있는 생명체를 탐지하는 것인데 그리 깐깐하게 굴 필요가 있나? 아니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말하게.
나는 답답한 마음에 둘의 말에 끼어들었다. 뭔가 설시우 헌터와 같이 지내면 감정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재밌는 인간이군. 그 고작 땅속을 탐지하지 못해서 나를 불렀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가?
“인간에겐 고작이 아니겠지만 당신에겐 아니겠지. 그렇지 않은가?
“... 재밌군. 하지만 이번에도 대가가 없는 건 불가능하다.
대지의 정령 왕은 아나리엘을 비롯 엘프들을 쳐다보았다
“꼭 그것이 엘프들에게서 받아야 할 대가인가요?
“음? 굳이 엘프들을 대신해 대가를 주겠다면 상관은 없다만... 무엇을 줄 거지?
갑자기 벨라가 끼어들었고 전에 보았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이건 드워프의 룬이 담긴 목걸이입니다.
“...대단하군. 드워프가 그것도 다른 인간에게 그것을 줄 리가 없는데...
벨라가 대지의 정령 왕에게 목걸이를 넘겼고 정령 왕은 그것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모조품은 아니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위치를 알려주겠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벨라에게 물었다
“그거 귀한 것 아니었나?
“저번에 드워프 분들 만났을 때 물어봤어요.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 한 번밖에 안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설사 아니더라도 설시우 헌터를 구할 수 있으면 싸게 먹히는 거죠.
괜찮군. 부디 살아만 있게. 설시우 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