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괴이의 주인 94
“구스타프... 날 도대체 어디로 이끌었니?
주변은 온통 나무뿐이었다. 마치 이곳은 숲과 같았다
“구스타프? 우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니?
하지만 구스타프는 조용히 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며 불가능을 표했다. 이것도 글레이의 수작인가...
우선 주변을 둘러봐야겠는데? 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려고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처음 해보는데 잘되네. 역시 마나가 좋아.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그 화살은 정확히 내 머리 옆을 지나갔으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이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남자의 목소리였고 나는 두 손을 들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전에 봤던 금발의 여성 엘프가 나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당신은... 설시우 헌터입니까?
“어... 네. 저희 대결에서 본 적이 있죠? 그러니깐 이름이...
“... 에이엘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활을 내리셨다
“그래요. 에이엘 씨. 저도 어떻게 여기에 온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나는 얌전히 에이엘 씨를 따라갔다
에이엘 씨가 데려온 곳은 아나리엘이 있던 살아있는 건물로 안내했다. 주변에도 똑같이 건물이 있었고 창문에는 여러 엘프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없는 엘프의 모습에 나는 기분이 묘했다
“주변에 관심 가지지 마세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엘프들은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아시겠죠.
잘 알고 있다. 알렉산더 님과의 대결에서도 그것 때문에 홍역을 치를뻔했으니. 나는 조용히 에이엘 씨를 따라갔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어떻게 온 것입니까? 이곳은 인간은커녕 다른 종족들도 모르는 비밀 장소입니다.
비밀 장소...? 뭐 그건 모르겠고
“구스타프? 어떻게 이리로 오게 되었니?
나는 내 그림자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구스타프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에이엘 씨가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보고 있었다. 아...
“아.. 이건 그 제 그림자 안에 아이가 있어서요.
그런데 그 말에 더더욱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보고 있었고 천천히 자신의 활에 손을 뻗고 계셨다
“집에 가서 마석 줄 테니 잠시 나와봐. 에이엘 씨가 나를 미친놈 보듯이 보잖아.
그제 서야 구스타프는 조용히 얼굴만 쏙 나왔다. 에이엘 씨는 구스타프를 보고 눈을 크게 뜨셨다
“어떻게... 제가 느끼지도 못하다니. 뭐하는 괴... 아이입니까?
“악어입니다. 엄청나게 큰 악어.
내가 말하니 아니 그걸 누가 모르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계신 에이엘 씨였다. 아니 근데 더 설명하기도 어려운데 어떡해
“혹시 아나리엘한테 들으신 게 있으신가요?
“네. 엘프를 비롯한 다른 종족들도 전멸했다고...
에이엘 씨는 침울해지셨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그래서 여기가 어딘지는 딱히 묻지 않겠습니다. 저도 얼떨결에 들어온 거라 사람이 있는데 까지만 데려다주시면 알아서 나가겠습니다.
당연히 이 구역에 왔을 때 바로 핸드폰을 보았다. 인터넷이 통하고 안 통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핸드폰 자체가 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에이엘 씨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죄송하지만 구역을 나갈 때 발을 잘못 디디면 어디론가 전송됩니다. 정확한 부분을 디디며 이동해야 전송되지 않죠. 어디로 전송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나리엘 님이 당부하신 문제라... 그리고 매일 디디는 위치가 아나리엘 님에 의해 바뀝니다.
응? 그게 곤란한 문젠가
“그럼 그 디디는 위치를 알려줘도 문제없는 거 아닌가요? 어차피 다음날이 되면 바뀔 텐데.
“문제는 매일 인간의 기준으로 12시에 초기화되는데 이미 12시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아나리엘 님은 돌아오지 않으셨죠.
하... 그 아가씨 진짜 문제 많네. 자기가 유일이 결계를 파훼할 줄 알면 좀 12시 전에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 아가씨는 평소에도 그럽니까?
“아나리엘 님은 욕하지 마세요. 평상시에는 우리 최고 장로입니다.
“평상시라는 말씀은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라는 말이죠?
“...
거 참 문제 많은 아가씨네
“그래도 에이엘 씨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나리엘도 에이엘 씨도 잠깐 만나봤을 뿐이지만 철부지 어린아이를 에이엘 씨가 보좌하는 것 같네요. 맞죠?
에이엘 씨는 침묵하실 뿐이었다.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아나리엘은 조금 미성숙한? 그런 느낌이지만 에이엘 씨는 노련한 느낌이었다
엘프들의 겉모습은 잘 모르겠지만 겉모습만 보았을 때는 오히려 아나리엘이 더 늙어... 아, 이건 실롄가
할 것도 없는데 아나리엘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 우리 인간을 못 믿어서, 인가요?
“... 비슷합니다. SSS급 테이머를 알고 계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 하나 때문에 3 종족들이 우리 인간을, 특히 테이머를 혐오하는 자들이 늘어났으니깐
“안 그래도 우리 엘프의 수가 제일 적은데 엘프를 납치해서 세뇌까지 시킨 자입니다. 어떤 수법을 쓴지는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으니 우린 숨어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같이 그 사람을 욕해주려고 해도 에이엘 씨는 그런 성격이 아니신 것 같았다
“이 구역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엘프 전원이 여기서 생활하는 겁니까?
