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이의 주인-96화 (96/164)

#96. 괴이의 주인 95

“...? 뭐야? 다들 어디 갔지?

설마... 내가 조금 늦었다고 다들 나가려다가 결계를 건드린 거야? 그러면 나도 찾기 힘든데?

“에이엘?! 너도 없는 거야?!

아니... 건물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글레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슬에서 벗어난 엘프들이었지만 다들 기절해있었다. 그때 매의 형태인 세계수가 다가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괴이의 주인? 아무리 나라도... 이건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야.

세계수는 조용히 분노하고 있었다. 나는 딱히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글레이가 엘프의 은신처를 찾았다.

내 말을 들은 세계수는 급히 엘프들에게 마나를 주었다

“에이엘... 당대 제일 강한 엘프였지만... 그녀도 막지 못한 것인가.

세계수는 에이엘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베타를 불렀다

“베타. 글레이는 어떻게 됐어?

조그마하게 나온 베타는 그저 모르겠다는 듯 생각을 전해왔다. 나는 이 답답한 상황에 한숨을 쉴 뿐이었다

체감상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에이엘 씨가 가장 먼저 깨어났다

“으윽...

에이엘 씨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깨어났다. 세계수는 매의 형태로 날아와 다시 그녀에게 마나를 주었다

“이 편안한 기운은... 설마?!

에이엘 씨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에이엘 씨가 일어나서 세계수는 내 어깨에 앉았고 그 세계수 위에 오베른들이 있었다

“세계수 님...?

그런데 에이엘 씨는 처음 본다는 듯이 놀라셨다

“아나리엘이 말 안 해줬나요? 세계수가 저랑 함께 있다는 것을?

에이엘 씨는 멍안히 세계수를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뭔가 그 모습이 웃겼지만 나는 웃음을 참고 말을 이어갔다

“여기는 제 아이의 몸속입니다. 글레이가 못 찾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 그 안에 세계수 님이 있다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오베른들을 시켜 에이엘 씨를 돌봐주라고 말했다. 아나리엘도 오베른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니 에이엘 씨도 괜찮을 거다. 카잔도 아니니

“엘프들의 몸에 마나가 없더군. 글레이가 마나를 전부 가져간 것 같다.

세계수는 그래서 엘프들에게 마나를 나눠준 것이다. 다행히 그것을 제외한 몸에 이상들은 없는 것 같았다

다행히 금방 정신을 차린 에이엘 씨는 주변을 둘러보시고 다시 한번 내게 물어왔다

“설마 당신은 그 남자에게서 우리 전부를 구하고 대피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겁니까?

뭔가 조그만 오해가 생긴 것 같았다. 아니 오해가 아닌가? 내가 구하긴 했고 베타가 대피시키긴 했지만, 사실이긴 했으니깐

“뭐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힘을 쓸 수 있는 건 괴이의 한정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제가 괴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딱히 없습니다.

전대 주인들이 괴이를 어떻게 다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물론 글레이는 미친놈이 분명하고 그에게 협력하는 아이들도 쉽게 봐주진 않겠지만 적어도 얘기는 들어봐야겠지

글레이에게 현혹당해있는지 잡혀있는지 등등. 물론 진짜 얘기를 듣는 게 아닌 샬롯을 통해 알게 되겠지만

“... 그래서 우리 엘프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저들에게서 마나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글레이의 능력이 마나를 억제하거나 봉인하는 그런 능력인 것 같은데 딱히 엘프들에게는 그런 흔적은 없더군요. 제가 모르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세계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말씀드렸다. 글레이가 고작 마나를 봉인하거나 억제하는 능력만으로 모든 엘프를 비롯 다른 종족들을 몰살시킬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내 마나로 인해 잘린 쇠사슬. 그 사슬에서 괴이로 보이는 무언가가 나왔다. 그 괴이는 글레이를 원망하며 죽어갔다. 내 힘으로 인해

도대체 글레이는 뭐 하는 존잰지 잘 모르겠다. 이상한 건 분명 드워프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오크들은 숨어 살지 않는다

죽이려면 얼마든지 오크들을 먼저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나를 따라와 내 앞에서 엘프들을 몰살시키려는 이유가 뭘까

우선 혼란스러운 생각을 멈추고 나보다 더 답답하실 에이엘 씨에게 물었다

“원하시면 여기서 사셔도 됩니다.

“...네?

에이엘 씨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듯했다. 나는 내가 없어서 난리 난 시리와 이리, 엘리를 달래주며 말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베타? 잠시 나와볼래?

베타는 괜히 엄청나게 큰 모습으로 나타나 에이엘 씨를 겁줬다. 하지만 한두 번 이런 것도 아니라 아랑곳하지 않고 베타에게 말했다

“이곳과 바깥을 연결하는 게이트를 열 수 있겠어? 대신 그들은 너의 허락을 받고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말이야.

베타는 괜찮다고 생각을 전해왔다. 여전히 입을 벌리며 베타를 보고 계신 에이엘 씨에게 말했다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여긴 세계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에이엘 씨는 세계수를 쳐다봤다. 세계수는 어느새 엔트의 형태로 변해 오베른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뭔가 손주들 놀아주는 할머니 같았다

“저희에게... 우리 엘프에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음..

“조상님의 잘못을 후손이 처리하는 거죠, 뭐. 전대 주인들이 잘못한 거니 저도 도울 수 있을 만큼 도와드리는 겁니다. 제게 손해가 있었으면 제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그냥 안타까워하지 굳이 도와드리진 않았을 겁니다.

사실이다. 아니,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거다. 뉴스에서 누군가가 죽었다거나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그들을 안타까워할 거다. 그게 다다

그런데 눈앞에서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면 내게 손해가 없는 한에 도와줄 거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마침 건물들도 한 번에 집어삼켰으니 뭔가 더 추가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리고 오베른들도 여기서 거의 식물원을 만들어 놨으니 만족하실 겁니다.

그때 기절해있던 엘프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혼란할 것 같아 세계수를 보며 어떻게든 하라는 눈빛을 전해왔다

분명 표정은 짐작이 안 가지만 한숨을 쉬는 듯한 표정으로 세계수는 엘프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에이엘 씨를 쳐다봤더니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나는 깜짝 놀라 에이엘 씨에게 물었다

“괜찮으신가요? 글레이에 쇠사슬에 뭔가 부작용이 있는 겁니까?!

뭔가 눈물을 흘리실만한 성격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런데 허둥대는 내 모습을 보시고 풋 하고 웃으셨다

“아뇨 괜찮아요. 그냥...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났네요.

에이엘 씨는 눈물을 닦으시며 말씀하셨다. 울다가 웃으시면... 아니다

어느새 세계수는 엘프들에게 설명을 끝마쳤는지 엘프들은 세계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제가 혼자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아나리엘 님이 있어야... 아나리엘?!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글레이는 떠났겠지

“세계수. 엘프들을 진정시켜줘서 고마워. 에이엘 씨. 같이 나가보시겠습니까?

에이엘 씨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베타를 불러 엘프의 은신처로 돌아갔다

나는 애들에 성화에 못 이겨 시리와 엘리를 몸에 지니고 이리와 함께 은신처로 돌아왔다. 물론 에이엘 씨와 함께

전에도 나무와 함께 건물 조금 있는 게 다였지만 지금은 아예 황폐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글레이가 돌아올까 봐 나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다

“흑흑...

그런데 어디선가 구슬피 우는 여인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급히 주변을 경계했는데 에이엘 씨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엘리야!

나는 엘리를 불러 등 갑각에 타고 달려가는 에이엘 씨의 뒤꽁무니를 따라갔다

급히 뒤를 따라가 보니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서 울고 있는 아나리엘이 있었고 에이엘 씨가 옆에서 달래주고 계셨다

“다른 엘프들이... 흐끅. 내가 제대로 못 해서... 흐끅. 다들 도망간 줄 알았어... 에이엘 너마저도... 흑.

뭔가 서럽게 울고 계셨다. 에이엘 씨가 달래주고 계시니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글레이 나타났을 때 온 세상이 어두워지며 칠흑 같이 변했는데 지금은 어느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직 울음을 그치지 못한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에게 말했다

“글레이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빠르게 돌아가죠. 베타야?

설명은 나중에. 지금은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와 함께 베타의 몸속으로 들어왔고 에이엘 씨가 아나리엘에게 지금 동안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시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난 한숨을 쉬었다. 난 도대체 언제 돌아간담. 물론 하루도 안 지났지만..

“설시우 헌터?

“예?

어느새 아나리엘이 울음을 그치고 나를 불렀다

“우선 우리 엘프들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을 해도 제 진심이 닿긴 어렵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아나리엘이 나를 보며 아예 90도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설시우 헌터의 제안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도 이 공간에서 생활하면 세계수 님도 있으니 좋겠지만...

아나리엘이 세계수를 쳐다보기에 마찬가지로 나도 세계수를 쳐다봤다. 분명 세계수도 다른 엘프들과 같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세계수는 자신의 의지로 혼자를 택했다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상대를 놓친 것이다

“너를 잊고 있었네. 세계수. 너는 어찌할 거지?

“나는...

세계수는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무엇을 망설이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지금 엘프들은 세계수도 없이 지내는 상황이다. 심지어 여기 있는 엘프들이 살아있는 엘프 대부분이야. 더는...

“알고 있네. 내 이기심을 위해 혼자를 택한 것이 아니야. 하지만...

세계수는 뭔가를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세계수의 미적지근하고 답답한 반응에 조금 짜증나기 시작했다

아나리엘과 에이엘 씨를 비롯한 모든 엘프가 세계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저들을 보라며 한소리 하려고 하는데 세계수가 입을 열었다

“엘프여. 정녕 상관없는 것인가?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야. 이미 섬기고 있는 세계수가 있는데 다른 세계수를 다시 섬기다니. 본래의 세계수가 분노할 수도 있다.

그 말을 듣고 엘프들이 침음했다. 엘프들의 모습을 보고 세계수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결국, 지금은 세계수가 하나뿐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르겠군요. 세계수가 엘프들의 어버이라고 했죠?

에이엘 씨는 갑자기 끼어든 내게 조금 놀라셨지만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 어떤 어버이가 자기 자식한테 도움이 못 되는 상황에 자식이 할아버지를 할머니를 모셨다고 뭐라 합니까? 물론 저는 인간이라 이게 제대로 된 예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녕 세계수가 진짜 엘프들의 어버이라면 지금 상황에 다른 세계수를 섬긴다고 해도 뭐라 하진 않을 겁니다. 게다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흥분해서 엘프들에게 일장 연설을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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