“... 아니요. 굳이 강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수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아나리엘 님에게 확인받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물어보시죠?
에이엘 씨는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뭔가 슬금슬금 활로 손을 뻗고 계셨고. 나는 황급히 두 손을 들어 항복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아뇨아뇨.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도와드릴 수 있을까 해서 말이죠.
“흐음...
여전히 에이엘 씨는 나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보고 계셨다.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엘프들은 세계수를 왜 섬기고 있는 건가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입니다.
에이엘 씨는 괜히 나를 째려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세계수 님의 마나로 태어난 것이 엘프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숲의 요정들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세계수 님은 모든 엘프의 어버이입니다.
신기하네. 음..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세계수도 세대를 걸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전대 세계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금 베타 몸속에 있는 세계수도 밀려난 세계수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은퇴한 세계수 님은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서 생활을 하신다고 합니다. 저도 오래 살았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음... 그러면 은퇴한 세계수 님이 있는 곳을 알고 계신다면 어쩌실 건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끝까지 보좌할 겁니다.
에이엘 씨의 말에서 굳은 의지가 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부모님이 은거한다면 지금 돈도 많은데 보좌할 거다
물론 부모님의 옆에서 살진 않겠지만 간간이 찾아뵐 거다
“에이엘 씨? 그럼...
그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비명소리 비슷한..
에이엘 씨도 들었는지 순식간에 건물을 박차고 나가셨다. 나도 마찬가지로 건물 밖으로 나갔는데 비명의 원인을 찾았다
분명 에이엘 씨의 말로는 12시가 지났으니 밤일 거다. 그렇지만 이 구역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나는 이 현상을 이미 겪어본 적이 있다
“글레이?!
“그냥 주인을 찾았을 뿐인데 마침 엘프들이 모여있군요.
내 말과 동시에 검은색 남자가 나타났다. 이번에 그는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았고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내 말을 들은 에이엘 씨가 어느새 가져오신 활로 글레이를 겨누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구역 안에 있는 모든 엘프가 나타나 정령을 비롯한 활과 함께 글레이를 경계하고 있었다
“네가 우리 엘프를 전부 죽인 자냐?!
에이엘 씨를 본 지 얼마 안 됐지만 저렇게 이성을 잃고 화를 내는 에이엘 씨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에이엘 씨가 SSS급 헌터라도 글레이에 미치진 못 한다. 나는 급히 에이엘 씨를 말리려 했지만, 그전에 글레이가 먼저 나섰다
“아쉽게도 엘프 전원은 아니네요. 그래도 여기 있는 전부를 죽이면 몇 안 남겠군요. 주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때 모든 엘프가 화살을 날렸고 정령들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글레이에게 날렸다. 온갖 화려한 공격에 향연이었지만 글레이는 그저 손짓 한 번으로 쇠사슬을 방패처럼 만들어 공격을 막았다
“저쪽이 먼저 공격했습니다?
“구스타프!
나는 급히 구스타프를 불렀지만, 구스타프는 나오지 않았다. 급히 그림자를 둘러보니 주변 모든 그림자에 쇠사슬로 막혀 있었다
“그 아이의 능력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별로 안 된 아이지만 강력하군요.
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에이엘 씨를 제외하고 엘프들이 전부 쇠사슬에 잡혀있었다. 이미 정령들은 사라졌고 에이엘 씨만이 쇠사슬을 피하며 글레이에게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녀의 화살은 매번 쏘아낼 때마다 속성이 변했고 범상치 않은 마나가 그 화살에 담겨 있었지만 글레이는 하품하며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때 에이엘 씨가 다리를 삐끗하며 아주 잠깐 중심을 잃었지만, 그사이를 놓치지 않고 쇠사슬이 에이엘 씨를 붙잡아버렸다
“과연 엘프들은 강하군요. 따로 나누길 잘했어요.
“글레이!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내 마나를 최대한 날카롭게 만들어 글레이의 쇠사슬을 자르려고 했다
“음...?
글레이의 처음 보는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쇠사슬은 내 마나에 두부처럼 잘려나갔고 발로그 아저씨의 팔을 재로 변하는 것처럼 그의 쇠사슬이 재로 변하고 있었다
글레이는 그것을 보고 순식간에 재로 변하는 쇠사슬을 잘라버렸다. 그런데 재로 변하는 쇠사슬이 갑자기 인간의 형태로 변했다
“끄아아악!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고 인간 형태로 보이는 것은 재로 변하며 사라졌다
“과연. 우리의 주인이군요.
“베타!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마나를 극도로 사용해 베타를 불렀고 내 마나를 통해 베타가 나타났다
“저 새끼를 제외한 전부를 데리고 가!
베타는 글레이를 한번 노려보더니 순식간에 글레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레비아탄... 이미 이름을 받았나. 대단하군, 이번 주인은. 레비아탄에게 이름을 주다니. 그의 마나는 끝도 없는 건가...?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는걸?
게다가 우리를 없애다니. 어이가 없군. 자각도 없이 괴이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괴이의 주인이라..
“재밌겠는데?
“장난치지 마라. 고작 몇 안 남은 엘프 때문에 우리 중 하나를 잃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
“나 아니었으면 레비아탄에게 이름을 준 지도 몰랐잖아. 좋게 생각하자고?
“쯧.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